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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65화 (65/434)

65화 : 콩나무 궁전 파괴

염훈은 보물창고 입구에 섰다.

“좋아, 연다!”

염훈은 은혁의 메탈 서전트가 전달해 준 열쇠로 보물 창고를 열었다.

문, 벽, 천장이 모두 구름으로 된 보물 창고 속에는 금화가 가득했다.

그 금화의 크기는 일반 금화와 크기가 달라서, 염훈의 손바닥보다도 컸다.

“와…….”

반강제로 끌려 온 오리조차도 부리를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섰다.

“염훈 님. 저의 주인님께서는 염훈 님께서 빨리 보물을 챙기길 원하십니다.”

메탈 서전트가 주의를 줬다.

“아차, 정신 팔릴 때가 아니군.”

염훈은 인벤토리창 질량 한계까지, 금화를 죄다 쓸어 담았다.

거인의 금화는 크고, 무겁고, 귀했다.

일반 금화의 6배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

“이거, 환각은 아니겠지?”

염훈이 곁에 있는 오리에게 묻자, 오리가 고개를 저었다.

“전부 진짜임.”

“그래? 음, 근데 벌써 인벤토리가 꽉 찼네.”

정신없이 쓸어 담다 보니 한계 중량에 도달했다.

“어디 자루 같은 거 없나? 좀 더 담게.”

“너무 욕심 부리지 마라, 인간.”

“흠흠, 내 몫 때문에 욕심 부리는 게 아니라 은혁이 몫까지.”

쿠르릉……!

그때, 위에서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히익?”

염훈은 놀랐다.

“네가 욕심 부려서 그렇잖아!”

오리가 타박했다.

“그게 아닙니다.”

메탈 서전트가 반박하고 설명했다.

“이건 저희 주인님과 거인들이 싸우는 소리입니다.”

메탈 서전트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쿠르르릉……!

* * *

쿵쿵쿵……!

거인의 달리기 소리가 궁전을 울렸다.

“쫓아라!”

“저기 있다! 잡아라!”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의 외침이 은혁의 뒤통수에 닿았다.

“휴, 키가 크니까 진짜 빠르네.”

은혁은 투덜거리면서도 궁전을 구석구석 도망쳤다.

그리고 기둥을 향해 스킬을 썼다.

“[돌 부수기]!!”

콰콰쾅!

돌을 지배하는 드루이드의 고유 스킬이 발동한 순간.

쩌적……!

거대한 기둥에 순식간에 금이 갔다.

“하앗!!”

은혁은 헤비 체인 소드로 막타를 먹였다.

콰콰쾅!!

쩌저적……!!

기둥은 무게를 못 이기고 무너졌다.

콰르르르르……!!

진동이 14층 스테이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걸로 두 개째!!”

은혁은 쉬지 않고 또다시 [질주] 스킬로 도망쳤다.

목표는 세 번째 기둥이었다.

“으아아!”

“저 미친놈!”

그제야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은 은혁의 목적을 깨달았다.

“저 미친놈이 궁전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어!!”

사실이었다.

단, 단순히 은혁이 화풀이 삼아 궁전을 무너뜨리는 것만은 아니었다.

‘족장은 권능을 발현해, 구름으로 클라우드 자이언트를 계속 만들어낸다.’

은혁은 도망치며 생각했다.

‘즉, 족장의 권능을 박살 내면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더 늘어나지 않는다는 소리지.’

은혁은 회귀 지식으로 추가 사실을 알고 있다.

‘족장의 권능 중 절반은 도끼에서, 절반은 궁전에서 나온다.’

그동안 클라우드 자이언트 족장이 지고의 위상 잭에게 맥을 못 춘 이유 중 하나는, 도끼와 궁전의 소유권을 방심하다 모두 뺏긴 탓이 컸다.

‘궁전을 통째로 박살 내서 놈의 권능을 꺾는다!! 기왕이면 궁전을 무너뜨릴 때 놈들도 생매장시켜 버린다!!!’

이것이 은혁의 플랜 B였다.

즉, 화풀이 삼아 궁전을 무너뜨린다는 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막아라! 놈을 막아!!”

족장이 멀리서 외쳤다.

“캬아아아!!”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이 드넓은 복도에서 포위망을 펼쳤다.

하지만.

“[돌 부수기].”

파칵!!

복도의 벽에 구멍을 뚫었다.

물론, 사람 머리통보다 조금 큰 수준의 구멍일 뿐이지만.

“[그림자 도약].”

파앗!

그 정도의 구멍이면 가볍게 반대편 그림자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림자 도약]의 핵심은 시야 확보 여부와 그림자의 유무 여부이므로.

“크아아악!”

“요 쥐새끼 같은 놈!”

“벽을 부숴 버려!!”

성질 급한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이 무기를 들고, 은혁이 뚫은 작은 구멍 주변을 후려쳐서 구멍을 더 크게 만들어댔다.

“어딜 치는 겁니까? 전 이쪽입니다만.”

“엇?!”

은혁은 어느새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의 뒤편으로 [그림자 도약]했다.

“어, 언제? 어떻게?!”

“당신들은 워낙 그림자가 커서.”

클라우드 자이언트의 약점은 너무 덩치가 크다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막상 상대해 보면 덩치에 비해 속력이 빠른 편이라 꽤 버겁다.

단, 은혁은 그림자를 지배하는 도적으로서, 덩치 큰 적의 그림자를 요리조리 왔다 갔다 하는 법을 잘 알았다.

“[그림자 지배], [그림자 분신]!”

은혁은 적들의 그림자의 소유권을 빠르게 뺏더니, 그걸 죄다 자신을 닮은 그림자로 만들었다.

“가라!”

은혁을 닮은 분신들은 거인들의 다리 사이로 사사삭 이동했다.

“크아악! 이 바퀴벌레 같은 것!!”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이 무기를 휘둘러대는 사이, 은혁은 [은신] 스킬로 슬쩍 도망쳤다.

‘와, 진짜 편하다. 그림자 많은 곳에서만 싸우면 좋겠네.’

회귀 전에 노력하는 전사, 검성 루트를 탔던 은혁은 솔직히 이 상황이 즐거웠다.

‘즐겁게 부수자.’

콰콰쾅!!

기둥을 또 하나 파괴했다.

콰콰쾅!!

그리고 또 하나.

콰콰콰쾅!!

거기에 또 하나 더.

그렇게 궁전의 핵심 기둥이 파괴되자, 전체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멈춰!”

“더 뛰지 마라!!”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은 당혹 속에서 동작을 멈췄다.

농담이 아니라, 이제는 자기들 달리기로 궁전이 무너질 지경에 처한 것이다.

‘주요 기둥은 다 부쉈다. 이제 내력벽 따위를 몇 개 더 찾아서 부수면 정말 궁전이 무너질 것 같은데.’

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염훈 곁으로 갔다.

염훈 곁에 메탈 서전트를 소환해뒀기에 찾는 건 쉬웠다.

“아, 은혁아!”

마침 염훈이 보물 창고에서 막 나오는 참이었다.

인벤토리에 금화를 꽉 채우고도 욕심이 나서 한 아름 끌어안고 있었다.

은혁은 웃으며 염훈과 합류했다.

“보물은 많이 챙긴 모양이네?”

“엄청! 어휴, 무거워라.”

염훈은 금화 무게를 못 이기겠다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내가 어찌나 많이 챙겼는지, 걸을 때마다 궁전이 막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니까? 하하!”

“그거 기분 탓 아니야.”

“어?”

“실제로 궁전 흔들리는 중이야. 곧 무너질 테니 따라와.”

“아, 아니, 왜? 궁전이 왜 무너져? 누가 궁전 기둥이라도 다 부쉈대?”

“…….”

은혁은 대답하지 않고 게이트로 향했다.

“아까 보니까 메인 미션 내용이 변했더라? 클라우드 자이언트 족장을 죽여야 한다던데?”

“맞아.”

“메인 미션 못 깨면, 위로 올라가는 게이트 이용 못 하는 거 아니었어?”

“맞아.”

“근데 왜 게이트로 온 거야?”

“실험할 게 있어서.”

은혁은 게이트와 바닥의 연결부를 유심히 살펴봤다.

“염훈. 이 바닥이 뭘로 보여?”

“돌?”

“돌이지?”

“응. 돌이네.”

“[돌 부수기]. 연속 발동!”

빠칵! 빠칵! 빠칵! 빠칵! 빠칵!

게이트 주변의 바닥 돌을, [돌 부수기] 5연속 발동으로 부쉈다.

“흐읍!”

은혁은 청염백광태도를 지렛대 삼더니, 게이트를 통째로 들어 올렸다.

“보기보다 무겁네.”

“너 설마. 게이트를 통째로 뽑은 거?!”

“조금 달라.”

게이트 자체는 일반적으로 부술 수 없다.

“게이트를 통째로 들어 올린 게 아니라, 게이트 주변의 돌을 부숴서 통째로 들어 올린 거지.”

“사실상 그게 그거지!”

“흠. 근데 들고 옮기기엔 혼자 힘으로는 무리네.”

은혁은 염훈과 오리를 번갈아 봤다.

“둘이 같이 들어봐.”

염훈과, 트렌트의 마정석을 추가로 먹은 오리가 힘을 합치자 겨우 게이트를 들 수 있었다.

“그 상태로 움직일 수 있겠냐?”

“으으, 어떻게든.”

염훈의 강화 근육이 팽창하며 잠재된 근력을 발휘했다.

“좋아! 그럼! 먼저 탈출해! 안전한 탈출 루트는 마정석 먹은 오리가 알 거야!”

“야, 너도 같이 탈출해야지?”

“갔다 올 곳이 있어서.”

“어디를……?”

“[돌 부수기]!!”

투쾅!!

은혁은 [돌 부수기] 스킬 사용에 재미를 붙였는지 벽이고 천장이고 막 부수면서 돌아다녔다.

“어어이! 이쪽이다!”

은혁이 마지막 남은 내력벽으로 향하며 도발했다.

“궁전 파괴범 강은혁이 여기 있다!!”

은혁은 어찌나 신이 났는지 이제는 자기 입으로 자기를 궁전 파괴범으로 부를 정도였다.

그 순간.

콰콰쾅!!

벽이고 뭐고 다 부수며,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이 나타났다.

100마리가 넘었다.

“풉.”

은혁은 실소했다.

어중간하게 복도를 달려가며 잡으려고 애쓰는 대신, 아예 머릿수로 완전 포위망을 짜는 계획.

100마리의 클라우드 자이언트는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은혁의 눈에는 자기 하나를 잡으려고 절박한 지경에 몰린 것으로만 보였다.

“족장. 거기 있나?”

“여기 있다. 이 악마 같은 놈.”

족장은 기운이 무척 많이 빠졌는지 미디엄 엑스를 짚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 위대한 하늘의 궁전을 네가 감히……!”

족장이 부들거리며 떨 때마다, 궁전도 떨렸다.

“미리 말해 두는데, 마지막 내력벽까지 부순 건 너다.”

“입 닥쳐!! 지고의 위상보다 더 극악한 놈!! 지고의 위상, 잭은 그래도 궁전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지배했다! 근데 네놈은 모조리 파괴하려 들고 있어!!”

“웃기네. 먼저 배신한 건 너잖냐.”

은혁은 곧 무너질 건물 속에서도, 반박할 게 있으면 하는 타입이었다.

“지하 감옥에 갇혀서 팔다리 잘린 걸 구출해 줬더니, 몬스터 본성 드러내며 날 배신한 주제에 누구더러 악마라는 거냐. 게다가 지하 감옥 말인데. 그건 잭이 만든 게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거잖아? 즉!”

은혁은 족장을 가리켰다.

“지고의 위상 잭이 14층에 강림하기 전에는, 네가 플레이어를 붙잡아 감옥에 가두고 죽였을 거란 소리지. 아닌가?”

최근 시체는 잭이 만든 것이지만, 그 끔찍한 지하 감옥 자체를 만든 건 족장이었다.

“지하에서는 플레이어를 잡아 죽이고, 겉으로만 아름다운 하늘빛 궁전 따위 무너뜨리는 게 당연하지. 내 양심에 걸고 말하는데, 내 행위에 있어서 양심에 거리끼는 부분은 전혀 없다.”

그러자 다른 클라우드 자이언트들까지 발끈했다.

“닥쳐라!”

“양심이 없는 새끼가!”

“우리도 난폭하고 사악한 거인이지만, 네놈은 더 사악해! 왜냐면 우리 것을 뺏으려고 하잖나!!”

거인들의 포효가 천장을 울렸다.

우우웅……!

별것 아닌 충격파 같았지만.

쩌적……!

쩌저적……!!

쿠쿵……!!

궁전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뭣?!”

“말도 안 돼!”

농담 같지만, 이미 무너지고 있던 궁전은, 거인들의 외침 소리에 떨려서 정말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와르르!

콰콰쾅!!

기둥과 내력벽의 파괴로 인해 궁전의 지붕이 돌 폭탄으로 변해서 떨어졌다.

“으와악!!”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은 천장을 보며 경악했고.

‘지금이다!’

은혁은 [메탈 체인] 스킬과 [그림자 사슬]을 연속 발동했다.

“묶여라!!”

은혁은 자신을 포위한 거인들을 거대한 파라솔처럼 엮었다.

물론, 거인들은 저항하려 했지만, 금속과 그림자의 사슬이 목과 어깨를 휘감아 당기니 허둥거리다 묶이고 말았다.

콰두두두두두……!

높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궁전 천장의 파편은.

퍼버버벅!!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의 머리에 떨어졌다.

은혁은 그 밑에 숨었다.

낙석들은 죄다 덩치 큰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이 대신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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