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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5화 (5/434)

5화 : 다음 층 난이도 고르기

-전사 스킬 [패링]을 습득하셨습니다!

‘좋아! 패링을 얻었다!’

[패링].

복싱이나 펜싱, 여러 격투 게임 등에서 사용되는 기술로, 여기서는 적의 공격을 쳐내거나 흘려내는 스킬을 말한다.

회귀 전 은혁이 가장 효율적으로 쓰던 스킬이기도 했다.

스릉!

은혁은 장검을 꺼내 들고 붉은 허수아비를 도발했다.

그러자 붉은 허수아비는 두 다리를 땅에 박고, 양손을 모아 망치처럼 은혁을 내리찍으려 했다.

“쿠오오오!!”

위에서 체중을 다해 내리찍는 공격이기에 [화염 방패]로 똑바로 막아도 피해를 입을 터였다.

하지만.

“[패링]!!”

터텅!!

은혁은 한 손 [패링]을 썼다.

오른손에 쥔 장검이 붉은 허수아비의 내려찍기를 옆으로 튕겨냈다.

-히든 이펙트 발동!

적의 공격 타이밍에 정확히 맞춰 [패링]을 성공시키면, ‘저스트 가드’라는 히든 이펙트가 발동한다.

‘저스트 가드’ 발동 시, 방어자는 거의 경직이 없고, 공격자 쪽이 비틀거리게 된다.

“말도 안 돼!”

“2층인데 히든 이펙트를 자유롭게 발동시킨다고?!”

“그것도 한 손 [패링]을 실전에서!”

NPC들이 경악했다.

히든 이펙트란 말 그대로 숨겨진 효과다.

그것을 은혁은 초반부터 구사했다.

찌익!

은혁의 손아귀가 조금 찢어졌지만 한 손으로 발동한 스킬로서는 대성공이었다.

은혁은 회귀 전에 ‘노력하는 전사’로 시작해서, ‘노력하는 검성’으로 승급한 입지전적인 존재였다.

그때 당시에 이미 [패링] 훈련만 3만 회, 실전에서는 그 이상 써 왔었다.

게다가 지금의 은혁은 과거와 달리 직업이 두 개였다.

오른손으로 한 손 [패링]을 쓰는 동안, 왼손으로는 반격용 주문을 준비해뒀다.

“강화형 [화염 방사]!!”

은혁은 오른손으로 [패링]을 써서 공격을 튕기고, 왼손으로는 미리 모으기로 강화해 둔 [화염 방사]를 냅다 쏘아냈다.

화르르륵!!

붉은 허수아비는, [패링], [화염 방사] 연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크우우……!”

타탁……!

붉은 허수아비의 목에 있던 상처로 화염이 빨려 들어가고, 불티가 튀었다.

덜그럭.

바싹 탄 붉은 허수아비의 목이 먼저 바닥에 떨어지고.

쿠쿵!!

붉은 허수아비는 쓰러졌다.

“맙소사.”

“정말로 붉은 허수아비를……!”

NPC들과 플레이어들 모두 경악한 눈으로 은혁을 바라봤다.

하지만 은혁은 제한 시간이 거의 다 됐다는 것을 본 뒤 랭킹 표를 확인했다.

<허수아비 쓰러뜨리기 랭킹>

현재 1위 : 강은혁.

현재 2위 : 염훈.

현재 3위 : 서영후.

‘됐다. 나랑 염훈이 1, 2위 확정.’

붉은색 허수아비는 한 마리밖에 없는 존재였기에, 쓰러뜨리면 랭킹 보상이 매우 컸다.

그리고 메시지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최초로 붉은 허수아비를 쓰러뜨리셨습니다!

-힐링 포션을 3개 획득하셨습니다!

-마나 포션을 3개 획득하셨습니다!

-마법사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현재 마법사 숙련도 : 10%.

-마법사 스킬 [명상]을 습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2.

‘휴. 겨우 레벨이 2로 올랐군.’

기본 스탯 자체는 고정이지만, 레벨이 오르면 기본 스탯에 비례하여 성장한다.

튜토리얼 층에서는 레벨 제한이 엄격해서, 한 번에 레벨이 잘 오르지 않았다.

은혁은 숙련도를 높인 것에 대해 만족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은혁이 자신의 성장률과 보상을 검토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다.

“저 사람만 초반부터 독주하네…….”

“역시 전사 스킬 마법사 스킬 다 쓰니까 독보적이긴 하네요.”

은혁을 부러워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질투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은혁이 혼자서 위험을 감수하고 싸우는 방식이 인상적이기도 했고, 전사 스킬과 마법사 스킬을 적재적소에 쓰는 모습이 공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교관 NPC들이 떠드는 것보다, 저 사람이 싸우는 모습이 더 도움 되네.”

플레이어들은 얼마 안 남은 제한 시간 동안 열심히 허수아비를 때렸다.

플레이어들이 모처럼 긍정적인 마음을 먹은 순간.

“어이! 당신 아까부터 무슨 짓이야!”

“교관! 교관 NPC! 저 새끼 좀 잡아 주세요!!”

낮은 등급의 직업을 뽑은 이들이 있는 녹색 허수아비 구역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그림자를 지배하는 도적 서영후.’

S급 직업을 뽑은 도적이었다.

말 그대로 그림자를 조작할 수 있는 엄청난 도적.

서영후는 사람들이 허수아비를 쓰러뜨리기 직전, [그림자 도약] 스킬로 순간 이동해서 막타를 먹였다.

고의적인 스틸 행위다.

그것도, 다른 A급이나 S급은 노리지 않고 만만한 자들의 허수아비만 스틸했다.

“히히! 자기 허수아비는 자기가 관리해야죠? 막타 먹은 게 죄도 아니고.”

그때, 마침 교관들이 나타났고, 스틸 당한 플레이어들이 화를 냈다.

“이봐요! 교관! 저거 규정 위반 아닙니까?”

“아닙니다.”

“네?!”

“2층 미션 도중, 상대방을 직접 공격한 게 아니면 규칙 위반이 아닙니다.”

그랬다.

2층 메인 미션 규칙에 의하면, 플레이어를 직접 공격하면 규칙 위반이다.

하지만 서영후는 남의 허수아비를 스틸만 했다.

“그, 그런 규칙이……!”

플레이어들이 교관에게 화를 냈지만 소용없을 터였다.

은혁이 저 사실을 어떻게 잘 알고 있냐면…….

‘나도 회귀 전 때 당해 봤으니까.’

E급 노력하는 전사였던 은혁은 서영후의 표적 중 하나였다.

회귀 전, 초반부의 은혁은 고지식하게 행동했고, 서영후의 눈에는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던 것이다.

‘풉! 탑 속에서까지 노오력 하시네? 랭킹 점수 스틸 냠냠.’

서영후는 은혁이 때리는 허수아비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막타를 날리고는, 다른 약자의 허수아비로 도망쳤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지금은 서영후가 그냥 치졸하고 비겁한 놈으로 보이지만, 나중에는 엄청 위험해져.’

S급 직업답게 엄청난 성장성을 보이는 것이다.

‘저놈도 더 성장하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지.’

그때, 서영후와 은혁의 눈이 마주쳤다.

서영후는 [그림자 도약]으로 은혁의 뒤편에 나타났다.

“얍!”

“읏?!”

염훈은 놀라서 흠칫했고, 은혁은 피식 웃으며 등 뒤에 말을 걸었다.

“그림자를 이용한 순간이동인가 보네요? 대단한 스킬이군요.”

“오, 알아봐 주셔서 고맙네요. 두 분, 현재 랭킹 1위, 2위시죠?”

서영후는 실실 웃으며 물었고, 염훈은 냅다 욕부터 했다.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엥?”

“개도 남의 밥그릇에 든 밥은 함부로 안 뺏어 먹는다. 다들 힘들게 허수아비 치면서 노력하고 있는데 남의 걸 뺏어 먹냐? 그럼 개만도 못한 새끼지.”

“이런. 제 행동이 무척 마음에 안 드셨나 보군요.”

서영후는 은혁과 염훈을 번갈아 보며 웃었다.

“최상위 3위 안에 드는 사람들끼리 친해져 보려 했는데 쉽지 않군요. 그래도 3층에서는 잘 부탁합니다.”

서영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인사했다.

그리고는 또다시 [그림자 도약]으로 멀리 사라졌다.

“저, 저 도둑 새끼가 우리 앞에서만 예의 바른 척하네?!”

염훈은 화를 냈지만 은혁은 참으라 했다.

“일부러 우릴 도발하는 거야. 무시해.”

“크윽……!”

염훈은 화를 냈지만 은혁의 마음은 평온했다.

‘편하네.’

은혁은 서영후를 3층에서 처리할 생각이었다.

서영후를 쫓아다니면서 3층 공략을 병행하려면 조금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더 이상 그걸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놈이 알아서 올 테니까.’

은혁은 히죽 웃었다.

서영후는 자신이 은혁과 염훈을 노리고 있음을,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드러내며 그들을 위축시키려 했다.

하지만 상대를 완전히 잘못 골랐다.

“미션 종료!”

교관 NPC들이 외쳤다.

“플레이어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2층 메인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교관 NPC들이 손뼉을 짝짝 쳤다.

“상위 3위 플레이어 세 분은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메달 및 상장 수여식이 있었다.

“위 훈련생은 보기 드문 성실함과 노력으로 타의 귀감이 되었으며…….”

온갖 미사여구가 줄줄 늘어선 상장 문구였다.

은혁이 하품을 세 번 참고 나서야 상장과 금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빨간 모자 교관은 정중히 말했다.

“축하합니다. 붉은 허수아비를 쓰러뜨린 당신의 업적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의 바르게 답하면서도 생각은 다른 데 가 있었다.

‘상장은 사실 별 쓸모없고, 금메달은 쓸모가 많지.’

뒤이어 염훈은 은메달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3위를 한 서영후가 동메달을 받으려는 순간.

“우우!”

“저 얍삽한 개새끼. 카악, 퉷!”

서영후를 향한 야유와 욕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와, 다들 나 엄청 싫어하시네.”

청년은 미움을 당할수록 기쁜 사람처럼 음흉하게 웃었다.

수여식을 마치고 교관 NPC가 외쳤다.

“그럼 게이트 미션을 바로 개방합니다!”

<2층 게이트 미션 : 게이트 선택>

-목표 : 원하는 3층 던전을 고르시오.

총 네 개의 시나리오가 정해져 있으며, 각 던전 시나리오에 따라 이지, 노멀, 하드, 헬 난이도로 구분된다.

제한 시간 이내에 선택하면 성공. 선택하지 않으면 실패.

-성공 시 보너스 : 체력 완전 회복 후 3층으로 자동 전송.

-실패 시 페널티 : 무작위 3층 던전으로 강제 전송.

-제한 시간 : 15분.

“3층 난이도?”

“뭐, 뭐임?”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렸다.

은혁은 염훈에게 가서 슬쩍 질문했다.

“염훈. 성기사 숙련도는 많이 올렸냐?”

“한 6% 정도.”

“새로운 스킬은?”

“몇 개 얻었어.”

“뭔데?”

사실 은혁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조금 두근거렸다.

“얻긴 얻었는데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

염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고, 은혁은 조바심이 났다.

“뭔데, 말해 봐.”

“[정화] 스킬이랑 [하급 치유] 스킬하고 또 고유 스킬인…….”

염훈이 마저 말하려는 순간, 교관들이 외쳤다.

“그럼 선택해 주십시오!”

눈앞에 선택창이 떴다.

A. 페어리의 숲.

B. 오우거의 지하 감옥.

C. 고요한 해안가.

D. 방과 후의 학교.

“음?”

“죄다 수상쩍어 보이는데.”

플레이어들은 눈치를 봤다.

“우리는 D 고르자.”

은혁이 염훈에게 말했다.

“학교? 왠지 불길한데.”

염훈은 묘하게 경계했다.

“나만 믿어.”

“뭐, 네 찍기 실력은 인정한다만.”

염훈은 큰 고민 없이 은혁을 믿었다.

그들과 한참 떨어진 허수아비 수련장에서, 서영후는 히히 웃었다.

‘들린다, 들려!’

서영후는 S급 도적답게 직업 활용도가 높았다.

서영후는 허수아비의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에 자신의 양쪽 귀를 걸쳤다.

그리고 그 양쪽 귀만 [그림자 도약]시켜서, 각각 은혁과 염훈의 그림자에 스며들게 했다.

그 상태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도청 기법이었지만, 문제는 그 상대가 은혁이라는 점이었다.

‘풉, 진짜 뻔한 놈이네.’

회귀자인 은혁은 서영후의 성격과 스킬을 모두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놈이 도청하고 있음을 쉽게 알아챘다.

은혁은 웃음을 겨우 참으며, 정말로 D 선택지를 골랐다.

고르는 소리가 서영후의 귀에도 전달될 터였다.

“아, 염훈. 이쪽으로 좀 올래?”

“응?”

“그래, 그렇게 나랑 그림자가 겹치게.”

은혁은 그림자에 양손을 뻗고, [화염 방사]를 썼다.

‘열을 낮추는 대신 빛을 강화해서 쏜다!’

화르르륵!!

양손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그림자를 덮쳤다.

“끄아아아!!”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서영후가 귀를 움켜쥐며 데굴데굴 굴렀다.

“어?”

“무슨 일이지?”

플레이어들과 NPC들이 어리둥절해했고, 서영후는 귀를 움켜쥔 채 울부짖었다.

“무우울!! 누가 물 좀 귀에 부어줘!!”

하지만 아무도 돕지 않았다.

심지어, 동메달을 수여한 빨간 모자 NPC조차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먼발치에서 그 상황을 본 염훈은, 곁에서 히죽거리며 웃는 은혁을 미심쩍게 바라봤다.

“네가 한 거야?”

“뭘?”

은혁은 시치미를 떼고 조금 전 실험을 복기했다.

‘그림자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야. 빛과 열을 가하면 그림자에도 공격이 통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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