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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투브속 그녀들을 내 마음대로-259화 (259/273)

〈 259화 〉 리나 수아 일상 (1)

* * *

"나 간다."

"……."

신발까지 다 신고 현관에서 인사하는데, 소파에 앉아 여전히 토라져 있는 하령.

"그렇게 삐진 척해도 갈 거야. 다음에 보자."

"삐지긴 누가 삐져!!! 꺼져!!!!!"

내가 실실거리며 능청스럽게 말하자 하령은 사납게 화를 내며 날 돌아봤고, 난 재빨리 현관문을 열었다.

성질은 여전히 더럽네.

그래서 더 재밌긴 해.

아침부터 살짝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나름 아침도 챙겨 먹고, 하령도 따먹은 뒤 집에서 나왔다.

애초에 저렇게 삐쳐있던 이유도 내가 반쯤 강제로 입안에 정액을 잔뜩 싸고, 뱉지도 못하게 만든 다음에 삼키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내가 하라고 삼키라고 했을 때 곱게 삼켰어야지, 누가 저항하래?

뭐, 밤새 자면서 정액이 쌓였으니 양이 꽤 많아서 힘들긴 했겠지만.

아침부터 하령과 난리를 치며 했던 섹스를 되뇌며 엘리베이터 탔고, 생각에 잠겨 있어서인지 정신 차리니 1층에 도착해 있었다.

흐음…… 곧장 서하은을 만나러 가도 괜찮을 거 같긴 한데, 조금 전에 하령도 한 번 따먹었으니 우선 다른 곳에 들르는 게 좋겠네.

건물 밖으로 나온 나는 곧장 주차돼 있는 차에 탔다.

일단, 수아와 리나를 만나서 이사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어.

어차피 리나야 사실상 집을 나온 상태니 새로운 집에 들어가는 거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수아 같은 경우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 집에 살고 있었으니 얘기가 다르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애초에 본인이 원치 않을 수도 있으니 설득이 필요할지도 모르지.

금액적인 부분이야 완벽하게 지원해줄 수 있으니 웬만하면 그냥 오케이 해줬으면 좋겠네.

우선 가서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시동을 건 나는 곧장 수아네 집을 내비로 찍고 출발했다.

아침부터 외간 여자의 집에서 나와서 곧장 외간 여자 둘이 살고 있는 집으로 간다니.

묘한 승리감이 차오르는구만.

출근 시간이 겹치기도 했고, 은근히 거리가 있어서 꽤나 긴 시간이 지난 후 수아네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어지간한 사람들이 다들 출근해서 그런가 오늘은 차 세울 곳은 많네.

생각해보면 여긴 올 때마다 주차도 불편했다.

동네 자체가 그리 안전해 보이지도 않고.

적어도 우리 집으로 오게 되면 안전은 확실하다.

사실상 하령도 입주 확정이라 볼 수 있으니 말할 것도 없지.

꼭 이사시켜야겠어.

그래도 아쉽긴 하네.

리나와 수아가 한 집에서 부둥켜 사는 모습이 꽤나 보기 좋았는데 말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사를 하게 만들면 앞으로는 같이 지내는 두 사람을 볼 수 없게 되지만, 그렇다고 애들을 계속 침대도 하나밖에 없는 집에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일단 머리를 최대한 굴려보자.

생각에 깊게 빠진 나는 멍한 기분으로 차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수아네 현관문 앞에 서서 도어락을 향해 손을 뻗던 나는 순간 멈칫했다.

생각해보니깐, 연락도 안 하고 왔네.

그냥 들어가도 되려나?

아니, 애초에 애네 집에 있긴 한 거야? 왜 이렇게 조용해…?

후우…… 씨팔, 그냥 미리 연락 좀 하고 올 걸 그랬네.

귀찮기도 했지만, 오전이니 당연히 집에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그냥 출발해버렸다.

아, 모르겠다. 애들 없으면 들어가서 그냥 뒹굴 거리지, 뭐.

꽤나 자주 드나들었던 만큼 도어락 비밀번호는 이미 알고 있다.

난 멈춰 있던 손을 다시 도어락을 향해 뻗었고,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말 안 하고 오는 걸 여자애들이 싫어하는 걸 알긴 하지만, 같이 지낸 시간도 긴 데, 별문제 생기겠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곧장 소파에 앉아 있는 리나와 수아가 보였다.

두 사람의 모습은 꽤나 볼만했다.

소파에 서로 바짝 붙어 앉은 뒤, 한 명은 대충 묶어놓은 올림머리, 나머지 한 명은 이마를 시원하게 깐 채 머리띠를 하고 있었고, 둘이 색깔만 다른 수면 바지를 입고 있어 묘하게 자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러고 있는 걸 보니 티비로 뭐 보고 있었구나.

심지어 가운데 과자봉지를 하나 놓고 주워 먹고 있었는지, 리나는 뭔가를 오물거리며 토끼 눈을 뜬 채 날 바라보는 중이다.

물론, 수아도 놀란 표정으로 날 보고 있다.

저런 꼴을 하고 있어도 둘 다 이쁘구만.

그나저나, 너네 생각보다 사이가 좋아졌구나?

"오, 오빠…? 갑자기 뭐예요…?"

"읏?! 이씨!!! 연락도 없이 뭐야!!!!!"

수아는 꽤나 당황했는지 어색할 정도로 느릿느릿하게 말했고, 리나는 다급하게 입안에 있는 과자를 삼킨 뒤 빽 소리를 질렀다.

"아니, 할 얘기 있어서 잠깐 들렀어……."

예상치 못한 애들의 거친 환영에 난 황당한 기분을 느끼며 변명하듯 말했다.

그러나, 더욱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리나와 수아.

"……아니, 말을 하고 와야죠……."

"그래!!! 까톡이라도 보내던가 갑자기 불쑥 찾아오면 우리 상태가…… 어?"

잔뜩 성을 내며 말을 이어가던 리나는 갑자기 맨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몇 번 더듬더니 다급하게 옆에 있던 베개로 얼굴을 가렸다.

"나가!!!!!"

나름 차분해 보이던 수아도 리나의 정신 나간 듯한 행동을 보더니 이내 다리를 덮고 있던 담요를 슬금슬금 들어 머리 위에 뒤집어썼다.

"너네 자고 일어난 모습 많이 봤거든? 뭘 숨기고 있어."

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며 능청스럽게 말했고, 베개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리나가 곁눈질로 날 바라보며 윽박질렀다.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그땐 의도된 계산으로 보여준 거고,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

"……맞아요…! 갑자기 이러면 어떡해요……."

수아 너까지 그러는 거야…?

아니, 평소에 보던 생얼이랑 별 차이 없구만, 뭐가 문제야?

"그때랑 똑같이 생겼어. 오버들 하지 말고 보던 거마저 보세요. 기다리고 있을게."

정신 없이 얼굴을 숨기고 있는 두 사람은 너무도 귀여웠고, 난 그들을 가볍게 훑어보며 흐뭇하게 웃은 뒤 식탁 의자에 앉았다.

"됐어요……. 오빠 때문에 이제 집중 하나도 안 돼요."

"……맞아!!!"

저 둘한테 혼나고 있으니깐, 헛웃음이 나오네.

그나저나, 뭘 보고 있었던 거야?

티비를 슬쩍 보니 굉장히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담겨 있는 장면이 소리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딱보니 공포 영화 같은데, 이래서 집안이 쥐 죽은 듯 조용했구만.

하긴, 생각해보니 수아가 무서운 영화를 엄청 좋아했었지.

혼자 보는 건 무서워하는 주제에 말이야.

이런 언밸런스함 때문에 상당히 골 때려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젠 리나까지 함께 끌어들여서 같이 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수아가 새삼 대견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서로 친구가 되는 거 아니겠어?

자리잡고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내 탓에 꼼짝도 못 하는 리나와 수아를 바라보며 날 실소를 터트렸다.

"근데, 두 사람. 많이 친해졌나 봐? 그렇게 바짝 붙어서 영화도 같이 보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리나는 펄쩍 뛸 듯이 난리를 쳤다.

"아니거든?!!! 처, 천수아가 부탁해서 봐준 거야!!!!!"

"……내가 언제…? 너가 심심하다고 재밌는 거 없냐고 먼저 물어봤잖아."

담요를 살짝 내려 눈만 빼꼼 내밀고 있는 수아의 눈빛은 상당히 어이없어 보였고, 리나는 더욱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누가 같이 영화 보자고 했냐?! 너가 갑자기 옆에 와서 앉았잖아…!"

"나야, 내 집에서 내 티비로 영화가 틀어져 있으니 보려고 앉은 거지. 오히려 과자랑 음료수까지 세팅해서 가져온 건 너잖아?"

흥분한 리나와 상반되게 차가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반박하는 수아.

"그, 그건…… 내 것만 딸랑 가져오기 좀 그래서 니 것도 챙겨왔다!! 뭐, 불만있냐?!"

담요가 조금 더 흘러내려 살짝 드러난 수아의 볼이 부끄럽다는 듯 홍조를 피웠다.

"……아니, 고마워."

"……됐거든."

아니, 니네 뭐하냐…?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어져 버렸고, 아마 지금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는 내가 가장 어이없는 감정을 크게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사이좋은 거 맞구만, 뭘."

"아니라고!!!"

"아니거든요."

이번엔 동시에 발끈하며 소리를 지르는 리나와 수아.

"……그래, 그런 걸로 하자."

내가 대충 넘어가자 두 사람은 마땅히 할 말이 없었는지 여전히 담요와 베개를 조금씩 내려 빼꼼 드러난 눈으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이게 뭐하는 거야…….

하루종일 그 상태로 있으려고?

리나와 수아를 바라보던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근데, 둘 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니?"

먼저 몸을 일으킨 건 수아였다.

"저 정리 좀 하고 다시 나올게요. 가만히 앉아 있어요!"

"야!!! 나도 같이 가!!!"

수아는 담요를 뒤집어쓴 채 침실을 향했고, 리나가 그 뒤를 다급하게 쫓아갔다.

진짜 의도치 않게 별꼴을 다 봤네.

그래도 재밌긴 했다. 흐뭇하기도 했고.

연락 안 하고 오길 잘했네.

수아가 시킨 대로 식탁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잠시 후 나름대로 몸가짐을 정리한 두 사람이 앞에 나타났다.

리나는 박시한 후드티를 입은 채 후드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었고, 수아는 까만 원피스를 입고, 포니테일로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있었다.

둘 다 아까보다 예쁜 거 같긴 하네.

솔직히 큰 차이는 모르겠지만, 괜히 지금 그런 소리를 했다간 분명히 더 피곤해질 게 뻔해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다 여전히 내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는 표정을 짓고 있거든.

그렇게 잠시 흐르던 침묵을 깨트린 건, 날 노려보던 리나였다.

"그래서, 할 얘기가 뭔데?"

아, 맞다. 나 얘네한테 이사 얘기하러 온 거였지.

오자마자 콩트 한 편 보느라 완전히 까먹어버렸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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