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화 〉 오월이 하고 싶은 거 (7)
* * *
소파에 반쯤 누운 채 내일 일정을 위한 통화를 마치고 핸드폰을 내려놓는 순간, 오월이 욕실에서 나왔다.
타이밍 한 번 끝내주네.
따뜻한 욕실에서 오래 샤워해서 그런가 아직 촉촉하게 젖어 있는 오월은 두 볼이 발그레했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조용히 방으로 향했다.
흐음…… 은근히 피하는 거 같은데, 내 착각인가?
뭐, 욕실에서 두 번이나 내 정액을 빼줬으니 민망해할 법도 하겠네.
오월은 내 시선을 피하듯 수선으로 얼굴을 가리며 소파에 앉아 있는 날 지나쳤고, 슬쩍 보이는 그녀의 눈빛은 꽤나 민망함이 담겨있었다.
저런 모습을 보면 진짜 귀엽다니까.
문제는 동시에 사람을 존나 꼴리게 한다는 것이다.
날 지나친 오월의 뒷모습이 자연스럽게 내 눈에 들어왔고, 욕실에서 씻은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오월의 뒤태는 상당히 관능적이었다.
의식한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잔뜩 치켜올려 입는 돌핀 팬츠는 오월이 걸을 때마다 엉덩이가 살짝살짝 보일 지경이었고 수건으로 최대한 닦아내도 아직은 축축한 몸에 달라붙은 검은색 나시는 잘록한 허리와 넓은 골반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심지어 가장 꼴리는 포인트가 아직 하나 남아있다.
오월이 욕실에 들어갈 때 저 두 가지 옷, 짧은 반바지와 가벼운 나시만 챙겼지, 속옷은 챙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저 안에는 브라와 팬티를 전혀 입고 입지 않다는 뜻이고, 조금 전 오월이 나와 잠깐 시선을 마주쳤을 때 보였던 검은색 나시에 살짝 튀어나온 무언가는 그녀의 젖꼭지가 분명했다.
후우…… 오늘은 옆에 앉혀놓고 젖가슴 주무르면서 맥주나 마셔야겠구만.
그러다 꼴리면 한 번 더 따먹든가 해야겠다.
난 방에 들어가기 직전인 오월을 불러세웠다.
"오월 씨."
내 목소리를 듣고 흠칫 놀라며 제자리에 멈추는 오월은 수건과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살짝 치워내며 날 바라봤다.
귀엽게 홍조를 띤 볼과 쑥스럽다는 듯 날 바라보는 눈빛.
정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아…… 이렇게 멍청한 얼굴을 보여주려고 부른 게 아니었지.
난 바보같이 웃고 있던 표정을 조금은 똑똑해 보이게 만든 뒤 오월에게 손짓했다.
이쪽으로 오라는 내 손짓을 보자 입술을 살짝 내밀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오월.
"저 머리 말려야 돼요."
"말려줄 테니까 얼른 와요."
잠시 미간을 찌푸리던 오월은 결국 못 이기는 척 내게 터벅터벅 걸어왔다.
"왜 불렀어요."
소파에 반쯤 누워 있는 내 앞에 오월이 서게 되자 난 자연스럽게 그녀를 밑에서 위로 올려다보게 됐다.
크흠, 어지간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각도로 바라보면 되게 못나 보이지 않나…?
이 여자는 이 와중에도 존나게 예쁘네.
난 뭐냐는 듯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오월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그냥 불러봤어요."
"아, 뭐예요…!"
"왜요, 그럴 수도 있지."
"이씨…… 저 갈 거에요! 꺄아…?"
난 단호하게 등을 돌리는 오월의 손목을 붙잡아 당기며 몸을 일으켰다.
소파에 반쯤 누워있던 내가 오월을 이용해 일어나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당겨지며 내 품에 안기게 됐다.
"……무슨…?"
방금 막 샤워를 하고 나와 촉촉한 오월이 꽤나 기분 좋은 감촉으로 내 품속에 쏘옥 안긴다.
끌어 당긴 쪽은 난데, 겉모습만 보면 오히려 오월이 나를 덮치는 듯한 모양새네.
오월은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토끼 눈을 뜬 채 날 바라보고 있었고, 날 그런 그녀의 이마에 내 이마를 가볍게 맞대었다.
"농담이고, 그냥 안고 싶어서 불렀어요."
시선을 옆을 돌리며 부끄럽다는 듯 귀를 붉히는 오월.
"……그럼 말을 하지……."
"알려주고 하면 재미없잖아요."
"이제 뭐가 재밌어요!"
"오월 씨 반응이 재밌죠."
"……자꾸 놀리면 앞으로 해달라는 거 안 해줄 거에요."
아, 그건 좀 곤란한데.
"크흠, 알겠어요……."
내가 순순히 수긍하자 웬일이냐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짓던 오월은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이내 얼굴을 잔뜩 붉혔다.
"알긴 뭘 알아요…! 진짜 변태 아니야!!!"
"……예?"
아니,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는데, 본인이 말해놓고 갑자기 너무 급발진 아는 거 아니냐?
빽 소리를 지른 오월의 부끄러움이 가득한 얼굴을 내가 빤히 쳐다봤자 그녀는 얼굴을 숨기겠다는 듯 내 품속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숨겼다.
오월의 이런 어수룩한 면들이 마음을 참 간질간질하게 만든다.
난 내 어깨와 목 사이로 얼굴을 파묻는 오월을 더욱더 꼬옥 끌어안으며 그녀의 뒷머리를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으려다 말았다.
머리가 너무 축축해서 쓰다듬는 느낌이 너무 이상해…….
그나저나, 이렇게 꽈악 끌어안으니깐 노브라인게 확실히 느껴지네.
내 가슴팍에 맞닿아 있는 오월의 풍만한 젖가슴은 폭신하게 날 짓누르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는 어떤 이물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생가슴의 기분 좋은 말랑함이 아주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는 뜻이지.
그럼, 아래도 역시 노팬티가 맞으려나?
확인해봐야겠어.
난 오월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던 손을 자연스럽게, 티 나지 않게 천천히 밑으로 내려 그녀의 봉긋한 엉덩이 위에 얹었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묘하게 야릇한 돌핀 팬츠의 부드러운 감촉, 은근슬쩍 손가락을 움직이며 엉덩이를 만지기 시작하자 내 품에 머리를 박고 있던 오월이 작게 웃었다.
"……프흡, 누가 변태 아니랄까 봐."
이 놈 봐라, 감히 나를 비웃어?
이제 머리 좀 컸다 이거야?
실소가 터져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아낸 나는 괜히 근엄한 척 진지한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옷 똑바로 입었나 검사한 거에요."
"제가 무슨 애도 아니고 그런 검사를 해요?"
오월은 여전히 내가 재밌다는 듯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고, 난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콱 붙잡았다.
"꺄아?!"
돌핀팬츠의 기분 좋은 촉감과 함께 오월의 탄력 있는 풍만한 엉덩이가 내 손 가득 잡혔다.
역시, 노팬티네.
오월은 잔뜩 당황한 얼굴로 날 바라봤고, 난 빙긋 웃었다.
"속옷도 안 입고, 옷 똑바로 안 입은 거 맞잖아요."
"이, 이건…! 방금 씻고 나와서 그런 거잖아요!!!"
귀를 잔뜩 붉히며 언성을 높이는 오월, 난 그런 그녀에게 실실 웃어 보였다.
"그래요? 뭐, 만져보니깐 확실히 애는 아니긴 하네."
"……진짜 변태 같아……."
"이렇게 입고 있는 오월 씨도 만만치 않은데요?"
그냥 별 생각 없이 우기듯 말한 건데, 정곡을 찔렀는지 굳어버린 오월이 이내 살짝 치켜뜬 눈으로 날 흘겨본다.
"무조건 저보다 시온 씨가 더 변태거든요."
"네?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아무것도 안 하긴, 지금도 제 엉덩이 주무르고 있잖아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이건 옷 제대로 입었나 검사하는 거라니까."
당당하게 대답하는 날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오월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거, 검사는 이미 다 했잖아요."
검사라는 단어를 뱉은 뒤 혼자 쪽팔려하는 오월의 모습.
저런 모습을 보면 괜히 더 놀리고 싶어지는데…….
뭐, 더 놀리면 되지.
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틀었다.
"아, 그러네요?"
"거봐요. 시온 씨가 훨씬, 훨씬 더 변태거든요? 그, 그리고……."
"그리고?"
"미, 밑에도…… 또 그렇게 되고……."
말 끝을 흐리는 오월은 민망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돼요?"
내 질문에 오월은 망설임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욕실에서 그렇게 실컷 해놓고, 지금 또 커졌잖아요……."
아, 그 얘기 하려고 그렇게 망설였던 거였어?
진짜 귀여워 죽겠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애초에 이런 엉덩이를 만지고 있는데 어떻게 발기가 안 되겠어?
이건 내가 변태인 문제가 아니라 세상 어떤 남자라도 이럴 수 밖에 없는 거야.
그러니 인정해줄 생각은 없다.
난 원래 말싸움도 안 져주는 사람이야.
부끄러워 죽을 거 같아 하는 오월에게 난 무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쨌든, 오월 씨가 지금 속옷 안 입고 있는 건 사실잖아요."
"……머리부터 말리고 제대로 챙겨 입으려 했어요."
이내 툴툴거리며 귀엽게 대답하는 오월.
그 모습을 보고 난 참아오던 실소를 결국 터트려버렸다.
"웃지 마요…! 엉덩이도 그만 좀 만지고!!!"
"아, 미안해요."
아랫입술을 질끈 물며 웃음을 참아낸 나는 내 위에 올라탄 오월의 얇은 허리를 감싸 안으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쪽.
"……이쁜 짓 해도 엉덩이는 못 만지게 할 거에요."
딱히 예쁜 짓 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럼 여기는요?"
의아한 표정으로 오월의 가슴을 움켜쥐자 난 상당히 무서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이 와중에도 가슴 감촉은 존나 좋네…….
"크흠, 농담입니다. 얼른 머리 말리러 가죠."
난 재빠르게 가슴에서 손을 뗐고, 오월은 나를 의외라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말려줄 거에요?"
"네. 뭐 어때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
"흐음…… 그래요…?"
날 내려다보며 씨익 웃는 오월의 미소가 정말 여왕님 같았다.
아, 이거 생각보다 중노동이구나.
허리까지 내려오는 오월의 머리카락을 드라이기 하나 들고 말리는 일은 상당히 힘들었다.
여자들은 이걸 대체 매번 어떻게 하는 거야?
후우, 괜히 머리를 말려준다고 말해서…… 그냥 마땅히 할 말이 없어서 막 뱉은 건데, 이렇게까지 피곤하게 될 줄 몰랐다.
뭐, 그래도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은 안 하지.
나름대로 드라이를 잘 끝낸 뒤, 지금은 TV를 보며 조금 전 사온 맥주를 오월과 함께 마시고 있다.
내 옆에 바짝 붙어 맥주를 홀짝이던 오월은 잘 마른 자신의 머리카락이 마음에 드는지 손으로 찰랑거리며 만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머릿결은 왜 저렇게 좋냐…… 뭔가 대단한 머리카락을 말린 거 같은 기분이잖아.
흡족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날 바라보는 오월.
"다음에도 시온 씨한테 말려달라고 부탁해야겠네요."
저렇게 말하니깐, 진짜 여왕님이 내게 청탁이라도 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앞으로는 안 해. 귀찮아.
"이제 안 해요."
"왜요! 씻으면서 사람은 그렇게 괴롭혔으면 이 정도는 해줘야죠."
여왕님 같이 위엄있던 오월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떼쓰는 아이가 남았다.
그렇다고 애새끼 같다는 뜻은 아니다. 어른스러운 아이 정도 되려나…?
어쨌든, 이 갭차이가 오월을 더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단 말이지.
그나저나, 오월의 말도 맞긴 하다.
욕실에서 그렇게 따먹고 입싸, 얼싸 다 했으니 머리 말려주는 정도야 사실 해줄 만 하긴 하다.
"크흠, 고민 좀 해볼게요."
그래도 귀찮은 건 귀찮은 거야.
내가 대답을 회피하자 오월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저도 앞으로 시온 씨가 해달라는 거 절대 안 해줄 거에요."
후우…… 은근히 고집 있다니까.
"알겠어요. 다음에 또 말려줄게요."
"약속해요!"
꽤나 신이 난 듯한 오월은 내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고, 난 그곳에 내 손가락을 걸었다.
"약속."
"히히……."
오월은 손가락을 건 채 내 어깨에 머리를 툭 하고 기대며 배시시 웃었다.
너무 좋아하니깐 귀찮아서 안 해주려 했던 내가 괜히 미안해지잖아…….
별 거 아닌 일, 사소한 일임에도 즐거워하는 오월.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면 옆에 있는 나도 덩달아 행복지는 기분이 든다.
"대신, 드라이하느라 내 손도 고생했으니 이리 와요."
내 손도 같이 행복해야지.
내 어깨에 기대어 있는 오월의 어깨를 감싼 나는 손을 밑으로 내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네? 무슨, 흐읏…?"
애틋한 눈빛으로 살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 오월.
그 와중에 이번엔 속옷 제대로 챙겨입고 있네.
속옷을 입고 있긴 해도 저번처럼 심리스 브라라 와이어가 거치적거리는 느낌 없이 꽤나 즐거운 감촉으로 젖가슴을 주무를 수 있었다.
"……이러면서 자기 변태 아니라고…!"
"아니라고 한 적은 없는데."
내가 젖꼭지 쪽을 자극하자 오월이 아랫입술을 질끈 문다.
"흐응…!"
가슴이나 만지다 취기 오르면 자야겠다.
내일도 일정이 빠듯하니 오늘 밤은 무리하지 말아야겠어.
문제는 벌써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 예쁜 얼굴로 짓는 야릇한 표정과 간드러지는 신음을 겪게 되면 발기가 될 수밖에 없다니까…….
아, 모르겠다. 정 꼴리면 그냥 따 먹지 뭐.
알람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깼다.
커튼 너머로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 늦게 일어난 거 같진 않네.
핸드폰을 찾아 알람을 끄고 나니, 내 품속에 안긴 채 잠들어 있는 오월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는 결국 오늘은 그만하자고 애원하는 오월을 또 존나게 따먹었지.
봐줄까 하긴 했는데, 한 발 안 빼고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을 거 같아서 섹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오월은 지쳤다는 표정으로 내 팔을 베고 사근사근 잠들어있다.
자는 표정도 예쁘네, 이불 안으로 살짝 보이는 가슴도 예쁘고 말이야.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우기 미안하긴 하지만, 오늘 일정을 생각하면 바로 깨워야 한다.
난 오월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오월 씨, 일어나요."
볼을 꼬집자마자 곧바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오월도 내 알람 소리를 듣고 이미 일어나 있던 거 같다.
눈을 비비며 한 쪽 팔로만 기지개를 켜는 오월.
"흐으응…… 왜 이렇게 일찍 깨워요…?"
"놀이공원 가야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