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 홉고블린의 감옥 탈출 미션 (2)
“케켁! 도망쳐라! 다 도망쳐!”
간수장은 다른 홉고블린들에게 외치며, 실험실을 뛰쳐나갔다.
“우리도 살려줘!”
“구해줘!”
인체 샘플이 되어 갇힌 플레이어들이 외쳤다.
“살려줄 리가 없잖냐, 인간! 너네는 거기서 죽어라!”
간수장은 도망치는 와중에도 인간 실험체들을 비웃었다.
그 순간.
콰직!!
하무광의 주먹이 간수장의 머리를 터뜨렸다.
“오오오……! 이 상쾌한 기분이라니…….”
하무광의 몸은 근육질로 변했으며, 키는 두 배로, 머리통의 크기는 세 배로 커져서 버섯처럼 보였다.
스윽.
하무광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푸확!
구멍이 뚫렸다.
하지만.
스스슥.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오오, 이 정도의 재생력이라니.”
하무광은 초인이 되었다.
“진작 주사할 것을. 쓸모없이 실험하느라 시간을 지체했군. 크크크.”
하무광은 실험실 밖으로 나갔다.
“캬하하하!! 모조리 죽여주마! 그리고 진정한 지혜를 손수 가르쳐 주겠노라!!”
우레 같은 호령 소리와 함께 오른발을 쿵 쿵 내디뎠다.
그 순간.
푸확!!
가시 함정이 작동됐다.
“꺽?!”
큼직한 가시가 오른발을 꿰뚫었다.
하무광이 어이없어 한순간.
“풉! 바보냐? 지가 설치한 함정을 지가 밟아 놓고 뭔 지혜?”
어느새 나타난 은혁이 낄낄 비웃었다.
은혁이 함정을 재배치할 때, 함정을 히든 던전 앞에 몰아 두었다.
‘함정을 재배치했으니, 함정의 위치는 나만 안다.’
은혁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와라. 예전부터 동의 없는 인체 실험하는 새끼는 마음에 안 들었어. 막장 인체 실험하는 것들 중에 지 몸뚱이에 실험하는 것들은 거의 없더라.”
그 말에 하무광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도 지금 실험했다!! 보면 모르나!!”
“그리고 실패했지.”
투툭, 뚜두둑.
하무광의 근육이 너무 팽창한 탓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근육에서 소리가 났다.
은혁은 하무광을 경멸 어린 눈으로 노려봤다.
“실패한 인체 실험을 자기 몸뚱이에 한 게 뭔 자랑이냐? 게다가 네 몸뚱이에 한 번 실험했다고 해서, 그동안 여러 사람 몸에 멋대로 실험한 죄가 사라지냐? 거, 더럽게 멍청하네. 그렇게 멍청한 놈이 뭔 실험을 한답시고 이 난리냐?”
“이, 이익……!”
“그렇게 멍청한 데다가 연구 윤리를 1도 갖추질 못했으니 연구 길드에서 쫓겨나는 거다, 멍청아.”
“캬아악!!”
하무광은 돌진했다.
연구 길드에서 훔쳐 온 주사기에 담긴 힘에 취해 있었기에, 그리고 은혁의 도발이 너무나 아픈 곳을 찔렀기에 돌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타다다다……!
하무광은 다섯 걸음 돌진하는 동안 함정 세 개에 부딪혔다.
철컹!
푸확!
화르륵!
함정에서 철창, 톱날, 화염 화살이 튀어나왔지만 하무광은 그냥 맞으면서 돌진했다.
그래도 함정 때문에 하무광의 돌진 속도는 조금 느려졌다.
“이까짓 함정쯤이야! 간지럽지도 않아!!”
“뭐래? 네가 직접 설치한 거잖아. 여태 잘 써먹었으면서 이제 와서 왜 평가 절하하는 거냐.”
“캬악! 닥쳐! 아까부터 재수 없게 떠드는 넌 뭐냐!!”
“강은혁이다.”
은혁은 반격 자세를 갖췄다.
‘재생력과 근력이 강한 놈이지만 약점은 있다.’
그것은 심장이었다.
하무광이 자기 몸에 주사한 주사약은 연구 길드가 초인 연구를 할 때 썼던 약으로, 은혁은 회귀 전에 상대해 본 경험이 있었다.
“와라. 너는 손가락 하나로 죽여주지.”
“이 개새끼가!!”
하무광이 재차 돌진하려 드는 순간.
철컥!
은혁은 헤비 체인 소드를 꺼내서 위협적으로 가동시켰다.
키이이이잉……!
대형 회전 톱날의 모습을 본 하무광이 주춤하는 순간.
“[질주].”
파앗!
은혁은 하무광에게 돌진하더니, 한 손 [강타]로 검을 휘둘렀다.
부웅!!
퍼버벅!!
하무광은 양쪽 팔로 방어했다.
피가 튀었지만 양팔은 잘리지 않았다.
“꽤 질기네. 한 손 [강타]로는 안 되나.”
“이 새끼!”
하무광은 즉시 반격하고 싶었지만, 양팔로 방어한 탓에, 양팔 모두 톱날에 박힌 상태였다.
은혁은 즉시 몸을 뒤로 빼며 추가로 도발했다.
“재생력이 있으면 뭐 해? 근접전 경험이 일천한데. 재생력이 있으면 일반 공격은 그냥 맞으면서 싸워. 일일이 방어 말고.”
“캬악!”
하무광은 은혁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온몸의 체중을 실어 은혁을 후려치려 한 순간.
‘지금이다!’
은혁은 타이밍에 맞춰 스킬을 썼다.
“[패링]!!”
터텅!!
적의 정면 돌진을 한 손 [패링]으로 늦췄다.
그리고 반대쪽 손으로는 무투가 스킬을 썼다.
“[금강지]!!”
푸확!!
빈틈이 생긴 하무광의 심장을 한 손가락으로 꿰뚫었다.
“……!!”
단 일격에, 하무광의 심장만이 파괴됐다.
“이럴, 이럴 수가 없다……!”
하무광이 피를 토하며 부들거렸다.
“연구의 힘이 이렇게 허무하게……!”
“연구의 힘이 아니라 그냥 네가 허무하게 지는 거다. 애초에 연구 길드의 연구를 거의 그대로 베낀 거잖냐. 정말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의 연구에 의존하는 주제에 평소에는 남의 몸뚱이에 인체 실험이나 하고.”
“커…… 허억……!”
“너는 100층탑이 부여해 준 운명에 휘둘려, 스스로 파멸한 놈 중 하나일 뿐이다. 더 길게 평할 것도 없지. 운명론적 관점에서 보건,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보건, 네 패배는 필연이다.”
“그……렇군…….”
하무광은 반박할 수 없는 깨달음과 함께 쓰러져 죽었다.
-도적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현재 도적 숙련도 : 34%.
-도적 스킬 [함정 탐지]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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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26.
-축하드립니다! 히든 보스가 된 플레이어를 처치하셨습니다!
-히든 보스방에 있던 모든 아이템의 소유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27.
“휘유, 이것저것 자잘하게 올랐군.”
은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히든 보스방을 들여다봤다.
그곳에서는, 염훈이 다른 플레이어들을 구출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성기사님. 흑흑.”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흐흑…….”
실험체가 된 플레이어들은 연신 감사를 표했다.
은혁은 염훈에게, 자신이 하무광을 처치하는 동안 실험체로 생포당한 이들을 회복시키라고 지시해뒀던 것이다.
“햐,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염훈은 사람들을 도우며, 성기사로서의 명성과 숙련도가 팍팍 올랐다.
그동안 은혁은 죽은 하무광의 시체를 인벤토리창에 힘겹게 넣고 있었다.
“저기, 은혁아?”
“왜?”
“나 성기사 숙련도가 겁나 빨리 오르는 중인데, 조만간 100% 될 것 같다.”
“오, 미리 축하한다.”
“그게 아니라, 숙련도 100% 차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그게 궁금한데 혹시 아나 해서.”
“궁금해?”
“응.”
“그럼 더 열심히 해서 100% 채워.”
“……진짜 진심으로, 너 탑 밖에서 친구 별로 없지 않았냐?”
“뭐, 뭣?!”
“아, 아니야. 내가 말이 심했다. 친구 없는 애한테 친구 없지? 이러면 내가 나쁜 놈이지. 암.”
“…….”
드문 일이지만, 은혁은 말문이 막혔다.
은혁은 말없이 히든 던전 속의 각종 연구 자재 따위를 인벤토리창에 휙휙 던져 넣었다.
그리고.
‘아마 이쯤이었지.’
은혁은 바닥을 향해 헤비 체인 소드를 꽂고, 지렛대 원리로 비스듬히 바닥을 뜯어냈다.
뚜둑.
덜그럭……!
비밀 바닥 밑에는 상자가 있었다.
‘하무광 자신도 이건 몰랐겠지.’
하무광은 8층의 던전 보스인 고블린 간수장과 계약 끝에, 히든 던전을 자신만의 연구실로 꾸몄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참 똑똑하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고블린들도 워낙 영악해서.’
고블린들은 홉고블린으로 개조되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이 담긴 아티팩트는 그대로 히든 던전에 숨겨놨다.
히든 보스를 장악한 하무광은 고블린조차 홉고블린으로 개조해서 부하로 부리고 있다고 자만했지만, 정작 홉고블린들도 하무광을 비웃고 있었다.
‘함정은 없는 것 같군.’
철그럭.
묵직한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고블린의 신을 상징하는 자물쇠였지만 마법은 따로 걸려 있지 않았다.
“훗.”
은혁은 오토 락픽으로 단숨에 열었다.
찰칵!
끼익.
은혁은 상자를 열었다.
‘이건 꼭 챙겨야지.’
-그린 링 :
7성급 아이템.
독성에 대한 저항력+100%.
준신급 존재들조차 부러워할 정도의 엄청난 아티팩트.
모든 종류의 독극물에 대해 100%의 저항력을 지닌다.
‘저항력 100%. 이 얼마나 멋진 숫자인가.’
독을 컵 단위로 마셔도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기사인 염훈이 곁에 있으니 어차피 독 치료는 쉽게 받을 수 있지만, 이제 더욱 완벽한 보험이 생긴 셈이다.
‘내가 하무광이었다면 8층에 함정을 설치할 시간에, 자기가 장악한 히든 던전을 더 잘 수색했을 텐데.’
은혁은 속으로 하무광을 한 번 더 비판한 뒤 주위를 마저 수색했다.
‘그럼 실험실에 더 챙길 게 있는지 확인해 볼까.’
크게 관심이 가는 것은 없었다.
대부분 연구 길드의 폐기된 프로젝트였고, 하무광이 크게 발전시킨 연구는 없었다.
그러던 중.
“어?”
은혁이 내심 갖고 싶었지만, 여기서 발견할 줄은 몰랐던 것을 찾았다.
‘죽은 척하기 알약이네.’
삼키면 시체처럼 죽은 척이 가능해지는 알약이었다.
연구 길드가 개발하고 양산하려 했지만, 원가가 너무 비쌌다.
게다가 딱 1분 동안만 효과가 있다는 게 단점이었다.
상품성이 너무 떨어져서, 프로토타입으로만 몇 개 남아 있었다.
그 몇 개조차도 모종의 이유로 소실되었다…… 라고 은혁은 회귀 전 지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걸 이놈이 훔쳤던 거였어?’
세상 참 좁다고 생각하며, ‘죽은 척하기 알약’도 몇 개 챙겼다.
“그럼 미뤄뒀던 일을 처리해 볼까.”
은혁은 연금술 상점에서 만들었던 마력 잠재력 강화 포션……이었어야 할 맹독 포션을 꺼냈다.
물론, 손가락에는 그린 링을 끼워 둔 상태.
“후후후.”
‘맹독 저항력 100% 반지를 착용한 채로 마력 잠재력 강화 포션을 먹으면?’
그럼 독성은 극복하고, 마력 잠재력만 효율적으로 강화될 수도 있었다.
“야, 은혁아. 아까부터 뭐 하냐?”
“염훈.”
“어?”
“내가 쓰러져도, 구하지 마라.”
“어?”
“네가 도중에 나를 치료해 버리면, 마력 잠재력 강화까지 무효화될 수가 있으니까.”
은혁은 각오한 표정으로 잠재력 강화 포션을 꺼냈다.
“야, 그, 그건.”
“그동안 고마웠다, 염훈.”
“뭔 재수 없는 소리야!”
“흡!”
은혁은 원샷 했다.
꿍!
은혁은 뒤통수부터 쓰러졌다.
“으악! 은혁아!!”
그 순간.
번쩍!
손에 장착한 그린 링에서 녹색 섬광이 번쩍였다.
벌떡!!
은혁은 다시 일어났다.
염훈은 재차 기겁했다.
“……내가 기절한 지 몇 분이나 지났지?”
“몇 분은 무슨! 0.5초 정도지!”
“휴, 다행이다. 효과가 있구나.”
그 순간.
-축하드립니다! 마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마력 : C- → A+
“오오!!”
은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은혁 자신도 놀랄 정도의 엄청난 급상승.
‘쩐다! 독성이 강한 만큼 효과는 좋은 포션이었어!!’
평화 길드의 길드장이 먹고 강해졌다는 소문은 거짓이 아니었다.
은혁이 한 것처럼 독성 저항력을 100%에 가깝게 올린 뒤, 마력 잠재력 강화 포션을 먹는 것이 정답이었던 것이다.
‘얼마나 강해진 거지?’
은혁은 조심스럽게 [화염 방사] 주문을 복도에 쏘았다.
그 순간.
화르륵!!
“웃!”
전보다 2.5배 정도의 출력으로 화염이 분출됐다.
‘가볍게 한 손으로 쐈는데 이 위력이라고?’
은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부길드장급에 비하면 여전히 약하지만, 각 길드의 1군 감독 수준하고는 비벼볼 만하다.’
대부분의 7대 길드의 강함은, 길드장, 부길드장, 감독, 부감독, 팀장 순이었다.
지금의 은혁은 7대 길드의 부감독 수준보다는 확실히 강하고, 감독하고는 비등한 수준.
‘꽤 순조롭게 강해지고 있군. 하지만 더 강해져야 해.’
은혁은 흐뭇해하는 한편, 마음을 다잡았다.
‘7대 길드에서 반강제로 스카우트를 하러 와도 뻗댈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7대 길드 전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편이 되지 않을 바에는 죽어라’라는 심보를 지닌 부길드장이 몇 명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도망치지 않고 싸운다.’
은혁은 벌써부터 부길드장과 싸워서 이길 작전을 궁리했다.
“어휴, 저놈 표정 봐라.”
염훈이 중얼거렸다.
염훈이 본 은혁은, 냉철해 보이면서도, 싸움이 있으면 안 피하고 일부러 즐기면서 싸우는 타입 같았다.
‘같은 편이라 다행이지.’
염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잡다한 아이템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