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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98화 (98/434)

98화 : 범인 체포

트윈스 원은 자기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걸 본 염훈은 새삼 이 상황의 이상함을 깨달았다.

“어어, 그러고 보니까 이거 엄청 기괴한 상황인데…….”

백 보 양보해서 손등의 트윈스 투가 진범이고, 트윈스 원이 휘둘린 거라고 가정해도, 둘 중 하나만 감옥에 보낼 수가 없다.

둘은 하나로 합쳐진 상태이므로.

‘그, 샴쌍둥이 분할 수술 같은 걸 하면 되지 않나?’

염훈이 그런 생각을 하자 표정으로 드러났는지, 은혁은 고개를 저었다.

“저 두 사람은 선천적으로 저렇게 태어난 게 아니라, 마법적으로 합쳐진 거야. 함부로 분할하면 둘 다 죽어.”

“후후. 잘 아시네요, 강은혁 님. 하여간, 저는 제 여동생이 시켰기에 그 편지를 쓴 것일 뿐. 그리고 동생이 시켜서 ‘피눈물을 흘리는 성모’를 소환했을 뿐. 그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범행의 책임은 저와 여동생이 반반씩 진다. 설명 끝.”

워잭은 어이없어하는 수밖에 없었다.

범행을 완전 부정하는 게 아니니 다행이긴 한데, 아까부터 뻔뻔하게 ‘반반이에요’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으니, 죽을 뻔했던 워잭으로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뭐, 뒤죽박죽이긴 한데, 그래도 범행 혐의를 인정한 건 장하군요.”

은혁이 빈정거리자 트윈스 원은 빙긋 웃었다.

“그래요, 강은혁. 전부 당신 덕분이죠.”

“제 덕분?”

“강은혁. 당신은 예언자인가요?”

“예언자?”

“당신이 예언자가 아니라면, 워잭의 치료 방법과 우리를 범인이라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그리 빨리 알아낼 수 있었죠?”

“건강한 정신과 정의로운 마음 때문이죠.”

“후훗. 당신에 대한 소문은 들었어요. 상승 길드의 부길드장 브라이언은 물론, 연구 길드의 길드장 빌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아나요?”

“그래서? 왜 그리 예언자에 대해 신경 씁니까?”

“큰 이유는 없어요. 그게 극도로 희귀한 능력이니까.”

“좀 더 솔직히 말해보시죠.”

“……예언자를 확보한 쪽이 7대 길드를 지배하니까.”

7대 길드의 힘은 엇비슷하다.

그래서 강력한 무기나 인원수를 확보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단, 예언자를 확보하는 건 의미가 크다.

그러자 염훈이 어이없어했다.

“믿기지 않네. 구원 길드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거 같은데, 왜 그런 짓을?”

“어쩔 수 없습니다. 구원자를 찾으려면, 7대 길드를 완전히 통합해야 합니다. 단순히 지배욕 때문에 7대 길드를 지배하려는 게 아닙니다.”

모두를 구원할 구원자를 찾으려면 예언자 하나의 힘 자체도 필요하고, 그 예언자의 힘을 이용해 7대 길드를 통합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구원자를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는 것.

그것이 트윈스 원의 목적이었다.

은혁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기대를 망쳐서 미안하군요. 저는 예언자가 아닙니다. 단순히 감이 좋을 뿐.”

“그럴 리가요.”

“제가 실제로 예언자였다면 당신네들의 테러 행각을 미리 막았을 겁니다.”

“아뇨. 테러를 막지 않는 게 당신에게 더 이득이라면 막지 않았겠죠.”

트윈스 원은 꿰뚫어 보는 시선으로 은혁을 노려봤다.

은혁은 멀뚱히 그 시선을 마주 받았다.

“만약 제가 예언자라면, 애초에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어째서죠?”

“첫째. 내가 예언자라면 당신이 예언자를 찾고 있다는 걸 나는 미리 알 것이다. 둘째. 그렇다면 당신에게 의심을 받을 짓을 할 리가 없다. 의심받지 않도록 조용히 행동해서 최대 이득을 이끌어 냈을 테니까.”

“…….”

“저는 워잭 님에게 가서 적극적으로 돕고, 시끄럽게 여기까지 쫓아온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예언자일까요?”

“어쩌면 그 모든 걸 계산하고…….”

“그런 식으로 따지면 끝이 없죠. 이 세상 누구라도, 심지어는 골목 구석의 노숙자라도 예언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러 눈에 안 띄는 노숙자가 되어서 세상을 관조하고 있는 거다~ 라는 식으로 말할 수 있을 테니까.”

“후, 역시 만만치 않군요.”

“납득한 겁니까?”

“당신을 좀 더 지켜보겠어요.”

“뭐, 그러시든가요. 하지만 당신은 날 더 지켜보기 어려울 겁니다. 난 탑을 오를 거고, 당신은 감옥 속에 갇힐 테니까.”

“후훗. 정말 밉살스러운 예언자군요.”

트윈스 원의 손이 자기 손등에 닿더니.

우드득!

트윈스 투의 입술을 짓이겼다.

“끄우우우……!”

“지금 무슨 짓이야!”

염훈을 비롯하여, 워잭도 화를 냈다.

트윈스 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빙긋 웃었다.

“감옥 들어가기 전 화풀이.”

그리고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수갑 채우세요.”

그렇게 트윈스 원과 트윈스 투 자매는 체포되었다.

* * *

“겁나 찝찝한 결말이네. 안 그러냐, 은혁아?”

염훈은 트윈스 원이 영 마음에 안 드는지 씩씩거렸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라. 감옥에 처넣었으니 됐지.”

“꼭 감옥에 스스로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니까 그렇지.”

그 말에 은혁은 뜨끔했다.

‘오우, 꽤 예리하네.’

실제로, 트윈스 원은 스스로 감옥에 들어간 거라고 봐야 한다.

‘회귀 전에도 그랬지.’

이번에는 은혁이 개입했지만, 은혁이 개입하지 않았어도 트윈스 원은 자수한다.

트윈스 원의 진짜 목적은 혼란의 유발, 그리고 위험한 죄수들만 모아 두는 ‘평화의 감옥’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이었으므로.

방치해도 해결될 일에 일부러 은혁이 개입한 이유는 워잭을 도움으로서 워잭에게 ‘빚’을 지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워잭 성격에 빚은 반드시 갚으니까.’

“막 감옥에서 힘을 기르고 우리 뒤통수를 친다든가 하진 않겠지?”

염훈치고는 묘하게 미래 통찰적인 의심이었다.

“걱정되냐? 그럼 바로 21층으로 가자. 좋든 싫든 우리에게는 빨리 성장하는 길 말고는 없어.”

“음, 그렇지.”

염훈은 납득했다.

‘사실 대비책은 이미 깔아뒀지.’

염훈에게는 너무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 편이 나을 터였다.

“바로 21층으로 가자.”

두 사람은 광장으로 향했다.

21층~24층 구간은 통합 층이었다.

게이트 근처에 게시판과 관리자가 있었다.

“음, 11층~14층 구간 비슷한 느낌인가 보네.”

염훈이 중얼거렸다.

<21층 도전자 공지.>

21층부터 24층까지는 하나의 시나리오로 이어진, 통합 미션 층입니다.

참가 인원, 시간, 혹은 레벨 제한은 없으나, 레벨이 35 이하인 플레이어분들의 참가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저번이랑은 다르게 참가 기준이 많이 널널하네.”

염훈은 공지 게시판을 여러 번 읽었지만 추가 정보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그때, 게이트 관리자 NPC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동료 참가자를 구하신다면, 반대편을 살펴보세요.”

“반대편?”

NPC가 게시판의 뒤편을 가리켰다.

그곳은 21층~24층 구간의 구인 게시판이었다.

‘오리엔탈 길드, 페이퍼 길드, 아이언 길드는 힘을 합치기로 결정했습니다. 함께 하실 분 환영. 단, 레벨이 35 이상일 것.’

‘중원 길드는 포기합니다. 그동안 중원 길드와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발 통합 층 설계한 새끼 누구냐. 따로따로 나눠도 깨기 힘든 판국에 왜 심리스로 합쳐 놓은 거냐고!! 관리국 개새끼들 진짜!!!’ ← 신고된 게시물입니다. 작성자께서는 경비대 본부로 자진 출두해주십시오.

‘상승 길드에 도와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200명은 모여야 할 듯.’

‘1번 시작점에서 모입시다. 일단 뭉쳐야 삽니다. 괜히 21번이나 24번 시작점 같은 거 고르면 도착하자마자 죽을 수도 있음!!’

대부분이 비관적인 게시물이었다.

“난이도가 확 어려워지나 보네.”

염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자 은혁은 장난기가 동했다.

“흠, 편의점 가서 공략집 볼래?”

“상승 길드 공략집? 어휴, 관둬.”

“저번하고는 다를걸.”

“어?”

편의점에서 파는 상승 길드 공략집은 값이 싼 대신 내용도 형편없는 것이었다.

진짜 귀한 공략집을 얻으려면 상승 길드에 가입하거나, 상승 길드 본부에 가서 직접 프리미엄 공략집을 구매해야 했다.

“상승 길드의 브라이언이 우리한테 발린 뒤로 떠난 거 알지?”

“음. 높은 층 어딘가를 떠돌아다닌다는 소문은 나도 들었어.”

“그래서 상승 길드가 많이 약해졌겠지? 활동도 위축되고?”

상승 길드의 권한은 상당 부분 브라이언에게 집중된 형태다.

그 브라이언이 패배하고 어디론가 떠났으니, 상승 길드는 꽤 취약해진 상태다.

“그럼 상승 길드원들은 뭘 할까?”

“어어, 브라이언을 찾아 나서는 한편 재정비 과정에 들어가겠지?”

“맞아. 재정비 과정에는 돈이 많이 필요해지겠지? 그렇다고 위험한 일을 할 수는 없어. 그럼? 상승 길드원들은 비교적 쉬운 스테이지에서 사냥하며 막노동식 사냥에 나서고, 프리미엄 공략집을 싼값에 편의점에서 팔겠지.”

“허, 그게 그렇게 되나?”

염훈은 새삼, 자신이 은혁과 브라이언을 쓰러뜨린 게 엄청난 일이었음을 느꼈다.

“브라이언 한 사람을 쓰러뜨린 게, 7대 길드의 한 세력을 통째로 약화시키는 거구나. 그 결과 5층 분위기와 편의점 진열 상품까지 바꾸다니.”

“후후. 그야 브라이언의 자업자득이지.”

“연구 길드의 부길드장을 쓰러뜨렸을 때는 이런 식의 파급이 없었는데 말이야.”

“레나는 너도 알다시피 길드장인 빌의 꼭두각시였으니까. 그리고 빌은 연구소에 틀어박혀 있지.”

“음, 부길드장도 이 정도면…… 만약, 정말 만약이지만 말이야. 7대 길드의 길드장들이 죽거나 완전히 무력화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왜, 5층이 엉망이 될까 봐 걱정돼?”

“음. 조금.”

염훈은 은혁의 목표가 7대 길드를 발아래 두는 것임을 알았고, 실제로 은혁이 그 목표를 이뤘을 때 5층 사회에 안 좋은 영향이 갈까 봐 걱정됐다.

‘훌륭하다.’

염훈이 진지하게 이런 걱정을 할 정도면, 은혁이 7대 길드의 부길드장, 길드장을 꺾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보이진 않는다는 뜻이다.

염훈의 5층 사회를 걱정하는 생각은 대견하기도 했다.

“걱정 마라.”

“오? 이번에도 다 계획이 있냐?”

“아니.”

“그럼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걱정한다고 계획이 생기냐? 내가 아무리 감이 좋아도 7대 길드는 거미줄처럼 이권이 얽혀 있어서 다 계산하긴 힘들어. 일단 충실히 탑을 오르는 것에만 집중해.”

“쩝,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염훈은 은혁을 따라 편의점에 가서, 식량으로 쓸 초코바, 육포, 이온 음료 등을 사고, 프리미엄 공략집도 샀다.

“이번 공략집은 꽤 충실하네.”

절반 정도는 은혁이 회귀 지식으로 아는 사실이었지만, 은혁이 모르던 부분도 조금 있었다.

‘오크 부족 간에 사이가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묘하게 가위바위보 식으로 사이가 안 좋았군.’

은혁은 정보를 확인한 뒤 결심했다.

‘오늘 저녁에 야습한다.’

이른 저녁 식사를 한 은혁과 염훈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게이트로 갔다.

-21층을 선택하셨습니다!

-21층 시작점을 선택해 주십시오!

21층에는 24개의 시작점이 존재했다.

어떤 시작점을 고르느냐에 따라 위험도가 달랐다.

이는 공략집에도 나와 있었고, 은혁이 회귀 전 지식으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은혁아. 1번이 제일 안전하고 24번이 제일 위험하다고 나오네?”

24번에 가까울수록 오크 점령지이거나 그에 가까웠다.

“21번 시작점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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