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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79화 (79/434)

79화 : 지하 발굴 (2)

이미 펼쳐진 [홀리 웨이브]에 염훈의 언령이 깃들었다.

신성한 법칙이 [홀리 웨이브] 범위 속에 든 망자들에게 적용됐다.

파앗!!

“흐오오오……!”

“크오오오……!”

범위에 들어온 망자들은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가 싶더니.

스오오오……!

그대로 안식을 찾았다.

망자들은 잠시 슬픈 표정을 짓더니, 잠을 잘 때처럼 똑바로 누웠다.

츠즈즈즈즈…….

안식을 찾은 망자들은 완전히 소멸했다.

“좋아! 잘했다, 염훈!”

은혁이 칭찬했지만 염훈은 기가 빨린 사람처럼 무릎을 꿇고 숨을 헐떡였다.

염훈은 숙련도 상승 메시지를 대충 치우고 투덜거렸다.

“으으, 그냥 죽이는 게 쉽지, 이건 어렵네.”

“아주 잘했어!”

다자카우스의 꼬리를 개조해서 창을 만들면 염훈의 전투력을 상승시킬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식의 스킬까지 얻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은혁은 염훈을 평소보다 특히 더 대견해 했다.

“왜 그냥 죽이지 않은 건가.”

코볼트의 왕이 음울한 어조로 따졌다.

은혁은 불쾌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

“왜 망자들을 죽이지 않고 구원해 줬느냐고 물었다.”

다크 드워프들과의 전쟁을 경험했던 코볼트의 왕이었다.

그러다 보니 망자건 뭐건 다크 드워프를 죽여주길 기대한 것이다.

“죽여 없애는 게 더 빠를 터. 굳이 안 죽이고 망자에게 안식을 준 이유가 뭐냐.”

“그게 성기사니까.”

은혁은 한마디로 설명을 마치고 코볼트에게 입을 닫으라는 시선을 보냈다.

“……마저 발굴하도록 하지.”

눈빛으로 눌린 코볼트의 왕이 부하들을 다시 시켜 발굴을 재개했다.

-발굴 진척도가 5% 상승합니다!

……

……

-발굴 진척도가 3% 상승합니다!

-현재 발굴 진척도 : 99%.

순식간에 99%에 도달했다.

쿠드득!

콰르르르르르……!

그 순간, 바닥이 알아서 무너지면서 다크 드워프들의 도시가 드러났다.

“아아! 이걸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코볼트의 왕은 감정을 있는 대로 드러내며 감탄했다.

“다크 드워프의 도시 올그레이! 코볼트가 점령하노라!”

“캬아아아!!”

코볼트들은 열광했다.

전쟁으로 점령한 건 아니다.

모종의 이유로 멸망한 다크 드워프들의 도시를, 발굴해서 점령하려는 것뿐.

그럼에도 코볼트들에게는 영원한 염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어이, 열광은 그쯤 해둬.”

은혁이 말했다.

“마저 발굴해야지.”

“오오, 그렇지. 여긴 도시 초입이니…….”

“약속대로, 발굴 방향과 위치는 내가 정한다. 잊지 마라.”

“물론이다, 인간 플레이어여. 어서 발굴을 마무리해다오……!”

코볼트의 왕은 희희낙락해했다.

발굴 진척도가 99%이니, 100%까진 삽질 몇 번이면 마무리될 거라 확신한 것이다.

‘틀린 건 아니지.’

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히죽 웃었다.

“[메탈 워리어 소환] 연속 발동!”

파앗! 파앗! 파앗!

은혁은 마력이 되는대로 메탈 워리어를 소환해냈다.

메탈 워리어는 검과 방패 무장이 기본이지만 다른 무기를 드는 것도 가능했다.

“곡괭이 들어!”

철컹! 철컹!

코볼트의 곡괭이를 들어 올렸다.

“뭐지? 마무리는 내 부하들이 할 수 있는데.”

코볼트의 왕이 고개를 갸웃하자, 은혁은 씨익 웃었다.

“[돌 부수기].”

콰쾅!

은혁은 다크 드워프의 유적 중에서도, 숨겨진 지하 피난소의 석벽을 부쉈다.

“그건……!”

코볼트의 왕이 깨달았다.

“다크 드워프 군주의 피난소로 통하는 길 아닌가?!”

“발굴 시작.”

파콰콰콰콰콰!

메탈 워리어는 기계였기에 지칠 줄을 몰랐다.

맹렬하게 곡괭이질을 하는 모습을 본 코볼트들이 놀라서 주춤할 정도였다.

메탈 워커들도 메탈 워리어를 도와 돌의 잔해를 빠르게 뒤로 치워 작업 속도를 증가시켰다.

-발굴 진척도가 1% 상승합니다!

-발굴 진척도가 1% 상승합니다!

-현재 발굴 진척도 : 101%.

-발굴 진척도가 100%를 초과하였습니다!

-발굴 히든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YES/NO

“YES.”

<18층 히든 미션 : 밑바닥보다 더욱 깊은 곳으로>

-목표 : 폐허가 된 지하 도시의, 더욱 낮은 땅에 도달할 것.

-성공 시 보너스 : 다크 드워프 군주와의 거래. 레벨 2 증가.

-실패 시 페널티 : 다크 드워프의 저주.

-제한 시간 : 30분.

-히든 미션 전용 버프 [발굴 열정]이 제공됩니다!

“자아, 그럼 마저 팝시다.”

은혁은 [돌 부수기]와 메탈 워리어를 이용해 계속 땅을 팠다.

“염훈! 버프 부탁해!”

“그러지.”

염훈은 그동안 자잘하게 얻은 숙련도로, [신성한 오러], [불굴의 끈기], [광역 축복] 스킬을 마구 썼다.

파앗! 파앗! 파앗!

일반적으로 성기사 스킬은 생명체에만 효과가 있지만, 은혁과 연동된 소환수인 메탈 워리어들도 효과를 받았다.

파바바바바박!

메탈 워리어들은 아예 곡괭이를 양손에 들고 마구 땅을 파헤쳤다.

유적이 망가지건 말건 관심도 없다는 듯이.

“캬캭!”

“멈춰라! 캬악!”

코볼트들이 외쳤다.

일부가 말리려 했지만 [발굴 열정] 버프가 걸린 은혁과, 그 은혁과 연동된 소환수들의 열정을 꺾진 못했다.

파바바박!

메탈 워리어들과 메탈 워커들은 더 깊이 파고들어 갔다.

-발굴 진척도가 2% 상승합니다!

-발굴 진척도가 2% 상승합니다!

……

……

-발굴 진척도가 2% 상승합니다!

-발굴 진척도가 2% 상승합니다!

-현재 발굴 진척도 : 161%.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이미 존재하는 통로를 좁고 깊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었기에 코볼트의 도움 없이도 빨랐다.

“……!”

그제야 코볼트의 왕은 깨달았다.

스릉!

코볼트의 왕은 소검을 뽑고 은혁을 겨눴지만.

“어허,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지?”

“네놈은 약속을 지켰는가!”

“물론! 원하는 지점까지 와줬잖아. 단, 약속 지점에서 멈춘다고 약속한 적은 없지.”

“……!!”

“네가 원하는 건 생매장된 다크 드워프들의 도시를 재발굴하고 점령하는 거지? 맘대로 해. 난 그 밑까지 파내려 간다.”

“네놈이 파내려 가면 도시가 붕괴할 수도 있잖나! 우리가 원하는 건 발굴 그 자체만이 아니라 점령이다!”

“그 부분은 너네 사정이지. 거듭 말하지만 난 약속 지켰다.”

“이 지독한 놈! 여봐라! 이놈을 죽여라!!”

코볼트의 왕이 외친 순간, 염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자카우스의 파이크를 바닥에 찍었다.

콰쾅!

“[홀리 웨이브]!!”

파앗!

신성력의 파동이 달려오는 적들을 휘감았다.

“배신하려는 코볼트들을 추방한다!!”

콰콰쾅!!

코볼트는 물론, 코볼트의 왕까지 사방으로 튕겨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염훈의 성기사 숙련도는 마구 올랐다.

“잠시만 막아줘!”

은혁은 그렇게 외치고 소환수들이 파낸 구멍으로 몸을 날렸다.

슈우우우……!

구덩이는 깊고 가팔랐다.

콰콰콰콱……!

은혁은 청염백광단검을 박은 채 미끄러져서 낙하 속도를 줄였다.

“흡!”

그리고 [광물 감지] 스킬로 착지 지점을 가늠하고, [플레어] 스킬을 약하게 몇 던져서 조명을 만들었다.

“여기구나.”

은혁에게도 이 지점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다.

훗날, ‘고고학을 추구하는 도적’이 18층 지하의 다크 드워프 문명에 관한 특집 기사를 냈던 기억뿐.

‘……그중에서도 특히 다크 드워프 군주는 차돌보다 단단하고 뱀보다 지혜로운 자였다. 그는 매몰되는 순간에 대비한 비밀의 방을 스스로 만들었다. 어쩌면 다크 드워프는 죽지 않고, 스스로 가사 상태에 빠짐으로써 아직도 깊이 잠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18층의 코볼트의 왕 또한 이 사실을 경계하고 있는 듯하였으나 자세한 것은 확인되지 아니하였고…….’

“진짜네.”

좋은 갑옷을 입은 다크 드워프 군주는 피난소에 웅크린 자세로 미라화되어 있었다.

스으으으으…….

그러나 숨을 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특수한 목걸이를 목에 건 채로 입에 물고 있었다.

은혁이 호기심으로 입을 살짝 벌려 봤더니…….

“내 거랑 같은 거네?”

‘초고속 재생의 목걸이.’

100층탑에 다양한 목걸이가 있다지만, 이것만큼 플레이어나 NPC 모두에게 어울리는 목걸이도 없었다.

“역시 다크 드워프 군주답구나.”

다크 드워프 군주는 초고속 재생의 목걸이를 일부러 조금 파손시킨 뒤 입에 물고 있었다.

재생력이 느리고 꾸준히 공급되도록 개조한 셈이다.

그리하여 다크 드워프 군주는 미라가 된 상태에서도 침만은 서서히 나왔고, 그 상태로 체력을 공급받으며 가까스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으리라.

“이런 용도가 있었다니. 나도 여차하면 써먹어 봐야지.”

미라가 되는 일이 없어야겠지만.

“자, 일어나시오. 다크 드워프 군주여.”

은혁은 힐링 포션 두 개를 따더니 다크 드워프 군주의 입에 흘려보냈다.

줄줄줄……!

주륵주륵주륵……!

포션 병이 빌 무렵.

“컥, 커헉?!”

다크 드워프 군주가 몸을 크게 뒤틀며 눈을 떴다.

“헉, 커헉.”

“마저 더 마시시오.”

“윽, 고, 고맙군.”

다크 드워프 군주는 두뇌 회전이 빠른 존재였다.

순식간에 은혁이 자신을 살려 준 존재임을 확인했다.

“고맙소. 당신은?”

“플레이어 강은혁.”

“내 생명의 은인이군. 우리 다크 드워프 국가는 멸망했나?”

“유감이지만 그렇소.”

“으음……. 아마 내 민족이라면 그냥 죽는 대신 망자가 되는 걸 택했을 거 같은데.”

“그렇소. 그리고 말해두지만 그 망자들은 죽이지 않았고, 동료 성기사를 시켜서 안식을 취하게 했소.”

“과연……. 여러 가지로 은인이군.”

다크 드워프 군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나마 은혁과 염훈 덕분에 다크 드워프들이 망자 상태로 죽지 않고 안식에 들 수 있었다.

이제 다크 드워프 군주도 깨어났으니, 동족들은 다크 드워프의 성좌가 거하는 차원에서 구원받고 부활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우리 민족의 영혼을 구해 준 영웅이니, 그대와 멀리 있는 성기사에게는 다크 드워프 왕가의 축복을 나눠줘야겠군.”

다크 드워프 군주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다크 드워프 왕가에만 전해지는 축복을 은혁에게 선물했다.

-축하드립니다! 근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근력 : B+.

드워프 특유의 끈기와 근력이 은혁과 멀리 있는 염훈의 팔에 깃들었다.

다크 드워프는 동포 구원의 답례를 마무리한 다음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지. 나는 다크 드워프 지하문명국의 유일한 군주, 윌칸이라고 하오. 날 구했다면 원하는 게 있을 터. 무엇을 원하시오?”

그 말에 은혁은 히죽 웃었다.

“뭘 원하냐가 아니라 얼마나 원하냐고 물어야 할 텐데.”

“욕심이 많은 사내였군.”

“일단 정보부터. 어쩌다 멸망한 거요?”

“음? 당신네들 플레이어가 와서 멸망시킨 건데 나한테 묻는다고?”

“모든 플레이어가 당신들처럼 한 민족은 아니거든.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시오.”

“이름이 ‘해피’라는 플레이어였소. 그가 이곳을 멸망시켰지.”

“으음…….”

역시 행복 길드의 길드장이 한 짓이 맞았다.

“당신네 국가를 부순 이유도 말했소?”

“그냥 부수고 싶으니까 부순다는 식으로 말하더군. 그리고 나보고는 열을 셀 동안 도망치라고 했지.”

윌칸은 부르르 떨었다.

“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알았지. 그냥 통째로 지하 국가를 무너뜨리는 재미를 위해 온 놈이라는 걸. 나는 즉시 도망치며 경보를 울렸지만 늦었고.”

“유감을 표하오.”

“웃기는 소리. 원하는 거나 마저 말하시지?”

“이 밑바닥으로 가는 법은?”

“읏……!”

지하 국가 밑에는 ‘라루방툼’이라는 보물창고가 있었다.

다크 드워프 종족 전체의 목숨만큼이나 귀한 곳.

은혁은 그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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