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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213화 (213/273)

〈 213화 〉 놀이공원 (1)

* * *

놀이공원이란 단어를 듣게 된 오월은 잠이 덜 깬 눈으로 날 바라봤다.

"……진짜 갈 거예요?"

"당연하죠. 가기로 했으면 가야지."

"……."

꽤나 당황한 듯 잠시 벙찐 표정으로 날 바라보더니 가볍게 눈을 비비며 얼굴을 정리하는 오월.

"아니, 어디로 갈 건데요?"

"네버랜드요."

"네? 그 사람 많은 데를 제가 어떻게 가요…!"

오월은 이제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고, 난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래서 가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어요.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 얼른 씻고 준비해요."

평소 같았으면 욕실 한 곳에서 같이 씻었겠지만, 오늘은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어 각자 다른 욕실에서 준비했다.

그나저나, 대충 보니깐 내가 씻고 나온 욕실이 평소에 예진이가 사용하던 욕실 같은데…….

예진이 없는 예진이 욕실에서 샤워하니 기분이 묘하네.

심지어 내가 쓴 샴푸와 바디워시도 예진이가 사용하던 제품인지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고 있으니 영상 속에서 예진이를 따먹으며 맡았던 살 내음과 샴푸 향이 내게서 잔뜩 나고 있다.

크흠, 괜히 죄지은 느낌이란 말이지…….

뭐, 바쁜데 어쩌겠어?

남자는 빈 곳 있으면 얼른 씻고 아무거나 쓰고 대충 준비하고 나가는 거다.

이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말리고 있으니 축축하던 머리카락이 어느새 꽤나 건조해졌다.

그 와중에 이 드라이기도 예진이 거겠네.

기회되면 맛있는 거라도 한 번 사줘야겠구만.

몸과 머리카락을 다 말린 뒤 서하은이 챙겨준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를 여니 꽤나 많은 옷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왕 놀러 가는 거니 평소 같았으면 좀 챙겨 입었겠지만, 오늘은 딱히 그럴 필요 없겠지.

난 대충 눈에 보이는 편한 옷을 집어 입은 뒤 거실로 빠져나왔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인기척이 전혀 없는 거실을 보고 있으니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놀러 가는 것도 좋긴 한데 배부르게 먹고 저 소파에 누워서 낮잠이나 존나 자는 것도 좋을 거 같네.

그나저나, 오월은 아직 한참 남았나?

같이 외출 준비를 몇 번 하면서 보니깐 화장하는데 오래 걸리는 스타일은 절대 아닌 거 같던데.

설마 쓸데없는 고민하고 있는 거 아니야?

뭐하고 있나 슬쩍 봐야겠어.

그 동안 오월을 실컷 따먹었던 그녀의 방으로 다가가 열린 문을 슬쩍 보니 속옷만 입은 오월이 여러 옷가지를 꺼내놓고 고민에 잠겨 있었다.

팔짱을 낀 듯한 모습으로 턱을 괸 채 침대에 올려진 옷들을 보며 작게 미간을 찌푸리는 오월.

내가 이럴 거 같더라, 편하게 아무거나 대충 입으라고 미리 얘기해 줬어야 했는데.

뭐, 깜박한 내 탓이지.

그 와중에 팬티만 입고 있는 봉긋한 엉덩이가 너무 예쁘다. 팔로 슬쩍 받치고 있는 가슴도 마찬가지고.

뭐랄까, 여전히 꼴리긴 하지만, 며칠 내내 섹스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오늘 아침은 오월의 아름다움 그 자체가 더욱더 잘 보이는 거 같다.

그래봤자 몇 시간 지나면 결국 평소처럼 존나 따먹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긴 하겠지만.

내가 방문을 활짝 열며 방으로 들어가자 인기척을 느낀 오월이 화들짝 놀라며 앞에 있던 티셔츠를 잡아 자신의 몸을 가렸다.

"노크 좀 해요…!"

저렇게 가리면 대체 무슨 소용이야?

오월이 들고 있는 티셔츠는 사이즈가 작고 짧은 크롭티였고, 그 덕분에 그녀가 가리고 있는 건 고작 가슴 정도였다.

심지어 브라까지 챙겨 입고 있는 와중이면 굳이 저렇게 가릴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

괜히 더 야해 보이잖아.

실제로 티셔츠가 상체만 살짝 가리고 있는 수준이니 잘록한 허리와 예쁜 배꼽은 전부 드러나 있었고, 그 밑으로는 란제리 팬티가 보지에 달라붙어 있어 오히려 내 아랫도리를 더 자극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가 요 며칠간 섹스를 대체 몇 번이나 했는데 몸 보여주는 걸 부끄러워하는 거야?

뭐, 솔직히 얘기하면 저렇게 부끄러워 해주는 게 훨씬 좋긴 해.

더 꼴리잖아.

난 시선을 피하는 척 오월의 하체를 힐끗 바라봤다.

"미안해요. 아직 한참 남았어요?"

오월은 민망하다는 듯 티셔츠를 살짝 내려놨다.

그래, 그걸로 가리고 있는 건 니가 생각해도 좀 아니었지?

"……아니요, 그건 아닌데 뭘 입을지 너무 고민돼요."

하긴, 오월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민될 만한 문제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옷을 입고 나가는 게 안전한 방법인데, 그래도 놀러 가는 날이고, 가고 싶었던 장소니 본인 딴엔 나름대로 예쁘게 꾸미고 싶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놀이공원에 가자고 얘기한 놈은 방법이 있다면서 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곧 출발할 예정이라 시간도 얼마 없는데, 당장 결정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겠지.

여전히 고민이라는 듯 발을 동동 구르는 오월.

그래도 화장은 다 한 거 같네.

난 볼에 살짝 홍조를 띠고 있는 오월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대충 편하게 아무거나 입어요. 어차피 갈아입을 옷이니까."

"……네?"

민망한 표정으로 침대 위에 진열해 놓은 옷들을 바라보던 오월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가는 길에 설명해줄게요. 일단 옷 입고 나와요."

"아까부터 뭔데 그래요. 그냥 알려줘요."

오월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봤고, 난 싱긋 웃어 보였다.

"그 상태로 얘기할 거에요? 뭐, 오히려 전 좋긴 한데."

오월은 자신의 속옷만 입을 몸을 계속해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내 시선을 이제서야 눈치챘다는 듯 다급하게 겉옷을 하나 들어 몸을 가렸다.

"……됐어요. 이따 얘기해요."

그래도 이번엔 옷은 제대로 챙겨 들었네.

난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이제 서로 못 본 게 없을 텐데, 너무 부끄러워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온 씨가 너무 쳐다보잖아요……."

오월은 민망해하며 귀를 붉혔고,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살짝 틀었다.

"네? 전 오월 씨, 눈만 보고 있었는데요?"

"거짓말 치고 있네…… 완전 밑에만 보고 있었으면서."

툴툴거리며 불평하는 오월.

"그럼 뒤돌아서 얘기해줄까요? 진짜 안 볼게요."

"거울로 보려는 거 다 알거든요?"

아, 이게 걸리네.

아침부터 조금 정신없긴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출발할 수 있었다.

이른 오전이라 출근하는 사람과 주차장에서 마주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안 겹쳤는지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고, 아침 일찍 문 여는 카페가 있어 딱히 기대도 안 했던 커피까지 사게 됐다.

이 정도 하루 시작이면 나름 깔끔한 편이지. 처음 가본 카페에서 산 아메리카노도 맛있고 말이야.

그 와중에 길도 안 막히네. 곧 도착하겠는데?

지금은 놀이공원으로 가는 중이고, 커피는 반쯤 사라졌다.

차 안에서 설렘이 가득한 눈빛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오월.

"오월 씨, 뭐 봐요?"

"가서 뭐 먼저 탈지 정해놓고 있어요."

놀이기구 검색하고 있었구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거길 자기가 어떻게 가냐고 걱정하더니 막상 출발하니깐 본인이 제일 신 났네.

뭐, 어차피 가기로 한 거 걱정하느라 제대로 못 즐기는 것보단 확실하게 놀고 오는 게 좋긴 하지.

"아침 일찍 가는 거니깐, 오월 씨 타고 싶은 거 전부 다 타고 올 수 있을 거에요."

"시온 씨는 뭐 타고 싶은 거 없어요?"

꽤나 들떠있는 눈빛으로 내게 질문하는 오월.

저런 와중에 나까지 챙겨주니 더 사랑스럽네.

"저는 거기 유명한 거 몇 개밖에 몰라서 아마 오월 씨가 타려고 정하는 거에 다 들어갈 거 같아요."

"그래도 생각나는 거 있으면 얘기해봐요."

진짜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그러고보니 오월을 현실에서 처음 만났던 장소가 아쿠아리움이었지?

"흐음…… 굳이 뽑자면 타고 싶은 것보단 동물들 보러 가고 싶네요."

"저도요!"

우리는 마음이 통했다는 듯 동시에 눈을 마주쳤고, 서로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나저나, 가기 전에 들린다는 곳은 도착 할 때까지 안 알려줄 거에요?"

아, 맞다. 얘기해준다는 걸 깜박하고 있었네.

어차피 곧 있으면 오월도 알게 될 거 끝까지 비밀로 할 생각은 없었는데, 출발할 때 혹시 사람을 마주칠까 신경 쓰느라 얘기할 정신이 없었다.

아마 비슷한 이유로 오월도 내게 물어보는 걸 깜박하고 있었겠지.

사실, 솔직히 얘기하면 딱히 비밀로 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냥 내가 민망해서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애초에 엄청나게 대단한 것도 아니니깐 말이야.

근데, 지금 와서는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곧 도착해요."

들어가서 직접 눈으로 보면 되니까.

재수 좋게 목적지 근처에 주차 자리가 있어 곧바로 차를 세운 뒤 오월과 함께 건물로 들어갔다.

미리 알아보고 오지 않는다면 여기 뭐가 있을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평범한 건물.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오월의 표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예상엔 분명히 날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놀이공원은 아직 더 가야 하는데, 이런 시내에서 갑자기 여길 들러야 한다고 따라오라 하니 어이가 없을 법도 하지.

그나저나, 저 선글라스는 도착해서 못 쓰게 해야겠어.

너무 고급 져서 눈에 띄잖아.

그렇게 계단을 올라가 가게 입구에 서니 오월이 토끼 눈을 뜬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시온 씨가 얘기한 방법이 이거였어요?"

오월은 문 앞에 서서 굳어버렸다.

저게 대체 무슨 반응이지? 선글라스 때문에 표정이 어떤지도 잘 모르겠잖아.

크흠, 생각해보니 오월의 의견은 신경도 쓰지 않고 너무 내 마음대로 했구나.

"어…… 혹시 싫은 건 아니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오월을 바라보자 그녀가 내 손을 살짝 붙잡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아니에요. 좋아요."

"반응이 차가워서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잠깐 놀랐던 거에요."

후우……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네.

난 문을 열어 오월을 먼저 가게 안으로 들여보낸 뒤 따라 들어갔다.

살짝은 어둡던 계단에서 실내로 들어가게 되자 확 밝아지는 시야.

어제 통화했던 내용대로 가게엔 아무도 없었지만, 분명히 영업 중인 모습이 확실했다.

잠시 가게를 둘러본 오월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짧게 감탄했다.

"와……."

눈앞에 수많은 옷들이 걸려 있다.

옷 가게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걸려 있는 옷들 대부분 비슷한 디자인을 하고 있고, 사이즈만 다른 같은 옷들이 사이 좋게 진열돼 있었거든.

"저 진짜 졸업하고 한 번도 안 입어봤는데……."

설렘이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오월과 눈이 마주치자 덩달아 나까지 두근거리는 기분이다.

난 별다른 대답 없이 오월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본격적으로 옷을 구경하려는 듯 앞으로 다가가던 오월이 멈칫했다.

"어, 근데 이렇게 마음대로 봐도 되나…? 여기 아직 오픈 안 한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천천히 구경해요."

난 여유롭게 차 키와 핸드폰을 카운터에 올려둔 뒤 오월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아니, 일하시는 분이 안 계시면 대여를 못 하잖아요."

"그냥 입고 나가면 돼요. 제가 여기 사장님이랑 미리 얘기해뒀어요."

"네…? 언제요…?"

꽤나 놀란 듯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오월에게 난 빙긋 웃었다.

"어제요. 오월 씨 샤워할 때."

"……미친."

입이 조금 거칠어서 그렇지, 오월은 지금 은근히 감동받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오월에게 말은 쉽게 했지만, 설득하느라 조금 애먹긴 했거든.

물론, 이 가게 사람들도 존나 어이가 없었겠지.

오픈 한 시간 전에 와서 아무도 없을 때 대여해 가겠다는 미친놈이 흔하진 않을 테니 말이야.

그래서일까, 사실 난 설득하는 데 실패했었다.

섭섭치 않은 성의와 끈질긴 부탁으로 계속해서 설득했지만, 가게 입장은 단호했고,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한 건 서하은의 전화 한 통이었다.

난 왜 뉴투브 촬영한다는 핑계를 생각 못했지?

서하은이 똑똑한 건지, 내가 바보인 건지…….

가게 대여비도 서하은이 확실하게 지불했으니 영상이 안 올라가도 문제 될 건 전혀 없을 것이다.

홍보 목적이 아니라, 촬영이 목적이었으니까.

그렇게 서하은의 큰 도움이 들어가긴 했지만, 어쨌든 이게 내 작전이다.

이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이 태반인데, 똑같은 옷차림인 사람들 속에서 누가 이 중 오월이 있을 거라 생각하겠어?

그리고, 다른 속셈도 하나 있긴 하지.

드디어 그 모습을 보게 되는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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