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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43화 (43/434)

43화 : 화염 무기 업그레이드

“미카엘 님. 당신의 시험을 통과하면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잖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하는 건데요?”

그랬다.

실제로 이렇게 말했었다.

‘제가 그 시험을 통과하면, 정말로 청염백광검은 제 소유가 되고,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겠죠? 봉인도 해제해 주시는 거고요.’

-그, 그건!

“그래서 제 마음대로 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반으로 뽀개는 게 말이 되냐!!

“퇴거 요청.”

파앗!

은혁은 공장장의 권능으로 미카엘을 퇴거시켜 버렸다.

청염백광검이 여기 있으니 미카엘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었지만, 그나마도 반으로 박살 났으니 쉽지 않다.

“이제 제인 차례입니다.”

은혁은 마법 부여용 제련 장치에 제인을 끌고 왔다.

“에센스의 30%는 여기에 주입할 겁니다.”

은혁은 기존에 쓰던 플레임 나이프를 가리켰다.

3성급 무기인 플레임 나이프에 청염백광검의 에센스 3할을 주입함으로써 더욱 강력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시작!”

그리고 한참 뒤.

-축하드립니다! 플레임 나이프가 청염백광단검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좋았어!”

은혁은 청염백광단검을 쥐었다.

겉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었으나.

“승화!”

키워드를 외친 순간.

화악……!

장검 길이의 칼날이, 청염백광단검에서 치솟아 올랐다.

“오오!”

염훈이 감탄했다.

“마치 스타X즈의 라이X 세이버 같아!”

“야!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표절 같잖아!!”

“그거 만들려고 한 거 아니었냐?”

“아, 진짜. 바로 세븐 칼리버 완성 단계로 가야지.”

기존의 헤비 체인 소드를 메인 프레임으로 삼되, 오염된 철광석, 오염된 마정석, 은혁의 회귀 지식을 이용해 가변형 메인 프레임으로 다시 만든다.

가변형 메인 프레임에 대한 지식은 회귀 전에 지니고 있었고, [마력 회로 작성] 스킬과 제인의 도움으로 구현 가능했다.

그렇게 한 뒤, 메인 프레임에 청염백광검의 에센스 7할을 주입하여 제2형태 청염백광태도를 만든다.

즉, 헤비 체인 소드가 세븐 칼리버의 제1형태가 되고, 청염백광검의 에센스가 새로 추가된 형태가 게 제2형태가 되는 것이다.

‘제1형태만 있을 때는 세븐 칼리버라 부를 수 없지. 하지만 제2형태로 변신이 가능해지면, 비로소 세븐 칼리버 시스템이 탄생하는 것!’

은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제인! 낸시! 염훈! 여기로 집합!”

은혁은 세븐 칼리버 관련 회귀 지식이 적힌 종이를 꺼냈다.

조금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서 세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이걸 읽고…….”

그 순간.

쩌저저적……!

공장의 외벽이 통째로 얼어붙더니.

콰장창!!!

박살 났다.

“읏?!”

“으악!”

박살 난 외벽에서 건물 잔해와 서릿발이 동시에 휘몰아쳤다.

휘우우우우……!!

엄청난 냉기에 내부 기온이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졌다.

“후훗. 찾았다!”

소녀가 눈보라 속에서 기뻐하며 걸어왔다.

“한 번에 찾아서 레나는 기뻐!”

연구 길드의 부길드장 레나였다.

새하얀 눈보라 속에서 눈동자만 시퍼렇게 빛이 났다.

부길드장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은혁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생각보다 빠르네.’

은혁은 내심 속으로 뜨끔했다.

사실, 은혁은 부길드장급과 일대일로 싸워서 이기는 일을, 늦든 빠르든 한 번은 해야 했다.

‘100층탑을 내가 정복한다’라는 메시지를 7대 길드에 전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으므로.

‘좀 더 강해진 다음에 마찰이 있기를 바랐는데, 여기서 싸우게 되다니.’

은혁은 현재 승률을 50% 정도로 추산한 뒤,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누구십니까?”

“나는 레나야.”

“그게 누군데요?”

“레나는 연구 길드의 부길드장이야.”

“그러시군요. 근데 저희 지금 바쁜데요.”

“흐응.”

레나는 반짝이는 파란 눈으로 은혁이 진행 중인 일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레나가 조금 오해했네?”

“오해?”

“응응. 레나는 저기 있는 제인이 플레이어들한테 무기를 개발해 주겠다고 한 건 줄 알았어~.”

레나는 성큼성큼 은혁 앞에 다가왔다.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네?”

레나는 이 그룹의 핵심 인물이 눈앞의 플레이어임을 깨달았다.

“아, 이름 뭐였더라? 레나가 분명히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일 텐데.”

“아, 저는 김철수라고 합니다.”

“강은혁이지?”

“쳇, 알고 있었습니까?”

“7대 길드의 스카우터들이 만장일치로 뽑은 인재니까. 레나는 그 정도는 기억하는걸.”

“흠. 용건은?”

“레나는 결심했어!”

레나가 불쑥 손을 들었다.

“레나는 제인만 데려가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어 버린 거야. 전부 다 데리고 가기로!”

휘오오오……!

바깥의 눈보라가 거세지고, 레나의 양손에서도 냉기의 회오리바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화르르륵!!

은혁이 양손에서 내뿜은 화염이 냉기의 회오리를 소멸시켰다.

“어머?”

레나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불꽃의 의미는 뭘까? 레나는 궁금해졌는걸?”

“저항 의사 표명.”

“흐응, 순순히 얼어붙으면, 안 아프게 연구 길드로 끌고 가줄 수 있는걸. 그리고 높은 대우를 해줄 생각인걸. 그런데도 반항하는 이유를 레나는 모르겠는걸.”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도 있지요.”

“레나는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싫은걸.”

“유감이군요. 퇴거 요청.”

은혁은 재차 24시간짜리 공장장의 권능을 쓰려 했지만.

와장창!!!

공장의 외벽이 더 깨져 나갔다.

“9층 미션을 깨면 공장장이 된다는 건 알고 있는걸. 그럼 공장을 모조리 얼리고 부수면 되겠네. 레나는 참 또또케.”

‘이거 골치 아프네.’

은혁이 세븐 칼리버를 완성시키려면 공장이 필요했다.

하지만 저항하면 레나는 공장을 부수겠다고 협박 중이다.

그렇다고 레나에게 굴복하는 건 실리적으로나 자존심적으로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는 수 없지.’

“염훈!”

은혁이 염훈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나가서 시간을 끄는 동안 세븐 칼리버 완성시켜.”

“뭣? 야, 그 어려운 걸 어떻게……!”

“세 사람이 힘을 합치면 할 수 있어. 자세한 건 종이에 적혀 있어.”

은혁은 그 말을 남기고 레나 앞에 섰다.

“나가서 싸우죠.”

“왜? 싸움의 여파로 공장이 부서지는 게 두려운 걸까나?”

“그게 아니라, 저희 쪽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이 저한테 처발리면 부끄러우실 것 같아서요.”

“후후! 레나는 이런 도발 오랜만이야!”

레나의 눈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레나가 이기면, 레나는 은혁이 방금 말한, 은혁 쪽 사람들 전부를 포획해도 되는 걸까나?”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좋아. 레나는 기분 좋아졌어.”

레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타앗!

싸우기 적당한 장소로 먼저 이동했다.

“휴, 솔직히 좀 쫄리는데.”

은혁이 뒤따르려 한 순간.

“미안! 미안해, 강은혁!”

제인이 울먹이며 외쳤다.

“뭐가요?”

“그, 내가 여기 올 때 말이야.”

제인은 가게 앞에 휴업이라고 써 붙이고 왔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 근데 9층에 간다고, 연구 길드는 특히 사절이라고 써 붙여 놨는데 그걸 보고……!”

“하하하!”

“왜 웃어! 사실은 화난 거지?!”

“전혀 화 안 났습니다.”

어차피 제인이 문 앞에 뭐라고 써 붙여 놨건, 세븐 칼리버의 소식을 접하게 될 연구 길드는 늦든 빠르든 손을 쓸 터였다.

‘오히려 지금이 나아.’

지금의 은혁은 부길드장 레나보다 약하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은혁이 약한 지금 레나와 싸우는 게 나았다.

‘부길드장의 눈으로 봤을 때, 나는 아직 약해. 그래서 레나는 날 죽이지 않고 제압하려 하겠지.’

레나는 제인만 찾으러 왔다가 은혁을 마주한 것이므로, 은혁의 최근 전투 스타일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얄궂군. 회귀로 이득을 보되, 회귀 전 역사를 가급적 건들지 않기로 했건만.’

설마 이 시기에 부길드장과 대대적인 전투를 벌이게 될 줄은 은혁도 몰랐다.

‘중간 점검이라고 생각하자.’

은혁은 자신을 걱정하는 세 사람에게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세븐 칼리버 열심히 만들 것! 이상!”

타앗!

은혁은 돌진하는 무투가 스킬로 달려 나갔다.

한편,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몰래 지켜보던 이들이 있었다.

“정말 빅뉴스네요.”

“정말 그러네요.”

올리버의 부관 두 명이었다.

공장에서 추방당했지만, 올리버를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너무 눈에 띄게 공장 밖에서 알짱거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포복 자세로 숨어 있다가 상황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공기가 깨끗해지는가 싶더니만…….”

“갑자기 추워지더니…….”

“강은혁 플레이어와 연구 길드의 레나 부길드장이 한 판 붙는다니.”

“……어쩌죠?”

“규정 위반이긴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두 사람은 방송용 카메라를 꺼냈다.

가끔 9층 공략 타임어택 방송을 찍던 두 사람이었다.

“오늘은 실시간 중계 들어가야죠?”

“그래야죠. 허참, 전화위복이군요.”

두 사람은 실시간 중계로 수익을 올리기로 했다.

신규 랭킹 2위의 강은혁과 연구 길드 부길드장인 레나와의 대결은 사람들이 방송 입장권을 주고서라도 구경할 것이다.

“허가받지 않고 찍는 거라 좀 속이 찔리긴 하네요.”

“벌금을 내더라도 일단 찍죠. 저 두 사람한테도 수익금은 꼭 분배하고.”

벌금보다 수익이 더 크면 상관없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자유시장 길드 소속 길드원들다운 판단이었다.

“카메라 세팅은 제가 할 테니.”

“채널은 제가 열죠.”

두 사람은 합이 딱딱 맞았다.

* * *

타앗!

은혁은 레나가 기다리는 대결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정화된 개울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염되어 있었지만, 개울가의 수호신이 부활하자 빠르게 깨끗해진 것이다.

레나는 그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레나는 시간 낭비 싫은걸.”

레나가 은혁에게 턱짓을 했다.

“선공은 양보할 테니, 질질 끌지 말고 들어오도록 해.”

소녀 같은 외모를 한 레나가 말하는 것인데도 박력이 넘쳤다.

-역시 부길드장!

-부길드장이랑 강은혁이 싸우는 건가……!

-근데 이거 방송 허가 받은 거임?

-알 게 뭐야. 책임은 자유시장 길드가 지겠지.

이 방송은 올리버의 두 부관이 멋대로 중계 중이었다.

무허가 방송으로 벌금을 내더라도 좋다는 심정으로 두 사람은 방송을 진행했다.

-채널 관리자 : 많은 후원과 홍보 부탁드립니다!

은혁과 레나는 모른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올리버의 두 부관이 멀리서 카메라로 촬영 중인 걸 알고 있었다.

“설마, 은혁 군은 남들 앞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는 타입은 아니겠지?”

“놀랍군요. 제가 막 그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레나는 상관없어. 출연료는 나중에 청구하든가 하지, 뭐.”

“문제없네요, 그럼.”

“덤벼.”

“갑니다.”

팟!

은혁은 정면으로 달려갔다.

“[광풍돌진권].”

콰아아아!!

맹렬한 폭풍을 몸에 두른 채 직선으로 돌진하는 스킬은 위압적이었지만.

“[윈드 오브 프로스트].”

레나가 한 손으로 쏜 역방향 냉기 돌풍이 은혁의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콰오오오오……!!

‘미친!!’

은혁의 무투가 고유 스킬 [광풍돌진권]이 두르고 있는 폭풍이 시계 방향이라면, 레나의 냉기 돌풍은 시계 반대 방향이었다.

“쿨럭……!”

돌진이 강제로 정지된 은혁은 냉기 가득한 기침을 폐에서 토해냈다.

처덕.

슬러시처럼 살얼음이 가득한 피였다.

기관지에 얼음이 낀 것이다.

“……!”

“레나의 낙승이야.”

레나가 신이 나서 가볍게 폴짝 뛰었다.

-와, 뭐임?

-선공 양보한다며?

-거짓말 극혐.

몰래 중계 중인 채팅창에서는 레나를 욕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레나는 거짓말을 싫어하지만, 이번만은 은혁 군을 생포하고 싶었는걸. 죽이는 게 아니라 생포해야 하니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걸.”

레나는 은혁에게 다가가며 웃었다.

“크윽.”

은혁은 단검을 휘둘렀다.

많이 엉성한 데다가 거리가 닿지 않았다.

“후훗. 안 통해. 그런 짧은 단검으로는 절대…….”

“승화!”

은혁이 피를 토하며 외쳤다.

그 순간.

화악!

은혁의 단검이 정체를 드러냈다.

‘청염백광단검!!’

청염백광검의 에센스의 3할 부분만을 플레임 나이프에 이식하여 만든 무기.

화악!

단검 끝에서 갑자기 빛과 화염의 칼날이 생성되며 길게 뻗어 나왔고, 승화 시의 번쩍임이 레나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했다.

“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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