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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83화 (83/434)

83화 : 브라이언과의 대결 (3)

<19층 메인 미션 : 감옥 술래잡기>

-목표 : 감옥 술래잡기 규칙에 따라, 술래는 도망자를 잡고, 도망자는 술래로부터 도망친다.

-술래 규칙 : 술래는 도망자를 잡는다.

술래는 행동에 제한이 없으며, 도망자의 상체를 터치함으로써 잡을 수 있다. 잡힌 도망자는 감옥 내부로 전송되어 갇힌다.

제한 시간 이내에 모든 도망자를 잡으면 승리.

-도망자 규칙 : 도망자는 술래로부터 도망친다.

일부 행동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감옥 구역에서는 행동이 제한된다.

감옥에 갇힌 도망자를 구하려면, 감옥에 갇히지 않은 도망자가 감옥 입구를 터치하면 된다.

제한 시간이 끝나는 시점에, 술래에게 잡히지 않은 도망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도망자 전원 승리.

-성공 시 보너스 :

도망자의 경우 전원 레벨 1씩 상승.

술래의 경우 감옥에 가둔 도망자의 수만큼 레벨 상승.

-실패 시 페널티 : 3개월간 재도전 금지. 레벨이 3 감소.

-제한 시간 : 45분.

“이거 규칙이 좀 어렵네.”

염훈이 중얼거렸다.

방금 페어리 길드의 크리미크 입으로 들은 것보다 세부 규칙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저희 목적은 하나니까.”

크리미크가 염훈의 뒤에서 소곤거렸다.

반대편 멀리 있는 브라이언은 [명상] 스킬을 쓰고 있었기에 듣지 못했다.

저벅저벅.

대기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끼익.

아까 봤던 심판이 들어왔다.

“에에, 19층 제2구역 맞죠?”

중년 사내는 바쁜 티를 내며 말을 이었다.

“미션창은 다 보셨죠? 여러분 말고도 다른 구역도 다 제 담당이라 좀 바쁩니다. 일단 여러분의 게임 장소를 설명드리죠.”

19층 제2구역의 게임 장소는 술래잡기용으로 개조된 미로였다.

“그럼 브라이언 님? 당신 레벨이 가장 높다고 뜨니까 술래입니다.”

“그러지.”

“어어, 근데 당신은 예전에 19층을 클리어한 걸로 기록이 뜨는데…….”

“19층 미션은 반복 가능한 미션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클리어하셨기 때문에 추가 레벨업 보상은 없으며, 만약 미션에서 실패하는 경우 실패 페널티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반복 클리어시 보상도 반복해서 얻을 수 있는 미션도 있지만, 19층의 미션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

파앗!

술래인 브라이언은 어디론가 전송됐다.

-술래가 감옥 지역으로 전송되었습니다!

-술래는 5분 뒤부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습니다!

심판도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저어, 여러분은 다 서로 아는 사이인가 봐요?”

늦게 온 3인조 파티가 물었다.

“아, 오늘 처음 본 사이입니다.”

은혁은 크리미크 측과 연합하여 브라이언을 쓰러뜨릴 계획임을 숨김없이 밝혔다.

그러자 늦게 참가한 3인조 파티는 당혹해했다.

“저, 잠깐만요. 정말 브라이언을 쓰러뜨린다고요? 상승 길드의 브라이언을?”

“네.”

“저, 죄송합니다. 저흰 빠질게요.”

세 명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19층을 클리어하러 온 것이지, 갑자기 브라이언과 싸우는 일에 휘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세 분은 본래 미션대로 최대한 오래 도망쳐 주십시오. 그것만 해도 저희에게 도움이 되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구석으로 물러났다.

“자, 그럼 본격적인 작전을 설명하죠.”

크리미크가 주축이 되어 작전을 좀 더 다듬었다.

“저희는 이 미션을 3개월 전에 클리어해 봐서 대략적인 지리를 압니다.”

크리미크가 바닥에 19층 스테이지의 지도를 간략히 그렸다.

“진짜 미로 같네…….”

염훈이 중얼거렸고, 크리미크는 지도의 한 점을 찍었다.

“여깁니다. 이 좁은 골목길은 얼핏 보면 다른 길로 통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막다른 길입니다.”

크리미크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중 절반이 브라이언을 이곳으로 유인하면, 나머지 절반은 다른 길을 통해 여기로 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앞뒤로 브라이언을 협공하여 쓰러뜨립니다.”

크리미크는 작전 설명을 마치고 은혁을 쳐다봤다.

“어떻습니까?”

“단순한 만큼 괜찮군요.”

그렇게 5분이 지났다.

* * *

-술래잡기 시작!

미션 시작과 동시에 탈출용 게이트가 솟았다.

감옥의 정 반대편 지점으로, 약간 숨겨진 지점에 생겨났다.

브라이언은 멀리 떨어진 감옥 입구에서 게이트가 나타난 걸 느끼며, 느긋하게 몸을 풀었다.

‘미션 클리어 전에는 게이트가 활성화되지 않으니 신경 쓸 거 없지.’

즉, 이번 미션에서 게이트 타고 도망치기는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브라이언은 몸을 다 풀고 심호흡을 했다.

“그럼 가볼까.”

발을 높이 들더니.

투웅!

바닥을 가볍게 찍어 찼다.

‘[쇼크 레이더].’

파앗!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와 신성력으로 구성된 탐지의 권능이 뻗어 나갔다.

잠수함의 소나 레이더와 결과적으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호오. 3, 6, 7인가.”

16명의 도망자들은 크게 세 덩이로 나뉘었다.

은혁과 염훈이 어디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었다…….

“크크큭.”

사실, 아니었다.

브라이언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호출기를 눌렀다.

우우웅……!

크리미크의 몸속에 초소형 호출기를 이식해 두었다.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이 호출기를 쓰면 크리미크는 [텔레파시] 스킬을 걸어서 브라이언에게 답하도록 되어 있다.

‘예, 부길드장님. 호출하셨습니까?’

‘그래, 크리미크. 상황 설명해라.’

‘현재 여럿으로 나뉘었습니다. 저는 은혁, 염훈과 함께 일곱 명으로 된 일행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가? 계획에 문제는 없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유인해라, 크리미크.’

‘예, 부길드장님.’

크리미크는 ‘텔레파시에 특화된 초능력자’였다.

초능력자는 기본 12 직업 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직업이다.

그중에서도 크리미크는, 같은 편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적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능력에 특화되어 있었다.

‘다른 쪽의 제 부하들이 당신을 도발하러 가는 중일 겁니다. 도발에 넘어가 주십시오. 저는 강은혁과 염훈을 이끌고 가겠습니다.’

‘알았다.’

크리미크는 [텔레파시] 스킬을 중단했다.

“자, 가볼까.”

마음만 먹으면 벽을 우습게 부술 수 있는 브라이언이지만, 마력과 신성력을 아끼기로 했다.

‘그래야 속여 넘길 수 있으니까.’

브라이언이 느릿느릿 무방비하게 걷는 순간.

쉬익!

화살 하나가 날아왔다.

탁!

브라이언은 맨손으로 잡았다.

“이런, 실패다!”

“도망치자!”

과장되게 소리치며 도망치는 6명짜리 일행.

‘귀엽군.’

사실 저 6인도 페어리 길드 소속이므로 다 크리미크의 부하였다.

유인하는 역할이지만, 사실 그 유인 또한 계획의 일부.

즉, 브라이언과 짜고 치는 셈이다.

“크크크.”

브라이언은 그들을 쫓으며 포위망에 스스로 걸려들기로 했다.

타탓!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달려갔다.

‘이 모퉁이 너머군.’

브라이언이 넘어가자, 6명은 연기 학원에 처음 들어온 수강생처럼 외쳤다.

“핫하! 걸렸구나!”

“너는 함정에 빠졌다!”

너그러운 사람이 봐도 오글거리는 연기조 대사였지만, 브라이언은 피식 웃으며 받아줬다.

‘녀석들의 유인대로 함정에 빠졌으니, 이제 등 뒤에서 크리미크가 은혁과 염훈을 데리고 오겠지.’

그렇게 등 뒤로 7명이 더 올 때, 방심한 은혁과 염훈을 향해 반전이 펼쳐진다.

페어리 길드 전원과 브라이언이 갑자기 은혁과 염훈에게 일제 공격을 퍼붓는 것.

‘죽이지 않고 생포하는 일을 할 때는 머릿수가 많은 게 최고지.’

그런 다음 상승 길드의 두려움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바로 지금!’

브라이언은 뒤를 돌아봤다.

“……?”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어?”

“뭐, 뭐야, 다 어디 갔어?”

6명과 브라이언만 막다른 통로에 서 있었다.

연기를 하던 6명은 주춤거렸다.

브라이언은 크리미크가 다시 [텔레파시]로 교신을 해오길 기다렸다.

브라이언이 주도적으로 초능력자 스킬 [텔라파시]를 쓸 수는 없었으므로.

“뭐야, 이거. 이상한데……?”

“왜 안 와?”

“설마……?”

그들은 설마설마했고, 브라이언은 사실을 깨달았다.

‘당했군.’

은혁은 크리미크가 브라이언의 부하였다는 것을 모종의 수로 알아낸 것이다.

‘그럼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브라이언은 호출기를 작동시켰다.

하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수상하군.’

크리미크의 몸에 이식된 호출기에는 위치 추적기 기능도 있었다.

브라이언이 부하를 100% 믿지 않기에 한 조치였는데, 이 경우 도움이 됐다.

스윽.

브라이언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턱짓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자 연기를 하던 6명은 그쪽 방향으로 달려갔다.

탁탁탁탁……!

이리저리 꺾이는 복도 끝에 창고 같은 방이 있었다.

끼익.

문을 열자 아무것도 없었다.

‘아냐. 놈들은 여기 있었어.’

브라이언은 여러 명이 있던 방 특유의 느낌을 감지했다.

그때였다.

“브라이언 님! 여기 뭔가 있습니다.”

연기를 하던 6명은 이제 대놓고 브라이언을 높여 불렀다.

브라이언은 멍청한 놈이라고 속으로 욕하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뭐지?”

“여기 벽에 금이 가 있습니다.”

“젠장, 벽에 실금이 간 게 뭐 어쨌다는 거냐!”

“실금이라기엔 너무 네모반듯한 흔적이라…….”

마치 커다란 바둑판을 벽에 그려다 놓은 것처럼 금이 가 있었다.

그때였다.

쩌적!

금이 난 대로 벽이 갈라지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이미 금이 가 있던 돌 뒤편으로 메탈 워커들이 숨어 있던 것이다.

“으악?!”

“피해!”

메탈 워커는 공격력이 없는 일꾼 로봇이지만, 돌을 쥐고 돌진하니 위협적이었다.

퍼버벅!

“아악!”

뺑소니 아닌 뺑소니를 당한 플레이어들은 좌우로 피하지도 못했다.

좁은 복도였기에 그대로 뒤로 밀렸다.

“이 멍청한 것들!”

브라이언의 심정 같아서는 뇌격 스킬로 싹 다 기화시켜 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퍼버벅!

브라이언은 신경질적으로 부하들을 때렸다.

-술래가 터치했습니다!

-술래가 터치했습니다!

……

……

-술래가 터치했습니다!

-술래가 터치했습니다!

브라이언을 유인하는 연기를 하던 6명은 그렇게 감옥으로 전송됐다.

“삐빗, 삐빗!”

“삐비빅!”

메탈 워커들은 브라이언에게 덤벼들었지만.

“죽어라.”

빠지지직!!

간단한 뇌격 스킬만으로도 메탈 워커들은 모두 파괴됐다.

금속은 뇌격 계열 공격에 매우 취약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브라이언은, 은혁이 모든 걸 알고 있고, 자신의 함정을 역으로 이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딱 거기까지만 깨달았다.

* * *

약 10분 전.

은혁, 염훈, 크리미크 그리고 크리미크의 부하 4인까지.

총 7명은 목표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창고 같은 곳으로 이동했다.

“휴, 여기서 잠시 대기하다가 목표 장소로 이동하죠.”

크리미크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우리가 다음에 이동할 때면, 브라이언은 뭣도 모르고 함정으로 유인당한 뒤겠죠!”

“기대되는군요.”

은혁이 웃으며 말했다.

크리미크는 왠지 그 웃음이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대화가 술술 진행되어서 편하다 싶었는데,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은혁의 부드러움은 마치…….

‘뱀 같군.’

뱀이 정글 속 지형지물에 저항하지 않고 부드럽게 녹아들어 움직이듯, 은혁은 크리미크의 제안을 저항하지 않고 부드럽게 모두 수용했다.

크리미크는 자기 자신도 설명하기 힘든 불안감을 느꼈다.

그때, 염훈은 희망찬 어조로 말했다.

“희망이 보인다.”

염훈은 자기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소리 나게 쳤다.

“브라이언을 싫어하는 사람이 이토록 많고, 미션 시작 순간에 딱 만나다니. 정말 행운이야. 그렇지, 은혁아?”

“뭐, 그렇지.”

은혁은 또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크리미크를 똑바로 바라봤다.

“브라이언에게 돌격하는 건 저와 염훈이 앞장서겠습니다. 여러분 다섯은 저희 뒤편에 서서 뒤따라주시겠어요?”

“그, 그러겠습니다.”

이번에도 은혁은 자처해서 크리미크가 원하는 대로 말했다.

“괜찮습니까?”

“네?”

“얼굴이 하얗게 변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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