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화 〉 하령 길들이기 (6)
* * *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눈을 질끈 감고 꽤나 열정적으로 혀를 굴리던 하령은 눈을 확 뜨며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흐음, 슬슬 정신 차린 건가?
오늘은 여기까지인 거 같네.
하령이 혀를 멈추자 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고, 서로의 입술 사이로 타액이 길게 이어졌다.
다급하게 손등으로 입술을 훑으며 잔뜩 붉어진 얼굴로 날 노려보는 하령.
"너, 씨발 내가 키스하지 말랬지?"
"이걸 내가 혼자 했다고 할 수 있어?"
난 비웃듯 답했고, 하령은 날 거칠게 밀어냈다.
"미친 새끼, 너 이거 조건 어긴 거야."
아, 맞다. 그런 조건이 있었지.
"그래? 근데 뭐."
능청스러운 내 대답에 하령은 열이 올랐는지 언성을 높였지만, 은근히 당황하고 있었다.
"니, 니가 조건을 어긴 거면…… 나도 니가 시키는 대로 할 필요…… 읍?!!"
난 열변을 토하는 하령의 입을 다시금 내 입술로 틀어막아 버렸다.
퍽, 퍼억.
"븝…!! 으븝!!!"
하령은 내 가슴팍을 주먹으로 쳐대며 거칠게 저항했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그녀의 입속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후우…… 운동했던 여자라 그런가 다른 여자 주먹보단 훨씬 아픈 거 같네.
뭐, 그래도 자세도 안 나오고, 나름대로 조절을 하는 건지 버티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아니면 단순히 방금 전까지 존나게 따먹혀서 몸에 힘이 빠진 걸 수도 있겠지.
"브읍…! 햐아…… 쯉! 츄읍……."
내 가슴팍을 쳐대며 저항하던 하령은 결국 손을 툭 떨어트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포기가 빠르네.
난 하령의 양쪽 볼을 부드럽게 감싼 뒤 고개를 돌려 혀를 더욱더 깊게 넣은 채 혀를 굴렸다.
"햐아…… 츕! 츄릅……."
하령은 숨을 내쉬는 타이밍마다 아직도 보지 속에서 발기가 풀리지 않은 내 자지를 쫀득하게 조여왔다.
그렇게 섹스를 마무리하는 길고 진득한 키스가 끝났다.
난 천천히 입을 때며 하령의 눈을 바라봤고, 반쯤 풀린 채 은은한 분노를 품고 있는 야릇한 눈빛은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흐읍…… 너 대체 뭐하자는 거야……."
"내가 조건을 어긴 거니, 대신 나도 하룻밤 정도는 빼줄게. 그럼 됐지?"
빨개진 얼굴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하령.
"……장난하냐?"
"왜? 난 나름 공평하다 생각하는데."
막 뱉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날 싫어하는데, 나랑 보내야 할 하룻밤이 줄었으면 오히려 너한테 이득 아니야?"
하령의 표정이 꽤나 복잡해졌다.
"……."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하령은 몸을 일으켜 날 밀어냈고, 그 과정에서 자지가 보지에서 빠져나오며 허여멀건한 정액이 주르륵 흘렀다.
"아흣……."
하령은 지네 집 침대는 더럽히고 싶지 않았는지 다급하게 손으로 흘러내리는 정액을 받아냈고, 날 노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됐어. 괜히 나중에 딴소리할 문제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조건 그대로 해."
응? 이런 반응은 예상 못 했는데…?
"뭐야, 너 나랑 더 자고 싶냐?"
난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넌지시 던졌고, 하령은 얼굴을 잔뜩 붉히며 빼액 소리를 질렀다.
"씨발, 니가 믿음이 안 가서 그러는 거야. 이 미친 새끼야!!!"
그게 말이 되는 핑계라고 생각하는 건가?
난 계속해서 하령을 빤히 쳐다봤고, 그녀도 자신의 말이 바보 같다는 걸 눈치챘는지 괜히 내 시선을 피하며 정액이 흐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키스도 안 한다더니 한 새끼 말을 내가 어떻게 믿어? 처음 조건이나 똑바로 지켜."
"그래."
난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최대한 참으며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키스했던 건 솔직히 실수가 맞긴 하다.
원래는 하령이 내게 키스를 애원하게 만들려 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떠들고 있는 하령을 보니 키스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알아서 보지를 벌리겠구만.
하령은 휴지를 잔뜩 뽑아 보지에 가져다댄 뒤 꽤나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로 걷고 있었고, 난 그녀를 뒤따라갔다.
"씻으러 가는 거지? 같이 씻자."
"……너 진짜 정신 나갔냐?"
난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하령에게 내 자지를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을 따라 허리 밑을 보게 된 하령은 애액과 정액으로 가득한 자지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귀를 붉히며 고개를 휙 돌렸다.
"뭐, 뭐 씨발, 뭐 어쩌라고!"
"니네 집 화장실 하나잖아. 나도 씻어야 돼."
"기다렸다가 씻으면 되잖아!!!"
난 축축한 자지를 하령에 엉덩이에 살짝 문질러 정액과 애액을 살짝 묻혔다.
"……뭐하냐?"
불쾌할 법한 행동이지만, 하령은 내 자지가 자신의 몸에 닿자 오히려 귀가 더 빨개졌다.
은근히 귀여운 짓을 하네.
"이 상태로 어떻게 기다려, 너 침대 더럽히기 싫은 거 아니었어? 나도 얼른 씻어야 침대를 깨끗하게 쓰지. 설마 너 다 씻고 나올 때까지 난 가만히 서 있으라는 거야?"
갑작스럽게 열변을 토하는 내 모습에 하령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냥 의자에 가서 앉아 있으면 되잖아. 너 병신이야?"
아…… 그 생각을 못했네.
그래도 난 내 고집은 절대 안 꺾어.
"아니, 힘들어서 얼른 눕고 싶은데. 기다릴 거면 그냥 누워서 기다릴 거야. 그래 봤자 이것저것 묻는 수준일 테니까 빨래를 하든지 알아서 해라."
하령은 결국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씨발, 니 마음대로 해."
"읍…! 븝?!!"
"크윽!"
애초에 얌전히 씻고만 나올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령은 지금 변기 앉아 있는 내 앞에 무릎 꿇고 내 정액을 열심히 받아먹는 중이다.
후우…… 그래도 두 번째라고 나름 잘하는 구만.
"흡…! 브읍…… 커허억!!!"
하령은 내 허벅지를 다급하게 손바닥으로 치며 정액을 계속해서 분출해대는 자지를 뱉어내려 했지만, 난 오히려 그녀의 머리를 붙잡아 강제로 내 다리 사이로 쑤셔 넣었고, 결국 하령을 거칠게 고개를 틀어 기침과 정액을 토해내게 됐다.
"하아…! 흐읏…… 개새끼야…! 그만 하라니까……."
눈물이 잔뜩 고인 눈으로 날 바라보며 입가에 허여멀건한 정액을 흘리고 있는 하령.
"아, 미안. 말을 안 해서 몰랐네."
"……씨발, 미친 새끼……."
하령이 눈을 질끈 감으며 눈물이 흘렀다.
난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려다 하령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싱긋 웃었다.
"먼저 나가서 쉬고 있을게. 씻고 나와."
"읏? 아, 안 놔…?"
"안 그래도 놓을 거였어. 씻고 나오면 간식거리라도 뭐 시켜먹자. 실컷 해댔더니 배고프네."
하령의 볼을 놓고 몸을 일으켜 욕실 밖으로 나가는데, 등 뒤에서 나지막한 예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씨발, 진짜 좆같아……."
잔뜩 꼴려 있는 얼굴로 그런 말 해봤자 소용없거든?
카페에서 대충 토스트와 조각 케이크를 주문하고 소파에 누워 있으니 뽀송뽀송해진 하령이 큰 수건으로 몸을 감싼 뒤 욕실에서 나왔다.
"너, 넌 씨발, 남의 집에서 옷도 안 입고 있냐?"
나름 수건으로 하체는 가리고 있었는데, 별것도 아닌 걸로 뭐라 그러네.
"뭐라도 꺼내주던가, 입고 온 건 불편하단 말이야."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남자 옷이 있을 리가 없잖아, 병신아!!!"
하긴, 나한테 아다까지 따였던 여자가 집에 남자 옷이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뭐, 가족 같은 경우는 얘기가 다르겠지만.
"사이즈 큰 옷 같은 거 없어?"
"없어!!!"
하령은 내게 빼액 소리를 지른 뒤 다급하게 방으로 들어갔고, 난 그녀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없을 거 같긴 했어. 너 되게 몸매 드러나는 옷들 위주로만 입는 거 같더라고."
내 말을 듣자마자 굳어버린 하령은 수치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씨발, 너 좋으라고 입는 거 아니거든?"
"그것도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섹스는 싫다면서 섹스 어필은 왜 하는데? 자기만족이면 집에서도 혼자 입고 있던가."
"……싫다고 한 적은 없어……."
내 시선을 피하며 속삭이는 하령.
순간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뭐?"
"싫다고 한 적 없다고!!! 니랑 하는 게 싫은 거야!!!!!"
똑바로 들은 거 맞네.
나랑 하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난 싫은데, 나랑 하는 섹스는 좋은 거겠지.
난 실소를 터트려버렸고, 하령은 매서운 눈빛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푸흡…! 아, 그래. 간식 거리 시켜놨으니깐 도착하면 나와서 먹어."
재밌다는 듯 웃는 날 잔뜩 벌게진 얼굴로 한참을 노려보던 하령은 다시 거칠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씨발, 볼 일 다 봤으면 이제 꺼져."
"아, 내가 말 안 했나? 나 오늘 자고 갈 거야."
볼 일을 다 보긴, 오늘은 섹스만 하러 온 게 아니라니까.
"씨발, 너 정신병자야?"
이번엔 화를 내는 느낌보단, 놀란 느낌이 강하다.
"사정이 있어서 그래. 괴롭히는 건 적당히 할 테니까 이해 좀 해줘라."
"……미친 새끼, 개소리 하지 말고 꺼져!!!"
꽤나 묘한 반응을 보이던 하령은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날 노려보며 윽박질렀고, 난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소파에 드러누워 버렸다.
"니가 조건 똑바로 지키라며, 하룻밤을 온전히 보내야 조건이 맞는 거 아니겠어? 이것 때문에 키스한 것도 그냥 넘어간 거잖아."
"하아…… 진짜 어이가 존나 없네……."
뭐, 이런 이유도 있긴 하지만, 솔직히 얘기하자면 서하은이 내게 애널 첫 경험을 바칠 준비 시간을 줘야 하는 것 때문에 자고 갈 필요성이 있다.
하은이가 민망해하거든.
난 날 흘겨보고 있는 따가운 시선을 무시한 채 괜스레 리모컨을 만지작거렸고, 하령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내게 다가와 틱틱 대며 말했다.
"먹을 거 뭐 시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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