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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9화 (29/434)

29화 : 홉고블린의 감옥 탈출 미션 (1)

“별별 미션이 다 있네.”

염훈이 중얼거린 순간.

파앗!

다른 플레이어 하나가 8층에 도착했다.

그는 은혁과 염훈을 번갈아 봤다.

염훈은 먼저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10인 1조니까 잘 부탁합니…….”

“에이, 무리네.”

파앗!

그 플레이어는 바로 게이트로 가더니, 5층으로 도망쳤다.

“엥? 방금 뭐임?”

염훈이 어이없어하자, 은혁이 피식 웃었다.

“팀원 고르기지.”

그랬다.

이런 식의 ‘대기실’이 있는 층에서는 같이 미션을 깰 팀원 고르기가 중요했다.

10명이라는 적은 인원수로 미션을 끝까지 함께해야 하므로 팀 고르기가 있었다.

“그래서 아예 광장에서 팀을 정하고 오는 거지.”

“광장에서? 여기가 어떤 층인지 미리 어떻게 알고?”

“그러니까 길드에 가입하는 거지. 길드에 가입하면 정보도 얻을 수 있고, 팀원도 미리 짤 수 있고.”

“음…… 그래서 길드길드 거리는 거였구만.”

염훈은 그 부분은 납득했지만, 방금 플레이어가 떠난 부분은 여전히 불만이었다.

“아니 근데, 우리가 약해 보였나?”

염훈은 자신감이 꽤 붙은 상태였기에 조금 억울했다.

“그건 아닐 거야. 단지 도적처럼 보이는 플레이어가 없어서 바로 나간 거겠지.”

“엥?”

“8층은 탈출형 미션이니까. 도적 계열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거든? 근데 나는 겉모습만 보면 잡캐처럼 보이고, 넌 성기사니까.”

은혁은 자기 등에 달린 헤비 체인 소드를 툭 두들겨 보였다.

아무리 봐도 도적으로는 안 보였다.

“그럼 계속 기다려야 해?”

“다른 방법이 있긴 한데.”

“오, 어떤 방법?”

“좀 꼼수인데다가 난이도가 좀 올라가는데, 해볼래?”

10인 1조의 규칙을 부수는 행위였기에,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

하지만 염훈은 의욕을 보였다.

“물론!”

은혁은 히죽 웃었다.

“좋아, 가자.”

“어디로?”

“밖으로.”

은혁은 이 경우를 대비해서 스팀펑크 제인이라는 가게에 들렀다.

은혁은 오토 락픽을 들고 공동 감방의 잠금장치에 갖다 댔다.

“오토 락픽, [자물쇠 따기] 연계.”

아이템에 담긴 힘과 도적 스킬을 융합시켰다.

“퓨전 스킬 [자동 잠금 해제].”

-히든 이펙트 발동!

찰칵!

문이 열렸다.

“우왓! 그게 돼?!”

원래는 안 된다.

감방의 문은, 미션의 시작과 관련된, 시스템상으로 잠긴 문이므로.

하지만 아이템 스킬과 도적 스킬을 융합하는 퓨전 스킬은 그 자체로 히든 이펙트적인 속성이 있었기에 열렸다.

‘완전히 마법적인 자물쇠 같은 거에는 통하지 않는 꼼수지만.’

“따라와.”

은혁은 홉고블린 간수들의 순찰 경로를 머리로 그리며 이동했다.

* * *

“허억, 허억.”

“겁나 빡세네.”

“언제까지 숨어 다녀야 하는 건데?”

8층 공략에 나선 플레이어들이 구석에 숨어 숨을 돌렸다.

8층 감옥 던전은 간수보다 함정이 더 무서운 곳이었다.

문손잡이를 돌렸더니 독침이 튀어나오질 않나, 바닥에서 투창이 위로 솟구쳐 오르질 않나.

10명이 시작했는데 5명만 남았다.

“이거 이상해. 내가 산 공략집에는 함정 같은 게 없었어!”

그는 상승 길드 본부에서 비싼 돈 주고 직접 구매한 공략집을 펄럭였다.

8층은 감옥형이라서 몬스터 파밍에는 적합하지 않다고만 적혀 있을 뿐이다.

어디에도 함정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

“어?”

자세히 보니 작은 글씨로 낙서처럼 끄적여져 있었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복잡한 함정 장치가 출몰하고 있으며, 실종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확인 바람.’

“뭐야, 이거! 공략집이 확인을 해줘야지 뭔 확인 바람이야!”

“쉿, 조용!”

플레이어들은 주위에 귀를 기울였다.

천만다행으로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이씨, 어쩌지 이거?”

“일단 탈출해야죠. 탈출해서 함정이 비정상적으로 늘었다고 알려야 합니다.”

“어떻게 탈출을 해? 함정을 해체할 도적이 다 죽었구만.”

“게다가 우리가 들어왔던 게이트 방향에는 홉고블린이 쫙 깔렸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도적이 있는 다른 플레이어 파티와 합류하는 것뿐.”

“그게 가능할까?”

그때였다.

꾸구궁……!

먼 곳에서 굴착기 소리가 났다.

“히익.”

“함정 장치가 다가오는 건가……?”

덜덜 떨었지만, 아니었다.

꾸르릉……!

진동이 재차 강하게 울려 퍼졌다.

“에……?”

“폭발 사고라도 났나?”

그 직후.

우르르…….

홉고블린들이 한쪽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캬캭! 지하가 뚫렸다!”

“막아라! 함정 시스템이 망가지기 전에!”

지하 쪽에서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캬악! 지원을 요청한다!”

“겨우 두 놈뿐이다! 몸으로 막아라! 캬아악!!”

* * *

염훈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완전히 구멍 뚫린 벽 너머에서 어이없어했다.

“와 씨, 내가 한 짓이라지만 이건 좀.”

염훈은 몸으로 벽을 박살 냈다.

여간해서는 부서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감옥의 벽이지만, 은혁은 얇은 벽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거기다 몇 가지 꼼수를 쑤셔 박았으니, 부서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꼼수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염훈에게, 네 몸으로 벽을 꼭 뚫어야 한다고 간곡히 설득한다.

둘째. 뚫을 예정인 벽에 헤비 체인 소드로 칼집을 내서 일부 약화시킨다.

셋째. 염훈이 퓨전 스킬 [무적 돌진]으로 약해진 벽에 돌진한다.

넷째. 염훈의 등짝을 향해, 은혁은 [광풍돌진권]을 날려준다.

다섯째. 급가속력이 더해진 염훈은 벽과 충돌한다.

여섯째. 콰콰쾅!!

박살 난 벽 너머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켈록, 켈록!”

“캬캭.”

홉고블린 간수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충격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죽었다.

“자, 내려가자. 간수 놈들이 우르르 몰려올 거다.”

두 사람은 감옥의 지하로 내려갔다.

* * *

“막아라! 막아!”

“캬아악!!”

홉고블린들이 창을 휘둘렀지만.

팟!

은혁은 [그림자 도약]으로 놈들 뒤로 갔다.

“[화염 방사]. 양손으로.”

화르르륵!!

홉고블린들을 등부터 태워 죽였다.

“케켁! 궁수! 궁수 불러라!”

“주술사들도 불러라! 캬악!”

궁수와 주술사들이 복도에 모였다.

타다닷.

철그렁!

창병을 앞세우고, 후방에는 궁병과 주술사를 세운 것이 나름 포진을 갖추고 있었다.

“좁은 통로에 만든 방진이다, 인간!”

홉고블린 지휘관이 바락바락 소리쳤다.

“좁은 복도에 포진까지 완벽하니! 아무리 네가 강해도 이건 못 뚫는다!!”

“흠, 그래?”

은혁은 오기가 생겼다.

평소 전투 철학대로라면 방진을 무시하고, [그림자 도약]으로 뒤를 친다.

하지만 지금은 호승심이 일어났다.

‘정면으로 뚫어주지.’

“[광풍돌진권]과 [화염 방패] 융합.”

광풍을 일으키며 고속으로 돌진하는 무투가 스킬과 화염의 방패를 전방에 두르는 마법사 스킬이 합쳐지며 퓨전 스킬이 발동됐다.

“퓨전 스킬 [블레이징 러시].”

화악!!

은혁은 그들을 뚫고 지나갔다.

뚫린 홉고블린들이 ‘어떻게?’ 하는 표정을 짓는 순간.

화르르르륵!!

반 박자 뒤, 돌진 궤도를 따라 화염의 광풍이 휘몰아쳤다.

“케에엑!”

“캬아아악!!”

방어를 굳히고 있던 이들은 뚫린 부위가 탄화되어 즉사했고, 밀집한 나머지 홉고블린들은 통로째로 통구이가 되어 죽었다.

치이이익……!

까맣게 변한 통로와 탄 시체만이 남았다.

다른 홉고블린들은 죄다 도망쳤다.

“끝. 이동하자.”

은혁이 앞장서고, 염훈이 뒤따랐다.

“근데 우리 지하실에는 왜 내려온 거야?”

“함정 끄려고.”

8층 감옥 던전의 진짜 공포는 쇠창살이나 홉고블린 간수가 아니라 함정이었다.

함정은 지하의 통제실에서 통제했다.

벌컥!

통제실 문을 열자, 모니터링 중이던 홉고블린들이 펄쩍 뛰었다.

“캬악! 침입자……!”

스걱!

퍼버벅!

은혁과 염훈은 단숨에 홉고블린들을 몰살시켰다.

염훈은 함정 장치들을 보며 감탄했다.

“엄청 잘 만든 기계 장치네.”

염훈이 중얼거렸다.

통제실은 홉고블린들의 지능으로 만든 것치고는 너무 훌륭했다.

통제실뿐만 아니라, 천장에는 숨겨진 레일과 함정 통이 설치되어 있었다.

즉, 통제실에서 조작하면, 숨겨진 함정 통이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함정이 통째로 재배치되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던전 생활에 익숙한 고블린을 근육질의 홉고블린으로 개조한 덕분에 가능한 재시공이었다.

“저기, 은혁아. 이거 혹시…….”

“네가 생각한 거 맞아.”

은혁은 천장의 증기 기관 등을 보며 답했다.

“이 장치들은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거야.”

이 모든 함정은, 한 인간이 홉고블린들을 부려서 만든 것이었다.

* * *

8층 내부의 히든 던전.

그곳은 생체 실험실 겸 연구소로 바뀌어 있었다.

연구소장 하무광은 미간을 찌푸렸다.

눈앞에 감옥의 보스 몬스터인 홉고블린 간수장이 와서 캭캭거렸기 때문이다.

“놈들이 지하실에 들어갔다고?”

“그렇다! 어쩌면 좋냐, 인간!”

“죽이면 될 거 아닌가. 왜 주제를 모르고 여기까지 들어온 거지?”

“못 죽인다!”

“왜? 강한가?”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놈들이 함정 장치까지 재배치했다!”

“뭐?”

하무광의 눈이 커졌다.

연구소장 하무광은 8층의 고블린들을 개조하여, 홉고블린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보다 강한 육체와 지능을 가지게 된 홉고블린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너희를 강하게 만들어 줬으니, 인간을 생포해서 넘겨라. 내가 원하는 건 조용히 생체 실험하는 것뿐이다.’

이 모든 것은 실험용 인간 샘플을 얻기 위해서였다.

고블린에서 진화한 홉고블린들로서도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이었다.

하무광이 히든 던전에 자리를 잡은 뒤로, 8층에 변화가 일어났다.

8층의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고위급 랭커나, 상급 길드들은 이미 8층을 클리어 한 뒤였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최근에야 8층에 도전하고 있는 서툰 플레이어들만이 함정에 갇히고, 실험용 샘플이 되어 하무광의 손에 죽었다.

하지만 오늘 이변이 일어났다.

‘젠장. 어떤 것들이지? 설마 연구 길드가 나를 쫓아 왔나?’

하무광은 연구 길드 출신이었다.

연구 길드의 길드장이 금지한, 동의 없는 인체 실험을 공공연히 해왔고, 결국 그는 추방되었다.

하지만 연구를 멈추진 않았다.

‘나를 버린 연구 길드 새끼들에게 가르쳐 줘야 해. 진정한 연구자가 누구인지! 생명 윤리에 얽매여서 진실을 볼 줄 모르는 그것들에게 진실을 가르쳐 줘야 해!!’

하무광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 그가 혼자 힘으로 해낸 것이라곤 거의 없었다.

히든 던전을 연구실로 꾸민 것도, 연구 길드를 떠날 때 훔쳐 온 자재들로 한 것이다.

고블린들을 강제 진화시킨 것도, 기존의 연구용 세럼을 훔쳐 와서 해낸 것이다.

가변 함정 시스템은 통째로 설계도와 프레임을 훔쳐 왔을 정도다.

즉, 여기서 하무광이 자신의 연구로 해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하무광도 무의식중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연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쿠쿵……!

삐익!

감옥 곳곳에서 스피커 켜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크흠, 흠흠. 안내 말씀드립니다.”

은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생포용 함정 중에는 최면 음파 발생기 따위가 여럿 있었는데, 염훈을 통해 [정화]시킨 뒤, 그걸 확성기 용도로 써먹는 중이었다.

“현 시간부로, 본 8층 감옥 던전의 함정 시스템은 완전히 저희 손에 넘어왔음을 알립니다. 플레이어 여러분들은 이제 안전합니다.”

오만한 선언이었다.

“저희들이 히든 던전을 클리어하면 플레이어분들을 전원 안전하게 인솔할 예정이오니, 현 위치에서 안전히 대기하시길 권합니다. 이상!”

뚝.

확성기가 멈췄다.

“……죽인다.”

하무광의 눈이 이글거렸다.

“나만의 실험 환경을 망친 놈들을 죽여 버릴 거야!”

그렇게 외친 하무광은 스태프를 쥐었다.

그리고 스태프 끝을 돌려서 뽑았다.

스윽!

스태프 끝에는 주사기가 숨겨져 있었었다.

하무광은 ‘실험에 미친 마법사’였다.

실험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면, 누구보다 길드연합국에 도움이 될 법한 운명 수식어지만, 하무광의 경우에는 아니었다.

일그러진 실험 의지를 지닌 하무광은 미완성 된 주사기를 자기 목에 겨눴다.

“생체 실험의 성과를 보여줄 때가 왔군.”

하무광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만의 실험실…… 내가 직접 지킨다!”

“캬캭! 안 된다! 그건 위험하다!”

홉고블린 간수장이 만류했지만.

푸욱!

하무광은 그것을 자기 몸에 꽂았다.

“윽, 오옷, 오오오……!”

하무광의 피부 표면에서 거품이 부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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