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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40화 (40/434)

40화 : 공장장 강은혁

“다들 그만둬!!!”

은혁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웃……!”

돈을 주고 공략대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흠칫했다.

“당신들이 공략에 실패한 건, 어중간하게 돈으로 공략대에 참가했기 때문이야!!”

엄밀히 말하자면 은혁이 히든 루트를 멋대로 개방한 탓이지만, 은혁은 훈계에 거침이 없었다.

“다음부터는 100층탑 본연의 목적에 맞게, 당당히 플레이어로서 직접 탑을 공략하십시오! 돈을 냈으니 다른 사람이 공략을 대신해 줄 거라고 믿는 것부터가 틀려먹은 겁니다.”

“으음……!”

플레이어들은 침음성을 흘렸다.

사실, 돈을 내고 공략대에 참가하는 건 잘못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략대란 실패하기도 한다.

층계 공략 실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자기 자신.’

아무리 돈을 줘도, 아무리 계약을 맺어도, 층계 공략에 실패했다면 그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 옳다.

돈을 냈으니까 공략대 책임자인 올리버 탓으로만 돌리는 건, 100층탑을 공략하기 위해 나선 플레이어로서 썩 좋은 모습이 아닐 터였다.

“분하지만 저 남자 말이 맞아.”

“올리버라는 이름만 믿고 참가한 우리도 책임이 있긴 있어.”

“포위당했을 때는 올리버의 명령을 듣지 않고 우왕좌왕하기도 했으니…….”

즉, 돈을 내고 참가한 이들도 큰 소리 칠 입장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쳇. 그래도 좋은 경험 했어.”

“맞아. 올리버가 강은혁에게 두들겨 맞는 것도 구경했고.”

“경험치랑 숙련도 얻은 거에 만족하고 물러나야겠군. 물러나세나.”

플레이어들은 교훈을 얻은 것에 만족하고 물러났다.

“끄응…….”

플레이어들이 떠나자, 올리버는 긴장이 완전히 풀렸는지 완전히 기절해 버렸다.

“휴, 좋게 끝나서 다행이군요. 환불 사태까지 갔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네요.”

은혁이 상쾌하게 말하자 올리버의 부관들은 부들부들 떨었다.

“현 시간부로 24시간 동안, 이 공장 지대는 제 겁니다. 또한 올리버 님은 저와의 개인적인 내기에서 졌으므로, 24시간 동안 제 부하가 되어줘야 합니다.”

은혁이 말하자 부관들은 안타까워했다.

“아……! 그럴 수가!”

“이렇게 엉망이 되었는데도 부하로 부리겠다고요?!”

그들의 항의는 은혁의 코웃음을 유발했다.

“너무 걱정 마시길. 치료는 해줄 테니까.”

은혁은 이제, 자기가 두들겨 패고 염훈에게 치료를 맡기는 걸 당연시 여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24시간 뒤 풀어줄 테니 다들 나가주시길!”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은 공장 건물 밖으로 강제 텔레포트 됐다.

24시간 동안이지만, 공장은 완전히 은혁의 통제 하에 들어왔다.

“자, 바쁘다, 바빠!”

은혁은 쿨하게 염훈을 부르러 갔다.

‘염훈 녀석. 지금쯤 성기사 숙련도 100% 넘었겠는데.’

염훈의 숙련도를 확인한 뒤, 은혁은 잠시 5층에 내려갈 생각이었다.

‘그 두 사람을 부르러 가야지.’

* * *

5층의 무기 및 방어구 상점가.

“아, 저 사람은…….”

“연구 길드의…….”

상인들이 수군거리는 길을, 앙증맞은 소녀가 걸었다.

그 소녀는 연구 길드의 부길드장 레나였다.

59층 공략 도중, 게이트 미션을 깨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는 합의가 이뤄졌고, 잠시 휴가차 5층으로 내려온 참이었다.

5층에 내려온 레나는, 연구 길드의 부길드장으로서 잡무를 봤는데, 신경 쓰이는 보고가 있었다.

‘마나 엔진 무기 제작에 성공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레나는 보고 내용을 확인하고, 그 한 사람을 초빙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마나 병기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니, 레나는 궁금해.’

신빙성 있는 보고였다.

그 증거로, 제인은 연구 길드에 진 빚의 원금을 한 방에 다 갚았다.

그래서 레나는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레나는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봐야 해!”

통!

레나가 튀어 오르더니.

“얍!”

쩌저적!

무기 상점가의 바닥이 얼음으로 변했다.

그것도 평평한 얼음이 아니라, 레나를 중심으로 경사가 진 빙판 내리막길이었다.

“아하하! 레나는 빨리 갈 거야!”

슈와아아악……!

마찰계수가 0에 가깝도록 인위적으로 생성된 [아이스 레일]을, 레나는 신나게 달렸다.

그녀가 제인의 가게 앞에 도착한 순간.

“에?”

레나의 몸에서 기운이 쑥 빠졌다.

가게는 문이 닫혀 있었고, 종이 하나만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부터 24시간 동안 임시 휴업.

저는 9층에 일하러 출장 갑니다.’

“어머?”

모처럼 찾으러 왔더니만 헛걸음하게 되었다.

“레나는 헛걸음 싫어해!”

레나는 종이를 확 뜯어 버렸다.

그러자 종이 뒷면에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특히 연구 길드는 사절.’

“아, 레나는 완전 짜증 났어!”

* * *

“1일 공장장도 나쁘진 않군.”

은혁은 금속 가공 장치 앞에서 폼을 잡았다.

고블린들이 만든 것치고는 매우 훌륭했다.

장치 뒤편에서는 개울가의 수호신과 제인, 그리고 도축 공장의 낸시까지 와서 끙끙거리며 일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5층에 귀속된 NPC는 게이트를 통해 다른 층으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은혁은 공장장 권한과 고용 계약을 통해 제인과 낸시까지 불러낸 것이다.

“허억허억, 거 빨리 좀, 허억, 하시게! 허억! 어서!!”

개울가의 수호신은 숨이 턱까지 찰 정도로 열심히 [정화] 스킬을 쓰고 있었다.

“이게, 쉽게, 될 리가요!”

도축 공장 출신의 낸시도 짜증을 부렸다.

은혁은 공장에 남은 모든 고블린 사체를 넘기는 조건으로 낸시를 고용했다.

낸시는 대형 기계를 다루는 능력은 제인보다 우수했기에, 낸시의 손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낸시의 부하들은 각자 마스크를 쓰고 고블린 사체를 수거하며 5층과 9층을 게이트로 오갔다.

“자자! 힘을 내요! 강은혁 공장장님 충성충성!”

제인만이 의욕이 충만했다.

그녀는 고블린들의 기계 장치로 신무기를 만들 생각에 의욕이 넘쳤다.

“그럼!”

은혁은 오염된 마정석을 와르르 꺼냈다.

그리고 고블린들이 쓰던 오염된 철광석을 이용해 단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소도구 제작] 스킬 연속 발동!”

-오염된 단검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오염된 단검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

……

-오염된 단검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오염된 단검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연속으로 실패했다.

은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뻐했다.

실패해도 숙련도는 올랐기 때문이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

……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숙련도 : 25%.

-대장장이 스킬 [마법 부여]를 습득하셨습니다!

“크하하! 공짜나 다름없는 오염된 마정석과 오염된 철광석으로 이런 효율이라니!”

NPC가 아닌 플레이어 중에 무등급 직업인 ‘무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대장장이’를 얻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숙련도를 올리는 게 가능한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나만 빼고!’

……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숙련도 : 30%.

-대장장이 스킬 [마력 회로 작성]을 습득하셨습니다!

“좋았어!”

은혁은 단검 제작 실패율 100%를 기록한 사람치고는 무척 기뻐했다.

원하는 스킬을 딱 얻었으니까.

“자아, 그럼 세븐 칼리버 업그레이드를 하기 전에.”

은혁은 올리버를 강제로(?) 회복시키고 있는 염훈에게 다가갔다.

“염훈. 회복은 어때?”

“그게, 몸은 다 회복시켰는데, 깨어나질 않네?”

올리버는 악몽을 꾸는 사람처럼 신음했다.

“으으, 테일러 님. 죄송합니다. 강은혁 님에게는 더 죄송합니다. 으윽.”

“……진짜 잠꼬대를 하는 건지, 아니면 잠꼬대를 하는 척하는 건지.”

은혁은 어이가 없어서 염훈을 쳐다봤다.

“더 치료할 수는 없어. 일단 좀 쉬게 두자고.”

“에이, 24시간 시간제한 때문에 그러지.”

은혁이 이 오염된 공장을 장악할 수 있는 건 딱 24시간이었다.

그 뒤에는 다시 모든 게 리스폰 된다.

은혁이 혼자 9층 메인 미션에 재도전을 해도 같은 보상은 받을 수가 없었다.

‘이번 24시간 이내에 원하는 걸 다 얻고 끝낸다!’

“그보다 은혁아. 나 숙련도 100% 꽉 채우니까 이런 게 뜨는데.”

염훈의 스탯창에는 이런 메시지가 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성기사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2차 각성 선택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A. 직업의 등급을 올린다.

-B. 직업을 승급한다.

“아, 그거 말이구나.”

은혁은 간략히 설명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야. 숙련도가 100% 되면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어.”

등급을 올리면 현재 직업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효율이 증가하고, 직업 관련도가 높은 스탯 잠재력 2개가 한 단계씩 성장한다.

즉, A 선택지를 고르면 S급이 S+급이 되고 더욱 강해진다.

반면에 B 선택지를 골라 직업을 승급하면 직업 자체가 진화한다.

승급을 하는 경우에는 등급이 올라가지 않지만, 전반적인 효율과 유틸성이 증가하며, 완전히 진화된 가능성이 개화한다.

단, 변화가 심하여 적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고, 숙련도 요구치가 올라서 등급을 올리기 어려워진다.

“2차 각성 때는 보통 등급을 올리고, 4차나 5차 각성 즈음에 승급을 택하지.”

은혁은 태연히 말했지만, 그 정도 경지까지 오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구나……. 그럼 나는 시작부터 S급 직업이었으니까 엄청 좋은 거네? 바로 S+급으로 갈 수 있으니까.”

“바로 그거야.”

E급 직업을 뽑은 은혁이 S+급이 되려면 무려 14단계 가까이 등급을 올려야 했다.

E+급, D-급, D급, D+급 …… A-급, A급, A+급, S-급, S급, S+급.

위와 같은 식으로 올라가야 하니까.

하지만 염훈은 S급이었으므로 그냥 바로 S+급으로 올라가면 그만이다.

“세상에. 초반 직업을 뭘 뽑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노력 수준이 달라지잖아?”

“그렇지…….”

은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은혁은 회귀 전, ‘E급 노력하는 전사’로 시작했었다.

그리고 죽을 때는 ‘B+급 노력하는 검성’이었다.

‘진짜 고생 많이 했어…….’

은혁은 씁쓸한 옛 추억을 감춘 채 염훈에게 말했다.

“자, 2차 각성은 어떻게 할래?”

“그럼 일단 직업 승급보다는 등급을 올리는 걸로 할게.”

염훈은 A 선택지를 골랐다.

-축하드립니다! 2차 각성하셨습니다!

-2차 각성 선택지로, 등급을 올리셨습니다!

-S급 직업 불패불굴의 성기사 → S+급 직업 불패불굴의 성기사

-모든 스탯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모든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근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근력 : B+ → A-

-축하드립니다! 의지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의지력 : B → B+

“오옷.”

염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2차 각성을 거치면서 성기사 직업의 핵심 스탯의 잠재력도 한 단계씩 증가했기에, 강해진 게 체감되었다.

“더 강해진 느낌이야.”

“축하한다.”

“어? 근데 숙련도가 0%가 됐는데?”

“대신에 + 기호가 붙지 않았어?”

“아, 맞아.”

-성기사 숙련도 : 0%+.

“3차 각성을 하면 ++, 4차 각성을 하면 +++ 하는 식으로 숙련도 옆에 추가 표시가 붙지.”

“그렇군. 다음에는 승급을 골라볼까…….”

“그보다, 이놈 좀 다시 치료해줘.”

은혁이 올리버를 가리켰다.

“2차 각성을 했으니, 스킬 효율이 더 올라갔을 거다.”

“음. 잘되려나?”

염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올리버 곁에 가서 다시 치료 스킬을 썼다.

화악……!

효율이 급증해서인지 올리버는 즉시 잠꼬대를 멈추고 깨어났다.

“헉.”

“어서 일어나시죠. 일할 시간입니다.”

“으으, 무슨 일을 시키려는 겁니까?”

“당신은 가브리엘을 섬기는 성직자죠?”

“그, 그렇습니다만.”

“가브리엘 [강신] 부탁합니다.”

“[강신]을요?!”

성좌를 섬기는 성직자는 [강신] 스킬을 쓸 수 있었다.

물론,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막대한 마력과 신앙을 소모해야, 그나마도 간신히 성공한다.

더군다나 후유증으로 수명 감소 등의 페널티가 따를 수도 있는 위험한 스킬이었다.

“가브리엘 님을 저에게 [강신]시켜서 도대체 뭘 하려고……!”

“봉인 좀 풀려고.”

은혁은 청염백광검을 꺼냈다.

‘도박이긴 하지만 해봐야지.’

은혁은 무기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청염백광검과 융합한 미카엘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은혁으로서는 미카엘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없었기에, 미카엘과 형제이며 전우인 가브리엘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마침 올리버는 가브리엘의 성직자다.

‘가브리엘을 올리버에게 강신시킨다. 그리고 가브리엘을 통해서 미카엘을 깨운다.’

이 방법은 통할 가능성이 꽤 높았다.

제멋대로인 미카엘이지만, 형제이며 전우인 가브리엘의 대화 요청이라면 거절하지 않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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