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5화 〉 로렌 오키나와 (15)
* * *
역시 수영복은 비키니가 최고다.
몸을 가리고 있던 수건이 점점 사라지자 빨간색 비키니를 입은 로렌의 몸이 드러났다.
허리쯤 까지 흘러내린 수건을 자연스러운 손길로 접어든 로렌은 민망한 표정을 짓고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걷는 순간마다 관능적으로 출렁이는 가슴, 잘록한 허리와 넓은 골반에 매달려 있는 듯한 짧고, 자극적인 팬티.
예쁘게 올려 묶은 머리까지 완벽한 꼴림 그 자체였다.
저번에 입었던 모노키니보다 더 관능미가 느껴지는 거 같네.
하긴, 생각해보면 여름휴가 때 자리는 사실상 같은 회사 소속인 뉴투버들의 파티였고, 주변 사람들 모두 지인이거나 로렌이 유부녀임과 동시에 애엄마인걸 알고 있었으니 그녀 나름대로 몸을 사렸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금은 날 제외하고는 이곳에서 로렌을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딱히 자신을 숨길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지.
크흠, 그래도 저 비키니는 진짜 너무 섹시하네.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거 아니야?"
"솔직히 안 쳐다볼 수가 없어요."
진심으로 하는 얘기다.
루프 탑에 올라와 있는 남자들 모두 자기 짝이 있는데도 멍한 눈빛으로 로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하긴, 내가 워낙 예쁘긴 하지?"
"네."
내가 즉답하자 로렌은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배시시 웃으며 내 옆에 있는 선베드에 살포시 앉았다.
선베드에 앉은 로렌의 엉덩이가 눌리는 야릇한 모습, 이거 은근히 꼴릿하네.
"뭐라도 좀 마실래? 여기 음료수랑 이것저것 다 팔아. 맥주도 있고."
왠지 매점같이 생긴 게 하나 있더니만, 그런 거였구나.
"그래요? 흐음, 그럼 맥주나 마실까……."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로렌.
"어제 그렇게 먹고, 대낮부터 또 술 마시려고?"
"원래 놀러 와서 해장은 맥주로 하는 거에요."
"또 이상한 소리 하고 있네. 어쨌든 맥주 마신다는 거지? 딱 한 잔만 마시는 거야!"
"마시면서 생각 좀 해볼게요."
단호한 내 대답에 로렌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몸을 다시 일으켰다.
"으이구…… 너 평소에는 이렇게 술 안 마시지?"
"당연하죠. 여행 왔으니까 먹은 거에요. 어차피 내일까지 여기 있을 거고, 운전할 일도 없는데, 뭐 어때요."
"……그래, 너 마음대로 해라. 근데 너 이따 밤에도 마실 거 아니야?"
"그땐 누나랑 같이 마셔야죠."
"진짜 대단하다."
로렌은 내 반응이 싫진 않았는지 피식 대며 지갑을 챙겼다.
"가는 김에 누나도 맥주 한잔해요 입 심심할 텐데."
"됐거든? 난 커피 마실 거야."
묘하게 도도한 태도로 대답한 로렌은 몸을 돌려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고, 내 눈엔 비키니를 입은 그녀의 뒤태가 들어왔다.
걸을때마다 너무도 꼴릿하고 야릇하게 흔들리는 예쁜 엉덩이.
늘 운동으로 잘 관리한 몸매여서 그런지 단순히 걷고 있을 뿐인데도 섹스 어필을 미친 듯이 하고 있는 거 같다.
심지어 아직도 걸어가는 로렌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남자들이 있을 지경이니 말이야.
그래도 대놓고 쳐다보는 예의 없는 짓은 안 해서 좋네.
저렇게 내 여자를 다른 남자가 보는 건 우월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면 그건 또 마음에 안 들거든.
뭐, 난 존나게 노골적으로 대놓고 쳐다본다.
어차피 내 좆집인데 뭐가 문제겠어.
상주중인 직원과 몇 마디를 나눈 로렌은 계산을 끝냈는지 양손에 커피와 맥주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컵을 하나씩 들고 내게 걸어왔다.
후우…… 뒷모습도 그렇지만 앞모습도 역시 장난 아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출렁거리는 가슴과 도톰한 보지를 가리고 있는 비키니 팬티가 시선을 완벽하게 빼앗아 버린다.
그 와중에 흘릴까 봐 컵만 쳐다보고 집중해서 걸어오는 모습은 또 존나 귀엽네.
그렇게 로렌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그녀는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선베드 옆 낮은 테이블에 맥주를 내려놨다.
"자, 실컷 마셔라!"
"아깐 한 잔만 마시라면서요?"
"……그럼 한 잔만 마실 거야?"
"아니요."
"야이씨…… 죽을래?"
"농담이에요. 많이 마셔봤자 두 잔, 누나가 싫어하니깐 그 이상은 안 마실게요."
부끄럽다는 듯 괜히 시선을 돌리며 커피를 홀짝이는 로렌.
"……딱히 싫다는 건 아니었거든? 아직 저녁도 먹어야 되고, 일정 남았으니깐 적당히 마시라는 거였지……."
"그게 그거 아니에요?"
"몰라!!!"
로렌은 민망했는지 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바다 진짜 예쁘죠? 높은 곳에서 보니깐 더 예쁜 거 같아요."
"응. 올라온 보람이 있네."
하긴, 나야 뭐 대충 바지만 갈아입고 온 거지만, 로렌은 준비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으니까.
로렌은 뭔가 감상을 더 말하고 싶었는지 입술을 몇 번 달싹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심지어 시간 때도 잘 맞춰서 눈도 별로 안 부시고, 딱 좋은 거 같아."
고민하더니 기껏 얘기한 감상이 그게 끝이야…?
나도 모르게 작게 웃어버렸다.
"그렇네요."
갑자기 웃는 날 바라보며 로렌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난 괜히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맥주를 한잔 들이켰다.
와, 존나 시원하네. 좋다.
해장술은 역시 이 느낌 때문에 마시는 거지.
내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로렌은 다급하게 지갑을 챙겼다.
"……왜 그래요?"
"안 되겠어."
뭔가를 결심한 것 같은 로렌의 눈빛.
"뭐가요…?"
"나도 맥주 마셔야겠어."
결국 로렌과 사이좋게 맥주를 한 잔씩 비웠다.
"우리 물엔 안 들어가요…?"
"들어가야지. 너가 갑자기 맥주 마시겠다고 하는 바람에 타이밍 놓친 거잖아…!"
"아니, 이걸 내 탓을 한다고? 누나도 신 나게 마셨잖아요."
민망했는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는 로렌.
"니가 옆에서 그렇게 맛있게 마시는데, 어떻게 참아."
말도 안 되는 소리긴 한데, 묘하게 납득되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물에 몸은 담가봐야지.
난 날 노려보는 로렌의 시선을 외면한 채 몸을 일으켰다.
"난 이제 들어갈 건데, 누나는?"
"같이 가, 나도 들어갈 거야."
"얼른 들어갔다 나와서 한 잔 더 마셔야지."
"기어이 또 마셔?"
"누난 안 마실 거에요?"
"……일단 보고……."
말끝을 흐리는 로렌을 보며 난 싱긋 웃었고, 그녀는 민망했는지 얼른 날 지나쳐 계단을 타고 조심스럽게 물속으로 들어갔다.
"으, 차가워!"
"저기 안쪽에서 서봐요. 사진 찍어줄게."
난 핸드폰을 한 손에 든 채 단번에 수영장에 들어갔다.
씨팔, 진짜 차갑네.
맥주 한 잔 마시면서 몸이 달아올랐는지 괜히 더 차가운 것 같다.
"……여기쯤 얘기하는 거야?"
손으로 물을 쓸며 한 걸음씩 내딛는 로렌.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끝에 붙어봐요. 응, 거기."
내가 말한 곳에 위치한 로렌은 민망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이내 절제된 동작으로 묘하게 농염한 포즈를 취했다.
능청스럽게 잘할 거면서 괜히 민망해하기는.
그나저나, 안 그래도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저렇게 예쁜 풍경을 등지고 서 있으니 진짜 예술이구만.
사실 가슴하고 입술밖에 안 보이긴 한다.
"찍을게요."
"……응."
카메라 어플을 켠 나는 최대한 열심히 로렌의 사진을 찍어줬고, 중간중간 그녀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서 움직였다.
그렇게 로렌이 만족할 만큼 사진을 찍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결과물들을 보여줬다.
"마음에 들어요?"
"시온이 너 사진 잘 찍는구나."
"누나가 예뻐서 잘 찍은 거죠. 딱히 한 거 없어요."
"그렇긴 하지. 너 여기 올라오고 나서 계속 내 가슴만 쳐다봤잖아."
크흠, 눈치채고 있었구나.
"뭐요. 어차피 내 건데, 내 마음대로 보는 거지."
"……너 자꾸 그렇게 훅 들어올래…?"
로렌은 귀를 붉히며 설렘이 담겨 있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귀엽네. 괴롭히고 싶게 말이야.
"이건 어때요?"
물속으로 깊숙하게 손을 집어넣은 나는 힘차게 팔을 들어 올려 로렌의 얼굴에 물을 잔뜩 뿌렸다.
"꺄아!! 푸읍…! 븝…?"
대뜸 느닷없이 내게 물싸다구를 맞은 로렌은 항복한 듯한 자세로 양손을 어정쩡하게 든 채 물을 뚝뚝 흘리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화장은 안 망가지네. 저것 때문에 준비하는데 오래 걸렸던 거구나.
물에 젖으니 묘하게 더 예뻐진 듯한 로렌을 보니 가슴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에잇, 한 대 더 맞아라."
이번엔 양손으로 힘껏 로렌에게 물을 뿌렸다.
"야아!!! 읍?! 그만 안해?!!!"
로렌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한 손에 핸드폰을 든 채 반대 손으로 날 잡으려 했고, 난 느긋하게 뒤로 물러나며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그 와중에 가슴 출렁거리는 거 진짜 존나 꼴리네.
심지어 말랑한 듯 탄탄해 보이는 11자 복근과 잘록한 허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들까지 탐스러워 보일 지경이다.
당장 저 허리를 세게 끌어안고 싶지만, 그래도 지금은 로렌을 괴롭히는 게 더 재밌다.
"왜요. 수영장 왔으면 이렇게 놀아야지."
"핸드폰에 물 들어간단 말이야!!!"
"요새 핸드폰엔 물 들어가도 상관없어요. 나이 드셔서 모르나 봐."
"……우리 나이 차이 그렇게 많이 안 나거든…?"
"근데 게임은 왜 그렇게 못 해요?"
"넌 진짜 죽었어."
"와, 그럼 죽기 전에 실컷 뿌려야지."
"꺄아!!!"
난 핸드폰을 가져다 놓으려 풀장 바깥쪽으로 향하는 로렌의 뒤통수를 향해 계속해서 물을 뿌렸고, 그녀는 내게서 도망치듯 허겁지겁 움직였다.
"푸읍!! 차, 차가워…! 그만해!!!"
"응, 싫어."
"너, 너 진짜 죽었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