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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73화 (73/434)

73화 : 방어구 업그레이드 (1)

30분이 지났다.

남들이 일하는 동안, 은혁과 염훈은 반파된 클럽 하우스의 의자에 앉아 토닉 워터와 터키 샌드위치를, 꽤 이른 브런치 삼아 먹었다.

“크으! 토닉 워터도 꽤 맛있네.”

칵테일에 혼용해서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냥 마셔도 꽤 맛있었다.

“많이 먹어둬. 따로 점심 먹을 시간은 없을 테니까.”

은혁은 말하고 15층을 둘러봤다.

현재 15층은 임시 폐쇄 상태였다.

15층의 스테이지 속 사냥감을 올 킬 하고 사냥터 스테이지가 반파된 상태인지라, 복구가 될 때까지는 막히는 상태.

이미 들어와 있는 플레이어들은 떠날 수 있지만, 은혁을 생명의 은인이라 한 이상 노동(?)이 끝나기 전까지는 떠날 수 없었다.

“저기, 은혁아?”

“왜?”

“그 브라이언이라는 작자 말인데.”

“음.”

“오늘 오후 5시 무렵에 싸우는 거지?”

그때가 되면 브라이언에게 걸린 [강제 평화]가 끝날 것이다.

“뭐, 대충 그쯤이겠지.”

“그냥 화해하면 안 되냐?”

“화해?”

“응. 화해가 어감이 안 좋으면 일단 휴전 어때?”

“흠……. 그건 좀 새로운 의견이네.”

“내가 걱정하는 건, 너무 적을 많이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서.”

염훈의 걱정은 타당했다.

‘미래를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그렇지.’

은혁의 머릿속에는 각 길드의 성향과 집중 과제 등에 대해 정리한 표가 있었다.

구원 길드는 구원자를 기다리는 중이며, 평화 길드는 길드 대전의 여파로 자중하는 중이므로 당장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행복 길드와 자유시장 길드도 현재로서는 돈과 세력을 모으고, 서로가 서로를 조용히 견제하며 현상 유지에 집중하는 상태.

정의 길드의 경우에는 현상 유지와 100층탑 공략을 균형 있게 하고자 하는 입장으로서, 은혁의 태도를 문제시할지언정 적대시하진 않는다.

남은 건 연구 길드, 상승 길드다.

이 두 길드의 부길드장과는 빠른 시일 내에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성격적인 부분도 있지만, 내 앞길을 막는 것들이라서.’

그래서 일부러 시비를 걸기도 했다.

‘제인은 중요한 인재니까. 제인이 훗날 명성을 얻은 뒤에 연구 길드와 겨룰 바에는, 미리 연구 길드의 부길드장인 레나를 꺾고 제인을 확실히 챙겨둔다.’

그렇게 구상했었고, 이미 성공적으로 끝났다.

상승 길드도 마찬가지다.

은혁은 사실 드레이크 길드를 밟은 직후에 브라이언이 자신을 찾아오길 내심 기대했다.

‘그래도 안 와서, 엽서로 도발을 좀 세게 걸었지.’

은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염훈은 재차 물었다.

“은혁아?”

“아, 미안. 잠시 딴생각하느라.”

“휴전할 생각?”

“아니,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브라이언을 더 잘 처발라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어휴, 휴전은 티끌만큼도 생각지도 않았구만? 적이 늘어날 수도 있다니깐?”

은혁은 회귀 전 지식에 기반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걸 답해줄 수는 없었다.

대신 현재에 기반을 둔 답변을 줬다.

“그러니까 오늘 오후 5시에 빠르게 조지는 거지. 오히려 브라이언이랑 휴전하고 질질 끌면 네 말대로 옆구리를 치려는 놈들이 늘어나. 아예 오늘 중에 브라이언을 꺾어서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명성, 랭킹, 입지를 확보하는 게 낫다.”

“쩝, 그렇게 말하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은혁은 태연했고, 염훈만 대신 걱정했다.

은혁은 말없이 푸른 하늘을 노려보며, 앞으로의 예상 전개를 빠르게 계산해 봤다.

* * *

5층 곳곳에서 브런치 가게가 오픈할 무렵의 시간.

브라이언은 보기 드문 모습을 보였다.

선글라스를 벗고, 사무실 바닥에 정자세로 앉았다.

그리고 블릿츠 데바의 성물을 한쪽 무릎에 얹은 뒤, 블릿츠 데바 [강신]을 시전했다.

파즈즈즈……!

전투 목적이 아닌, 순수한 대화 목적의 [강신]이었기에, 부작용은 크지 않았다.

-나의 성전무투가여. 왜 나를 부르는가?

“질문이 있습니다.”

-놀랍구나.

블릿츠 데바가 즐거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두려움을 모르는 네가, 질문의 답을 구한단 말인가?

“플레이어 강은혁에 대해 아십니까?”

-물론이다. 유망주지.

“[강신] 종료.”

브라이언은 즉시 [강신]을 끊었다.

남이 봤다면 뭐 저런 싱거운 [강신]이 있을까 싶었지만, 브라이언은 원하는 정보를 확인했다.

‘강은혁 이놈은 진짜다.’

성좌 연합이 탑의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조금이긴 해도, ‘운명치’를 소모해야 한다.

일종의 시청료를 지불하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투적인 성좌, 블릿츠 데바가 강은혁을 유망주라고 평가할 정도면, 강은혁의 전투력은 성좌들도 재미있게 볼 정도라는 것.

‘강은혁은 자존심 때문에 뇌절해서 나를 도발한 게 아니야. 자기 실력을 과신해서 저지른 실수가 아니야.’

즉, 강은혁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브라이언을 도발했다는 것.

‘나랑 싸우면 나름 승산이 있다는 판단 하에 날 도발한 것…….’

브라이언은 그 사실을 추론해 냈다.

“허참. 24시간 강제 평화라 그런가 머리가 잘 도는군.”

브라이언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앞으로 몇 시간 정도면 24시간이 다 지난다.

똑똑!

누군가 노크했다.

“들어와라.”

비서였다.

브라이언은 비서에게 24시간 동안 강은혁의 동태를 살펴보는 일을 맡겼었다.

비서는 1군 소속 길드원들 중 직업이 도적인 자들 위주로 정보를 수집시켰다.

그리고 다시 정보를 취합해서 보고하러 온 것이다.

“강은혁이 15층에 갔다가 지금 막 돌아왔다고 합니다.”

“흥. 그 얄미운 새끼……. 15층에서 뭘 했는지는 알아봤나?”

“그게, 목격자 증언은 확보했습니다만, 직접 15층에 올라가진 못했습니다.”

“음? 어째서?”

“목격자 증언에 의하면, 강은혁이 이번에도 15층 스테이지를 박살 내다시피 클리어한 모양입니다.”

“클리어? 15층은 일단 평화 층으로 분류되지 않나? 메인 미션이랄 것도 없다시피 한 곳인데 스테이지를 박살 내?”

“예. 정보 수집에 나선 저희 길드원들도 그걸 재차 물었는데, 당시 15층에 있던 플레이어들의 증언은…….”

“뭔데? 말해 봐.”

“네. ‘노동이 너무 힘들다.’ ‘은인이고 뭐고 쉬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으으, 강은혁 미친놈.’ ……대충 이런 반응이 전부였습니다.”

“허. 강은혁이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건가?”

“아뇨. 플레이어들은 탈진 직전으로 지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거짓말을 할 여력도 없으니, 진심을 말한 것 같습니다.”

브라이언은 기가 막혔다.

“강은혁이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지?”

“도축 공장 쪽으로 가더군요.”

“도축 공장? 몬스터 사체나 가죽 처리하는 곳 말인가?”

“예. 강은혁이 평소에 투자를 해 둔 도축 공장이 있다고 합니다. 그가 향한 곳은 그쪽일 겁니다.”

“음. 그리고?”

“현재 거기 머물러 있습니다. 다만 좀 신경 쓰이는 것이…….”

“뭐지?”

“그 도축 공장이 얼마 전에 급하게 확장 공사 비슷한 걸 했더군요.”

“확장 공사? 그게 무슨 상관이지?”

“아, 그게…….”

“뭐, 됐어. 일단 포위하고, 놈이 다른 층으로 가는지 안 가는지만 확인해.”

“만약 놈들이 다른 층으로 가려 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1군을 시켜서 감시해. 건드리지 말고 감시만 시켜라.”

브라이언은 강은혁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남을 죽이기로 결심하면 직접 죽이는 걸 선호했다.

* * *

최근, 낸시의 공장은 큰 개조를 이뤄냈다.

9층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단순한 도축 공장에서 부산물 가공 설비를 증축한 것이다.

더 나아가, 무기 개발 연구소 겸 무기 상점인 ‘스팀펑크 제인’도 통째로 이사를 왔다.

즉, 9층의 고블린 공장과 비슷하면서도 더욱 깨끗하고 발전된 공장이 만들어졌다.

‘NJ 미래 공장.’

아직 간판은 달지 않았지만, 이곳의 이름이다.

낸시와 제인의 이름 앞 글자를 합쳐서 만들었다.

몬스터 사체 도축부터 미래 지향형 무기 제작까지 통째로 맡아 하는 공장.

물론, 도축 공장의 개조 및 이사 과정에서 돈이 잔뜩 들었다.

평소의 낸시라면, 혼자서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낸시가 조금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 제인과 함께 9층에서 무기 개발을 하던 경험이 묘하게 보람찼기 때문.

둘째. 공장 개조 및 증축 비용을 전부 은혁이 지불하기로 미리 약속했기 때문.

“저기, 이제 슬슬 돈 주시겠어요?”

낸시가 요구했다.

은혁은 돈을 지불했다.

조금 모자라서 곤란해하자, 낸시는 너그럽게도 할인해 줬다.

“이런, 할인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오히려 이쪽이 고맙죠. 대형 몬스터를 그냥 도축해서 부산물을 파는 것보다, 가공해서 파는 게 이득이거든요.”

“그렇죠.”

은혁이 개입하지 않았어도, 낸시는 훗날 스스로 그 방법을 알아내고 진행한다.

하지만 낸시는 매우 고마워했다.

“당신이 날 9층으로 불러서 경험시켜 주고, 권유해주고, 돈까지 줘서 해냈어요. 고마워요, 강은혁.”

낸시가 작업용 장갑을 벗고 은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은혁은 빙긋 웃으며 손을 마주 잡았다.

“자, 그럼.”

은혁은 낸시의 손을 놓지 않고 방어구 제작대로 낸시를 끌고 갔다.

“에?”

“바로 일합시다. 제인은 어딨죠?”

이사 정리를 마무리하던 제인은 은혁에게 끌려 나왔다.

9층에서의 중노동이, 조금 다른 형태로 다시 시작되는 참이었다.

“읏차.”

은혁은 11층~14층 구간에서 얻은 잡동사니들을 와르르 쏟아냈다.

오염된 쇠붙이, 빈 유리병, 슬라임 농축액, 트렌트의 마정석, 몰락한 지고의 위상 탐욕의 입술을 구성하던 현, 탐욕의 입술의 마정석 등.

부지런히 주운 것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은혁.

불안해하는 제인, 낸시, 염훈.

“하하. 분위기가 좀 무겁군요.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은혁이 말하자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속 편하게 있을 때가 아니라 긴장해야 할 때입니다.”

은혁이 급정색하며 말했다.

“야, 은혁아. 오늘따라 왜 이랬다저랬다 하냐.”

염훈이 그걸 지적하려 한 순간.

“염훈!”

은혁은 염훈에게 냅다 다자카우스의 꼬리를 내던졌다.

“어? 이걸 나한테?”

“장착하지 말고 [정화] 스킬로 정화해.”

다자카우스의 꼬리에는 블랙 드래곤 다자카우스의 악의가 담겨 있었다.

“이걸 나 혼자 [정화]하려면 몇 시간은 걸리는데?”

“힘들겠지만, 쉬지 말고 해. 워낙 그 꼬리에 담긴 악의가 독해서, 쉬지 않고 해야 하거든.”

“어어, 근데 정화 완료한 다음에는 뭐 하게?”

“뭐 하긴? 네 무기로 개조해야지.”

“내 무기로?”

“음. 은도금 장검만 계속 쓰기에는 네 수준이 높아져서.”

성기사는 직업 특성상 장검과 대검이 가장 어울린다.

하지만 창이나 전투 망치 같은 것도 썩 괜찮게 쓸 수 있다.

“[신성한 날개] + 장검 공격만 하는 건 좀 아깝잖아? 창 형태의 대형 무기도 있어야지?”

최강은 비행 + 원거리 공격 조합이지만, 비행 + 창 공격만 해도 엄청 위협적일 것이다.

특히, 염훈은 [2초 무적]이 있어서 더더욱 효율이 높다.

“자, 그럼 빈 창고 들어가서 [정화] 고고.”

빈 창고에도 환풍구가 있었고, 공기 배출구는 높이 뽑혀 있었다.

“그냥 여기서 [정화] 스킬 쓰면 안 됨?”

“안 됨. 응축된 마기가 너무 강해서. 반드시 환풍구 있는 방에서 혼자 해야 한다.”

“켁, 내 몸에도 해로운 거 아냐?”

“넌 불패불굴의 성기사인 데다가, 얼마 전에 환골탈…… 그것도 했잖아.”

“일부러 말끝 흐리지 마라. 쯧.”

염훈은 투덜거리면서 은혁의 지시대로 했다.

“남은 우리 셋은 지금부터…….”

“야아! 세븐 칼리버 제3형태 제작! 가즈아!!”

제인이 양손을 하늘로 뻗으며 기세 좋게 외쳤지만.

“땡.”

“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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