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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2화 (12/434)

12화 : 학교 지하실

파앗!

은혁과 염훈은 본관 1층 현관 안쪽 그림자에서 튕겨 나왔다.

“우왓!”

“큭, 처음이라 좀 거칠군.”

모든 귀신이 운동장을 포위했다는 건, 반대로 본관 내부에 귀신이 없다는 뜻이다.

“이 틈에 혼자 있는 토끼 가면을 노린다. 따라와!”

“오, 오케이!”

은혁의 계획을 이해한 염훈이 뒤를 따랐다.

타다다다!

두 사람은 전력 질주로 교장실 앞에 섰다.

하지만.

“뭐야, 이거! 철문?!”

단순한 철문이 아니었다.

철문의 표면에는 각종 룬 문자가 새겨져 있어서 마법 저항이 걸려 있었다.

“아하하하! 제법 머리 굴리는군요! 귀신이 없는 틈에 보스인 나를 노리겠다? 우후후!”

토끼 가면의 비웃음이 교내 스피커로 울려 퍼졌다.

“하지만 교장실의 문은 마법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습니다! 창문도 마찬가지니, 포기하고 죽으시길!”

그러고는 귀신들에게 명령했다.

“나의 귀신들아! 놈들은 교장실 문 앞에 있다! 어서 와서 죽여라!!”

퀘에에엑……!

운동장에 있던 귀신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1층으로 쇄도했다.

“이런?!”

카가가가가각……!

벽, 천장, 바닥을 긁으며 귀신들이 달려드는 소리.

귀신들이 한 번씩만 할퀴어도 두 사람은 죽는다.

“쫄 거 없어.”

은혁은 락픽을 쥐고 문의 손잡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하하! 바보 같으니! [자물쇠 따기]로 딸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포기하시죠!”

“글쎄, 과연 어떨까.”

은혁은 락픽을 넣는 척하면서 넣지 않았다.

‘[그림자 지배].’

다만 자물쇠 안쪽의 그림자와 접촉했다.

“[자물쇠 따기], [그림자 지배]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자물쇠 구멍 속의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열쇠 구멍에 맞춰 형성됐다.

“[섀도우 락피킹!]”

그림자가 실린더 내부에 딱 맞게 달라붙더니, 물리력을 갖고 돌아갔다.

“열렸……!”

달칵!

실패했다.

도적 숙련도가 낮다 보니, [자물쇠 따기] 성공률도 낮고, [그림자 지배]의 정밀성이 떨어져서 실패했다.

큼직하게 [그림자 도약]은 가능해도, 작은 자물쇠를 따는 세밀한 동작은 힘든 것이다.

‘아, 이론상으로는 한 번에 딱 되어야 하는데.’

“서둘러!!”

염훈이 외쳤다.

“에라! [섀도우 락피킹]! 연속으로!!”

달칵, 달칵, 달칵……!

연속으로 할 때마다, 실린더 내부가 헐거워졌다.

그러더니.

달칵! 우지끈!!

찰칵!

교장실의 문이 열렸다.

“크흠, 흠.”

정교함이 아니라 힘으로 실린더 내부를 부순 격이지만 어쨌거나 성공.

“들어와! 빨리!!”

은혁은 염훈을 데리고 교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쾅!

문을 닫고 잠근 순간.

파가가가각!

귀신들이 교장실의 문을 긁어댔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룬 문자 덕분이지.’

침입자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교장실의 문이, 귀신들도 막았다.

덕분에 은혁과 염훈은 그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마, 말도 안 되는…….”

토끼 가면은 가면 너머로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리얼 토사구팽 시간이다.”

은혁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염훈은 주먹에서 우드득 소리를 냈다.

“말리지 마라.”

“죽이진 마.”

“알고 있어.”

그러자 토끼 가면이 발끈해하며 일어났다.

“날 깔보는 거냐!”

* * *

5분 뒤.

토끼 가면은 엎드린 채 코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죄, 죄송함미다……!”

토끼 가면은 이제 더 이상 토끼 가면이 아니었다.

염훈에게 딱 한 대 맞는 순간 가면이 박살 났으니까.

그 뒤로도 엉망으로 맞았다.

“뭐야, 인간이냐?”

토끼 가면 너머의 얼굴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단, 수많은 괴롭힘과 낙서를 당해서 엉망으로 된 학생의 얼굴이었다.

토끼 가면이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기니 교복을 입고 있었다.

‘이홍수.’

그런 이름이었다.

‘뭐, 이 학교에 대해 안 좋은 원한을 품은 시나리오 속 존재겠지.’

하지만 일일이 측은하게 살펴 줄 생각 따윈 없었다.

“그럼 슬슬 내가 협상에 나서볼까.”

은혁은 토끼 가면이었던 자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홍수야?”

“네, 넵.”

“히든 루트 내놓으면 안 죽이고 봐준다.”

사실, 회귀자인 은혁도 이곳의 히든 루트에 대해서는 얼핏 소문으로 듣기만 해서, 긴가민가했다.

‘분명히 있을 거야. 왜냐하면 4층까지는 튜토리얼이니까.’

3층이 헬 난이도긴 하지만 튜토리얼은 튜토리얼이었다.

3층 클리어 수단이 완전히 막혀 있다면 그건 튜토리얼이 아니므로.

“그, 그게.”

“있지?”

“있긴 한데, 저도 그 히든 루트는 무리입니다.”

“왜?”

“그게…….”

이홍수는 이 학교 시나리오에 관한 배경 설정을 줄줄 설명했다.

어둠과 원한이 켜켜이 쌓인 현실 세계의 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곳 3층이며, 키다리 귀신이 통제에 따르지 않는 이유가 윤리 교사를 겸하는 교감이기 때문이라는 둥, 별 궁금하지도 않은 설정들이었다.

“핵심만 말해, 핵심만!”

“지, 지하실입니다.”

“지하실?”

“학교 지하실에, 어둠이 담긴 코어가 있습니다. 그것을 파괴하면 새로운 게이트가 생성됩니다.”

“그렇군. 그럼 간단하네. 안내해라?”

* * *

두 사람은 이홍수를 인질로 잡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섰다.

스오오오……!

검은 마기가 마치 검은색 드라이아이스처럼 흘러나왔다.

“이 밑으로 내려가자고?”

염훈이 난색을 표했다.

성기사인 그는 지하실 밑에 있는 어둠이 매우 짙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그럼 도와줘.”

“좀 꼴사나운 자세라서.”

은혁은 염훈의 등 뒤에서 [명상] 스킬을 발동하고, 자신의 이마를 염훈의 뒤통수에 댔다.

우우우웅……!

[명상] 스킬의 효과가 염훈에게도 전달됐다.

“켁, 뭐냐?”

“꼴사납지만 아직 마법사 숙련도가 낮아서. [명상] 효과를 전해주려면 머리를 직접 상대 머리에 갖다 대야 된다.”

“음.”

“내 [명상]의 효과를 받아들인 상태에서 [정화]를 발동해 봐라.”

염훈은 은혁의 지시대로 했다.

파앗!

쏴아아……!

홍해가 갈라지듯, 검은색 마기가 좌우로 흩어졌다.

“내려가자.”

“자, 잠깐.”

“발맞춰서 가자고. 이홍수. 네놈도 발맞춰라.”

“네, 넵!”

“자, 내 구령에 맞춰서. 오른발에 영. 왼발에 차.”

“영.”

“차.”

“영.”

“차.”

남자 셋은 바싹 달라붙은 채로 계단을 엉거주춤 내려갔다.

그리고 지하실 가장 깊은 곳에 도달했다.

그러자, 히든 미션이 발동했다.

<3층 히든 미션 : 응축된 원한 소멸>

-발생 조건 : 지하실에 도달할 것.

-목표 : 응축된 원한을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소멸시킬 것.

-성공 시 보너스 : 히든 루트 개방.

-실패 시 페널티 : 죽어서 응축된 원한 속에 흡수된다.

-제한 시간 : 5분.

-히든 미션 전용 버프 [정신 방호]가 제공됩니다!

스오오오오……!

검은 구체가 허공에 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학교를 거쳐 간 인간들의 억울함, 원한, 증오가 한데 뭉쳐서 증폭되고 있는 게 보였다.

히든 미션 전용 [정신 방호] 버프의 힘 덕분에 더 세세하게 느껴졌다.

“히익.”

이홍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염훈과 은혁만이 어둠을 노려봤다.

“[그림자 지배].”

은혁은 그림자를 모아서 검은 구체의 어둠 속에 쑤셔 박았다.

“흡!”

그리고 틈새를 벌려서 검은 구체의 본체가 드러나게 했다.

“[정화]를 써!”

“[정화]!!”

화아악!!

“웃!”

염훈은 생각보다 강한 마기에 뒤로 밀릴 뻔했다.

-원망한다……! 더 원망할 수 있게 해다오……!

-너희도 함께…… 원한 속에서 하나가 되자……!

검은 구체 속에 응축된 원귀들이 부르짖었다.

원한이 너무나도 농밀하게 응축되었기에, 오히려 영원히 원망하며 존재하기를 바라게 된 악귀들이었다.

‘큭.’

[정신 방호]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서, 은혁은 [명상]을 염훈 뒤에서 재차 발동하며 견뎠다.

하지만 염훈은 오히려 송곳니를 드러내며 버텼다.

“웃기지 마.”

불패불굴의 성기사가 말했다.

“원한을 품었으면 그 당사자에게 가서 시원하게 복수를 하거나 깔끔하게 용서를 해야지? 지하실 밑바닥에 뭉쳐서 새로운 희생자들을 귀신으로 끌어들이는 게 너희가 원하는 거라면….”

우우우웅……!

불패불굴의 신성력이, 마기에 맞서 더욱 강해졌다.

“그딴 건 성기사인 내가 정화시켜주마!!”

파앗!!

어둠에 반발하듯, 신성력이 솟구쳤다.

-쿠오오오오……!!

거대한 어둠이 울부짖으며 저항했다.

숙련도 낮은 성기사 따위에게 소멸당하지는 않겠다는 듯한 울부짖음이었다.

어둠이 울부짖으며 저항할 때마다, 염훈의 성기사 숙련도가 1%씩 상승했다.

-성기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성기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성기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성기사 숙련도 : 16%.

-성기사 스킬 [신성한 일격]을 획득하셨습니다!

기이이이잉……!!

황금빛 광채가 염훈의 주먹에 깃들었다.

검은 구체 속에 응축된 원귀들이 염훈의 팔을 휘감으려 했지만.

화악……!

염훈의 기세와 신성력에 닿은 마기가 오히려 튕겨나갔다.

-아아앗……!

-갑자기 신성력이 강화될 줄이야……!

“하앗!!”

염훈은 주먹에 끌어 모은 신성력으로, [신성한 일격]을 먹였다.

콰아아아아……!

어둠이 강해질수록, 염훈의 주먹에서 나오는 광채는 더욱 커졌다.

빛이 지하실 전체를 채우는 순간.

파캉!!

검은 구체는 깨졌다.

화악……!!

검은 기운 대신 새하얀 신성한 힘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쿠오오오……!

-아아아, 이런…… 빛이라니……!

원귀들이 승천하고, 악령들은 소멸했다.

‘됐다!’

은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의도치 않게 학교의 어둠을 이용해서 성기사 염훈을 고속 성장시키게 됐다.

학교 전체는 순식간에 정화되더니, 이홍수의 몸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아아……!”

이홍수는 염훈과 은혁을 바라보며 평화로운 표정을 지었다.

“고맙…….”

스르르…….

학교는 다시 평범해졌다.

악령도, 원한도 없는, 밤하늘 아래의 조용한 학교였다.

-축하드립니다! 히든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히든 게이트가 개방됩니다!

검은 구체가 있던 장소에 게이트가 생성되어 열렸다.

또한, 은혁과 염훈 두 사람의 레벨이 모두 한 단계씩 상승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5.

“하아.”

염훈은 기가 빨렸는지 털썩 주저앉았다.

은혁은 염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잘했어. 이제 일어나.”

“자, 잠깐만 쉬고.”

“4층 올라가서 쉬자.”

은혁은 염훈을 일으켜 세웠다.

염훈은 투덜거렸다.

“탑에 들어오고 나서 거의 쉬지도 먹지도 못했다, 젠장.”

“자.”

은혁은 인벤토리 속에 던져둔 배낭에서 초코바를 하나 꺼내 염훈에게 건넸다.

염훈은 두 입 만에 먹어치웠다.

“쩝, 계속 쉬지도 못하고 올라가야 하는 거냐?”

“후후. 나도 모르지.”

은혁은 답변을 슬쩍 흘린 뒤, 염훈을 데리고 4층 올라가는 게이트 앞에 섰다.

“발맞춰서 동시에 들어가는 거다.”

“왜?”

“그냥 동시에 클리어하자고. 자, 하나, 둘.”

* * *

-4층 : 각오의 벽.

드넓은 초원.

거기에 거대한 장벽이 있었다.

장벽의 높이는 3km 정도로 추정됐다.

장벽 표면에는 사다리와 계단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뭐야, 이건?”

염훈이 중얼거린 순간.

-축하드립니다! 4층에 가장 먼저 도착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6.

‘해냈군.’

조금 늦어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은혁과 염훈이 1위로 들어왔다.

그리고 1위로 4층에 도착하면 레벨이 1 상승하는 보너스가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시에 발맞춰 올라온 것이다.

뒤이어 다른 난이도의 플레이어들도 속속 도착했다.

“허억, 허억.”

“죽는 줄 알았어…….”

대략 250명 정도 살아 돌아왔다.

‘이지는 쉽지만, 노멀, 하드도 쉽진 않지.’

헬 난이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꽤 많이 죽었다.

“이젠 뭘 하면 되는 거지?”

“으으, 배고파 죽겠네…….”

그랬다.

튜토리얼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휴식 시간을 따로 주지 않고, 식사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힐링 포션을 마시면 체력이 회복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포션 낭비기도 하고.’

은혁이 회귀하자마자 자취방에서 가방에 먹을 걸 챙겨 넣은 것도 배고픔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뭐, 여기까지만 참으면 되지만.’

-튜토리얼의 마지막 층인 4층에 도달하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100층탑의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4층 각오의 벽은 여러분의 각오를 시험할 것입니다!

<4층 메인 보너스 미션 : 각오의 벽 등반.>

-목표 : 제한 시간 이내에,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각오의 벽 정상에 도달할 것.

단 한 명만 성공해도 전원이 클리어.

메인 미션이지만 보너스 미션이므로, 실패 시 페널티는 전혀 없음.

-성공 시 보너스 : 기여도에 따른 골드 획득. 게이트 미션을 생략하고 5층으로 자동 전송.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게이트 미션을 생략하고 5층으로 자동 전송.

-제한 시간 :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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