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허수아비 훈련소
은혁은 화를 내는 오리를 보며 피식 웃었다.
“거 바람 감옥이나 해제하지?”
“쳇! 쳇!”
파앗!
바람 감옥이 해제되었다.
그 속에 있던 A급, S급 직업 플레이어들은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휴, 우리 없이도 다들 살아남았군요. 다행이네요.”
“다친 사람도 없는 거 같은데?”
“시끄럽게 굴던 양아치 같은 놈만 죽은 듯?”
풀려난 A급, S급들은 생존자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게 신기하다는 듯이 한마디씩 했다.
염훈만이 은혁 곁으로 와서 걱정해줬다.
“야, 괜찮아?”
“문제없어.”
“피투성이인데.”
“내 피는 아니야.”
그때, 한 노인이 다가왔다.
박태돈에게 멱살 잡혔던 노인이었다.
“흠흠. 잠깐 괜찮나?”
“아, 어르신.”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를 못 했군. 그, 자네 이름이?”
“강은혁입니다.”
“그렇군. 나는 이경덕이라 하네. 이 늙은이를 살려 줘서 고맙네.”
“별말씀을.”
대답하면서도 은혁은 신기했다.
회귀 전에는 이 노인이 가장 먼저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지금 처음 듣는군.’
“이걸로 내 목숨 빚을 갚았다고 하기엔 너무 미약하군. 훗날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오길 빌겠네. 그럼.”
이경덕은 그렇게 말하고 물러났다.
훗날, 이 노인은 은혁의 회귀 여정에 있어서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되지만, 이 시점의 은혁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다만 은혁은 떠나는 노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해냈다.’
원래 회귀 전에서 살아남는 박태돈을 죽이고, 이경덕을 구했다.
‘그래,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사는 거야. 가령…….’
은혁은 저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개 같은 것들만 골라서 편향적으로 짓밟아 주는 식으로 사는 거지.’
그 순간.
철컹!
게이트의 문이 열렸다.
오리는 게이트 위에 앉더니 신경질을 부렸다.
“언제까지 환호하고 있을 겁니까? 빨랑 2층으로 올라가요! 안 그러면 확 닫아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오리가 날개를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러자 사람들은 재빨리 게이트로 향했다.
우르르…….
게이트는 큼직해서 세 명, 네 명씩 한 번에 통과가 가능했고, 사람들의 수는 빠르게 줄었다.
“우리도 빨리 가자.”
염훈이 말했지만.
“그전에 몇 개 좀 챙기고.”
은혁은 트롤의 사체로 향했다.
‘[도축] 스킬이 없으니 일단 통째로 챙기자.’
턱, 턱…….
잘려나간 트롤의 팔다리 중, 그나마 성한 덩어리 몇 개를 인벤토리창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큼직한 트롤 심장도 하나 챙겼다.
“으윽. 그런 건 왜 챙겨?”
염훈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은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 우리도 올라가자.”
은혁은 일부러 느릿느릿 마지막 줄에 섰다.
“에잇, 느림보들! 빨리 가라니까요!”
오리가 성화를 부릴 때마다 은혁은 일부러 느릿느릿 걸어갔다.
오리는 그런 은혁을 보고는 데굴데굴 굴렀다.
* * *
-2층 : 허수아비 훈련소.
2층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사람들은 훈련소 한복판에 있었다.
훈련소는 매우 넓었고, 널찍한 훈련소 부지에는 무수히 많은 허수아비들이 늘어서 있었다.
“입소자들 줄 맞춰 섭니다!”
“허수아비 앞에 한 명씩 섭니다!”
녹색 모자를 쓴 교관 NPC들이 나타나서는 외쳐댔다.
그리고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빨간 모자의 NPC가 단상 위에 올라섰다.
“2층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바로 미션창을 개방해 드리겠습니다.”
<2층 메인 미션 : 허수아비 쓰러뜨리기.>
-목표 : 훈련소에 있는 훈련용 허수아비를 최대한 많이 쓰러뜨릴 것.
-성공 시 보너스 : 쓰러뜨린 허수아비의 난이도와 숫자에 따른 차등 보상.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주의 사항 : 미션 중 플레이어 간에 이뤄지는 폭력 행위는 엄금한다. 폭력을 저지른 경우, 교관 NPC의 재량에 따른 처벌이 있을 수 있다.
-제한 시간 : 2시간.
“허수아비 쓰러뜨리기?”
“옛날 온라인 게임 비슷하네.”
“으으, 아재 감성 무엇…….”
몇몇 플레이어들은 투덜거렸다.
“자자, 잡담 그만!”
빨간 모자 교관 NPC가 외쳤다.
“녹색 허수아비는 일반적인 허수아비로, 쓰러뜨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황색 허수아비는 조금 더 튼튼하고, 조금씩 회피와 방어를 하므로 쓰러뜨리기 어렵습니다. 각자 수준에 맞춰 허수아비를 최대한 많이 쓰러뜨리십시오!”
그때, 눈치 빠른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저기, 빨간색 허수아비도 있는데요? 저건 뭔가요?”
훈련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붉은색 허수아비가 있었다.
붉은색 허수아비는 다른 허수아비의 몇 배 크기였다.
빨간 모자 교관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여러분 수준으로는 안 됩니다. 괜히 근처에 가서 다치지 마시고, 녹색이랑 주황색 허수아비만 가지고 훈련하시길.”
대놓고 비웃는 말투였다.
“바로 훈련 시작!”
빨간 모자 교관 NPC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기 관사로 쏙 들어가 버렸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허수아비 앞으로 흩어졌다.
퍼억! 퍼버벅!
“보기보다 단단한데?”
“그래도 여러 번 치니까 숙련도가 오르네.”
“우리도 가자, 염훈.”
은혁은 염훈을 데리고 주황색 허수아비가 있는 쪽으로 데리고 갔다.
“어? 녹색부터 시작하지 않고?”
“주황색을 쓰러뜨려야 숙련도가 더 빨리 올라.”
은혁은 염훈에게 훈련을 권하고는, 정작 자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내 능력에 대해 생각해 보자.’
퍽! 퍼버벅……!
주변에서 허수아비를 치는 소리를 들으며, 은혁은 자신의 능력으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했다.
‘일단 초반 독식.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1층부터 4층까지는 튜토리얼 구간이다.
‘5층 : 길드연합국’부터 본격적인 탑 속 세계가 펼쳐진다.
즉, 5층부터는 기존의 고인물들과도 경쟁하게 된다.
어중간하게 강하면 견제받거나 끌려다니게 된다.
‘아예 내 힘을 숨기는 것보다는 무시받지 않을 정도로 힘을 쌓아서 5층으로 가는 게 더 낫겠지.’
그걸 위해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스릉.
은혁은 장검을 꺼내고, 공격 속도에 집중하며 허수아비를 후려쳤다.
퍼억!
‘느려지지 않아.’
보통 마법사는 갑옷을 입고 근접 공격을 하면 속도가 느려진다.
하지만 은혁은 전사 직업의 시작 갑옷을 장착 중임에도 그런 페널티가 없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은혁은 허수아비를 향해 [화염 방사] 주문을 써 봤다.
화르르르……!
갑옷을 착용한 채 주문을 쓰면 마나 소모량이 증가해야 하지만, 이번에도 마나 소모 페널티가 없었다.
‘전사이면서 마법사여도 스킬을 쓸 때 페널티가 없어. 각 직업의 장점만 지닌다.’
이건 상당한 메리트였다.
‘즉, 직업을 많이 각성하면 각성할수록 강해진다. 딱히 페널티도 없어. 고민 없이 성장하면 되겠군.’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하나 남아 있었다.
‘직업 카드가 언제, 어떤 규칙으로 뜨는가인데…….’
은혁은 스탯창의 직업 부분을 터치해봤다.
그러자 은혁이 궁금해하던 부분이 시스템 메시지로 표시되어 나타났다.
-새로운 직업 카드 선택의 순간은 기본적으로 완전히 무작위로 찾아옵니다.
단, 강한 인연의 성립, 강적 격퇴, 죽음의 위기 등, 강렬한 체험을 겪을 때일수록 확률이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카드 선택의 순간에는 12개의 직업 카드가 동시에 제시되며, 이 12개의 직업 카드는 플레이어 강은혁이 지니고 있던 ‘본래의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또한, 강력한 플레이어를 쓰러뜨리는 경우, 그 플레이어가 지니고 있는 직업 카드를 복사하여, 기존의 가능성 대신 상대 직업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삼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그밖에 ‘모든 직업의 가능성’이 품고 있는 숨겨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체험을 통해 스스로 밝혀내시길 바랍니다!
‘흠, 위험한 강적을 상대로 싸우면 직업 선택 확률이 올라간다는 게 왠지 눈에 들어오는군.’
은혁이 생각을 정리한 순간.
“하앗!!”
빠칵!!
곁에 선 염훈이 주황색 허수아비를 또 하나 쓰러뜨렸다.
은혁이 생각에 잠긴 동안 고지식하게 쉬지 않고 허수아비를 쓰러뜨린 것이다.
“하하! 또 한 놈!”
염훈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외쳤다.
그 순간, 플레이어들에게 2층 메인 미션 전용 랭킹이 표시되었다.
<허수아비 쓰러뜨리기 랭킹>
현재 1위 : 서영후.
현재 2위 : 염훈.
……
……
현재 398위 : 장은정.
현재 399위 : 강은혁.
많이 쓰러뜨릴수록, 어려운 허수아비를 쓰러뜨릴수록 랭킹이 올라가는 시스템이었다.
랭킹은 10분마다 자동 갱신되었다.
“어! 나는 50위네?”
“더 열심히 해 볼까!”
랭킹이 표시되자 다들 의욕을 보였다.
그걸 본 염훈이 은혁에게 말했다.
“야, 강은혁. 아까부터 뭐 해? 빨리 쳐야지? 도와줄까?”
염훈이 도우려는 몸짓을 하자, 은혁은 피식 웃었다.
“[화염 방패].”
화륵!
은혁의 왼손에 두꺼운 화염의 방패가 생성되었다.
“어어, 그건 방어 스킬 같은데?”
염훈이 고개를 갸웃한 순간.
“[화염 방사].”
왼손에 발동한 [화염 방패]의 중심에, 오른손에 발동한 [화염 방사]가 적중되었다.
화르르르륵……!
화염이 중첩되면서, [화염 방패]는 물풍선처럼 점차 팽창했다.
“염훈. 거기 좀 비켜 줄래?”
“여, 여기쯤?”
“아니, 한참 뒤로 비켜. 그렇지.”
은혁은 길게 늘어선 주황색 허수아비의 측면에 섰다.
즉, 볼링처럼 한 방에 여러 개를 쓰러뜨리기 적당한 각도에 섰다.
“퓨전 스킬! [염열파]!!”
번쩍!!
-히든 이펙트 발동!
[화염 방패]에 [화염 방사]가 중첩되어 폭발하더니, 전방을 향해 매우 강력한 [염열파]가 방출됐다.
화르르르르륵!!
콰콰콰콰……!
콰드드득……!
허수아비 대여섯 개가 한 방에 쓸려나갔다.
-허수아비 연속 처치 보너스!
-힐링 포션 3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마나 포션 3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인근 플레이어들은 그걸 보고 기겁했다.
“우왓?!”
“저, 저거 뭐야!”
“위력이 무슨……!”
허수아비를 두들겨 패던 플레이어들이 은혁을 보는 동안, 은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았어!”
“…….”
땀으로 푹 젖은 염훈은 뭔가 상대적 박탈감 비슷한 걸 느꼈다.
“자아, 그럼 다음!”
은혁은 같은 방식으로 허수아비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콰드드득……!!
은혁은 점차 요령이 생겨서, [염열파]를 발동시킨 뒤 몸의 방향을 살짝 옆으로 틀었다.
정면으로만 방사하던 [염열파]를, 부채꼴 모양으로 휘두르듯 뿜어낸 것이다.
콰드드득!!
한 번에 6개의 허수아비를 쓸어버리던 은혁은 이제, 12개, 13개까지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게 됐다.
‘후우, 마나 포션 하나 먹자.’
<허수아비 쓰러뜨리기 랭킹>
현재 1위 : 서영후.
현재 2위 : 염훈.
……
현재 5위 : 강은혁.
한숨 돌릴 겸 랭킹을 보니, 순식간에 5위까지 올랐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네.’
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지친 염훈에게 자취방에서 챙겨 온 이온 음료를 하나 던져줬다.
별거 아닌 음료수처럼 보여도, 튜토리얼이 진행 중인 1층부터 4층까지는 식량이 제한되므로 상당히 귀한 물건이었다.
“이거 마시고 해.”
“고, 고맙다.”
“대신에 쉬지 말고 쳐. 무조건 3위 안에 들어야 해.”
“3위? 뭐, 지금 이미 2위니까 그건 어렵지 않은데.”
“3위 밖으로 밀려나면 안 돼.”
은혁은 염훈에게 엄포를 놓고는, 붉은 허수아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음? 잠시만요!”
교관 NPC들이 나타나 은혁을 말렸다.
“붉은 허수아비는 다른 허수아비들이랑 차원이 다릅니다!”
“압니다.”
붉은 허수아비는 덩치부터가 다른 허수아비의 세 배 크기였다.
“크르르르……!”
게다가 지성을 갖고 있으며, 움직일 수도 있었다.
‘회귀 전에는 도전할 엄두도 못 냈었는데.’
은혁은 붉은 허수아비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사납게 웃었다.
‘지금은 왜 이리 만만해 보이냐.’
회귀 전에는 붉은 허수아비의 약점이 어딘지도 몰랐다.
약점을 알았더라도, 약점에 결정타를 먹일 수단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어.’
은혁은 한 걸음 내디뎠다.
“어? 저 사람 봐 봐.”
“붉은색 허수아비한테는 가면 안 되는 거 아니었어?”
근처에서 주황색 허수아비를 상대하던 플레이어들이 은혁을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크르르……!”
붉은색 허수아비는 갑자기 우르르 몰려든 구경꾼들을 경계하느라 잠시 은혁을 시야에서 놓쳤다.
그 순간.
타앗!
은혁은 달려들었다.
“쿠오오!”
붉은색 허수아비는 달려드는 은혁에게, 한 박자 늦게 묵직한 팔을 휘둘렀다.
일반 마법사라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은혁은 마법사이면서 동시에 전사였기에, 접근전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었다.
“[화염 방패]!!”
화악!!
두꺼운 화염의 방패와 굵은 나뭇가지가 충돌하자 폭발이 일어났다.
콰쾅!!
“쿠오오옥!”
붉은색 허수아비의 팔에 불이 붙었다.
은혁도 뒤로 튕겨났지만 경직은 거의 없었다.
즉시 다시 돌진하는 은혁을 본 플레이어들은 경악했다.
“뭐, 뭐임?!”
“마법사면 방어한 직후에 경직 상태가 길게 올 텐데?”
“그러고 보니 저 사람 아까 1층에서도 전사이면서 마법사 스킬 썼었는데. 그래서인가?”
“시발, 저 사람만 왜 직업 두 개야? 버그냐?”
구경꾼들의 감탄과 투덜거림 속에서, 은혁과 붉은 허수아비는 거리 싸움을 이어갔다.
‘더 바싹 붙어야 해!’
“쿠오오오!!”
콰콰쾅!!
붉은색 허수아비가 발길질을 하자 바닥이 깨지고 충격파가 발생했다.
‘크윽, 부상을 감수하고 최대한 달라붙는다!’
강력하지만 유연함이 떨어지는 붉은 허수아비이므로, 최대한 달라붙어서 급소를 노려야 했다.
“[스모크]!”
퍼펑!
검은 연기가 생성되면서 은혁의 모습이 가려졌다.
“부오오오!!”
붉은색 허수아비는 다리를 땅에 박은 채, 양팔을 펼치고 회전했다.
부우웅!!
붉은 허수아비가 회전하자 강력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며 연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우왓!”
“꺅?!”
근처에서 구경하던 이들이 강력한 바람에 쓸려나갔다.
하지만 은혁은 근처에서 바싹 엎드린 상태로 바람을 견뎠다.
허수아비의 회전이 멈춘 순간.
‘지금이다!’
은혁은 일어나며, 왼손에는 [화염 방패] 스킬을, 오른손에는 [강타] 스킬을 동시에 발동했다.
“헉?!”
“직업 스킬 두 개를 동시에……!!”
눈썰미가 좋은 NPC와 플레이어들만이 은혁이 해낸 일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쾅!
왼손의 [화염 방패]로 붉은 허수아비의 공격을 막고.
“흡!!”
팍!!
[강타] 스킬의 힘이 담긴 장검이 붉은 허수아비의 목을 크게 뜯어냈다.
‘죽였나?’
“쿠…… 쿠오오오!!”
치명상을 입긴 했지만 조금 모자랐다.
붉은 허수아비의 공격을 [화염 방패]로 막으면서, 은혁의 몸이 살짝 뒤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런! 얕았나!’
은혁은 재빨리 거리를 벌렸고, 붉은 허수아비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쿠오오오!!”
붉은 허수아비는 은혁을 향해 연속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쾅! 쾅! 쾅! 쾅……!
하나하나가 체중이 실린 묵직한 공격이었다.
붉은 허수아비의 주먹이 빗나갈 때마다 훈련소 바닥이 파였다.
“저러다 저 사람 죽겠는데?”
“저 허수아비는 지치지도 않아……!”
그랬다.
붉은 허수아비는 더 이상 방심하지 않았다.
“그냥 도망치시오!”
“허수아비 눈이 붉게 변한 이상 이길 수 없습니다!!”
훈련 교관 NPC들이 그렇게 외쳤다.
은혁의 모습이 너무 위태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너무 아슬아슬한가?’
은혁은 허수아비의 패턴을 읽고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허수아비의 본질은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올려주는 역할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숙련도를 급속도로 올리겠다는 것이 은혁의 작전이다.
하지만.
부웅!
푸슛……!
붉은 허수아비의 주먹 끝이 은혁의 머리를 스쳤고, 피가 튀었다.
“아앗!”
“저, 저런!”
플레이어와 NPC들이 입을 모아 안타까워하는 순간.
-전사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현재 전사 숙련도 : 10%.
‘오오! 10% 달성! 그럼……!’
-숙련도 10%로 새로운 스킬이 개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