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화 〉 로렌 오키나와 (16)
* * *
"아…! 너 때문에 이게 뭐야!!! 머리도 엉망 되고, 화장도 다 망가지고!!!"
"어차피 내려가면 샤워해야 하잖아요. 문제없는 거 아니에요?"
선베드에 앉아 있는 나는 맥주를 홀짝이며 싱긋 웃었고, 로렌은 그런 날 노려봤다.
"문제 있거든! 아직 너랑 같이 사진도 못 찍었는데……."
민망한 눈빛으로 고개를 살짝 옆으로 튼 채 젖은 머리를 가볍게 짜며 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로렌.
아, 맞아. 여행 일정동안 사진 좀 자주 찍기로 했었지.
"크흠, 이따 내려가서 많이 찍으면 되죠."
"여기서 찍고 싶었는데……."
로렌은 이제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시팔, 너무 생각 없이 막 놀았나?
"……그럼 저녁에 다시 올라올까요? 여기 야경도 이쁘잖아요."
로렌의 반응 때문에 당황한 나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허둥대며 말했고, 맥주를 입에 가져다 대려던 로렌은 느닷없이 실소를 터트렸다.
"푸흡…! 농담이야. 수영장 와서 물놀이했다고 내가 삐지겠니?"
……미친, 삐친 척한 거였어?
열받긴 하지만, 긴장이 풀린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언성을 높였다.
"왠지 놀 때는 실컷 재밌게 놀더니 갑자기 올라와서 뭐라 하더라!!!"
"나 삐지고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 시온이 진짜 바보구나?"
"그런 식으로 연기하면 안 속을 사람 없을 걸요."
딱히 칭찬한 건 아니었는데, 로렌은 쑥스러워하며 배시시 웃었다.
진짜 꿀밤 한 대 놔버리고 싶네.
"그리고, 사실 화장도 안 망가졌어. 어차피 이거 협력사 샘플이라 테스트 겸 홍보 목적으로 업로드 해야 됐거든, 시온이 덕분에 효과는 제대로 확인했네."
웃음 젖은 머리를 나름대로 예쁘게 세팅해서 카메라 어플로 셀카를 찍는 로렌.
이제보니 화장이 망가졌다고 하기엔 처음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고, 여전히 예쁜 얼굴이다.
오히려 물에 젖어 있어서 그런지 더 예쁜 거 같네.
뭐, 로렌이 기분 안 나빴으면 됐다.
난 맥주를 크게 한입 들이키며 로렌을 흘겨봤다.
"제대로 당했네요. 의도치 않게 테스트도 열심히 해버리고……."
"게임 한판도 안 져주고 계속 이겨 먹으면서 엉덩이 때린 복수야."
로렌은 부드럽게 웃으며 맥주를 마셨고, 그 예쁜 미소를 보자 난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딱히 화가 난적도 없지만.
"맥주 이것만 다 마시고 슬슬 밥 먹으러 가요. 물에서 너무 놀았더니 배고파서 죽을 거 같아."
"그 전에 잠깐만 내 옆으로 붙어봐."
난 의아한 표정으로 로렌을 바라봤고, 그녀는 맥주를 내려놓은 뒤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사진…… 같이 찍어."
본인이 말했으면서 정작 내 눈도 똑바로 못 보는 로렌의 모습이 너무도 귀엽다.
"그래요."
난 싱긋 웃으며 로렌의 옆으로 다가가 바짝 붙어 앉았고,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아, 근데 이러고 사진 찍는 건 조금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로렌이 좋아하니 이 정도는 참아야겠지.
루프탑에서 물놀이도 실컷 하고, 사진도 찍고, 맥주도 기분 좋게 마신 뒤 숙소로 돌아왔다.
배고파서 곧바로 밥 먹으러 나가려 했는데, 저 비키니를 계속 보고 있어서 그런지 로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장소에 들어오니 도저히 못 참겠네.
난 여전히 비키니를 입은 채 거울을 보며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로렌의 뒤에서 확 끌어안았다.
"읏? 시온아…?"
거울 너머로 보이는 로렌의 표정으로 당황스러워 보였지만, 묘하게 달아올라 있는 듯 했다.
난 양팔로 감싸고 있던 그녀의 잘록한 허리에서 천천히 손을 올려 비키니 위로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또 하려고…?"
"네."
"히잉, 밥 먹으러 간다며……."
"금방 끝낼게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는 로렌.
"……알겠어."
난 로렌을 거칠게 끌어안아 들어 올린 뒤 침대에 가볍게 집어 던졌다.
"꺄아…… 너, 너무 거칠어……."
"금방 끝내겠다고 했잖아요. 그럼 거칠 수밖에 없지."
침대에 누워 부끄러운 듯 허벅지를 모으며 몸을 배배꼬는 로렌.
난 바지를 벗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다리 벌려요. 수영복 안 벗기고 할 거니까."
"너무해……."
비키니를 입은 채 부끄럽다는 듯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있는 로렌의 모습이 너무도 꼴린다.
"누나가 그렇게 입고 꼴리게 한 죄야. 어쩔 수 없어."
"나 가만히 있었는데……."
"누나는 가만히 있어도 꼴려, 그러니깐 얼른 다리 벌려요."
"……응."
망설이던 로렌이 부끄러워하며 살포시 다리를 벌리자 그녀의 야릇한 허벅지 안쪽이 은은하게 드러났다.
드디어 내 눈에 들어오는 도톰한 보지를 가리고 있는 비키니 팬티.
허리를 숙여 로렌의 탐스러운 허벅지 사이에 위치한 나는 손가락에 팬티를 걸어 옆으로 젖혔다.
"흐응……."
털 하나 없이 깨끗하고 예쁜 로렌의 보지는 이미 어느 정도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여긴 언제 젖은 거에요? 아무것도 안 했다며?"
"몰라아……."
사실 나도 비키니 입은 로렌을 보면서 이미 한계치만큼 꼴려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싱긋 웃으며 어느새 빳빳하게 발기된 자지를 보지 둔덕에 가져다 대며 로렌의 볼을 쓰다듬었다.
"사랑한다고 해."
"……사랑해요……. 주인님……."
"아니, 다른 걸로 불러봐. 할 수 있잖아."
"……히잉, 그런 거 못하는데……."
"얼른."
"자기야…… 여보, 사랑해애……."
난 제대로 애무도 하지 않은 채 로렌의 보지 속으로 자지를 쑤셔 박았다.
"꺄읏…?"
평범한 연인이라 하기엔 조금 거칠었던 섹스를 끝낸 뒤, 호텔 밖으로 나와 평범한 연인들이 보낼 법한 일정을 즐겼다.
근방에 유명한 와규구이도 먹고,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로 하나로 난생처음으로 다트 카페라는 곳도 가봤다.
물론, 다트보단 가볍게 술 마시려는 목적이 컸지만.
어쨌든 지금은 다시 늦은 저녁이 됐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찍 문을 닫은 가게들 덕분에 로렌과 나는 마땅히 갈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흐음, 호텔 들어가서 술이나 마실까요?"
"……그럴까? 어제처럼 편의점에서 안주할 거 사서 가자."
또 술 마신다고 잔소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하게 받아들이는 로렌을 보니 살짝 당황스럽다.
하긴 뭐, 로렌도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겠지.
"그래요. 보니깐 호텔 복도에 층마다 얼음 냉장고가 있더라고요. 어제처럼 아와모리 마시면 되겠네요."
"너 그거 별로 맛없다며?"
"그래도 이 지역 정통 술이라는데, 마지막 날 기념해서 마셔줘야죠. 한동안 먹을 일도 없을 텐데."
로렌의 표정이 묘하게 어두워졌다.
마지막 날이라는 단어 때문에 아쉬워서 그러나 싶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자기랑 오키나와에 또 오기로 약속해놓고 한동안 먹을 일이 없다는 말을 하니, 그날이 멀게 느껴져 속상한 거겠지.
진짜, 은근히 예민한 여자라니까.
난 짧은 생각을 마친 뒤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아니지, 조만간 누나랑 또 오면 되니깐 그렇게 아쉬워할 건 없겠네요."
"응."
내 생각이 정답이었는지 로렌의 표정이 꽤나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불만이라는 듯 툴툴대는 로렌.
"너 아까 숙소에서 너무했어……."
"왜요? 너무 거칠었나…? 그랬으면 미안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안에 너무 많이 싸서 아직도 흘러내리는 거 같아……."
크흠, 질내사정으로 엄청나게 싸지르긴 했지.
비키니 입은 로렌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생각보다 정액이 잔뜩 쌓였는지 상당히 많을 양을 뿌려대긴 했다.
근데, 지금까지 흐른다는 건 조금 오바 아니야?
"그건 누나가 혼자 달아올라서 다른 걸 흘리고 있는 거 아니에요?"
"아니거든…!"
로렌이 수치스럽다는 표정으로 내 팔뚝을 툭 쳤고, 난 씨익 웃었다.
"농담이에요. 근데, 누나 수영복 입은 게 너무 예뻐서 어쩔 수 없었어. 그 꼴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많이 쌀 수밖……."
"됐어! 알겠으니깐 그만 말해!"
로렌은 다급하게 내 팔을 잡아당기며 말을 끊었다.
부끄러워하기는…….
"나 이번 여행에서 누나에 대해 하나는 확실하게 알았어요."
"……뭔데?"
긴장한 듯 귀여운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 로렌.
"누나가 생각보다 술을 좋아한다는 거."
"아…… 자주 못 마셔서 그렇지, 좋아하긴 해."
생각보다 내 대답이 싱거웠는지 로렌의 표정이 묘하게 실망스러워 보였다.
"아, 하나 더 있다."
"응?"
"누나가 날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거."
난 로렌이 부끄러워할 틈도 주지 않고 볼에 입술을 맞췄고,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내 손을 꼬옥 붙잡았다.
우린 다정한 연인의 모습으로 고요한 오키나와의 밤거리를 걸었다.
확실히 분위기가 좋기는 해.
단순히 손을 잡고 걸을 뿐인데, 가슴이 간질간질해 미칠 거 같다.
문제는 이미 호텔 편의점에 거의 도착했다는 거지.
난 로렌의 손을 붙잡은 채 손을 들어 그녀의 팔을 내 옆구리와 팔뚝 사이에 껴 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로 들어가지 말고, 조금 걸을까요?"
"시온이 너 움직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며? 그, 그…… 야한 거 할 때 빼고는……."
"어디 가서 섹스하자는 거 아니에요. 그냥 누나랑 조금 걷고 싶어."
로렌의 토끼 눈을 뜬 채 날 바라봤고, 이내 설렘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응, 좋아."
가벼운 산책, 일상이 담긴 대화, 걷는 도중 은근하게 일어나는 스킨쉽.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충분히 보내고,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 편의점에 들린 뒤 술과 안주를 잔뜩 사서 숙소에 들어왔다.
그렇게 오키나와 여행 마지막 밤은 로렌과 다정하게 소파에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며 보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