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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0화 (10/434)

10화 : 학교 옥상에서의 대결

서영후의 몸과 그림자가 하나로 합쳐지는가 싶더니, 그림자 악마처럼 변해 갔다.

“이게 내가 새로 얻은 힘이다!!”

화아악!

서영후의 몸을 6미터 크기의 그림자가 감쌌다.

“[그림자 악마 모드]!!”

서영후는 상위 몬스터 중 하나인 그림자 악마로 스스로를 변환시켰다.

“웃?!”

성기사인 염훈은 악마화된 서영후의 전투력이 급증한 걸 느끼고 긴장했다.

“우측으로 돌아!”

은혁은 염훈에게 지시한 뒤, 자신은 좌측으로 크게 돌았다.

둘이므로 좌우에서 협공을 가해 서영후를 쓰러뜨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파바바바박!!

서영후의 몸을 감싼 그림자는 고슴도치처럼 변화했다.

“우왓?!”

“칫!”

두 사람은 회피했다.

고슴도치 형태의 그림자는 재차 변화했다.

꾸물텅……!

촉수처럼 변해서 두 사람을 휘감으려 했다.

하지만.

“[화염 방패]! 연속!”

은혁은 자신의 몸에 [화염 방패]를 여러 개 두르더니 오히려 촉수에 몸을 내던졌다.

화르르륵!!

그림자 촉수와 화염이 서로 대결을 벌였다.

쉬익!

그림자 촉수 하나가 은혁의 등 뒤를 노렸다.

하지만.

“[패링]!”

터텅!!

촉수가 허공에 튕겨 나갔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단단하게 물질화된 그림자인 데다가, 은혁에게는 회귀 전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격에 그림자를 모조리 쏟아부었기 때문에, 짧은 틈새 너머로 서영후의 맨몸이 드러났다.

염훈이 그 틈을 노렸다.

“하앗!”

푹!

은도금 장검의 칼끝이 서영후의 어깨에 꽂혔다.

“크악!!”

서영후는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것처럼 파르르 떨며 물러났다.

은혁은 그런 서영후의 뒤를 쫓으며, 히든 이펙트를 발동시켰다.

“[플레이밍 엣지].”

매우 기초적인 히든 이펙트였지만 화염의 칼날이므로 위력은 상당했다.

‘이걸 [강타]로 휘두른다!!’

“하앗!!”

퍼버벅!!

그림자가 뭉텅이로 잘려나갔다.

하지만 서영후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살을 주고 뼈를 주는 심정으로 스킬을 썼다.

‘[그림자 도약]!!’

파앗!

서영후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디지?’

은혁의 뒤, 또는 염훈의 뒤.

둘 중 한 곳을 노릴 터였다.

화악!

그림자 악마가 된 서영후는 자신의 몸을 나누어, 은혁과 염훈의 등 뒤를 동시에 덮쳤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예상하고 있었다.

“[정화]!!”

파앗!!

염훈은 자신의 그림자를 정화시켜, 그림자 악마가 된 서영후에게 타격을 입히고 튕겨 나가게 했다.

“[화염 방사]!!”

화르르륵!!

은혁도 자신의 그림자에 최대 위력의 화염을 뿜어서 서영후에게 타격을 줬다.

“캬아아악!!”

괴물에 가깝게 변해 버린 서영후였지만, 여전히 은혁과 염훈을 이길 수 없었다.

“어째서냐!! 왜 내 기습이 전혀 안 통하는 거냐!!”

서영후는 옥상 구석에서 몸을 굴렀다.

‘생각보다 훨씬 할 만하다.’

염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보다 쉽진 않군.’

반면에 은혁은 이렇게 생각했다.

화륵.

데구르르…….

서영후가 바닥을 구르는 것만으로도, 옥상 구석의 그림자를 흡수해서 몸에 붙은 불을 빠르게 끈 것이다.

‘한밤의 학교라서 그런 거겠지. 장기전으로 가면 오히려 위험하겠는데?’

은혁은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히죽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서영후. 넌 이미 졌어.”

은혁은 우선, 말로 서영후의 전의를 꺾기로 했다.

“네 그림자 공격은 위협적이지만, 대처가 불가능한 공격은 아니다. 우리 실력이면 튕겨낼 수 있다.”

물리적, 비물리적 속성을 번갈아 쓸 수 있는 그림자의 힘은 매우 막강하지만, 빛이나 열기, 또는 강한 신성력에는 밀린다.

하필 은혁과 염훈 모두 화염과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다.

“큿……!”

서영후도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이를 갈았다.

은혁은 더 비웃었다.

“너, 보아하니 토끼 가면과 거래해서 그림자를 강화시킨 모양인데,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냐? 이미 2층에서 네 귀를 태워 먹은 나인데, 넌 진짜 학습 능력이 없냐?”

은혁은 짜증을 담아 말했다.

은혁은 멍청하고 사악한 것들을 싫어하지만, 더 싫은 건 멍청함을 반복하는 것들이었다.

“그림자가 안 통하는 우리한테, 더 강한 그림자를 만들어서 덤빈다? 그건 죽창이 안 통하는 적에게 더 큰 죽창을 들고 덤비는 격 아니냐?”

“킥킥.”

염훈이 추임새 넣듯 비웃었고, 서영후의 그림자가 파르르 떨렸다.

“서영후. 네가 정말 우리를 쓰러뜨리고 싶었다면, 그림자를 강화시킬 게 아니라 다른 공격 수단을 마련했어야지. 가령, 다양한 아이템을 모아서 공격 수단을 다원화시킨다든가, 아니면 믿음직한 동료를 만든다든가.”

“……!”

“하지만 넌 둘 다 못 해. 왜겠냐? 네놈이 멍청하고 사악한 새끼니까 그런 거다. 스스로 노력해서 아이템 모을 줄을 아냐? 아니면 남들과 협력을 할 줄 아냐?”

은혁은 유유자적하게 마나 포션 하나를 원샷하고는, 쐐기를 꽂았다.

“남 뒤통수치고, 훼방을 놓는 데 시간과 노력을 소모한 시점에서 넌 우리한테 졌어. 기어코 영혼까지 어둠에 물들어서 강력한 그림자 악마가 됐지만, 네 성장은 딱 거기까지야. 너는 흔한 패배자일 뿐, 더 이상 이 탑에서 위로 올라갈 수 없어. 죽기 싫으면 꺼져라.”

“크와아아악!! 닥쳐!!!”

서영후는 이성을 잃었다.

그림자의 투창, 채찍, 가시를 잔뜩 생성해서 연속 공격을 펼쳤다.

파바바바박!

터터터터텅!

은혁은 [화염 방패]와 [패링]을 연계해서 쳐냈다.

-전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전사 숙련도 : 14%.

-마법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마법사 숙련도 : 14%.

레벨이 낮은 일반 전사는 [패링]으로 그림자 같은 걸 쳐낼 수 없다.

레벨이 낮은 마법사는 [화염 방패]로 그림자를 막을 순 있어도 [패링] 스킬이 없기에 효율적 쳐낼 수 없다.

‘하지만 난 둘 다 가능하지.’

전사이며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염훈! 일단 뒤로 빠져 있어!”

서영후의 무차별 공격은 그냥 은혁이 혼자서 처리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다.

애먼 공격에 염훈이 다치거나 갑옷 내구도가 상하면 그게 더 손해가 크다.

“크와아아아!!”

서영후는 미칠 것 같았다.

은혁이 여유롭게 리스크 관리를 하며 자신의 공세를 막고 있었으니까.

은혁은 자신의 승리를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내가 흔한 패배자라고?!’

인정할 수 없었다.

탑 바깥에서 서영후는 불법적인 비트 코인 브로커였다.

동기들이 학과 선배 도움으로 논문 검색하는 법을 배울 때, 서영후는 아는 형님들을 도와 비트코인을 장외 매입했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이미 4년 치 등록금을 전부 모으고도 남았다.

서영후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로 쩔쩔매는 동기들을 비웃었다.

‘하지만……!’

행복했던 건 그때뿐이었다.

가격 조작, 자금 세탁 등의 혐의를 서영후가 모조리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서영후는 크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을 느끼며 형님들을 찾았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형님들은 베트남으로 떠났다.

구속은 겨우 면했지만, 서영후는 자신이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밤잠을 못 이뤘다.

그리고 얼마 뒤, 100층탑에 전송되었다.

서영후는 다짐했다.

‘남들이 비웃건 욕하건, 반드시 남의 것을 빼앗으며 살겠다!’

그러한 비뚤어진 마음에 호응하듯, 1층에서 S급 직업, 그림자를 지배하는 도적을 얻었다.

그리고 2층에서는 순조롭게 남의 허수아비 막타를 빼앗아 고속으로 성장했다.

‘실수는 없었어. 나는, 내 다짐대로 했고 그 다짐에 오류는 없었어!’

냉정하게 보자면, 서영후의 이 생각에는 오류가 있다.

슈슈슉!

은혁은 서영후의 그림자 공격을 모조리 피하며 서영후의 속마음을 비웃었다.

‘굳이 내 앞에 와서 깝친 게 네 전략의 오류지.’

그랬다.

만약 서영후가 자기 능력을 과신하지 않고, 오히려 은혁과 염훈의 강함을 보고 자세를 낮췄다면?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절망적인 상황에 몰리진 않았을 것이다.

‘뭐, 회귀 전 기억이 있으니 내 쪽에서 널 가만둘 생각도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네가 파멸할 일도 없었겠지.’

“슬슬 마무리를 하자.”

은혁은 서영후의 공격 패턴을 머릿속에 확실히 인식한 상태로 덤벼들었다.

“크아아악!!”

서영후는 자신이 가진 ‘그림자를 지배하는 도적’으로서의 모든 공격을 퍼부었다.

터터텅!

은혁은 그 공격을 모두 튕겨냈다.

“좋아. 점점 익숙해진다.”

은혁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반격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털썩!

서영후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용서를 비는 건가?’

아니었다.

서영후는 자존심과 함께 영혼이 파괴되어 서 있을 수조차 없어서 무릎을 꿇었을 뿐이다.

‘졌다. 절대 못 이긴다.’

서영후는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 순간.

은혁을 중심으로, 세계의 시간이 멈췄다.

-축하드립니다! ‘모든 직업의 가능성’이 새로운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새로운 직업 카드를 뽑아 주십시오!

이번에도 12장의 카드가 허공에 뒷면을 보인 채 떠 있었다.

‘뭘 고른다? 어차피 뒷면만 보여서 뭐가 뭔지 알 수 없지만.’

고민하는 순간, 서영후의 몸에서 도적 직업 카드가 두둥실 떠올랐다.

‘어?’

쐐액!

그것은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더니, 기존에 떠 있던 열두 카드 중 하나와 충돌했다.

차캉!

그 순간, 본래 은혁이 갖고 있던 12개의 가능성 중, 도적 직업 카드였던 게 공개됐다.

‘웃?!’

-모든 직업의 가능성이 선택권을 제시합니다!

-본래 갖고 있던 도적의 가능성과 지금 쓰러뜨린 플레이어가 지니고 있던 도적의 가능성 중 원하는 것을 고르십시오!

‘허. 이런 것도 되나?’

은혁은 순간 놀랐지만, 2층에서 읽은 설명에 지금 상황이 적혀 있던 것을 곧 떠올렸다.

공개된 선택지는 다음과 같았다.

A. F-급 직업 ‘먹으면 금방 살찌는 도적’. (본래 지니고 있던 가능성)

B. S급 직업 ‘그림자를 지배하는 도적’. (서영후를 쓰러뜨리고 복사한 가능성)

‘…….’

은혁은 A 선택지를 보자 너무 화가 나서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였다.

‘F-급 직업은 회귀한 나조차도 처음 보네. F급이 바닥 아니었어?’

본래 은혁이 갖고 있던 가능성 중 하나라는 사실 때문에 더 기가 막혔다.

‘기각! 절대 기각!’

은혁은 정지된 시간 속에서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손을 움직여 B를 뽑았다.

그러자 은혁이 본래 갖고 있던 가능성인 ‘먹으면 금방 살찌는 도적’이 소멸하고, 그 자리를 ‘그림자를 지배하는 도적’이 차지했다.

-축하드립니다! S급 직업 ‘그림자를 지배하는 도적’을 습득하셨습니다!

-도적 전용 아이템 락픽을 획득하셨습니다!

-고유 스킬 [그림자 지배]를 습득하셨습니다!

-도적 스킬 [도약]을 습득하셨습니다!

-도적 스킬 [함정 감지]를 습득하셨습니다!

-도적 스킬 [자물쇠 따기]를 습득하셨습니다!

‘됐다!’

시간이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오고, 은혁은 스탯창을 봤다.

<강은혁의 스탯창>

레벨 : 3.

근력 : C+. 체력 : C-.

속력 : B+. 의지력 : A+.

마력 : C-. 매력 : B-.

본성 : [독식하는 자]. [은근히 싸움을 즐기는 자]. [회귀자].

계약 성좌 : 없음.

직업 : 못 하는 게 없음(모든 직업의 가능성).

E급 직업 ‘노력하는 전사’ (숙련도 : 14%).

A급 직업 ‘화염을 지배하는 마법사’ (숙련도 : 14%).

S급 직업 ‘그림자를 지배하는 도적’ (숙련도 : 13%).

‘나쁘지 않아. 전사, 마법사, 도적 트리플 클래스면 균형도 맞고.’

특히, 동료인 염훈이 성기사이므로 균형 측면에서 보면 완벽했다.

‘뭐, S급 직업 카드를 얻은 거니까 손해는 절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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