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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56화 (56/434)

56화 : 콩나무 내부의 히든 루트 (3)

염훈은 어이가 없었다.

‘정말로 황금알을 낳는 닭을 넘겨준다고?’

클라우드 자이언트도 마찬가지였다.

속임수인가 하고 멍하니 포획 틀 내부를 들여다봤건만 정말로 황금알을 낳는 닭이 있었다.

“크핫하하하하!!”

클라우드 자이언트가 크게 웃었다.

여기까지 온 도둑도 처음이지만, 훔친 다음 정말 돌려주는 도둑은 더더욱 처음이었다.

“돌려줄 거면 왜 훔쳤지?”

“일부러 훔칠 생각은 없었다. 히든 미션이 우리에게 훔치라고 강제했을 뿐.”

“흠.”

“더 나아가, 지금 우리 대화도 히든 미션이 1분 동안 대화하라고 강제시킨 거지.”

“대화하기 싫은가?”

“그 반대야. 1분 말고, 좀 더 길게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

그 순간.

“속아 넘어가지 말아요!”

말하는 하프가 앙칼지게 외쳤다.

‘흠?’

은혁조차도 거기에 말하는 하프가 있는 줄 몰랐다.

‘맙소사, 저건……!’

은혁은 내심 놀랐지만 곧 진정했다.

“뭐, 내가 속일 생각이 있었다면, 황금알을 낳는 닭을 돌려주지 않았겠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라.”

은혁은 선택권을 클라우드 자이언트에게 넘겼다.

-남은 시간 : 4초…….

-남은 시간 : 3초…….

-남은 시간 : 2초…….

제한 시간이 종료된 순간.

“흥미가 생겼다. 무슨 대화를 할까?”

클라우드 자이언트가 조금 풀어진 얼굴로 물었다.

은혁의 정직하게 돌려준 행위가 대화의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보물을 지키려 경계하는 태도는 역력했다.

“아아, 바보 같으니! 인간은 거짓말의 달인이라고요!”

말하는 하프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탄식했다.

그 순간.

<12-B층 히든 미션 : 금화와 은화를 자루에 담는 클라우드 자이언트>

-목표 : 클라우드 자이언트를 공격해서 처치하거나, 대화를 통해 설득할 것.

-성공 시 보너스 : 결과에 따라 다른 보상.

-실패 시 페널티 : 죽음.

-제한 시간 : 30분.

-히든 미션이 시작됩니다!

-히든 미션 전용 버프 [몬스터 친화]가 제공됩니다!

전에 걸렸던 [헤이스트]가 해제되는 대신, 새로은 히든 미션용 버프인 [몬스터 친화]가 걸렸다.

적대 상태가 기본인 몬스터와 플레이어였지만, 버프 덕분에 보다 친화적인 상태에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은혁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히든 루트의 지름길로 나가는 것.”

“지름길을 빌려달라는 건가. 흐음.”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거래를 앞둔 상인처럼 잠시 고민했다.

“그거라면 금화와 은화를 적절히 통행료로 낸다면 가르쳐주지. 둘째는 뭐지?”

“둘째. 그 하프.”

“하프를 내놓으라고?”

“아니, 그 하프의 내력에 관해서 알려줬으면 하는데.”

“내력……?”

“언제, 어떻게 그 하프를 얻었지?”

은혁이 묻자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혼란스러워했다.

“음…… 이 하프는.”

“듣지 말아요!”

말하는 하프는 그렇게 외치더니, 스스로 현을 움직여가며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띠리리리링…….

“읏, 은혁아.”

“알고 있어.”

염훈과 은혁은 각각 [정화], [명상] 스킬로 정신을 보호했다.

말하는 하프의 음률은 지능과 의지력이 낮은 자의 정신을 매혹시켰다.

“아…… 아…….”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어느새 말하는 하프에 현혹되어 있었다.

“염훈! 기절시켜!!”

은혁은 염훈의 그림자에 [그림자 도약]을 걸어서, 클라우드 자이언트의 거대한 뒤통수 그림자에서 튀어나오게 했다.

염훈은 은혁의 도움으로 클라우드 자이언트 뒤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정화의 일격]!”

[정화] 스킬과 [신성한 일격] 스킬을 융합한 공격을, 칼날의 옆면으로 휘둘러서 뒤통수를 갈겼다.

빠악!

“윽!”

쿠쿵!

그렇게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쓰러졌다.

“이제 정체를 드러내시지?”

은혁은 쓰러진 클라우드 자이언트를 뒤로한 채 말하는 하프에 대고 말했다.

그러자 말하는 하프에 달린 두꺼운 입술이 씨익 웃었다.

“께히히히힉카하하호!!”

말하는 하프는 추악한 혓바닥을 내밀며 웃었다.

-몰락한 지고의 위상, 탐욕의 입술이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그것의 정체는 바로 클라우드 자이언트에게 탐욕을 심어준 존재였다.

“몰락해서 하프 형태로 변한 건가.”

은혁은 헤비 체인 소드를 꺼내 들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띠리리링…….

말하는 하프, 탐욕의 입술은 소리의 힘으로 둥실둥실 떴다.

“멍청한 클라우드 자이언트도 질렸으니! 이젠 너희를 숙주로 삼아주마! 캬하하악!!”

탐욕의 입술이 바람의 화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슈슈슈슈슉!

그리고 하프의 현이 제멋대로 연주되며, 디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광역 정화]!!”

염훈이 디버프에 저항했고, 그 틈에 은혁이 헤비 체인 소드를 휘둘렀다.

키이이잉!

하지만.

카가가가각!

은혁의 공격이 음파에 막혔다.

탐욕의 입술이 [사운드 실드]를 생성해서 헤비 체인 소드의 회전 칼날의 위력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캬캬캭! 힘으로 눌러도 뚫리지 않는다!”

탐욕의 입술이 비웃었다.

그러면서 현을 빠르게 움직여, 음악으로 정신을 조종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은혁의 입이 먼저 움직였다.

“제2 형태.”

은혁의 차가운 명령어와 함께, 헤비 체인 소드는 청염백광태도로 변신했다.

철컹!

슈확!

갑자기 변신한 무기는 [사운드 실드]의 타겟팅에서 벗어났고.

화르르르륵!!

빛과 화염의 칼날이 탐욕의 입술에 명중했다.

“크아아아악!!”

청염백광태도의 위력은 몰락한 지고의 위상조차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다.

‘내 무기라지만 진짜 사기야.’

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연속으로 휘둘렀다.

화륵! 화르륵!!

푸른 화염과 하얀빛으로 된 검의 궤적에 닿기만 해도 탐욕의 입술에 데미지가 들어갔다.

“키리릭!”

탐욕의 입술은 혓바닥으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휘리릭!

터텅! 텅!!

꾸물거리는 혓바닥은, 보기보다 매우 단단하면서 축축했기에, 공격과 방어에 모두 능했다.

하지만 은혁은 비웃음만 흘렸다.

‘다들 이렇게 외통수로 몰리는 거지.’

얼핏 보면 혓바닥 방어로 대등하게 선방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진 않다.

혓바닥을 끊임없이 이용해야 하므로, 바람 화살을 날릴 수도 없고, 반격의 틈새를 만들 여력도 없었다.

탐욕의 입술에게 남은 것이라곤 현을 이용한 반격뿐인데, 은혁은 근접전을 벌이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온다!’

은혁은 탐욕의 입술이 하프의 현을 움직이는 것을 포착했다.

‘소환사 스킬 [메탈 스파이크 소환]!’

그리고 스킬을 사용하여 금속 차원의 가시 함정을 바닥에서 솟아오르게 했다.

카가가각!

가늘고 긴 가시 함정이 하프의 현에 걸렸다.

현의 움직임이 강제로 정지되었고 불협화음만 터져 나왔다.

“크웨엑?!”

고통과 놀람 때문에 괴성을 지르는 순간, 미리 돌진을 준비 중이던 염훈이 [신성한 날개]를 이용해 크게 뛰었다.

“[신성한 일격]!”

빠악!!

정면에만 신경 쓰던 차에 위에서 가해지는 일격.

쩌적!

콰콰쾅!!

이윽고 금이 가더니, 하프는 박살났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37.

-전사 숙련도가 3% 증가했습니다!

-현재 전사 숙련도 : 32%+.

-소환술사 숙련도가 3% 증가했습니다!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13%.

-소환술사 스킬 [메탈 체인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도적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현재 도적 숙련도 : 8%+.

“잘했다, 염훈.”

“음. 역시 윗부분이 약점이었네.”

염훈은 [신성한 오러]를 해제하며 말했다.

염훈도 2차 각성을 마쳐서인지, [신성한 오러]를 발동하기만 해도, 악한 몬스터의 약점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럼.”

은혁은 쓰러진 클라우드 자이언트 곁으로 갔다.

“일어나라.”

“으으…….”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쓰러지기 전에 비해 덩치도 조금 작아지고, 순식간에 늙어 버렸다.

회색으로 변한 머리카락에 당황하면서도,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사태를 파악했다.

“여태 그 하프 놈에게 조종당했던 건가……!”

“뭐, 그런 거지.”

“그럼 설마!”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황급히 일어나 자신의 보물전을 살펴보았다.

“아아……!”

금화와 은화처럼 보이던 것은, 대부분 쓸모없는 구리와 알루미늄 쪼가리였다.

사설 재활용 센터에서조차, ‘이렇게 더럽고 쪼가리로 된 건 안 받아요’라고 할 법한 것들.

“내, 내 금화가 쓰레기로 변했……!”

“처음부터 가짜였어.”

하프가 클라우드 자이언트를 조종하여, 싸구려 금속 조각 따위를 쓸데없이 모으게 했을 뿐.

몰락한 지고의 위상인 탐욕의 입술은, 클라우드 자이언트에게는 가짜 금화와 은화를 주고,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닭이 낳는 황금알을 먹으면서 힘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때를 봐서 클라우드 자이언트마저도 잡아먹기 위해, 탐욕을 원동력으로 계속 자루에 금화를 담게 한 것이었다.

이대로 몇 개월만 더 지났다면,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쇠약해지고, 그 몸을 탐욕의 입술에게 뺏겼을 것이다.

“빚을…… 졌군.”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아니, 아니다.”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실망감 때문에 몸을 가누기 힘들었음에도, 은혁과 염훈이 자신을 구해줬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부탁이 있다…….”

“뭐지?”

“14층에 올라가다오. 그리고…… 14층에서 나의…… 족장님을 구출…… 해주겠나?”

“족장님?”

“자세한 이야기는 하기 어렵군……. 일단 이것부터…… 돌려주지…….”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은혁에게 황금알을 낳는 닭을 돌려줬다.

“돌려준다고? 정말 괜찮겠나?”

“아아…… 이제 탐욕은 질렸……다. 그나마 정직한 네놈에게…… 그걸 남기고 죽고 싶다…….”

아무도 없는 히든 던전 속에서 탐욕을 불사르던 존재는, 마지막으로 정직한 자에게 선물을 남기고 죽음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그럼…… 14층 어딘가에 갇힌…… 족장님 구출…… 부탁…….”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더 서 있을 힘조차 없는 듯이, 보물전의 벽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졌다.

“지름길은 저쪽이다…….”

손으로 보물전 구석에 있는 환기구를 가리켰다.

“고맙군. 네 부탁은 최대한 들어주겠다.”

은혁이 말했지만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듣지 못했다.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피로를 못 이기고 잠든 사람처럼 죽어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12-B층의 히든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성공 시 보너스로, 지름길용 고속 에스컬레이터가 개방되었습니다!

-성공 시 보너스로, 탐욕 조종의 주문서를 1개 획득하셨습니다!

‘이건 처음 보는 주문서군.’

-탐욕 조종의 주문서 :

5성급 아이템.

1회용 주문서.

거대한 나무줄기 속에서 탐욕에 중독되어 살아가던 클라우드 자이언트의 회한과 깨달음이 1회용 주문서로 변한 것.

10미터 이내의 거리에 있는 플레이어 또는 인간형 몬스터의 탐욕을 단 한 번 조종할 수 있다.

지속 시간은 10초.

강력하지만 실전에서 쓰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이는 주문서였다.

‘정 쓰기 어려우면 팔거나 기념품으로 보관해두면 되지.’

은혁이 아이템을 인벤토리창에 넣는 동안, 염훈은 조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음…… 좀 안 됐다는 생각이 드네.”

염훈이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이 거인은 말하는 하프에게 속아서 쉴 새 없이 자루에 금화만 채우다가 죽었다는 거잖아? 정작 그 금화는 전부 가짜였고.”

“그렇지.”

“에휴, 그놈의 탐욕이 뭔지.”

“탐욕이 과하면, 거인마저도 실망감이랑 탈진으로 죽는다는 거지.”

“그래…….”

염훈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은혁아. 우린 너무 탐욕 부리면서 살지 말자.”

“훗. 그야 물론이지.”

“……라고 대답하면서 지금 뭐 하는 거냐.”

“루팅.”

철그럭, 철그럭…….

은혁은 거인이 방치한 쓰레기 더미를 인벤토리창에 싹싹 쓸어 넣고 있었다.

“오염된 구리와 알루미늄이지만, 세븐 칼리버 업그레이드할 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거든.”

구리와 알루미늄은 죄다 오염된 쓰레기지만, 탐욕의 입술이 몰락한 지고의 위상으로서의 권능으로 창조한 물건이었다.

즉, 나름의 마법적 효과는 있다는 소리였다.

“야, 탐욕스럽게 살지 말자고 한 지 1초도 안 지났는데!”

“정당한 보상을 챙기는 거랑 탐욕을 부리는 거랑은 다르지. 읏차.”

은혁은 탐욕의 입술 사체를 뒤적였다.

“일단 마정석부터.”

탐욕의 입술의 마정석을 우선 꺼냈다.

그리고 대장장이 스킬 [재료 적출]을 썼다.

파앗!

콰드득!

은혁은 하프의 현만 회수했다.

“그건 뭐에 쓰려고?”

염훈이 묻자, 은혁은 훗 하고 웃을 뿐이었다.

“자, 이동하자.”

은혁은 환기구를 가리켰다.

환기구는 45도 각도로 높이 이어졌고, 그 내부에는 에스컬레이터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올라타자. 아마 13층으로 빠르게 올려보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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