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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78화 (78/434)

78화 : 지하 발굴 (1)

철컥!

금속판이 삽입된 광차에서 시스템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통행증 확인!

-광차 기동!

철컹!

기이잉……!

-코볼트의 지하광업성으로 향합니다!

-안전 벨트가 없으니 주의해 주십시오!

덜컹!

쿠쿠쿠쿠……!

콰르르르르르……!

“오옷! 빨라!”

염훈이 감탄했다.

콰콰콰콰콰……!

“굉장한데! 롤러코스터 같아!”

“그치?”

“근데 왜 내 뒤로 숨냐?”

“아, 신경 쓰지 마.”

“겁나 신경 쓰이는데!”

콰콰콰콰콰……!

빠르게 달리는 와중에 두 사람은 좌우에 널브러진 광차를 볼 수 있었다.

“뭐야, 저거!”

“우리 이전에 온 플레이어들이지.”

운 없게 탈선한 이들이었다.

광차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은 꽤 유명해서, 오늘날 대부분 플레이어들이 A 선택지를 고르곤 한다.

그럼에도 무모한 선택을 한 이들은 저렇게 널브러진 시체가 되고 만다.

“거의 다 왔다.”

광차를 타고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니 지하광업성이 보였다.

지상의 광업소와 달리, 성채 형태로 만들어진 지하광업성에는 코볼트 왕이 살고 있다.

쿠두드드드……!

은혁이 고른 큰 광차는 다행히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했고, 안전하게 멈췄다.

멈추자마자 코볼트 경비대원들이 둘러쌌다.

“음? 인간인가!”

“설마 우리를 돕는 선택지를 고르다니.”

코볼트들이 술렁거렸다.

“허, 녀석들 인간 말 잘하네?”

“B 선택지를 골랐으니까.”

메시지는 따로 없었지만 이종족 친화력이 높아졌을 것이다.

“따라오라! 우리의 왕에게 안내할 테니!”

지하광업성은 겉으로 보기에는 지하 요새였지만, 내부는 허름한 주민센터 같았다.

청소는 열심히 했지만 낡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공간 특유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어서 오시오, 인간이여.”

코볼트의 왕은 허름한 회색 작업복 차림으로, 지질 자원 예상 분포도가 걸린 곳에 놓인 책상에 앉은 채 환영했다.

조금 전까지 광산 지도와 지질단면도 따위를 정리하고 있던 듯했다.

“미션을 받고 온 것으로 아는데, 맞소?”

“맞소.”

“흐음.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우리가 원하는 건 발굴이오.”

코볼트의 왕이 벽에 붙은 지질 자원 예상 분포도를 가리켰다.

“바로 이 지점이오.”

“……그건 지도 바깥인데.”

“바로 그렇소.”

코볼트의 왕이 가리킨 건 지도의 맨 밑바닥이었다.

“우리는 이곳까지 가는 길을 찾아냈소……. 우리는 이 지점을 더욱 깊이 발굴하여, 밑바닥까지 가보고 싶은 거요. 그리고 그 밑바닥에 있는 그 무언가를……!”

코볼트의 왕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 단순한 동작에 탐욕이 가득했다.

“발굴하여 갖고 싶은 거요.”

“그걸 도와 달라?”

“그렇소. 플레이어의 능력이라면 가능할 터…….”

“대신에 뭘 줄 건데?”

“황금이나 희귀 금속이라면 얼마든지…….”

“그런 것보다 더 귀한 걸 받고 싶군.”

“더 귀한 것?”

“신뢰!”

“……!”

“우리는 미션에 묶여서 서로 대화하고 있지만, 사실 인간과 몬스터는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낮지. 너희 부탁을 들어줄 테니, 너희는 내게 신뢰를 바쳐라.”

“모호한 요구군. 게다가 그건 선불 요구 아닌가?”

“그런 셈이지.”

그러자 코볼트의 왕은 잠시 고민했다.

“……불가능하군.”

“왜지?”

“탐욕은 이성보다 강하니까.”

“후, 그걸 인정하다니. 코볼트의 왕이라 그런지 꽤 지능이 높군. 그럼 조건을 바꾸지.”

“어떤 것으로?”

“얼마나, 어떻게 발굴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은 이쪽에 다오.”

“……틀림없이 우리가 원하는 지점까지 발굴할 수는 있는 거겠지?”

“물론. 다만 너희가 방해만 안 하면 돼. 그래서 신뢰를 요구한 거다.”

“아하, 그런 의미의 신뢰였나. 그렇다면 좋다. 우리가 원하는 건 지도의 밑바닥보다 낮은 곳에 도달하는 것이므로.”

코볼트의 왕과 은혁은 협정을 맺었다.

그 순간, 18층 메인 미션 클리어 판정이 떴다.

-축하드립니다! 18층 메인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43.

-패시브 스킬 [야간 시야 숙련]을 획득했습니다!

* * *

18층 지표면 곳곳에서는 힘겨운 전투가 이어졌다.

18층 공략에 나선 플레이어들의 절대다수는 A를 택했고, 광업소 레이드에 열중했다.

메인 미션 도전자뿐만 아니라, 광물에 욕심이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이곳에 재도전하고 있었다.

광업소를 털면, 광물 임시 저장소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후엑, 후엑.”

“힘들다. 코볼트 놈들이 이렇게 강했나?”

코볼트는 탐욕스러운 광부 괴물이었다.

광업소는 겉보기엔 평범해도 코볼트에게는 전략 거점이었다.

“어이! 돌격 대장! 이럴 바에는 그냥 B 고르는 게 낫지 않았나?”

“멍청한 소리! B 선택지 골랐다가 탈선 사고로 죽은 놈들이 한둘인 줄 알아?”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운 좋게 광차 사고가 안 나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야! 코볼트 새끼들은 뒤통수치는 괴물들이라고!”

그 순간.

쿠쿠쿵……!

땅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우왁?!”

“지진인가?!”

아니었다.

코볼트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게 된 은혁이 발굴하는 소리가 지표면까지 울린 것이다.

* * *

지하에서는 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콰두두두두……!

코볼트들은 은혁의 지시한 지점을 드릴로 뚫기 시작했다.

“자, 다음은 여기다. [돌 부수기].”

파칵!

파칵!

은혁은 지반이 약한 지점으로 가서, 드루이드 스킬로 손수 돌을 쪼갰다.

‘드루이드 스킬 [암석 탐지].’

은혁은 일반적인 암석의 위치를 탐지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암석을 눈으로 보고 있을 때는 암석 중에서도 보다 약하거나 강한 지점이 어디인지 판별할 수 있었다.

“여기. 그리고 여기도.”

파칵! 파칵!

돌을 지배하는 드루이드 숙련도가 매우 빠르게 올랐다.

-드루이드 숙련도가 6% 증가했습니다!

-현재 드루이드 숙련도 : 20%.

또한 발굴 진척도도 빠르게 올랐다.

-숨겨진 유적을 발견했습니다!

-발굴 진척도가 5% 상승합니다!

-현재 발굴 진척도 : 25%.

“아직 멀었어. 여기랑 여기도 약한 지점이다.”

은혁은 마치 예전에 발굴을 직접 해본 사람처럼, 발굴하기 좋은 지점만 골라서 미리 [돌 부수기]로 부쉈다.

거기에, 코볼트들이 발굴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메탈 워커 소환] 스킬을 써서 불필요한 잔해를 치우기도 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22%.

“굉장하군. 마치 돌 너머의 빈 공간까지 알아채는 듯하군.”

코볼트의 왕이 수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스킬.”

“스킬만으로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텐데.”

코볼트의 왕은 음흉하게 웃으며 물러났다.

‘눈치 빠르네.’

사실 은혁은 [암석 탐지] 스킬뿐만 아니라, 회귀 전 지식으로 발굴을 지휘했다.

본래 18층에는 거대한 히든 미션으로 코볼트 VS 다크 드워프 전쟁이 있다.

두 집단 중 하나의 편을 들어 전쟁에 참가하는 대형 히든 미션.

즉, 다크 드워프들의 지하 문명 국가가 이 밑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히든 미션이 뜨지 않는다.

왜냐하면.

‘행복 길드의 길드장인 해피가 그 문명 국가를 파괴해 버렸으니까.’

행복 길드의 길드장은, 주먹질 몇 방으로 다크 드워프 문명을 통째로 생매장시켜 버린 것이다.

고고학에 관심 있는 플레이어들은 또 그걸 발굴해 냈고, 학술 보고서 형식으로 자세하게 썼다.

회귀 전 은혁은, 행복 길드장의 전투력을 간접 유추하기 위해 그 보고서들을 자세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자, 이쪽도 발굴해.”

은혁이 지금 발굴하라고 하는 포인트가 바로 행복 길드의 길드장이 주먹을 때려 박은 그 지점이었다.

“[돌 부수기]! [돌 부수기]!”

-발굴 진척도가 5% 상승합니다!

-발굴 진척도가 5% 상승합니다!

-현재 발굴 진척도 : 35%.

“[돌 부수기]! [돌 부수기]!”

-발굴 진척도가 5% 상승합니다!

-발굴 진척도가 5% 상승합니다!

-현재 발굴 진척도 : 45%.

발굴은 무척 빨랐다.

드루이드 숙련도와 소환술사 숙련도도 올랐다.

-드루이드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드루이드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

-드루이드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드루이드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드루이드 숙련도 : 30%.

-드루이드 패시브 스킬 [지하 지형 숙련]를 획득하셨습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

-소환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30%.

-소환술사 스킬 [메탈 워리어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소환술사 스킬 [메탈 서전트 강화]를 획득하셨습니다!

은혁은 자잘하게 좋은 스킬들을 얻었다.

그 무렵, 코볼트들의 발굴이 난관을 맞이했다.

무너진 구멍 속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왔기 때문이다.

“흐어어어……!”

“쿠으으으……!”

코볼트보다 약간 큰 드워프들이었다.

‘망자화 된 다크 드워프.’

다크 드워프 국가가 통째로 매몰되었을 때, 대다수는 죽었지만 강건한 다크 드워프 일부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게 독이 되었다.

생매장의 절망과 그들이 비축하고 있던 내단의 힘으로 연명했고, 서서히 망자로 변해 버린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군.”

코볼트의 왕이 신음했다.

하지만 곧 냉정하게 명령을 내렸다.

“모조리 처치하라!”

“캬캬캭!”

코볼트들은 발굴용 곡괭이를 그대로 무기 삼아 망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퍽!

퍼버벅!

망자화된 다크 드워프들은 피하지 않고 모조리 맞았다.

“크우우!”

“캬캭!”

하지만 금방 상처가 아물더니, 코볼트들을 물어뜯었다.

콰드득!

“캬캬캭!”

그 기세가 어찌나 흉흉하던지 독한 코볼트조차 비명을 지르며 도망칠 정도였다.

“우리가 처리하지. 병사를 뒤로 빼.”

은혁이 오만하게 명령하자 코볼트의 왕은 심술궂은 손짓으로 부하를 물렸다.

“염훈.”

은혁은 소곤소곤 작전을 알렸다.

“흠, 잘될까?”

“넌 벌써 2차 각성한 성기사야. 의지만 충분하면 할 수 있을 거야.”

“좋아. 해보자!”

염훈이 새로 연구 중인 광역기를 준비하는 동안, 은혁이 유인하기로 했다.

“[네이팜 스프레이]!!”

화르르륵!!

콰콰쾅!!

지하가 환해질 정도의 화염이 마구 분사됐다.

“쿠오오옥!!”

망자의 약점은 화염과 신성력이었다.

본체가 다크 드워프라 그런지 튼튼했지만 이대로 은혁이 원거리에서 화염 공격만 해도 머지않아 전멸될 터.

‘하지만 가급적 태워 죽이진 않는다!’

“지금이다, 염훈!”

“그래! 간다!!”

염훈은 다자카우스의 파이크에 신성력을 불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높이 들어 올리더니.

“차하앗!!”

바닥에 내리찍었다.

콰콰쾅!!

“[홀리 웨이브]!!”

콰아아아……!

충격파가 그대로 신성한 에너지로 전환되어 퍼져 나갔다.

주로 계약 성좌의 도움을 받는 성직자만이 쓸 수 있는 고순도, 광범위한 신성력의 파동이다.

하지만 염훈은 직접 정화시킨 무기와의 인연과, 불패불굴 특성으로 성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홀리 웨이브]를 구현해 냈다.

화아아아악……!

[홀리 웨이브]로 구현된 신성한 영역 내에서는 염훈이 곧 법이었다.

“망자들이여! 잠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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