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7화 〉 새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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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과 오키나와에 다녀온 뒤로 한동안 쉬어도 모자를 판에 며칠을 연달아 여자들을 만나고 다녔더니 생각보다 피로가 쌓여 호텔에서 쉬는 나날을 보냈다.
서하은이 최대한 출퇴근을 줄여가며 나와 함께 있어준 덕분에 가끔 운동과 산책 나가는 일 이외에는 정말 움직이지도 않고 휴양을 즐겼던 거 같다.
서하은하고도 이곳저곳 놀러 다녔으면 좋았겠지만, 오월을 제외하면 내 여자 중 가장 유명세가 높다 볼 수 있으니 무작정 밖을 돌아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 덕분에 함께 하는 산책은 대부분 늦은 새벽이었고, 다녀온 뒤에는 꼭 가볍게 술 한 잔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정말 별거 아닌 가벼운 일상임에도 손을 맞잡고 어두운 산책로를 걸을 때마다 세상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던 서하은의 표정은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평소에도 시간 좀 내 볼 걸 그랬어.
물론, 이런 것들 말고도 내 좆집인 만큼 성욕 해소까지 아주 착실하게 해결해줬다.
지금은 이른 아침이라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서하은은 저녁에만 스케쥴이 있어, 서로 침대에 늘어진 채 평범한 연인들처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난 얇은 나시와 속옷만 걸치고 있는 서하은의 허벅지 위에 가볍게 머리를 얹은 채 핸드폰을 만지고 있고, 그녀는 소속 뉴투버들의 최선 업로드 영상을 모니터링 하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서하은은 늘 저런 식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으니 최근 잘 쉬었던 건 나뿐 만일 수도 있겠네.
많지는 않지만 잡다한 집안일까지 전부 도 맡아서 해줬으니 말이야.
뭐, 내가 편하면 하은이도 만족하겠지.
서하은과 함께 있으면 참 속이 편하다.
생판 남이었던 여자가 같이 있을 때 이렇게까지 몸과 마음이 편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야.
그래도 최근 일이 바빠서 그런지 얼굴에 피곤이 점점 올라오는 걸 보면 내 나름대로 최대한 피로를 덜어주고 싶긴 하다.
너무 고생하는 건 또 원치 않으니까.
이렇게 겉도 속도 완벽한 서하은이지만, 불편한 점이 하나 있긴 하다.
"뭐해, 시온아? 오월 씨랑 까톡해?"
바로 이거다.
바쁘게 스케쥴을 다니는 오월은 틈이 날 때마다 나랑 까톡을 나누는데, 그럴 때마다 서하은이 설레는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니, 리나랑 하고 있었어. 오월은 지금 무슨 예능 촬영하고 있을걸?"
대답을 듣자 눈을 더 반짝이는 서하은.
"오월 씨 예능도 나와? 그쪽에도 관심이 있나? 아니면 소속사 권유로 나간 건가?"
이런 거 보면 자기 직업에 열정이 진짜 넘치는 여자라니까.
저 정도면 직업병이지.
"어, 내가 다음에 물어봐서 알려줄게."
"그럼 예능 얘기하는 김에, 뉴투브도 관심 있는지 슬쩍 물어봐 줘! 나름 연관성이 있으니까!"
"그래, 알겠어."
크흠, 오월한테 MCN에서 일하는 걸 오픈한 상태라 물어보기 살짝 민망하긴 하지만, 서하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근데, 솔직히 얘기하면 오월은 이런 쪽에 딱히 관심 없어 보여 좋은 반응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만나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이렇게 까톡까지 하는 와중에도 굳이 뉴투브 얘기하는 한 적이 없었으니까.
"진짜? 고마워!!!"
쪽, 쪽, 쪽.
서하은은 흐뭇하게 웃으며 내 볼에 뽀뽀를 해대기 시작했고, 난 급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크흠, 그래도 게임 뉴투브는 즐겨보는 편이니 그쪽으로 관심을 끌어봐야겠네.
난 내 볼에 계속해서 입을 맞춰대는 서하은은 확 잡아당겨 끌어안았고, 우리는 잠시 침대에서 애정 행각을 부리며 시간을 보냈다.
"꺄아…!! 간지러어…!!! 시온아, 잠깐만!!!"
"잠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리 와."
내가 옆구리를 찔러대고, 허벅지 안쪽을 간지럽히며 괴롭히자 서하은은 교성을 내뱉으며 몸을 비틀어댔다.
"아, 안대애!!! 할 얘기 있단 말이야!!!"
다급하게 날 밀어낸 뒤 베개를 세워 만든 벽 안에 몸을 숨기는 서하은.
와, 키가 작은 여자도 아닌데 얼마나 다리가 길면 상체가 베개에 가려지냐.
서하은을 보며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내 할 말이 있다는 말이 떠올라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뭔 얘기를 하려고? 별거 아닌 거면 더 괴롭힘당할 줄 알아."
"……나름 중요한 얘기…… 일 거야…?"
내 단호한 태도에 서하은은 긴장한 눈빛으로 말끝을 흐렸고 괜히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저거 딱 보니깐 당장 벗어내려고 다급하게 뱉어댔구만.
"너 이리 와."
"꺄!! 아, 진짜! 잠깐! 이사 얘기하려고 했어!!!"
서하은은 베개를 앞으로 밀어내며 고개를 푹 숙였고, 난 뻗던 손을 멈췄다.
내가 행동을 멈추자 천천히 베개 위로 눈을 빼꼼 내미는 서하은.
"어제 리나랑 수아 짐 정리 끝났데…! 하령이도 저번 주에 들어왔고……."
"나도 알거든? 리나랑 까톡하고 있었다니까."
"……그래? 그럼 미안!"
서하은은 베개를 집어 던진 뒤 화장실로 도망가버렸고, 난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흐뭇한 감정을 느꼈다.
진짜 귀엽다니까.
그나저나, 하령도 벌써 새집에 들어간 줄은 몰랐네.
뭐, 다른 여자들처럼 심심하다고 연락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니 모를 수밖에 없었으려나.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내가 나름 도와준 건데, 거기까지 들어가서 연락 한 통을 안 해?
서하은이 얘기 안 해줬으면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몰랐을 거란 사실에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굳이 화가 나진 않았다.
하령 성격도 그렇고, 나한테 당한 게 꽤나 많으니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겠지.
어쩄든, 모르는 사실을 하나 알려줬으니 봐주긴 해야겠네.
난 화장실을 바라보곤 언성을 조금 높였다.
"야, 서하은! 빨리 나와. 안 괴롭힐 게."
이게 들리지 않을 리가 없을 텐데, 별다른 반응이 안 나오는 화장실.
"내가 간다?"
이래도 대답이 없네.
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고, 곧장 문을 열어버렸다.
"……."
활짝 열린 문 안에서 팬티를 내린 채 변기에 앉아 있는 서하은이 보였다.
쪼르르르르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서하은은 이내 얼굴을 미친 듯이 붉히기 시작했다.
"쉬싸고 있다니까…… 좀, 기다리지."
"……그래? 미안, 못 들었어."
난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을 닫은 뒤 다시 침대에 가서 누웠다.
잠시 후, 여전히 수치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쭈뼛대는 서하은이 화장실에서 나와 내게 다가왔다.
침대에 풀썩 주저앉은 뒤 반쯤 누워 있는 내 품에 푹 안기는 서하은.
"시온이 너, 성격 진짜 급해……."
"아니, 진짜 못 들었어. 그렇게 쥐똥만 하게 말하면 화장실 밖에서 어떻게 듣냐?"
"……나름 크게 말했거든……."
서하은은 여전히 민망한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깐 안 들리지."
"……몰라! 부끄럽게 진짜……."
서하은은 내 품속으로 더욱더 파고들었고, 난 그녀를 감싸 안으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민망한 거 치고 귀여운 짓은 잘하네.
"근데, 나한테 다른 구멍으로도 따먹혔으면서 뭘 그런 거 가지고 부끄러워해?"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서하은은 품에 안긴 채 고개를 살짝 들어 잔뜩 빨개진 얼굴로 억울하다는 듯 날 바라보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왜 웃어…!"
"그냥, 귀여워서."
난 서하은에게 입을 맞췄고, 그녀는 이제 귀까지 빨개졌다.
괜히 내 시선을 피하며 말을 돌리는 서하은.
"우리도 이제 슬슬 새집으로 들어가야지?"
"응, 그래야지. 난 짐도 딱히 없으니 오늘 바로 갈 수도 있어."
별 생각 없이 대답하는 내게 서하은은 묘하게 속상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렇게 지내는 것도 마지막이야…?"
왜 그러나 했더니 그거 때문에 그랬구나.
평소 같았으면 적당한 말로 둘러대며 상황을 넘겼겠지만, 나도 아쉽긴 하다.
서하은하고 같이 지내면 어떤 여자랑 뭘 하든 간에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긴 하지, 그리고 그다지 떨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난 살짝 슬퍼 보이는 서하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어차피 같은 건물 사는 건데 뭐, 자주 와서 자고 가 집안일도 좀 도와주고."
서하은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응, 시온이 너는 손이 야무지지 못해서 혼자 살면 안 돼."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히히."
서하은은 배시시 웃었고, 그 모습은 꽤나 사랑스러웠다.
후우…… 말은 이렇게 했지만, 다른 여자들도 바로 내 옆집이나 위아래에 살게 될 테니 지금처럼 지내는 건 무리겠지.
그래도 다들 바쁜 편이니 하은이와 지금처럼 시간을 보내는 게 많이 힘든 일은 아닌 거라 생각한다.
서하은을 끌어안고 있던 나는 손을 밑으로 뻗어 팬티만 입고 있는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왜 만져?"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에 침을 바른 뒤 나지막하게 말하는 서하은.
"왜 만지긴, 하고 싶으니깐 만지지."
"……변태."
"알아들었으면 엎드려."
난 품에 안겨 있는 서하은의 어깨를 밀어냈다.
뒤로 물러나게 된 서하은은 잠시 곤란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더니 이내 천천히 몸을 돌려 허리를 숙인 뒤 내게 엉덩이를 살짝 내밀었다.
얇은 나시와 팬티만 입고 있는 서하은의 농염한 고양이 자세.
"……팬티도 벗어…?"
"아니, 그냥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입고 있는 게 더 좋거든.
타이트하게 엉덩이와 보지에 달라붙어 있는 팬티는 그녀의 관능적인 몸매를 더욱더 꼴리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서하은의 뒤태를 관음하던 나는 눈앞에 있는 뽀얀 엉덩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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