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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5화 (25/434)

25화 : 드레이크 길드 격파 (1)

“허, 이 새끼 봐라?”

“할 말 있으면 이리 나와서 말해보시지?”

드레이크 길드원들은 다시 우르르 몰려가서 위압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은혁은 태연하게 다시 물었다.

“자릿세 안 내고 사냥하면 어떻게 돼요?”

“어떻게 될 거 같은데?”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요.”

“이 새끼는 교육이 좀 필요하겠는데?”

쿡!

길드원 하나가 손끝으로 은혁의 머리를 찔렀다.

스릉.

은혁의 곁에 선 염훈이 말없이 검을 반쯤 뽑았다.

드레이크 길드원들의 표정도 험악해졌다.

“이 새끼는 또 뭐야?”

“친구가 맞으니까 칼 뽑았다 이거지? 개념을 죄다 상실한 것들이구만?”

“염훈.”

은혁이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지시하기 전에는 함부로 칼 뽑지 마.”

“쳇.”

염훈은 한 걸음 물러났다.

‘운 좋은 줄 알아라’ 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드레이크 길드원들은 더 화가 났다.

그 순간.

“어? 잠깐만!”

드레이크 길드원 중 하나가 그제야 눈치챘다.

“이 두 놈 그거 아냐? 새벽반 놈들이 말한 그 신규 2인조!”

“어? 진짜다.”

“야! 다 나와! 이놈들 찾았다!”

드레이크 길드원들이 우르르 두 사람을 포위했다.

항의하던 다른 신규 플레이어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뒤로 물러났다.

“찾는 수고를 덜었네.”

“야, 따라와.”

그들은 은혁을 자신들의 은신처로 끌고 가려 했다.

하지만.

휙.

은혁은 놈들의 손길을 피했다.

“불러와.”

“뭐?”

“여기 있을 테니까 너네 길드장 불러오라고.”

은혁의 차가운 눈빛을 본 드레이크 길드원들은 순간 움찔했지만, 그들은 머릿수가 많았다.

“허, 이 새끼가 아직도……!”

“네가 던전 무서운 줄 아직 모르나 본데, 잘 들어라.”

드레이크 길드원들은 설교조로 말했다.

“던전은 말이다. 치외법권 지역이다. 5층이랑 달리 여기선 사람끼리 죽여도 불법이 아니라고. 그러니 좋게 말할 때 따라와라?”

은혁은 피식 웃었다.

“그건 나도 아는데, 왜 그렇게 가만히 있냐?”

은혁이 묻자 드레이크 길드원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치외법권이라며? 근데 왜 말로 설득해서 데리고 가려고 해? 그냥 바로 두들겨 팬 다음 끌고 가지?”

“에?”

은혁은 멍청한 드레이크 길드원들에게 말빨로 좀 레슨을 해주기로 했다.

“치외법권 지역에서 조폭처럼 자릿세 뜯는 것, 위압감을 주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지.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행동이잖아?”

“그래서? 우린 그렇게 하고 있다!”

“아닌데? 이 경우, 날 끌고 가는 게 목적이면 말로 따라오라고 하지 말고 두들겨 패서 질질 끌고 가는 게 더 목적에 합당한 수단이라니까? 치외법권이면 단순 폭행으로 체포될 일도 없을 텐데 왜 말로 하냐? 냅다 패는 게 구경꾼들도 많으니 위협 효과도 크고 좋을 텐데.”

“그건……!”

“설마 내 편의를 봐주려고? 그건 또 아니겠지? 애초에 너네가 저지르는 짓이 나쁜 짓이긴 해도 치외법권 지역에서의 무력 행사니까 범죄는 아닌데, 왜 자꾸 너네는 일일이 설명하고 앉았어? 설명충이냐?”

“뭐, 뭣?!”

“이 새끼가 진짜!”

“그리고 설명은 네가 더 길게 했잖아!”

드레이크 길드원들은 억울해했고, 은혁은 피식 웃었다.

“앞으로는 일일이 설명을 하지 말고 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설명으로 방심시킨 다음 일단 면상을 갈기도록 해. 지금 내가 하는 것처럼.”

은혁은 시범을 보였다.

뻐억!

오른 팔꿈치를 정면에 있는 놈의 얼굴에 꽂으며 돌진했다.

“끄아악!”

맞은 놈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흡!”

은혁은 왼손으로 플레임 나이프를 휘둘러 좌측에 있던 놈의 눈가를 향해 휘둘렀다.

스걱!

화륵!

눈가에 칼끝이 스쳤을 뿐이지만, 플레임 나이프에 걸린 화염의 힘이 불길을 일으켜 눈을 태웠다.

“아악! 눈! 누우운!”

놈은 바닥을 굴렀다.

“어엇?!”

그제야 반응을 보인 은혁의 뒤에 있던 놈에게는.

“[파이어볼].”

콰쾅!

근거리 화염구를 냅다 얼굴에 날려서 터뜨렸다.

“아아아악!”

세 번째 놈도 얼굴에 화상을 입으며 뒤로 쓰러졌다.

“이익!”

“동시에 쳐!”

하지만.

우뚝…….

나머지 드레이크 길드원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바, 발이……!”

“발이 안 움직여!”

‘[그림자 묶기].’

은혁은 어제 도박장에서 그레이스의 발에 썼던 꼼수를 응용한 특수 스킬을 썼다.

드레이크 길드원들의 발바닥과 닿는 그림자를 지배, 조작해서, 접착제처럼 달라붙게 만들었다.

그림자의 물리적 속성을 뾰족하게 만들거나 끈적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포위해서 위압 주지 말고, 그냥 바로 뚝배기를 깬 다음 끌고 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이런 식으로.”

빠바박!

다리가 안 움직이는 드레이크 길드원들은 죄다 뚝배기가 깨졌다.

그들은 비명도 못 지르고 쓰러졌다.

“세상에, 저거 봤냐?”

“전사? 아니, 마법사인가?”

“겁나 빠른 데다가 다리를 못 움직이게 하는 스킬까지……?”

“하, 하지만 저렇게 잔인하게 공격해서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제2구역의 구경꾼들이 감탄 반 우려 반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동안, 은혁은 손을 툭툭 털었다.

“염훈? 성기사답게 치료 부탁한다.”

“엥? 이것들을 왜 치료해줘?”

“5층에서 말했잖아. 같잖은 것들 치료해 주면 성기사 숙련도 빨리 오른다고.”

“그거 진짜였냐!”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하급 치유] 고고.”

“어휴, 진짜.”

염훈은 한쪽 무릎을 꿇고 부상자들에게 다가갔다.

“살려줘……!”

“치료해 주려는 거다. 가만히 있어!”

염훈은 [하급 치유]를 양손에 걸고 피해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원래는 내가 이놈들 두들겨 패려고 했는데.’

정작 신나게 싸우는 건 은혁이 하고 치료를 염훈이 맡게 됐다.

“와, 저 성기사 봐.”

“겁나 착하네?”

“잘생긴 인간이 원래 인간성도 좋더라고요.”

구경꾼들은 염훈의 모습을 보고 덩달아 경건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모두 성기사님을 위해 기도를 모아줍시다.”

두 손 모아 쾌유를 비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 덕분일까?

숙련도가 꾸준히 올랐다.

-성기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성기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성기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성기사 숙련도 : 40%.

-성기사 스킬 [중급 치유]를 획득하셨습니다!

그걸 본 은혁은 웃음을 참았다.

반면에 부상당하고 일어난 드레이크 길드원들은 주변을 둘러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아, 성기사님.’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우릴 위해 기도를 해주다니.’

갑자기 급반성 타임이 찾아왔다.

“흠흠, 당신들 길드장 좀 봅시다. 빨리 불러오시오.”

염훈이 점잖게 말하자, 치료받은 이들은 얼른 달려가서 길드장을 불러왔다.

안쪽의 은신처에서 쉬고 있던 드레이크 길드장은 안 그래도 소란을 듣고 나오는 중이었다.

“내가 드레이크 길드의 길드장인 드레이크다.”

딴에는 무게를 잡는답시고 목소리를 낮게 깔았지만, 긴장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은혁은 그를 보고 피식 웃었다.

“반갑습니다. 우릴 찾으셨다고?”

“그래, 이 상도덕 모르는 새끼들아. 우리 구역에서 왜 깽판이냐?”

“사유지도 아닌데 뭔 구역?”

“실효 지배도 모르냐?”

“실효 지배라. 명분 또는 법적 근거가 없는 실효 지배는 쉽게 부서지는데. 지금 당신네 길드가 당하고 있는 것처럼.”

“하놔, 진짜 죽어야 정신을 차리려나. 따라와라.”

드레이크는 은혁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은혁이 드레이크의 등 뒤를 따라가려는 순간.

“지금이다!”

드레이크가 외쳤고, 숨어 있던 다른 부하들이 함정을 발동시켰다.

철컹!

철그럭!

천장에서 쇠창살이 내려왔고, 은혁과 드레이크 두 사람만이 일대일 격투용 케이지 안에 갇혔다.

“앗?!”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놀랐고.

“나왔다! 형님의 참교육용 케이지!!”

“형님한테 직접 항의하러 온 놈들은 죄다 저 케이지에서 참교육을 당했지!”

“크크! 넌 뒈졌어.”

숨어 있던 드레이크의 부하들이 환호했다.

‘돌진하는 무투가 드레이크.’

은혁은 회귀 전 기억을 더듬었다.

거대한 철판 갑옷을 입은 드레이크는 전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투가였다.

그것도 돌진과 일대일 전투에 능한 무투가.

드레이크는 묘하게 철두철미했다.

어중간한 약자들은 부하들을 시켜 처리하게 했다.

하지만 자기에게 반항하는 강자가 나타나면 과감하게 일대일 싸움으로 유도했다.

물론, 드레이크가 이기기 좋은 환경을 미리 조성한 뒤였다.

이 철창 함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실제로 당해보는 건 처음이네.’

은혁은 신기해서 쇠창살을 만져봤다.

‘뭐, 헤비 체인 소드라면 잘라내고 탈출하는 것도 가능하긴 한데.’

“크크. 도망치고 싶어도 늦었다.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하나뿐! 이 구역 최강의 무투가인 나를 쓰러뜨려야 한다!!”

사실 은혁이 맘만 먹으면 [그림자 도약]으로 염훈 곁으로 도망칠 수 있다.

또한 헤비 체인 소드를 휘두르면 쇠창살 전체를 자르는 것도 간단했다.

하지만 은혁은 일단 드레이크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비겁하지 않나?”

“비겁은 무슨! 일대일 대결이잖나!”

“일대일 대결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공정한 건 아니지. 너는 이미 여기서 많이 싸워 봤을 거 아냐?”

“크크. 그건 그렇다. 31전 30승 1패다.”

“뭐야, 한 번은 졌냐? 자랑할 것도 아니네.”

“하, 한 번뿐이다! 그것도 7대 길드 중 하나인 상승 길드의……!”

“뭐, 됐어. 안 궁금해. 그보다 단순히 그냥 싸우면 재미없잖아? [계약 대결]을 하면 어떨까?”

서로 중요한 무언가를 걸고 싸우는 일대일 대결.

그것이 [계약 대결]이었다.

길드장끼리 각자의 길드를 걸고 싸우기도 하고, 도박꾼들이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싸울 때도 [계약 대결]을 할 수 있었다.

보통 시간, 장소, 종목을 정하는데, 중재인을 둘 수도 있고, 간단히 합의로 정할 수도 있다.

“시간과 장소는 지금, 여기로 하고. 종목은 일대일로 싸우는 걸로 하자. 어때?”

“잘났다는 듯이 떠드는군.”

드레이크는 심술궂게 말했다.

왠지 은혁이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 불길하게 느껴졌다.

“우선, 뭘 걸지를 정할까? 나는 내 모든 것을 걸게. 그러니 너도 모든 것을 걸어라.”

“웃기지 마라, 애송이! 네 모든 것과 내 모든 것이 같냐!!”

“그래? 그럼 나는 내 목숨과 전 재산을 걸지. 너는 그냥 드레이크 길드의 길드장 자격만 걸어라.”

“뭐, 뭐?”

“그 정도면 부당한 요구는 아닌데? ‘내 생명과 재산 전부 VS 네 길드장 지위 하나’야. 설마 이걸 거절한다고?”

“으음…….”

드레이크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받아들이십쇼, 형님!”

“저 오만한 새끼를 패 죽이면 될 거 아닙니까!”

부하들이 성화를 부렸다.

은혁도 가세했다.

“쫄았냐? 그럼 이 쇠창살 전부 해제해. 그리고 7층에서 꺼져.”

빠직.

드레이크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계약 대결]을 받아들인다. 단, 무기 또는 아이템의 사용은 금지한다는 조건을 붙이겠다.”

상당히 이기적인 조건이었다.

쇠창살 밖의 염훈이 화를 냈다.

“뭐야, 그게! 넌 무투가잖아! 그런데 은혁이한테만 무기 사용을 하지 말라고? 그게 말이 되냐!!”

염훈이 분통을 터뜨렸지만.

“받아들인다.”

파앗!

-[계약 대결]이 발동되었습니다!

-[계약 대결]의 진행 시간에 대한 합의가 따로 없었으므로, 표준 제한 시간인 3분이 적용됩니다.

-대결 시작까지 3초.

-2초.

-1초.

-시작!

타앗!

드레이크가 은혁에게 달려들었다.

‘선수필승!’

드레이크의 필승 전략이었다.

무투가는 원래 일대일 전투가 특히 강한 직업이다.

‘게다가 난 방어구로 떡칠을 했으니, 상대가 반격해도 맞으면서 싸운다! 무조건 내가 이긴다!’

아니었다.

“[스모크].”

퍼펑!

검은 연기가 가득 찼다.

“케, 켁?”

드레이크는 태연한 척, 기침을 참아보려 했지만.

“쇠창살 틈새가 있긴 하지만, 던전이라서 금방 걷히진 않을 거다.”

드레이크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드레이크는 일순 식겁했지만 곧 냉정해졌다.

“멍청한 놈! 모처럼 뒤를 잡고도 목소리를 내다니!”

정작 드레이크 자신도 목소리를 내고 나서야 등 뒤로 발차기를 날렸다.

푸확!

연기가 걷힐 정도의 발차기였지만.

“아, 그거 내 목소리만 네 그림자를 통해 보낸 거야.”

[그림자 지배]로 목소리만 드레이크의 등 뒤 그림자로 보냈을 뿐.

은혁은 제자리에서 왼손에 [화염 방패]를, 오른손에는 [화염 방사]를 모으고 있었다.

“퓨전 스킬 [염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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