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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85화 (85/434)

85화 : 브라이언과의 대결 (5)

기막혀 하기는 갇혀 있던 3인조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뭐 이래?”

“구출이 너무 오래 걸리잖아!”

“아! 이러다 들키겠어!”

3인조는 발을 동동 굴렀다.

반면에 감옥 속 페어리 길드원 6인은 대놓고 본색을 드러냈다.

“브라이언 님! 여깁니다!!”

“여기 강은혁이 와 있습니다!!”

“여기로 오십쇼!!”

필사적으로 외쳤다.

대놓고 배신 플레이였다.

은혁은 별로 화를 내는 기색도 없이 염훈의 팔을 툭 쳤다.

“1초 남으면 손을 떼.”

“아니, 왜?”

염훈이 되묻자 은혁은 소곤소곤 계획과 지시사항을 알려줬다.

“엥? 정말? 그게 돼?”

“그래. 명심해.”

“으음, 알았다.”

염훈은 어이없어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1초 남겨두고 손을 떼기로 했다.

-3초…….

-2초…….

-1초…….

툭.

손을 뗐다.

-구출 실패!

“엥?”

“아니, 거의 다 열었는데 왜?”

궁금해하는 이들을 뒤로 한 채, 은혁이 외쳤다.

“염훈! 튀자!”

“으그극, 몸이 느려져서……!”

번쩍!

섬광과 함께 브라이언이 나타났다.

“너네는 이제 독 안에 든 쥐다.”

브라이언이 선언한 순간.

“아닌데요? [그림자 도약].”

파앗!

은혁과 염훈은 25미터쯤 떨어진 복도로 이동했다.

브라이언의 뇌전 공격 때문에 천장의 전구가 많이 터진 상태이므로, 곳곳에 그림자가 많이 생겨 있었다.

‘감옥 지역이라고 스킬 효율까지 감소하는 건 아니니까.’

이동 속도가 확 감소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림자 도약]은 먼 곳의 그림자로 순간 이동하는 스킬이므로 별문제 없었다.

“염훈. [신성한 날개]로 저공비행 가능하냐?”

“그럭저럭.”

환골탈태인지 환골탈퇴인지도 겪고, [2초 무적]도 있으므로, 복도에서 저공비행 중 충돌하더라도 두려울 건 없었다.

“여기서부턴 흩어지자.”

“어? 같이 도망치는 게 낫지 않아?”

“도망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그렇긴 하지.”

은혁과 염훈이 흩어지면, 브라이언은 염훈을 우선 노릴 게 분명했다.

[그림자 도약]을 할 줄 아는 건 은혁뿐이니, 흩어지면 브라이언은 무리를 해서라도 우선 염훈을 생포하려 들 것이다.

그리고 염훈을 인질 삼아 은혁을 잡는다…… 라는 것.

‘하지만 내 목적은 미션 종료 시점까지 도망치는 게 아니라서.’

그전에 브라이언을 계획대로 처바를 생각이었다.

“일단 흩어지자. 아까 감옥 구역에서 가르쳐 준 계획을 명심해.”

“음, 알았다!”

두 사람은 좌우로 흩어졌다.

* * *

‘흩어졌다.’

감옥 지역에서 [쇼크 레이더] 스킬을 쓴 브라이언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무거운 갑주를 입고 비행 스킬을 짧게 쓰면서 이동하는 쪽이 염훈. [그림자 도약]으로 벽 너머로 이동하는 게 강은혁.’

둘 중 어느 쪽을 쫓을까 고민하던 브라이언은 염훈을 우선 쫓기로 했다.

‘……라고 생각하길 바라겠지.’

브라이언은 조금 무리해서 다른 길을 택하기로 했다.

‘설마 이걸 쓰게 만들다니.’

연합해서 59층을 뚫을 때도 쓰지 않은 기술이다.

59층을 뚫는 중, 다른 부길드장들이 배신을 하면 꺼내서 확실히 죽이려고 아껴둔 것.

‘그걸 저 얄미운 새끼를 죽이느라 꺼내게 되다니.’

브라이언이 고작 19층에서 이 무기를 꺼낸 걸 알면, 다른 부길드장들은 믿을 수 없어 할 것이다.

‘쓴다!’

“위대한 성좌, 블릿츠 데바시여. 절대 필중의 뇌창을 빌려주소서.”

-성좌, 블릿츠 데바는 곤혹스러워합니다!

하루에 딱 한 번만 빌려 쓸 수 있는 뇌창이었다.

블릿츠 데바가 정말 죽이고 싶은 놈이 있을 때 던져서 죽이는, 유도 기능이 붙은 뇌창.

그걸 그대로 빌리는 건 아니고, 블릿츠 데바의 권능이 담긴 열화품이지만, 그래도 그걸 쓴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각오는 됐습니다.”

브라이언이 허공에 대고 말했다.

“강은혁을 확실히 죽일 겁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로, 놈을 죽였을 때 얻게 될 모든 경험치와 아이템을 전부 당신께 바치겠나이다.”

-성좌, 블릿츠 데바는 만족스러워합니다!

-블릿츠 데바의 뇌창 사용권이 1회 제공됩니다!

쿠쿵……!

노랗게 반짝이는 묵직한 뇌창이 브라이언의 손에 얹혔다.

치직, 치지지직……!

“으윽.”

선택받은 성전무투가인 브라이언의 손이 아파 올 정도의 위력.

“하앗!!”

브라이언은 지체 없이 던졌다.

파콰콰콰콰……!!

뇌창 주변에서 막대한 전하가 뿜어지고, 벽을 모조리 녹여 버리며 은혁을 향해 날아갔다.

‘끝이다.’

브라이언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은혁은 이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다.

“[매질 요격] + [패링] + [화염 방패] 융합!”

무투가의 주먹으로, 미디엄 링의 고유 스킬을 쓰고, 전사 스킬 [패링]과 마법사의 [화염 방패]까지 하나로 합쳤다.

그동안 여러 직업의 소유자로서의 역량을 모조리 합친 방어 스킬을 썼다.

“퓨전 스킬 [플라즈마 뉴트럴라이저]!!”

파콰콰쾅!!!

신력이 깃든 뇌창이 폭발했다.

“크악!!”

쿠당탕!

은혁은 바닥을 뒤로 굴렀다.

“으으……!”

비틀거리며 일어나니 주변 복도가 까맣게 타 있었다.

‘휴, 나름 계산했는데도 이 정도라고?’

14층에서 클라우드 자이언트의 족장을 죽이고 미디엄 엑스를 얻었을 때, 그걸 굳이 방어구로 개조한 이유는 사실 방금의 한 방을 견디기 위해서였다.

유도 기능이 있는 뇌창은 어지간한 꼼수로도 피하기 어렵고, 특유의 섬광 때문에 [그림자 도약]을 쓸 수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정정당당히 막으려고 미디엄 링으로 개조했는데도……!’

은혁의 왼팔 전체가 심각하게 화상을 입었다.

“[초고속 재생].”

은혁은 연구 길드의 길드장에게서 받은 초고속 재생의 목걸이의 힘을 써서 일단 회복했다.

그 순간.

빠지지직!

사람 형태의 번개가 이동하는가 싶더니, [뇌신보]를 쓴 브라이언이 나타났다.

“굉장하군. 그걸 견뎠다고?”

브라이언은 감탄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발차기를 날렸다.

쉬익!

“[패링]!”

터텅!

헤비 체인 소드로 튕겨냈다.

은혁에게 반격 찬스가 생겼다.

은혁이 눈을 번뜩이자 브라이언은 무투가 스킬로 대응했다.

“[팔방파쇄의 태세].”

전방 여덟 방향의 물리 공격에 대한 반격기 자세를 취했다.

“[강타]! [회전 베기]! [봉황각]!”

부웅! 휘우웅!! 타앗!!

은혁은 찍고, 휘두르고, 걷어찼지만.

타악! 파악! 휙!

브라이언은 쳐내고 튕겨내고 피했다.

“기술이 많아도 레벨 격차를 극복할 수는 없다.”

뻐억!!

브라이언은 충고와 함께 반격을 갈겼다.

“큭!”

은혁은 충격에 거스르는 대신 맞으며 뒤로 크게 물러났다.

“[염열파]!!”

“[라이트닝 필드].”

빠지지직!

번개의 방벽이 브라이언 앞에 생성되고, 은혁의 주특기인 화염은 흩어졌다.

화염은 플라즈마라서 전자기장에 매우 큰 영향을 받으므로 쉽게 막힌다.

의외로, 얼음으로 불을 막는 것보다 전자기장으로 불을 막는 게 더 쉬울 정도였다.

“큭.”

은혁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브라이언은 방심하는 대신 자기 등 뒤로 [플래시] 스킬을 썼다.

“……!”

“당황하는 표정 지으면서 날 방심시키고, 내 등 뒤의 그림자로 도약하려 했지? 네 패턴은 나도 나름 공부했다.”

브라이언은 히죽 웃어 보였다.

은혁도 쓴웃음으로 응수했다.

“저한테만 신경 쓰시다간 미션 실패하실 텐데요.”

브라이언은 물론 19층 메인 미션을 예전에 클리어했지만, 다시 재도전한 이상, 실패한 경우 페널티를 받는다.

“페널티? 재도전 불가랑 레벨 감소였나? 어차피 예전에 클리어했으니 재도전할 필요 없이 그냥 더 높은 층으로 갈 수 있어. 그리고 레벨 감소야 훼방꾼 하나 처리하는 비용으로 생각하지, 뭐.”

“저를 엄청 싫어하시는군요.”

“당연한 소릴 하는군.”

“나도 당신이 싫습니다.”

“뭐 이 새끼야?”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당신은 불필요한 살인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길드 대전 말인가?”

‘정확히는 1차, 2차 양쪽 모두지만.’

하지만 제2차 길드 대전은 아직 안 일어났다.

은혁은 속으로만 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브라이언은 피식 웃었다.

“길드 대전은 전쟁이었다. 최초의 내전이었기에 최소한의 전쟁 윤리도 없었지. 7대 길드 모두가 싸웠고, 나는 남들보다 특히 더 열심히 싸웠을 뿐이야.”

“그걸 지적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당신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싫습니다.”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무슨 거짓말?”

“당신은 100층탑을 오르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다, 그것만이 목표다, 라고 공언해 왔습니다.”

“사실이다. 그건 상승 길드 전체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게 거짓이라는 겁니다.”

은혁은 브라이언의 눈을 똑바로 노려봤다.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길드 대전 때 왜 상승 길드의 길드장을 배신한 겁니까?”

“!!”

이것은 상승 길드 내부의 비밀이다.

은혁은 회귀 전 2차 길드 대전까지 겪었기에, 길드 내부의 비밀을 일부 알고 있었다.

“길드 대전 당시, 상승 길드의 길드장은 놀랍게도 평화를 구상했습니다. 왜냐하면 5층 길드연합국이 안정되어야,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높이 탑을 오를 수 있다는 대국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최측근에게만, 즉, 부길드장인 브라이언과 일부 인사에게만 언급한 것이므로.

“그, 그건……!”

“하지만 당신은 당신이 섬기는 성좌와 함께, 상승 길드의 길드장을 봉인했죠.”

현재, 상승 길드의 길드장은 1층보다 낮은 곳, ‘마이너스 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심연’ 지역에 봉인되어 있다.

“당신은 100층탑을 오르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고 했지만 그건 거짓입니다. 당신이 정말 바란 것은 100층탑을 오르는 것 자체가 목적인 자들 위에 군림하는 것. 그들의 머리 위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길드장을 배신했는지도 모른다.

길드장이 있으면 브라이언은 영원히 남들 머리 위에 선 채로 100층탑의 정상에 오르지 못하므로.

그렇게 길드장을 봉인시킨 브라이언은 상승 길드를 지휘했다.

길드 대전 속에서 적극적으로 날뛰고 지휘함으로써 부길드장의 길드장 대행 체제를 확고히 했다.

“요약하자면, 내가 당신에게 시비를 건 것은 당신이 거짓말쟁이이며, 순수한 100층탑 공략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은혁은 은근히 순수주의자를 좋아했다.

염훈과 제인을 진심으로 믿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지언정, 순수주의자에 한없이 가깝기 때문이다.

은혁은 브라이언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브라이언. 넌 순수하지 않아. 100층탑 공략 그 자체를 위해 모든 것을 건 자는 단 한 명, 바로 나뿐이다.”

은혁 또한 순수주의자였다.

그리고 순수주의자가 가장 혐오하는 것은, 순수주의자가 아닌 놈이 순수주의자인 척하는 것이다.

“감히……!”

“감히 뭐? 지금 비판한 거? 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네놈에게 시비를 걸어온 거? 하지만 내 말은 다 사실 아닌가?”

은혁은 경멸의 밑바닥을 드러내 보여주듯, 느긋하게 조목조목 지적했다.

“네놈이 탑 공략만을 추구하는 순수주의자인 척해 왔지만, 사실은 권력을 은밀히, 누구보다 욕망해 왔잖나? 하지만 그걸 숨기기 위해 껄렁껄렁한 부길드장 행세를 해왔지. 그게 순수한 100층탑 공략자들에 대한 모욕이 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은 없나?”

“……!!”

“네가 그동안 살아남은 건 부길드장이라는 지위와 네가 믿는 성좌의 힘 때문이지.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이다. 왜냐면 내가 나타났으니까. 네가 믿어 온 모든 걸 박살 내고, 네가 얼마나 헛된 꿈에 취해 있었는지, 네가 상승 길드의 부길드장으로서 해왔던 말이 얼마나 진정성과 동떨어져 있었는지 가르쳐 주마.”

은혁은 자기 말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덧붙였다.

“그러므로 네놈은 내 손에 죽어 마땅하다. 설명 끝.”

브라이언은 즉각 반박도, 공격도 하지 못했다.

선글라스 너머의 눈은 은혁의 발밑을 보고 있었다.

은혁이 자신만 알고 있던 상승 길드 내의 비사를 알고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은혁의 눈빛이 소름 끼쳤다.

‘닮았어. 우리 길드장의 눈빛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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