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 로렌 오키나와 (2)
* * *
공항 밖으로 나와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던 로렌은 택시를 발견하곤 곧장 그쪽으로 걸어갔다.
오래된 디자인이지만, 상당히 깨끗한 택시들.
굳이 올드카를 쓰는 이유가 있나? 신기하긴 하네.
로렌과 내가 캐리어를 끌고 택시 앞에 서자 기사가 우리에게 다가왔고,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우리의 짐을 캐리어에 실어주었다.
말은 딱히 안 통하지만, 미소만 봐도 친절하다는 게 느껴진다.
어쨌든 우리는 택시에 탔다.
기사가 운전석에 앉자 다급하게 가방을 뒤지며 쪽지 한 장을 꺼내 건네주는 로렌.
로렌과 기사는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간단한 대화를 나눴고, 이내 기사가 친절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 출발했다.
"호텔 주소 적어온 거에요?"
"응.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왜요? 잘하던데."
"됐거든."
내가 재밌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로렌은 민망했는지 창 밖을 바라봤다.
폰으로 적어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직접 손수 적은 쪽지라니, 존나 귀엽네.
누군가 종이에 뭔가를 적어서 건네주는 모습은 진짜 오랜만에 본다.
로렌도 저런 모습을 보면 은근 아줌마 같단 말이야.
아니지 아줌마가 맞나?
로렌을 가볍게 훑어보니 남자의 시선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뽀얗고 건강미가 가득한 허벅지와 평소보다 더 어려 보이는 예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이 겉모습 때문에 그녀가 애 엄마라는 사실을 자꾸 깜박하게 되는 거지.
그나저나, 차선이 반대여서 적응이 존나게 안되네.
어지간하면 여행 와서 무조건 렌트를 했을 텐데, 이거 때문에 일부러 차도 안 빌렸다.
심지어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지러울 지경이야.
그래도 풍경은 꽤나 좋다.
공항에 딱 도착했을 땐 딱히 이국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 살짝 실망했었는데, 지금 해안도로를 따라 택시를 타고 움직이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느꼈던 실망은 어느새 전부 사라져 있었다.
땅에 가볍게 걸쳐져 있는 듯한 바다, 경계선이 희미한 하늘.
풍경을 보러온 건 아니지만, 예쁘면 눈은 즐거우니깐 말이야.
해안도로를 벗어나니 묘하게 낯선 일상을 담고 있는 시내를 구경하는 맛도 상당히 좋았다.
일단 쓰는 말이 달라서 그런가 간판하고 건물만 봐도 신기한 거 같네.
"시온아 그렇게 재밌어?"
"네? 뭐가요?"
고개를 돌려 로렌을 바라보니 그녀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밖에 보는 거 얘기하는 거야. 너 무슨 사파리 버스에 탄 초등학생 같애."
크흠, 너무 정신 놓고 쳐다보고 있긴 했지.
이게 나름 힐링이 돼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 듯 창밖을 봤던 거 같다.
"솔직히, 전 지금 이 택시도 신기해요. 운전석이 반대로 돼 있는 것도 신기한데, 심지어 시트에 깔려 있는 이 흰색 천, 이거 감촉이 너무 좋아서 더 신기해."
나 이런 거 존나 싫어하는데, 대체 뭘 깔아놓은 거야?
당황스럽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로렌.
"너 별걸 다 신기해 하는구나……."
아니, 이런 올드카가 이렇게까지 편안하고 아득한데, 이게 어떻게 안 신기하지?
하긴 로렌을 오월만큼 차를 안 좋아하니 이런 건 공감대 형성이 안 되겠지.
오월이었으면 같이 손뼉을 쳤을 텐데 말이야.
뭐, 로렌은 로렌만에 매력이 있는 거니까.
"사실 누나가 제일 신기해요."
"응? 내가 왜?"
"나보다 어른인데, 어떻게 그리 귀엽나 싶어서."
"……왜 이래."
로렌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날 노려봤는데, 그런 그녀의 볼에 홍조가 피어있었다.
진짜 귀엽다니까.
"아니, 맞잖아요. 그 꼬깃꼬깃 접어온 쪽지도 너무 귀여워."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아까도 놀리려고 했던 거지?"
"아닌데요? 진짜 귀여워서 그런 건데."
홍조를 띠던 로렌은 이제 귀까지 붉히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어린 게 어른을 놀리고 있어!"
참내, 나도 어른이거든?
그리고, 굳이 따져보면 나랑 엄청나게 나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면서 뭘.
난 툴툴대듯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보다 어른인데 왜 밑에 깔리면 저한테 존댓말 해요?"
"……뭐?"
"막 주인님이라고 하던데."
"야…!"
로렌을 얼굴을 잔뜩 붉히며 다급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내 입을 틀어막으려 했고, 난 어깨로 그녀를 슬쩍 밀어내며 고개를 돌렸다.
"알겠어요. 이제 안 놀릴게."
난 실실대며 웃는 반면, 로렌은 난처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 그렇게 안 불러줄 거야…!"
"자신 있어요?"
"……."
의기양양한 눈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날 노려보던 로렌을 결국 고개를 푹 숙였다.
결국 저럴 거면서 까불고 있어.
그나저나, 이 난리를 치는데도 별 반응 없는 걸 보니 한국말은 잘하는 택시 기사는 아닌 거 같네.
아니면 직업 정신이 굉장히 투철하거나.
어쨌든, 로렌을 놀리며 즐겁게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오키나와 안에 있는 아메리칸 빌리지.
로렌과 내가 타고 있는 택시는 커다란 관람차를 지나쳐 예쁜 건물들 속으로 들어갔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와 다르게 이국적인 느낌이 정말 주변에 넘쳐흘러나고 있었다.
특히 저 대관람차, 엄청 눈에 띄네.
여기서 렌트를 안 한 이유가 하나 더 나오는 거지.
여행 일정 내내 로렌과 나는 이곳에서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다.
여기 자체에 나름대로 놀 것도 많고, 맛집도 잔뜩 있으니 굳이 귀찮게 다른 곳까지 나갈 필요가 없거든.
심지어 건물도 그렇고, 분위기가 살짝 놀이공원 같은 느낌이 나서 묘하게 더 설레는 것 같다.
그렇게 아메리칸 빌리지를 가볍게 훑어보며 우리는 안쪽으로 들어오게 됐고, 이내 처음 로렌이 택시기사에게 보여줬던 호텔에 내리게 됐다.
여기였어? 주변 건물이 다 낮은데다 혼자 크고 높은 게 멀리서부터 꽤나 눈에 띄긴 했는데, 우리가 지낼 호텔일 줄은 생각도 못 했네.
"호텔 엄청 크네요?"
"그러게, 나도 이런 느낌일 줄은 몰랐어."
로렌도 의외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긴 뭐, 사진만 봐서는 감이 잘 안 오니까.
택시가 서자 우리는 계산을 한 뒤, 차에서 내렸고, 기사도 함께 내려 곧바로 트렁크에서 로렌과 내 캐리어를 꺼내주었다.
마지막까지 친절하네.
처음엔 이 친절이 참 신기했는데, 택시비를 내고 나니 납득이 갔다.
뭐, 택시비가 저렴했어도 친절했을 거 같긴 하지만.
어쨌든 짐을 챙긴 우리는 곧장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
역시, 내 예상이 맞네.
겉모습만 크고 높은 게 아니라, 내부도 상당히 화려하고 전체적으로 고급진 호텔이었다.
이 정도면 등급도 상당히 높겠네.
주변을 둘러보며 한눈을 팔고 있는데, 로렌이 내 팔뚝을 가볍게 두드렸다.
"나 체크인하고 올게. 조금만 기다려."
"같이 가면 되지, 왜 혼자 가요?"
"……나 일본어 하는 거 보면 너 또 놀릴 거잖아."
삐진 듯한 표정으로 볼을 살짝 부풀리는 로렌.
"안 놀려요. 그거 가지고 왜 놀려요?"
"됐어! 안 믿어!!! 따라오지 마!"
로렌은 내게 캐리어를 맡긴 채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솔직히 별생각 없었는데, 먼저 저렇게 얘기하니깐 존나 놀리고 싶어지네.
이따 섹스할 때 일본어로 신음을 내게 시켜볼까…….
그럼 옆 방에서는 우릴 일본인 커플로 알겠지?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상상에 나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일본어로 신음을 내며 내 밑에 깔린 채 허리를 흔드는 로렌이라니…….
잠깐만, 이거 생각보다 꼴리는데…?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체크인 줄을 서고 있는 로렌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로렌의 뒤태가 눈에 들어왔다.
엉덩이가 워낙 예쁘게 힙업돼 있어 뒤쪽이 살짝 들려 있는 플리츠 미니스커트도 존나게 꼴렸지만, 드러난 뽀얀 허벅지와 검정 니삭스의 조합도 만만치 않다.
오는 길에도 내내 진짜 암캐 같은 년이 존나 꼴리게 입고 왔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곧 호텔방에 들어갈 예정이라 그런가 로렌의 모습이 내 자지에 더욱더 피를 쏠리게 한다.
심지어 서 있는 나라가 변했는데도 여전히 로렌을 향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이게 은근히 내가 우월해지는 느낌과 야릇한 승리감을 동시에 만들어준다.
후우…… 일단 밥 먹기 전에 할 일은 정해졌네.
그렇게 로렌의 뒤태를 관음하고 있으니 체크인을 마친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의아한 표정으로 예쁜 미소를 짓는 그녀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존나게 맛있어 보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로렌이 예약해놓은 호텔방에 들어왔다.
드디어 숙소 도착이구나.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가니 우선 침대 두 개가 눈에 띄었고, 그 너머 창문 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오션 뷰네.
캐리어를 대충 밀어놓은 뒤 투숙객을 위해 여러 가지가 세팅된 방안을 가로질러 창문에 가까이 다가가니 바로 앞에 예쁜 테이블과 의자가 세팅된 발코니가 있었고, 난간 너머로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모래사장이 보였다.
이 정도 호텔에 이 정도 뷰를 가진 방이라니.
로렌 돈 좀 썼겠는데?
난 고개를 돌려 로렌을 바라봤고, 그녀는 내가 내팽개친 캐리어를 정리하고 있었다.
"캐리어부터 치워야지 이렇게 던져두면 어떡해."
"아, 넵."
저러니깐, 이제야 유부녀 같네.
난 잠시 바깥을 구경한 뒤 로렌에게 다가갔다.
쭈그려 앉아 캐리어를 정리하고 있는 로렌은 치마를 입은 채 내게 속옷을 보이는 건 부끄러웠는지 양쪽 허벅지를 엇갈려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짧은 플리츠 스커트 덕분에 속옷만 가려진 뿐, 뽀얀 허벅지는 대놓고 드러나 있어 꽤나 관능적인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있다.
차라리 치마 속이 보이는 게 덜 야할 거 같네.
내가 쭈그려 앉아 있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걸 느꼈는지 로렌은 고개를 들어 날 올려다봤고, 난 허리를 살짝 숙이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누나, 나 섹스하고 싶어."
느닷없는 내 말에 꽤나 당황했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는 로렌.
"……지금?"
"어, 당장."
날 올려다보던 로렌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고, 그 모습은 내 이성의 끈을 끊어버렸다.
"꺄아……."
다급하게 로렌의 손목을 붙잡는 나는 그녀는 곧바로 일으켜 세워 침대에 반쯤 집어 던졌다.
침대에 엎어져 있던 로렌은 천천히 몸을 돌렸고, 그 탓에 자연스럽게 내게 다리를 활짝 벌리게 됐다.
여기까지 오늘 길 내내 너무도 보고 싶었던 로렌의 치마 속.
탐스러운 허벅지 안쪽과 깨끗한 고간, 그리고 보지를 가리고 있는 야릇한 팬티까지 보게 되니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게 됐다.
니삭스까지 똑바로 신고 있을 정도로 옷을 완벽하게 갖춰 입고 있는데, 침대에 누워 다리를 벌린 채 부끄러워하며 내게 치마 속을 보이고 있는 여자라니.
심지어 속바지는 당연하다는 듯 안 입고 있다.
씨발, 너무 완벽하잖아.
난 뭔가에 홀린 듯 눈앞에 치마 속을 바라보며 로렌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자, 잠깐만…! 옷 좀… 벗고…!"
"아니. 다른 건 벗지 말고, 팬티만 벗어."
"……응?"
내게 활짝 다리를 벌리고 있는 로렌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날 바라봤고, 난 무덤덤하게 말했다.
"오늘 옷 입은 게 너무 예뻐서 이 상태 그대로 따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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