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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236화 (236/273)

〈 236화 〉 로렌 오키나와 (6)

* * *

"근데, 그렇게 입고 하루 종일 다니면 안 춥겠어요?"

"흐음…… 딱히 추울 거 같진 않은데?"

로렌은 날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긴, 지금 날씨는 오히려 덥다고 느껴질 수준이지.

"그런가."

난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로렌의 티셔츠 위로 봉긋 솟아있는 가슴을 힐끔 쳐다봤다.

브라가 희미하게 보이는 얇고, 짧은 티셔츠.

솔직히 추울까 봐 라기보단 나도 모르게 자꾸 로렌의 몸에 시선이 가서 한 질문이지, 딱히 걱정한 건 아니다.

물론, 아프면 걱정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얼른 가서 밥 먹어야겠다.

로렌을 실컷 따먹어서 그런가 허기져 죽겠어.

"여기 맛있네요."

"그치? 괜찮은 거 같아."

로렌은 눈앞에 있는 태블릿으로 초밥을 골라 주문하며 날 보고 싱긋 웃었다.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초밥집이어서 그런가 꽤 괜찮네.

회전초밥집이라 큰 기대 안 했는데 말이야.

뭐, 솔직히 아침부터 정신없이 움직이고 호텔에서 로렌한테 잔뜩 싸지르느라 배가 꺼져있긴 했다.

본토의 맛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이 상황에선 뭘 먹어도 맛있지.

"누나 저 맥주도 시켜주세요."

기겁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로렌.

"도착한 지 얼마나 됐다고 술을 먹어?"

크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로렌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오자마자 누나도 따먹었는데, 뭐가 문제예요?"

"……야!"

로렌은 흠칫 놀라며 날 살짝 밀어냈고, 난 잔뜩 귀를 붉히고 있는 그녀를 보며 씨익 웃었다.

"맥주 먹는다고 안 취해요. 오랜만에 일본 맥주 좀 먹어보게 얼른 시켜줘요."

이거 때문에 렌트도 안 했는데, 술 한잔해줘야지.

휴양도 있지만, 나름 식도락 여행이란 말이야.

물론, 로렌도 먹는 걸로 취급한다. 존나게 따먹어야 되니까.

"진짜 망나니 같네……."

짓궂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며 다시 능숙하게 태블릿을 터치하는 로렌.

로렌이 일본어를 잘 해서 능숙한 건 아니고, 태블릿 자체가 한국어 패치가 돼 있다.

힘세고 강한 아침 같은 번역이 되어있긴 하지만, 나름 관광객을 위한 배려라 생각하니 묘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레일이 2층으로 깔려있는 건 진짜 존나 신기하네.

태블릿으로 주문한 초밥이 2층 레일을 타고 특송으로 날라온다.

"와, 진짜 볼 때마다 적응 안 되네."

내가 2층 레일에서 초밥을 내리자 로렌은 날 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래도 이런 게 있어야 놀러 온 맛이 나지 않겠어?"

"뭐, 그건 그렇죠."

로렌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바라보니 귀엽게 생긴 여자 종업원이 양손에 맥주를 들고 서 있었다.

근데 왜 두 잔이야? 하나만 시켰는데.

종업원은 친절한 인사를 하며 내 옆에 맥주 두 잔을 놨고, 로렌도 미소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이거 잘못 온 거 아니에요? 왜 두 잔이나 가져다주지?"

"하나는 내 건데?"

로렌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맥주 한 장을 챙겨 자신의 앞으로 가져갔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자 입술을 삐죽 내미는 로렌.

"너만 입이니?"

"아, 아뇨.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누나도 술 마실 줄 몰랐죠."

잔뜩 당황한 내가 다급하게 대답하자 로렌이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이야."

"……이씨, 삐진 줄 알았네."

"이런 거 가지고 내가 삐지겠니?"

어깨를 으쓱이는 로렌.

당당하게 굴기는 한 시간 전만 해도 침대에서 내 밑에 깔려 주인님이라고 울부짖던 게…….

입밖으로 꺼내서 놀릴까 했는데, 저 상반되는 태도가 너무 귀여워서 참았다.

"하긴, 누나가 삐지는 성격은 아니죠."

엉덩이가 벌게질 정도로 두들겨 맞아도 질싸 한 번 해주면 다 풀리는 여자니깐.

내가 순수히 수긍해주자 로렌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맥주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나도 술 좋아해. 대낮에 마시는 건 별로지만……."

"그럼 이따 저녁에 먹지, 왜 지금 먹어요?"

"……너랑 같이 마시고 싶어서……."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는 로렌.

귀엽네, 진짜.

잠시 후, 내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확인한 로렌은 다급하게 말했다.

"그, 그리고 초밥엔 맥주가 있어야지!"

"그래요?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원래 그런 거야!!!"

난 맥주가 가득한 잔을 들어 로렌에게 내밀었고, 그녀는 분하다는 눈빛으로 날 노려봤지만, 결국 나와 잔을 가볍게 부딪혔다.

기분 좋을 정도로만 배부르게 먹고, 적당히 달아오를 정도로 마셨다.

아니, 애초에 몇 잔 마시지도 않았으니 딱히 달아오를 것도 없지.

그래도 더 마시긴 조금 그렇다.

아직 게임장이나 근처 큰 건물들은 조금 구경하고 싶단 말이야.

다른 건 관심 없어도 옷 정도는 괜찮은 거 있으면 사고 싶기도 하고.

"누나, 이제 슬슬 갈까요?"

"응. 배불러. 나가서 좀 걸어야 할 거 같아."

배부르다는 로렌의 말에 그녀의 배를 살짝 봤는데, 배가 부른 건지 전혀 모르겠다.

애초에 저기 애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

로렌은 계산하기 위해 종업원을 부른 뒤 카운터로 갔고, 난 별생각 없이 그녀를 따라가 옆에 서 있었다.

접시를 확인한 뒤 카운터로 빠르게 걸어와 계산을 돕는 귀엽게 생긴 여자 종업원.

간단하고 짧은 대화가 오가며 계산이 전부 끝났다.

로렌은 은근히 일본말을 잘한단 말이지.

역시, 외국어는 자신감인가?

나도 묵례만 하지 말고, 이번엔 입으로 소리 내서 인사 한 번 해봐야겠어.

로렌이 날 지나쳐 출입문을 향하자 난 시선을 마주치고 있던 종업원에게 말했다.

"이타다키마스."

"…?"

종업원이 의아한 눈빛과 함께 굉장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시온아, 너 뭐해…?"

"왜요?"

"초밥 더 먹을라고?"

"……네? 아!!!"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내 반응과 함께 종업원과 로렌의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씨발, 내가 지금 '잘 먹겠습니다.' 라고 한 거구나.

귀엽게 웃고 있는 종업원에게 난 멋쩍은 표정으로 사과했고, 이후 웃겨 죽으려 하는 로렌을 반강제로 끌고 나왔다.

"그만 웃어요!"

"왜? 들어가서 식사 더 하시려고?"

내 옆에 바짝 붙어 팔짱 낀 로렌은 상당히 즐거워 보이는 표정으로 실실대고 있었다.

"자꾸 까불면 진짜 엉덩이 때린다."

"흡…… 여기선 안돼. 사람들 보잖아……."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내 시선을 피하는 로렌.

그 와중에 사람들 안 보는 곳이면 상관없다는 거냐?

잊고 있었는데, 로렌도 진짜 대단한 여자라니까.

팔꿈치에 가슴 닿는 느낌이 좋아서 봐준다. 티셔츠가 얇아서 더 좋네.

그나저나, 괜히 씨팔 입 털어가지고 놀림거리 하나 생겼구나.

진심으로 너무 쪽팔려서 댓글 명령으로 그냥 기억을 지워버리려다 그런 짓을 하면 오히려 자괴감이 더 크게 몰려올 거 같아서 포기했다.

로렌이 저렇게 즐거워하는데, 그냥 기억을 지워버리는 게 살짝 미안하기도 하고…….

근데 저렇게 히죽대는 모습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야!"

내가 팔꿈치로 풍만한 가슴을 쿠욱 누르자 흠칫 놀라는 로렌.

"자꾸 웃으면 진짜 혼나요."

"히잉, 본인이 웃겨 놓고……."

시팔, 맞는 말이긴 해.

난 작게 한숨을 쉰 뒤 인상을 살짝 쓰며 로렌을 내려다봤다.

"아니, 애초에 잘 먹었습니다.가 일본어로 뭔데요?"

"고치소사마데시타. 라고 하는 거야."

덤덤하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가르침을 전하는 로렌.

그게 뭔데 씹덕아…….

"미친, 난생처음 들어보는 말이네."

툴툴대는 날 보며 로렌은 실소를 터트렸다.

"그래도 잘했어. 원래 용기 내는 게 중요한 거야. 시온이 너는 용기보단 무지에 가까웠지만……."

"그만해라. 저쪽 골목으로 끌고 가기 전에."

"……넵!"

로렌은 토끼 눈을 뜨고 놀란 척 숨을 참으며 대답했고, 난 그 모습을 보고 결국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하아…… 귀여우니깐 참는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큰 건물을 따라 걷다 보니 금세 난 계속해서 오고 싶었던 게임장을 찾을 수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을 내 예상을 완전히 박살 냈다.

아니, 이렇게 크다고?

진짜 당황스러울 정도로 게임이 많았고, 그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종류도 엄청나게 많네. 일반적인 오락실 게임부터 총, 오토바이, 자동차, 저건 뭐야?

탁구…? 진짜 별게 다 있구나.

내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두리번거리고 있자 로렌은 아예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저러니깐, 이제야 조금 애 엄마 같네.

난 그런 로렌의 손을 붙잡아 안쪽으로 끌고 들어갔다.

"빨리 와요. 이런 데까지 와놓고 게임 안 할 거에요?"

"나 게임 할 줄 모른다니까…!"

난처한 표정으로 짓고 있었지만, 내게 순수히 끌려오는 로렌.

"누나도 할 수 있는 걸로 고를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일본어 잘한다고 잘난척했지?(한 적 없다.) 이제 내가 골통을 깨주마.

첫 번째 게임은 이니셜D.

술먹고 오락실에서 하는 자동차 게임 1순위다.

물론, 내 기준이다.

난 로렌의 시트를 세팅해준 뒤 그녀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이쪽 버튼 누르고, 마음에 드는 차 고르면 돼요."

"뭔지도 모르는데…?"

"그냥 디자인 보고 골라요. 난 어차피 누나랑 똑같은 차 고를 거니까."

"흐음……."

로렌은 잠시 고민한 뒤 빠르게 차를 선택했다.

역시, 보는 눈이 있네. 남자는 죽을 때까지 GTR이지.

내가 자신과 똑같은 차를 선택한 걸 본 로렌은 의아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근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각 잡고 하는 거야…?"

"당연히 내기죠. 이유 없는 게임이 어딨어요."

"아니, 있을 수도 있지……."

그건 그렇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간단하게 소원 걸고 하죠.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주기."

로렌이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그녀도 운전 경력자. 자동차 게임인데 못할 건 뭐야.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하던 로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하는 것보단 뭐 걸고 하는 게 재밌으니까."

됐다. 생각보다 쉽게 넘어왔네.

난 로렌을 보고 씨익 웃은 뒤 곧바로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그런 날 바라보며 부드럽고, 포근한 미소를 짓는 로렌.

……이거 약간, 아이 수준에 맞춰서 놀아주는 엄마 느낌인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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