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화 〉 놀이공원 (2)
* * *
"어때요…?"
탈의실 문을 열고 나온 오월이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치맛자락을 가볍게 붙잡고 있었다.
"존, ……예뻐요."
시발, 하마터면 존나 예쁘다고 할 뻔했네.
인터넷에서 후기로 다른 여자들이 입은 걸 보면서 오월이 입으면 진짜 예쁘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거 실제로 보니깐 그런 수준이 아니다.
베이지색 체크무늬를 가지고 있는 하늘하늘한 플리츠 미니스커트는 시원할 정도로 길게 뻗은 오월의 다리를 허벅지까지 드러내고 있었고, 그 안으로 입은 흰색 반팔 와이셔츠는 은근히 타이트해 오월의 예쁜 허리 라인을 부각시켰다.
"진짜 너무 오랜만에 입어서 낯설어요."
속으로 집어넣은 와이셔츠를 어루만지며 치마와 같은 색상의 체크무늬 리본을 목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오월.
오월은 매고 있는 리본이 꽤나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예쁘기만 한데, 왜 그러는 거야.
난 오월에게 다가가 목에 매고 있는 리본을 똑바로 고쳐 매주었다.
"괜찮아요. 진짜, 진심 너무 예뻐요."
굳이 따져보면 따뜻한 색감을 가진 옷이지만, 오월이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도 상쾌하고 활발해 보이는 느낌이 든다.
팔이랑 다리를 드러내서 그런가? 아니면 몸매 자체가 워낙 훌륭하게 길게 뻗어 그렇게 느껴지나?
뭐,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날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짓고 있는 저 예쁜 얼굴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는 건 알겠다.
"……저도 알아요. 그냥 오랜만에 입어서 낯설다는 거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짓궂은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 오월.
예쁜 애들은 지 예쁜 건 기막히게 안다더니 오월도 딱 그렇다니까.
그럼에도 전혀 밉지가 않다. 오히려 더 호감을 느끼게 될 뿐이지.
그 와중에 본인이 말해놓고 본인도 민망한지 귀를 붉히고 있는 게 꽤나 귀엽다.
그나저나, 치마가 너무 짧은 거 아니야?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나름 활동적으로 움직일 텐데, 안 그래도 나풀거리는 치마가 저 정도 길이면 속옷까지 다 보이겠어.
난 대놓고 탐스럽게 드러나 있는 오월의 허벅지를 빤히 쳐다봤고, 오월은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풀거리는 치마 끝을 살짝 잡아 내렸다.
"왜 그렇게 봐요……?"
"치마, 너무 짧은 거 아니에요?"
"……그렇죠…? 속바지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요……."
그건 없는 게 낫지, 속바지는 사회악이야.
잠깐, 그렇다는 건 오월이 지금 저 나풀거리는 치마 안에 팬티밖에 안 입고 있다는 게 확실해졌다는 거잖아?
내가 자신의 다리를 더욱더 노골적으로 빤히 바라보자 오월은 조금 전보다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치마 끝을 잡아내렸다.
저러니깐, 괜히 더 놀리고 싶어지잖아.
아니, 솔직히 놀리고 싶다기보단 능욕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입고 그런 자세, 그런 표정을 지으면 나는 꼴릴 수밖에 없단 말이지.
오월은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뒤돌며 옷걸이에 걸린 다른 치마들을 구경하기 시작했고, 내 눈엔 그녀의 뒤태가 들어왔다.
워낙 엉덩이가 잘 힙업 돼 있어 치마가 살짝 들떠 있는 모습.
진짜 존나 꼴리네, 씨팔…….
난 CCTV 위치를 스윽 확인한 뒤 오월이 나오지 않도록 몸으로 가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오월에 뒤에 붙어선 나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체크무늬 치마를 들어 올렸다.
"꺄아?! 뭐, 뭐해요…!"
치마가 이런 치마여서일까, 평소보다 훨씬 더 야해 보이는 오월의 예쁜 팬티.
엉덩이에 타이트하게 붙어 있는 오월의 팬티는 아무리 봐도 제 기능을 절반 정도밖에 못하고 있었고, 그 덕에 내 눈에 잘 들어오는 뽀얀 엉덩이는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들었다.
체크무늬 플리츠 스커트랑 란제리 팬티라니, 조합이 너무 좋잖아.
그렇게 오월의 엉덩이와 속옷, 허벅지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으니 그녀가 거칠게 손을 밑으로 팍 내리며 치마로 엉덩이를 덮었다.
순식간에 눈앞에 있던 엉덩이와 팬티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체크무늬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진짜 미쳤어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치마 끝단을 꼬옥 쥔 손으로 엉덩이를 가리며 살짝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날 내려보는 오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치마를 내리며 엉덩이를 가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이게 조금 전 봤던 팬티보다 더 꼴리는 거 같다.
난 오월을 빤히 바라보다 싱긋 웃으며 허리를 폈다.
"아무도 없는데 뭐 어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오월은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갑자기 그러면 어떡해요…! 누가 봤으면 어쩌려고……."
"그냥 궁금해서 그랬어요."
어제만 해도 나랑 등산 중에 섹스까지 했으면서 엄청 뭐라 그러네.
하긴 뭐, 정말 사람 하나 마주칠 일 없을 거 같은 산이랑,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랑은 느낌이 상당히 다르겠지.
그래도 안전한 장소면 팬티 좀 볼 수 있는 거잖아?
아마 오월도 지금 막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볼에 귀여운 홍조를 띠며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래, 우리가 산에서 했던 걸 생각하면 이건 아무 일도 아니지.
난 혼자 민망해하는 오월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웃었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오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이씨…… 시온 씨 때문에 다른 거 입어야겠어요."
"아직 시간 여유 있으니깐, 이것저것 많이 입어봐요."
옷을 더 고르기 위해 걸어가던 오월은 날 슬쩍 흘겨본 뒤 나지막하게 말했다.
"진짜 변태 새…… 변태야!!!"
크흠, 오월이랑 많이 친해지긴 했구나.
그나저나, 이젠 나한테 자연스럽게 욕까지 하려고 하네…….
그래도 도중에 취소해줬으니 고마워 해야 하나?
오월을 슬쩍 바라보니 그녀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가벼운 포즈도 잡았다.
저런 모습 볼 때마다 귀여워 죽겠다니까.
그 와중에 포즈 한번 존나 프로페셔널하네, 어색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다.
자신이 사진 찍는 모습을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오월은 민망하다는 듯 핸드폰을 집어넣고 내게 혀를 살짝 내밀더니 고개를 휙 돌려 이내 다른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진짜 볼따구 한 번 꼬집어 주고 싶네.
난 혼자 히죽거리며 자리에 앉아 오월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건 어때요?"
오월이 두 번째 옷을 입고 탈의실 밖으로 나왔다.
같은 종류의 옷이긴 하지만, 조금 전 입었던 것과는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일단은 치마.
아까는 나풀거리는 플리츠 스커트 였지만, 지금은 타이트하게 딱 달라붙는 짙은 남색 H라인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다.
오월의 하체에 타이트하게 딱 달라붙어 있는 스커트는 그녀의 힙라인과 넓은 골반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그 덕에 훌륭한 각선미와 육감적인 몸매가 내 시선을 완벽하게 빼앗고 있다.
……시발, 환장하겠네. 왜 이렇게 예쁘냐.
심지어 치마의 길이가 꽤나 짧아 탐스러운 허벅지를 잔뜩 드러내고 있어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그 위로는 손목까지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옅은 남색 긴 팔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데, 완전 제대로 몸매를 드러내고 있어 오월의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을 돋보이게 한다.
그것도 그렇지만, 넥타이가 저런 역할을 하는지 몰랐네.
남색 셔츠보다 더 짙은 남색 넥타이는 오월의 풍만한 가슴에 걸쳐져 입체감을 더더욱 살려주고 있었다.
저것 때문에 더 섹시해 보이잖아.
아니, 그냥 오월이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이유 자체만으로 더 섹시한 건가?
조금 전에 입었던 게 귀여운 느낌이 강했다면, 이건 진짜 그냥 개꼴리네.
뭐, 어쨌든 간에 얼른 대답을 해줘야겠다.
너무 감상에 빠져 있느라 대답하는 것도 잊고 있었어.
날 바라보는 오월의 눈빛이 묘하게 기대에 가득 차있다.
"예뻐요. 굳이 고르자면 이쪽이 더 내 취향이네."
오피스룩 같은 느낌이라 너무 마음에 든다. 또, 존나게 꼴리고 말이야.
"그래요? 아까 것도 예쁘긴 한데……."
살짝 홍조를 띠고 있는 오월은 고민에 빠진 표정으로 거울을 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번엔 두 번째라고 처음 보여줬을 때처럼 부끄러워하지는 않네.
흐음, 아니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직업인 여자가 내 앞에서 한 번이라도 부끄러워한 걸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나?
뭐, 입고 입던 옷의 특성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겠지.
다 큰 어른이 입기엔 살짝 민망할 수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오월은 그새 적응한 듯 또다시 거울을 바라보며 자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다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 오월.
"흐음…… 시온 씨, 어떤 걸로 입을까요?"
"그걸로 해요. 진짜 예쁜데."
"……또 이상한 짓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죠?"
오월이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아니, 그냥 예쁜 거 골라줄 뿐인데,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아니에요. 아까 입은 것도 예쁘긴 했는데, 그건 와이셔츠가 반팔이라 추웠을 거에요. 지금 입은 게 딱 좋아요."
난 덤덤하게 말했고, 오월은 내 말을 듣자 어느 정도 신뢰가 생겼는지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이걸로 할래."
"잘 생각했어요."
"시온 씨는 뭐 입을 거에요?"
"전 오월 씨랑 세트로 맞춰 입어야죠. 아마 이쪽에 오월 씨 지금 입은 거랑 세트인 남자 거 있을 거에요."
"같이 찾아요. 저는 이 쪽 볼게요."
몸을 돌려 걸려 있는 옷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하는 오월.
내가 입을 바지를 찾기 위해 오월이 허리를 숙이자 타이트한 와이셔츠와 치마 덕분에 상당히 꼴릿하고 관능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
당장 뒤에서 오월을 거칠게 꽈악 끌어안고 싶은 기분이다.
크흠…… 아니, 진짜 다른 짓 할 생각 없었던 말이지?
근데, 이대로 놀이공원에 들어가서 계속 참는 것보단 차라리 지금 한 발정도 빼는 게 좋을 거 같다.
난 옷을 고르며 사이즈를 확인하고 있는 오월의 손목을 잡아당았다.
"응? 왜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오월.
"잠깐만 따라와요."
CCTV가 없는 곳으로 가야 하니, 적합한 장소는 탈의실뿐이네.
"네? 갑자기 왜 그래요?"
오월은 상당히 당황한 듯 말했지만, 별다른 저항 없이 내게 끌려왔다.
탈의실에 오월과 함께 들어온 나는 재빠르게 문을 닫았고, 오월은 그런 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흔들리는 오월의 눈동자.
오월이 묘하게 야릇한 숨결을 내뱉자, 난 본능적으로 시선을 내려 그녀의 몸을 관음하게 됐다.
풍만한 가슴 덕에 부풀어 있는 와이셔츠, 하지만 잘록한 허리 라인은 타이트하게 제대로 잡아주고 있고, 신축성이 좋아 보이는 남색 미니스커트는 오월의 골반과 엉덩이에 딱 달라붙어 색기를 뿜어내고 있다.
씨발, 이걸 보고 어떻게 참을 수가 있겠어?
"오월 씨."
"응…? 아, 아니. 네……?"
"입으로 해줘요."
무드라고는 좆도 없는 내 행동을 잠시 놀란 얼굴로 바라보던 오월은 이내 살포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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