〈 207화 〉 오월이 하고 싶은 거 (2)
* * *
아니, 뭘 이런 걸 가지고 소원까지 들어주겠데…….
솔직히 손해 볼 건 전혀 없으니 평소 같았으면 그냥 곧바로 오케이 했겠지만, 지금처럼 묘하게 양심이 찔리는 상황에선 그게 잘 안된다.
그 와중에 한 손으로 운전하며 반대 손으로 내 손을 어루만지는 오월의 손길에서도 미안함이 느껴지고 있다.
"무슨 소원이에요. 신경 안 써도 된다니깐, 저 기분 나쁜 거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오……."
후우, 알겠다고 안 하면 계속 저렇게 시무룩해져 있을 거 같은데, 저런 모습을 계속 보고 있는 건 솔직히 사양이다.
계속 저러고 있으면 괜히 내 양심만 더 찔리잖아…….
"크흠, 알겠어요."
내 대답을 듣자 오월은 이제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는지 굳어 있던 얼굴이 풀어졌다.
뭐, 솔직히 오월이 밤에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는데, 애초에 그걸 거절하는 게 쉽지 않지.
아니지, 오히려 미친놈일 수도 있다.
난 내 손등을 간지럽히는 오월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대신 거절 하는 거 없이 다 들어줘야 돼요?"
기겁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오월.
"……너무 이상한 건 안 돼요."
"못 할 짓은 해달라고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오월은 도저히 믿음이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난 그런 그녀에게 가볍게 웃어 보였다.
양심에 살짝 찔리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예의상 거절은 한 번 했다.
이제는 그냥 즐겨야지, 뭐.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걸 시킬 생각은 진심으로 없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적당한 걸로 골라서 시킬 생각이야.
흐음…… 같이 샤워하면서 펠라 정도 받으면 무난하려나.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물을 맞으며 오월에게 자지를 빨리고 있는 생각을 하니 아랫도리가 금세 빳빳해지려고 한다.
자지에 피가 쏠리니 붙잡고 있는 오월의 손마저 상당히 야릇하게 느껴지네.
후우, 일단 진정하자. 뭘 해도 집 가서 해야지.
열심히 운전하고 있는 오월을 괴롭힐 순 없잖아.
고개를 돌려 운전석을 슬쩍 바라보니 오월은 내가 자신을 대상으로 어떤 상상을 하는 지도 모른 채 편안한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내가 운전하지 않으니 살짝 지루한 감이 있긴 했지만, 나름 빠른 체감 속도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월은 이제 내 차를 모는 게 꽤나 익숙해 졌는지 익숙하게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여기 주차장을 올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지.
어떻게 이렇게 차가 없을 수 있지?
뭐, 그 덕분에 걸그룹 둘이 숙소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거겠지만.
덕분에 나도 오월과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됐으니 나쁠 건 전혀 없다.
"운전해줘서 고마워요."
"갈 때는 시온 씨가 했는데요, 뭘. 똑같이 한 거죠."
싱긋 웃으며 안전벨트를 푸는 오월.
내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던 건 어느새 잊었는지 딱히 별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제 집에 도착해서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도 몸도 편해진 거겠지.
당연한 소리지만, 오월이 그냥 쉬게 둘 생각은 전혀 없다.
내 소원은 들어주고 쉬어야지.
오월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내렸고, 나도 차에서 내려 뒷자리에서 조금 전 사놨던 짐을 꺼냈다.
"아, 맞아. 아까 거기서 뭐 사온 거에요?"
집에 도착하기 전 간단하게 맥주나 조금 사갈까 하는데, 마침 딱 필요한 걸 팔고 있을 거 같은 곳이 보여 잠시 차를 세웠었다.
사람이 한창 붐비는 시간이니 오월은 차 안에서 날 기다렸고, 그 덕분에 오월은 내가 뭘 샀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맥주랑 안줏거리 좀 사왔어요. 오월 씨네서 쓸 생필품들도 몇 가지 샀네요."
다른 것도 하나 사긴 했지만, 조금 전 차에서 짐 싣는 중에 스윽 빼놨다.
"그냥 우리 집에 있는 거 써도 되는데……."
"아,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그냥 들어간 김에 산 거에요. 앞으로도 오월 씨랑 같이 자려면 있어서 나쁠 건 없잖아요."
잔다는 뜻이 담긴 말이 있어서 그런가 날 바라보는 오월의 시선에서 묘한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설마 내가 콘돔이라도 샀다고 생각하는 건가?
크흠, 딱히 콘돔 같은 거 끼고 섹스할 생각 없는데…….
질내사정만 안 하면 됐지. 내가 그런 거까지 껴야 할 이유는 없잖아?
이 정도만 해도 오월이 아이돌이니깐, 나름대로 최대한 배려해 준 거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오월한테 한 번 피임에 대해서 물어보긴 해야겠어. 내 생각보다 많이 불안해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뭐, 오월은 이런 내 생각을 알 턱이 없으니 괜히 민망하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맥주는 뭐 샀어요?"
"대충 종류별로 사왔어요."
"집에 맥주 많은데, 뭐하러 샀어요."
"……기억 안 나요? 그때 우리 둘이 밤새 다 마셨잖아요. 집에 맥주 한 캔도 안 남았어요."
오월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고, 이내 기억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잔뜩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에 나한테 미친 듯이 따먹혔으니 민망할 만도 하지.
안 그래도 야릇한 생각이 떠올라서 화재를 돌리려고 말을 꺼낸 건데, 상황이 또 금세 이렇게 돼버리니 아주 정신이 없을 거다.
난 싱긋 웃으며 오월의 한쪽 팔로 어깨를 감쌌다.
"얼른 들어가죠."
"……네……."
혹여나 사람을 마주칠까 빠른 걸음으로 걸어 엘리베이터에 탔다.
여기서 한 번도 사람을 마주친 적이 없긴 한데, 괜히 올때마다 이렇게 불안하단 말이지.
지금이야 오월이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안전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조만간 더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봐야겠어.
잠시 깊게 고민에 빠져 있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고개를 살짝 들어 올라가는 층수 바라보는 오월이 보였다.
여전히 부끄러운지 귀를 살짝 붉히고 있는 오월.
저렇게 귀여운 오월을 보니 또 놀리고 싶은 마음이 격하게 차올랐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말이야.
"오월 씨."
"…?"
"제가 콘돔 사왔을 거라 생각했죠?"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오월은 콘돔이란 단어를 듣자 흠칫 놀라며 반응했다.
"아, 아니요?"
"맞는 거 같은데, 혹시 콘돔 끼고 했으면 좋겠어요?"
"갑자기 무슨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해요…!"
"뭐가 이상해요? 잠자리를 같이 한 남녀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지."
"됐거든요."
퉁명스럽게 대답한 오월은 입술을 귀엽게 삐쭉 내밀고 날 흘겨봤다.
진짜 귀엽네.
억제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흘러나올 거 같은 웃음을 참고 있는데, 오월이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안 끼고 실컷 했으면서……."
"네?"
혹시 내가 잘 못 들었나 싶어 되묻자 오월이 이를 악물었다.
"이미 안 끼고 실컷 했잖아요!"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는 오월, 그 와중에 저런 소리를 하면서 화를 내니깐, 오히려 꼴리잖아…….
난 결국 작게 실소를 터트려 버렸다.
"아, 미안해요. 지금이라도 끼고 할까요?"
"……됐어요."
"진짜 괜찮아요?"
물론, 안 끼고 하는 게 좋긴 하지만, 오월이 많이 불안해한다면 더욱더 배려할 마음도 충분히 있다.
솔직히 이미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네 괜찮아요. 저, 저는……."
말을 잇지 못하는 오월은 꽤나 부끄러운 표정으로 잠시 뜸을 들였지만, 이내 입술을 뗐다.
"시온 씨가 원하는 대로 할 거에요."
아, 미치겠네. 하는 짓도 왜 이렇게 예쁘냐.
난 오월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오월은 짓궂은 표정으로 날 노려봤지만, 얌전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집가서 더 예뻐해 줘야겠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난 냉장고를 향해 걸어갔다.
샤워하고 나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려면 이거부터 안에 박아둬야지.
사온 맥주와 안줏거리들을 냉장고에 깔끔하게 정리한 나는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을 향했고, 그 앞에서 오월과 딱 마주쳤다.
양말을 벗고 있던 오월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나 때문에 살짝 당황한 것 같았다.
"어…… 시온 씨, 먼저 씻을래요?"
얘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당연히 같이 씻어야지.
"뭐하러 그래요? 시간 아깝게."
의아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오월.
난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빨래통에 던져 넣었다.
"얼른 같이 씻고, 맥주 마셔요."
덤덤하게 말하는 날 오월이 토끼 눈을 뜬 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전 괜찮아요. 시온 씨 먼저 씻어요…!"
오월은 다급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난 곧바로 그녀를 불러세웠다.
"소원."
"……네?"
"소원 들어준다고 했잖아요. 지금 쓸게요."
"……."
제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굳은 채 날 돌아보고 있는 오월은 굉장히 난처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진짜 차가운 가면을 쓰고 있는 거 같은 여자였는데, 언제 저렇게 감정 표현을 잘하는 얼굴이 된 건지 모르겠네.
뭐, 내겐 지금의 오월이 훨씬 사랑스럽고 예쁘다.
그나저나, 이미 나랑 섹스도 몇 번씩이나 미친 듯이 했으면서 뭘 같이 씻는 거 가지고 저렇게까지 불편하고, 어색해하는 거야?
"진짜 이거에 소원 쓸 거에요?"
난 사뭇 진지한 말투로 대답했다.
"네."
"진짜요…?"
"이 정도면 이상한 소원도 아니고, 충분히 들어줄 만 하다고 보는데요?"
난 되묻는 오월에게 나긋나긋한 말투로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고, 오월은 체념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씨…… 나중에 딴 소리 하면 안돼요."
그럴 리가 있겠냐? 어차피 욕실에 같이 들어가는 순간부턴 그 뒤로는 원하는 건 내가 직접 얻어낼 자신이 충분히 있다.
오월은 제 자리에서 서서 쭈뼛쭈뼛 대고 있었고, 난 그런 그녀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이리 와요."
내가 상의를 벗고 있어서 그런지, 오월은 날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돌린 채 느릿느릿하게 걸어왔다.
뭐, 그래 봤자 실내다. 이내 오월은 내가 손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왔고, 난 곧장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당겼다.
"꺄아……."
내 행동에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비명을 삼키는 오월.
내게 당겨진 오월은 순식간에 나와 바짝 붙어서 마주 보게 되었다.
코앞에서 바로 보이는 오월의 또렷하고, 완벽한 이목구비.
난 천천히 오월의 허리춤으로 양손을 내렸고, 잘록한 허리에 붙어있는 크롭티의 끝단이 만져졌다.
오월은 내 손이 자신의 살결을 스치자 몸을 살짝 움찔거렸지만,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다.
그래, 얌전히 있어야지. 벗어야 같이 욕실에 들어갈 거 아니야.
오월의 티셔츠 끝단을 붙잡은 나는 천천히 옷을 위로 들어 올리며 벗겼고, 군살 하나 없는 예쁘고 뽀얀 배와 브라에 가려진 풍만한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신축성이 훌륭한 크롭티는 어렵지 않게 벗겨 낼 수 있었다.
오월은 티셔츠가 벗겨지는 과정에서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고개를 흔들며 손으로 정리했고, 잠시 후 부끄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날 치켜올려봤다.
묘하게 야릇한 오월의 눈빛과 그 아래로 보이는 브라와 가슴.
난 곧바로 오월의 등 뒤로 손을 뻗어 후크를 풀어냈고, 브라가 천천히 흘러내려 가며 뽀얀 젖가슴과 분홍색 젖꼭지가 드러났다.
브라가 벗겨지자 오월이 양팔을 X자로 모으는 모습을 보고 가슴을 가리겠구나 싶었는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오월은 모은 양팔로 가슴 밑을 받치고 있었고, 그 상태로 아랫입술을 질끈 문 채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뭐지? 일부러 가슴을 더 부각시켜서 날 유혹하려는 건가? 아니, 그런 거 치곤 눈빛에 너무 수치스러움과 민망함 가득하잖아.
심지어 애매하게 몸에 걸쳐져 있는 브라는 안 그래도 자극적인 오월의 모습을 더욱더 농염하게 연출한다.
그 와중에도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한 저 눈빛과 표정, 아니…… 대체 뭐야?
어쨌든, X자로 모은 팔을 가슴 받침대처럼 사용하고 있는 오월 덕분에 안 그래도 예쁜 가슴이 날 미친 듯이 꼴리게 만들었고, 어느새 내 자지는 순식간에 발기해있었다.
아까는 샤워 같이하자는 말에도 그렇게 부끄러워하던 여자가 설마 지금 날 기쁘게 해주겠다고 이러는 거야?
씨팔,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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