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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221화 (221/273)

〈 221화 〉 놀이공원 (9)

* * *

"……완전 아이돌……."

"예?"

"아, 아뇨. 두 분 연예인 같다는 얘기였어요. 키도 크고, 예쁘고 잘 생겨서요……."

씨팔, 존나 깜짝 놀랐네.

옆을 돌아보니 오월도 십 년 감수했다는 표정으로 잔뜩 굳어있었다.

후우…… 존나 놀랐네. 다행히도 오월을 알아본 건 아닌 거 같다. 완벽하게 신상을 숨겨주는 용도는 아니지만, 나름 선글라스도 쓰고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애초에 알아봤었으면 처음부터 저런 반응이 아니었겠지.

난 앞에 있는 여자에게 내 핸드폰을 건네준 뒤 오월의 손을 붙잡고 다급하게 걷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잘 찍어주세요."

"넵!"

괜히 문제 생기기 전에 얼른 사진 찍고 여기서 벗어나야겠어.

그나마 다행인 건 주변에 사람이 얼마 없는 거네.

오월은 이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작게 한숨을 쉬며 속삭이듯 말했다.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저도요. 그래도 확실히 알아보는 사람은 없네요."

내 말에 오월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이 정도면 오월하고 조금 더 편하게 이곳저곳 다니며 놀아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오월이랑 같이 있으니 나도 저런 소리를 들어보는구나.

내가 잘난 건 아닐 테고, 오월 버프를 받았다고 생각해야겠지…?

잠깐 소동이 있긴 했지만, 무사히 해결했다.

사진을 찍어줬던 여자는 정말 단순하게 아이돌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우리는 칭찬해줬을 뿐이었다.

내게 핸드폰을 건네준 뒤 해맑게 인사하며 곧바로 가버렸으니 말이야.

뭐 상당히 쫄긴 했지만, 그 덕에 오월하고 찍은 사진이 한 장 더 생겼네.

어린 커플이 생각보다 사진을 잘 찍어줘서 오월도, 나도 아주 만족했다.

어쨌든, 지금은 그 두 사람과 감사 인사를 나누고 조금 전 오월이 말했던 리프트를 타고 동물들을 보러 가고 있다.

후우…… 다시 생각해도 별일 없어서 다행이지, 아이돌이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은 정말 들킨 줄 알고 당장이라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다.

딱히 증거만 안 남기면 문제가 될 게 전혀 없으니까.

놀이공원에서 오월이 남자랑 데이트하는 모습을 봤다고 해도 증거가 없으면 누가 믿어주겠어?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그런 위험부담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히 안심 중이다.

오월도 처음엔 상당히 놀라서 표정이 굳어있었지만, 지금은 리프트에 타서 나랑 몇 마디 나누고 시간도 조금 지나서 그런지 꽤나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처음에 와서 탔던 리프트와는 다른 걸 타서 그런가 그때 탔던 풍경하고는 확실히 다르네.

같은 장소이긴 하지만, 보는 높이와 위치가 변하니 또 새로운 맛이 있다.

확실히 존나 넓긴 넓어.

여길 이거저거 타러 신 나게 걸어 다녔으니 지칠 만도 하지.

옆을 돌아보니 별생각 없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오월이 눈에 들어왔다.

"오월 씨, 안 피곤해요?"

"네. 아직 점심이잖아요."

아침부터 점심까지 줄 서고 걸어 다녔으면 피곤한 게 정상 아니냐…?

오월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 바라봤고, 난 괜히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하하. 점심은 뭐 먹을까요?"

"그냥 지나가다 괜찮은 거 보이면 들어가서 먹어요."

기집애, 기운도 좋네.

뭐, 아이돌이니 체력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으려나?

기본적으로 겪어야 하는 스케줄 만만치 않을 테니 말이야.

근데, 따먹힐 땐 왜 그렇게 힘들다고 죽는소리를 하는 거야?

대뜸 질문하고 싶은 마음에 오월을 바라봤지만, 곧 리프트에서 내려야 할 상황이라 참았다.

오월이 말했던 대로 리프트에서 내려 얼마 걷지 않아 곧바로 동물들이 모여있는 곳이 나타났다.

동물들도 귀엽긴 하지만, 의외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주변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었다.

확실히 길이 겹치는 경우가 있으니 마주쳤던 사람을 또 마주치는 경우가 은근히 있네.

뭐, 다행히 다들 귀여운 동물들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어 오월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는 상태였다.

이 정도면 마음 편하게 구경해도 되겠어.

"와…! 시온 씨, 이거 봐요!"

오월이 다급하게 내 손목을 잡아 끌고 간 방향을 바라보니 상당히 귀여운 동물들이 많았다.

"얘 너무 귀엽지 않아요?"

갈색 털 뭉치 옆에 살짝 쭈그려 앉은 오월은 만지지는 못하니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손짓을 하고 있었다.

크흠, 귀엽긴 한데 솔직히 오월이 더 귀엽다.

살짝 몸을 숙이니 안 그래도 타이트한 옷이 몸의 굴곡을 더욱더 드러내 야릇하기도 하고.

시발, 더 보고 있다가는 가서 만지고 싶어질 거 같아.

난 꼴릿한 오월의 모습에서 괜히 시선을 돌리며 안내문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걔는 '카피바라'래요."

"뭐가요?"

"옆에 있는 애 이름이요."

"너 이름이 특이하구나."

지 이름이 더 특이한데…….

그 뒤로 오월은 아쿠아리움에 있을 때보다 더 높은 텐션으로 동물들을 구경했다.

물론,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차분하고 얌전하긴 했다.

주변에 있던 게 대부분 어린 애들이었거든.

어쨌든 재밌게 구경했다.

여러 종류의 원숭이들과 존나 말도 안 되게 귀여운 사막여우, 장식인 줄 알았던 거북이까지.

이 외에도 이름 모를 많은 동물이 있었는데, 솔직히 오월의 뒤태를 쳐다보느라 제대로 보진 못했다.

구경을 열심히 했던 건 오월이었지, 난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가볍게 한 바퀴를 돈 뒤 지금은 앵무새들이 있다는 실내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색을 가진 작은 앵무새들.

많지는 않지만 꽤나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몇 명은 손바닥에 먹이를 담은 채 손에 앵무새를 얹어 밥을 주고 있었다.

뭐, 대부분은 애들이긴 했지만…….

혹시나 싶어 옆을 돌아보니 역시 내 예상대로 오월이 그 모습을 상당히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할래요?"

"……."

귀엽게 입을 앙다문 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오월.

난 옆에서 팔고 있는 무슨 잡곡 같은 앵무새 먹이를 사서 오월에게 건네줬다.

"……고마워요."

"뭘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내게 배시시 웃어 보인 그녀는 손에 먹이를 담은 채 앵무새들에게 가볍게 내밀었고, 여러 군데로 흩어져 있던 앵무새들 몇 마리가 날아와 오월의 손에 앉았다.

"으…… 느낌 이, 신기해요……."

지금 아무리 봐도 느낌 이상하다고 말하려 했던 거 같은데…….

난 작게 실소를 터트렸고, 오월의 예쁜 손에 앉은 예쁜 앵무새들을 정신없이 먹이를 주워 먹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러고 있으니 무슨 신화에 나오는 여신님 같네.

굳이 따져보면 여왕님에 가깝긴 하지만, 새들이 굳이 여왕한테 달라붙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어서 여신으로 했다.

심지어 조금 전까지 그냥 평범하게 예쁜 앵무새들이었는데, 오월의 손에 앉아 있으니 지금은 뭐랄까 더 고급스러워 보이네.

어쨌든 그렇게 밥 주기 체험을 끝내고 우린 자연스럽게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위층으로 올라오니 밑에 와 다르게 주변에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쪽은 구경할 게 없어서 다들 안 오는 건가?

뭔가 싶어 오월과 함께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묘한 것들을 몇 개 찾아냈다.

"시온 씨, 쟤네 살아있는 거 맞죠?"

"어…… 그런 거 같은데요?"

모형처럼 나무에 앉아 있는 커다란 앵무새들이 몇 마리 있었다.

혹시 모형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니 고개를 움직이는 앵무새.

"와, 씨…… 살아있는 거 맞네."

"……완전 신기하게 생겼어요."

"오월 씨도 신기하게 생겼나 봐요. 얘가 계속 쳐다보는데요?"

"아니거든요."

나와 오월은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오월 씨, 한 번 인사해봐요."

"안녕?"

­안녕!

와…! 씨팔, 존나 신기해.

오월이 인사를 하자 앵무새로 곧바로 답했다.

우린 작게 호들갑을 떤 뒤 곧바로 다른 걸 시켜보기로 했다.

"어, 이제 또 뭐라 말 걸어볼까요?"

"오월 씨가 직접 골라서 해봐요."

이렇게 한창 재밌을 즈음 되니 밑에서 다른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둘만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하필 지금 오냐.

밑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우리 앞에 앵무새가 있는 걸 확인하고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월!

……뭐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오월도 마찬가지인 듯 하네.

앵무새는 우리가 아무런 반응도 해주지 않자 한 번 더 말했다.

­오월!!!

이 씨팔, 조용히 좀 해라!

문제는 이미 가까이 다가온 사람들이 전부 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오월? 오월이 뭐야?"

"오월이면 그 아이돌 아니야?"

"아, 그 엄청 예쁜애 걔 얘기하는 건가?"

이런 상황에서 모르는 사람한테 갑작스럽게 받게 되는 칭찬은 오월도 조금 버거웠는지 잔뜩 귀를 붉히고 있었다.

"근데, 앵무새가 갑자기 오월은 왜 찾는 거야?"

"모르지. 새들이 원래 예쁘고 반짝거리는 거 좋아한 데잖아. 그래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아니면 사육사가 오월 팬인 거 아니야?"

다행히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도 주지 않은 채 앵무새만 바라보고 있었고, 난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얼른 가죠."

난 오월만 들을 수 있도록 나지막하게 속삭이며 동시에 그녀의 손목을 잡아 빠르게 그곳에서 벗어났다.

시발,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어떻게 하루에 두 번이나 생기지?

오월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넋이 제대로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앵무새들이 있는 곳에서 꽤나 떨어진 벤치에 앉게된 나와 오월은 잠시 서로를 빤히 쳐다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폭소를 터트리게 됐다.

"아…… 배 아파. 아니, 앵무새 너무한 거 아니에요?"

"자꾸 이것저것 시키려 해서 기분이 안 좋아져 있었나 봐요."

"프흡…! 성격 너무 나쁘네."

"그런 걸 떠나서 진짜 어이없긴 하네요. 우리 다른 말도 많이 했는데, 왜 하필 이름이야?"

"시온 씨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던 거 아니에요?"

흐음…… 그럴 수도 있으려나?

뭐, 어찌 됐든 우리도 그렇지만 조금 전 앵무새 집에 같이 있던 사람들도 본인들 바로 뒤에 있던 게 오월이라는 걸 알게 되면 우리 이상으로 어이가 없을 거다.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고는 절대 상상도 못했겠지.

내가 생각해도 존나 골때리긴 하네.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실컷 웃은 뒤 평정심을 되찾았다.

"시온 씨,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아, 그러면 오늘 길에 저 마실 거 하나만 사다 주세요."

"알겠어요."

1티어 아이돌한테 심부름을 시키는 인생이라니…… 진짜 존나 짜릿하네.

걸어가는 오월의 뒤태를 바라보니 기분이 더 묘해진다.

심부름 뿐만이 아니지. 사실상 내 좆집이랑 다를 게 전혀 없으니 말이야.

저 길게 뻗은 아름다운 다리와 탐스러운 엉덩이, 잘록한 허리와 넓은 골반까지 전부 다 내 것이다.

후우…… 이제 못 참겠다.

슬슬 준비해 온 걸 사용할 타이밍을 찾아야겠어.

화장실에 다녀온 오월이 작게 홍조를 띠며 조금 전 사온 음료수를 내게 건네줬다.

"자꾸 얘기해서 민망한데…… 시온 씨, 데려와 줘서 진짜 고마워요."

크흠, 부담스럽게 뭐가 자꾸 고맙다고 그러냐, 나 좋자고 하는 것도 있는 건데.

아니지, 지금이 타이밍인가?

"고마우면 부탁 하나 더 들어줘요."

"흐음……, 알겠어요."

이젠 내 부탁이면 일단 의심부터 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설마 지금 밖에 있다고 내가 크게 어렵지 않은 부탁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거라면 오산인데.

싱긋 웃으며 무언갈 꺼내는 날 보고 그제서야 얼굴에 긴장이 피어오르는 오월.

난 그런 오월에게 무선 바이브레이터를 내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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