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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74화 (74/434)

74화 : 방어구 업그레이드 (2)

“지금은 방패와 갑옷을 만들 겁니다.”

“방패와 갑옷?”

놀랍게도, 지금 은혁의 갑옷은 직업 얻었을 때의 시작 아이템 그대로였다.

세븐 칼리버 욕심에 무기에는 신경을 썼지만, 갑옷에는 놀라울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회귀 전 경험이랑 모든 직업 버프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미래를 아니까 안 맞고 피한다~’ 라는 개념보다는, ‘미래를 아니까 이 정도 공격은 맞아도 안 죽어~’ 라는 개념에 더 가까웠다.

‘어려운 상대와 위기 속에서 싸워야 숙련도가 빨리 차니까.’

몸이 망가지는 걸 각오하고 레나와 무리하게 싸웠던 것도, 대략 그런 발상에서 기인했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좀 다르지.’

냉기는 그래도 퍼져 나오는 게 보이고, 은혁에게 화염을 지배하는 마법사 직업이 있어서 비벼볼 만했다.

‘하지만 번개 공격은 광속에 가깝고, 순간 데미지가 훅 들어오는 데다가 신경 마비까지 온다. 데미지 컨트롤 하면서 싸우기가 어려워.’

아슬아슬하게 한계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싸우는 걸 즐기는 은혁이지만, 이번만은 방어구를 미리 준비하는 게 합리적이다.

“제인. 갑옷 제작 경험이 있습니까?”

“전혀 없음!”

제인은 옴팡진 표정으로 말했다.

낸시는 말할 것도 없었다.

“훗. 물론 저도 없습니다.”

은혁이 당당하게 말하자, 제인과 낸시는 의아해했다.

“따로 갑옷 제작자를 초빙할 생각인가요?”

낸시가 묻자 은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노력으로 극복할 생각입니다.”

은혁은 오염된 쇠붙이를 갑옷 제작대에 갖고 갔다.

“우선, 간단한 소도구인 수갑을 제작해 보겠습니다.”

은혁이 엄숙히 선언하자, 제인과 낸시는 수군거렸다.

“아니, 수갑이 왜 간단한 소도구야?”

“그러게요. 다른 소도구도 많은데.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든 걸까요, 저 사람.”

은혁은 무시하고 스킬을 썼다.

“대장장이 스킬 [소도구 제작]!”

파앗!

-최하급 수갑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은혁은 이 결과를 기다렸다는 듯이 연속으로 스킬을 썼다.

“[소도구 제작]! [소도구 제작]! [소도구 제작]……!”

-최하급 수갑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최하급 수갑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

……

-최하급 수갑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최하급 수갑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 수갑 제작에 성공했다.

실패하건 성공하건 숙련도는 비슷하게 올랐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

……

-대장장이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숙련도 : 44%.

-대장장이 스킬 [방어구 제작]을 습득하셨습니다!

“오케이! 됐다!”

은혁은 수북이 쌓인 수갑 앞에서 만족스러워했다.

“그럼 여기서부터는 낸시와 그 직원 여러분? 등판해주세요.”

은혁은, 15층 사냥터에서 얻은, 골콘다의 가호를 받은 멧돼지를 꺼냈다.

“이걸로 가죽 갑옷을 만들 겁니다. 단, [방어구 제작] 스킬을 쓰는 건 처음이니까, 일반 가죽으로 연습할 겁니다.”

은혁은 낸시에게, 골콘다의 가호를 받았던 멧돼지 가죽 적출을 맡겼다.

그동안 자신은 [방어구 제작] 스킬을 연습했다.

-가죽 갑옷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가죽 갑옷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가죽 갑옷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숙련도 : 47%.

“좋아, 점점 익숙해진다.”

은혁은 더욱 열을 올렸다.

“더 본격적으로 갑옷을 만들기 전에.”

은혁은 클라우드 자이언트의 족장에게서 뺏은 미디엄 엑스를 꺼내 들었다.

거대한 미디엄 엑스를 탁자에 내려놓은 은혁은 제인에게 물었다.

“제인. 방패는 만들어 봤죠?”

“으음,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제인은 갑옷은 전혀 만들지 않았다.

단, 방패의 경우에는, 방패와 무기의 경계가 모호한 것들을 몇 개 제작한 적 있다.

“제인! 당신이 만든 방패 몇 개 갖고 와 봐요.”

“어떤 방패?”

“제인이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 가장 커다란 방패랑 가장 작은 방패요.”

“오케이!”

후다닥!

이사 올 때 옮기느라 무척 힘들었던 방패가 있었다.

“영차, 영차.”

제인은 낸시의 부하 몇 명의 도움을 받아 수레에 싣고 겨우 옮겼다.

그것이 가장 큰 방패였다.

“나는 이걸 ‘거의 모든 걸 막는 방패’라고 불러.”

“그게 가장 큰 방패인가 보군요. 그럼 작은 방패는?”

“얍.”

제인이 주머니에서 꺼내보였다.

가장 작은 방패는 딱 반지 크기였다.

“어때? 꽤 잘 만들었지?”

“음, 과연.”

회귀자의 지식을 가진 은혁은, 제인이 만든 가장 큰 방패가 욕심을 부린 방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거의 모든 걸 막는 방패. 단, 너무 크고 무거움.’

제인은 화염, 냉기, 뇌격, 심지어는 신성력이나 저주의 힘까지 막아내는 방패를 만들고 싶어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만들긴 만들었다.

단, 지나치게 크고 무거운 데다가,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더 있었다.

‘의외로 물리 방어력은 약하다는 거.’

방패가 크고 두꺼울수록 물리 방어력이 높아지는 건 상식이지만, 제인이 만든 것은 다양한 경우에 대비한 방패를 덕지덕지 붙여 놓은 것에 가까웠다.

틈새를 노려서 때리면 자체 무게 때문에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가장 작은 방패는…….’

“아, 이 작은 방패는 말이지.”

제인은 투박한 반지를 들어 올렸다.

“아직 미완성이야. 원래는 ‘에너지 버클러’를 만들려고 했는데, 재료가 부족해서.”

“과연.”

일종의 에너지 반응 방패를 만들고 소형화시키는 게 제인의 본래 목적이었으리라.

‘후후후.’

은혁은 두 개를 모조리 자기 입맛대로 개조할 생각에 웃음부터 나왔다.

제인은 은혁의 생각을 모른 채, 자기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니 마냥 기분이 좋았다.

“두 방패로 뭘 하려고?”

“일단 큰 방패 재구성부터.”

은혁은 큰 방패를 미디엄 엑스로 냅다 찍었다.

빠칵!

“엥?! 왜 부수는데!”

“안심하세요. [재료 적출] 스킬입니다.”

미디엄 엑스 특유의 힘과 대장장이 스킬의 힘으로, 멀쩡한 방패를 온전히 부수고 재료로 만들어 버렸다.

“와, 허락도 안 받고 하는 거 봐!”

“부수는 게 아니라 재구성하는 거라니까요.”

“아무리 봐도 도끼로 부수는 것 같은데?!”

“흠흠,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얍!”

은혁은 방패의 약점만 툭툭 치며 부쉈다.

투툭, 투툭!

그렇게 방패를 모두 분해하고는, [재료 적출] 스킬로 방패의 코어만 적출해 냈다.

‘역시 이런 원리였군. 뭐 이런 마정석 낭비가.’

은혁은 혀를 차면서도 내심 감탄했다.

다양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각 공격에 맞춰 마정석을 여러 개 가공하여 담당 코어로 돌린 것이다.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렇게 덕지덕지 붙이는 것도 방법이긴 했다.

해체를 마친 순간.

“이쪽은 끝났어!”

낸시가 일을 마치고 왔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갑옷을 만들 테니 서포트 부탁합니다.”

은혁은 낸시의 도움을 받으며, [방어구 제작] 스킬로 가죽 갑옷을 만들어 냈다.

-갑옷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7% 증가했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숙련도 : 54%.

-골콘다의 가죽 갑옷 :

3성급 아이템.

골콘다의 가호를 받은 거대한 멧돼지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

일반 가죽 갑옷에 비하면 뛰어나지만, 특별히 우수하지는 않다.

“좋았어! 딱 평범하게 좋은 가죽 갑옷 완성!”

특별한 힘과 버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으면, 지금 만들려는 것을 오히려 만들 수 없었다.

“낸시. 작업용 특수 대바늘 좀 갖고 와요.”

은혁은 하프의 현을 낸시에게 내밀었다.

몰락한 지고의 위상의 구조물이던 하프의 현은 그대로 작업용 와이어가 되었다.

“정해진 설계 도면대로 연결하는 겁니다.”

은혁은 종이 위에 [마력 회로 작성] 스킬을 썼다.

“되게 복잡하네…….”

“낸시가 다 하고 나면, [방어구 제작] 스킬을 한 번 더 써서 정리할 겁니다. 적당히 부착해주세요.”

낸시는 겉으로는 안 보이는 갑옷의 안감 부분에, 한때 제인의 방패의 코어 역할을 하던 마정석들을 붙였다.

마정석에 바늘과 실을 꿰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낸시의 공장은 대형 도축과 부산물 정리가 일상이다 보니 가능했다.

“휴, 다 했어.”

“좋습니다. 마무리는 제가 하죠.”

철컥!

은혁은 갑옷 안감의 중심부에 ‘잭의 마정석’을 넣었다.

그런 다음 농축된 슬라임을 [화염 지배]로 중탕시킨 뒤, 갑옷의 표면에 발라서 마감처리를 했다.

마무리로 [갑옷 제작] 스킬을 발동했다.

-갑옷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8% 증가했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숙련도 : 62%.

-대장장이 패시브 스킬 [대장간 숙련]을 획득하셨습니다!

-인슈어런스 아머 :

6성급 아이템.

기존의 ‘골콘다의 가죽 갑옷’이 다목적 가죽 갑옷으로 재탄생했다.

‘거의 모든 걸 막는 방패’의 코어 부분과 작동 기관만 추출한 뒤, 몰락한 지고의 위상의 스트링 부위와 지고의 위상 잭의 마정석을 내장했다.

표면은 농축된 슬라임을 발라 마감처리 하여 내구도를 높이는 한편, 각 저항력을 담당하는 소형 마정석들이 통일감을 이루도록 했다.

전기 저항력 70%. 대지 저항력 10%.

화염 저항력 35%. 냉기 저항력 35%.

대기 저항력 35%. 염력 저항력 35%.

신성 저항력 35%. 저주 저항력 35%.

또한, 특정 저항력 코어를 임시 해제시킴으로써, 다른 저항력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인슈어런스 아머’라는 명칭답게, 온갖 경우에 대비한 갑옷이었다.

“어디, 입어 볼까요.”

은혁은 갑옷을 착용했다.

물론, 몸에 딱 맞았다.

“[파이어 볼]!”

은혁은 냅다 허공에 주문을 띄웠다.

그러고는 자기가 날린 화염구에 직접 몸을 날렸다.

‘냉기 저항력 코어를 강제로 끈다!’

-냉기 저항력 35% 효과가 소멸됩니다!

-반대급부로 화염 저항력 35% 효과가 증가합니다!

즉, 순간적으로 화염 저항력이 70%가 되었다.

퍼서석!

화염구가 은혁의 갑옷에 충돌하자, 평소처럼 폭발하는 대신 작은 불꽃만 일으키고 소멸했다.

“역시! 보험에 가입한 기분이야!”

은혁은 자화자찬했고, 낸시와 제인은 ‘꼭 그렇게 시험을 해봐야 하나’ 하는 표정으로 지켜만 봤다.

“그럼 다음! 방패 제작 가죠!”

은혁은 미디엄 엑스를 낸시와 제인에게 맡겼다.

“저번에 한 것처럼 도끼에 담긴 에센스만 추출해서…….”

은혁은 반지 형태의 작은 방패를 가리켰다.

“여기에 이식할 겁니다. 할 수 있죠?”

필요한 장비는 공장을 증축할 때 갖춰둔 데다가, 이 작업은 낸시와 제인이 이미 해봤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해냈다.

“조심조심…….”

반지에 이식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실패 확률은 있었지만, 패시브 스킬 [대장간 숙련]을 지닌 은혁이 도와서 가뿐히 성공했다.

-방패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8% 증가했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숙련도 : 70%.

-대장장이 스킬 [무기 간파]를 획득하셨습니다!

‘후후. 이건 예상 밖의 이득이네.’

사실 [무기 간파]는 전사를 승급시켜 검성에 다다르거나, 다른 직업도 등급을 올리다 보면 얻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은혁은 대장장이 직업 덕분에 보다 빨리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나는 이미 주요 적들이 쓰는 무기에 대한 지식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당장 눈에 안 보이는 원거리 무기 공격에도 쓸 수 있다.’

[무기 간파] 스킬은 적이 사용하는 무기의 강점과 약점을 빠르게 분석하여 전투에 도움을 주는 스킬.

한번 당해봐야 효과를 발휘하지만, 은혁은 회귀 전 지식을 미리 쌓아뒀기에 바로바로 쓸 수 있다.

“자, 이것도 장착해 볼까.”

은혁은 반지를 왼손 중지에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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