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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04화 (104/434)

104화 : 오크의 성좌, 오키니움

오키니움이 본격적으로 오크 대사제에게 강신했다.

뚜드득.

오크 대사제의 몸이 기계처럼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더니.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가.

오키니움이 물었다.

육성과 시스템 메시지의 중간쯤 되는 신의 목소리였다.

“모종의 첩보를 입수했나이다! 정확한 시기는 모르나, 머지않은 미래에 해피가 그곳으로 향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삼파전이 펼쳐질 것이니……!”

-닥쳐라.

“네?”

-닥치라고 했다, 예언자여.

오키니움은 은혁을 예언자 나부랭이로 판단하고 화를 냈다.

-그래서, 삼파전이 펼쳐지면 불리해질 테니 나보고 유의하라는 거냐? 귀중한 정보를 줘서 고맙다고 네게 말하라는 거냐?

“아뇨, 그게 아니라……!”

-어려운 싸움이 닥쳐온다 해도, 그건 나의 싸움이다. 미래의 특정 사건을 보는 예언자 나부랭이의 조언은 요청한 바 없다.

‘역시 쉽지 않군.’

은혁은 생각했다.

오키니움은 단순한 편이었다.

그러나 단순하다고 해서 반드시 멍청한 것은 아니다.

오키니움이 딱 그러했다.

“저는 오키니움 님의 투쟁을 훼방하기 위해 조언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럼 뭐냐.

‘도박이다!’

“너무 실망스러워서 경고하는 겁니다!!”

은혁은 피를 토하듯 외쳤다.

“머릿수만 많은 오크는 허수아비와 같고! 오크 군주는 낚시터의 물고기만큼이나 하찮다면! 그렇다면 그들을 가호하는 신인 당신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일 터! 허나 당신 성격 상 조언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터이니, 경고의 외침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오……?

오키니움이 흥미를 보였다.

설설 기는 필멸자보다는 대놓고 객기를 부리며 대드는 필멸자가 호기심을 끄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네 말에는 오류가 있다.

“경청하겠나이다!”

-내 피조물인 오크 군세가 네 기대보다 약한 것은, 관리국의 요청이 있었기에 21층 수준에 맞춘 것이다. 오크 군주 또한 마찬가지다.

“그 말씀은, 오키니움 님의 차원에 거주하는 진짜 오크는 다르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실로 그러하다. 너는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사실, 나도 동의하는데.’

오키니움의 차원에 거주하는 트루 오크는, 다른 말로 팬텀 오크라고도 부른다.

물리 공격 저항력을 80%나 지니고 있고, 얇은 문과 벽을 그냥 유령처럼 뚫고 지나가는 개사기 종족이다.

“오키니움 님께서 허언을 하실 분이 아님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렇게 말하며 헤비 체인 소드를 꺼내 들었다.

“허나 제 검은 오키니움 님의 말씀을 정면으로 시험해보라 하는군요!!”

그 순간.

스르륵…….

털썩.

오크 대사제가 옆으로 쓰러졌다.

오키니움이 오크 대사제의 몸에서 떠나간 것이다.

“어?”

은혁이 당황한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연달아 나왔다.

-성좌, 오키니움이 무척 만족스러워합니다!

-성좌, 오키니움의 호감도가 급상승합니다!

“아!”

오키니움의 만족도가 너무 높다 보니, [강신] 스킬로 빌려 쓰고 있는 오크 대사제의 뇌가 과부화되어서 강신이 풀린 것이다.

-성좌, 오키니움이 시련 제안을 보내옵니다!

-오키니움의 시련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ES/NO.

“풉……!”

은혁은 왠지 가소로운 기분이 들었다.

선택지를 고르려는 순간.

-경고! 경고!

-주의하십시오!

-시련을 승낙하는 순간 오키니움의 차원으로 전송됩니다!

-현재 오키니움의 차원은 드래곤 컬트와의 전쟁 중이므로 극도로 불안정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경고를 보내왔다.

이런 경고가 올 정도면 정말 위험하다는 뜻이다.

‘불필요한 간섭이군.’

어차피 은혁은 NO를 고를 생각이었으므로.

-NO를 선택하셨습니다!

그 순간, 오키니움이 다시 다이렉트 메시지 신청을 보내왔다.

이번에는 YES를 골랐다.

-실컷 도발하더니, 무슨 생각인가.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데요. 왜 대뜸 시련으로 불러들이려 합니까?”

-음? 그걸 원했기에 도발한 거 아닌가?

“설마요. 평소라면 오키니움 님의 시련을 받아볼 만도 하죠. 허나, 현재 오키니움 님의 차원은 드래곤 컬트와의 전쟁으로 뒤숭숭한 상태 아닙니까?”

-으음……!

“저는 순수주의자입니다. 흑룡파 묻은 시련은 사양합니다. 훗날 오키니움 님의 차원이 순수한 형태가 된다면 다시 생각해보죠.”

-하……!

오키니움은 정말 순수한 기막힘을 체험했다.

시련을 거절하는 이유가 두려움이나 위험 때문이 아니라 자기 차원의 순수성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라니.

오키니움은 할 말이 없었다.

드래곤 컬트의 흑룡파와 싸우는 건 오키니움으로서 큰 명예이자 즐거움이지만, 그 과정에서 오크를 가호하는 신의 차원이라는 순수성이 조금 망가진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은혁은 교묘하게도 그 부분을 파고들었다.

-혹시 두려워서 시련을 거절한 건 아닌가?

오키니움이 조금 자신 없는 말투로 물었다.

예상대로 은혁은 경멸 어린 표정으로 반박했다.

“제가 두려워서? 하! 정말 너무하십니다, 오키니움이시여. 저는 하루 만에 오크 군주 셋을 죽였으며, 오키니움 님께 대놓고 진언을 올렸습니다. 이런 제가 두려움 때문에 시련을 거절한다? 그게 두려우면 애초에 오키니움 님께 진언을 올리는 대신 적당한 찬양 몇 말씀 올리고 물러났겠지요. 어찌 이토록, 필멸자인 저 한 사람조차 꿰뚫어 보지 못하십니까?”

-음……!

“그러면서 저를 예언자 나부랭이 취급하시니, 이쯤 되면 제 쪽에서 기가 막히는 심정입니다.”

-이놈이 감히……!

은혁이 슬쩍 선을 넘자, 오키니움이 진노를 드러내려 했다.

그 타이밍에 맞춰 은혁은 재빨리 제안했다.

“차라리, 여기에 멸망의 낮을 강림시켜 보시지요?”

-뭐? 지금 뭐라 했느냐!!

“멸망의 낮 말입니다. 시련을 받으러 제가 그쪽에 가긴 싫으니, 그냥 여기에 멸망의 낮을 강림시켜서 저를 테스트해 보심은 어떻겠습니까?”

-멸망의 낮을 강림시키라니. 네놈! 멸망의 낮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

“뭐, 예언자 나부랭이 수준만큼은 알죠.”

사실, 이 스테이지의 오크들이 알고 있는 멸망의 낮은 신화적인 해석일 뿐, 실제 멸망의 낮이 아니다.

실제 멸망의 낮은 오크의 멸망이 아니라, 특정 존재의 멸망에 관한 프로토콜이다.

오키니움이 멸망의 낮을 지정하면, 밤이 오기 전에 그 존재가 멸망할 때까지, 트루 오크의 전 병력이 그 존재를 공격한다.

멸망의 낮 동안 트루 오크의 전투력은 크게 상승하지만, 밤이 오기 전에 지정된 그 존재가 멸망하지 않으면 오키니움의 명예가 크게 떨어진다.

오키니움으로서도 도박 수인 지정 살인이 멸망의 낮인 셈이다.

그리고 은혁은 이런 식으로 도발하고 있었다.

‘나를 표적 삼아 멸망의 낮을 시작해 보시죠?’

이는 오키니움의 시련을 거절하는 것보다 훨씬 과감한 도발이었다.

-참으로 담대한 자로다……!

오키니움이 감탄했다.

-내 잠시 그대를 오해했구나! 그대와 같은 자가 내 용병이 되어준다면 흑룡파도 주춤할 것인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니다! 내 너와 같은 자를 시련에 들게 하려 했다니. 오히려 내가 사과를 해야겠구나!

파앗!

차원의 문이 열리더니, 오키니움의 주먹이 나타났다.

츠즈즈즈즈……!

느리게 나타난 주먹만으로도 공기가 떨리고, 21~24 통합 층의 스테이지가 흔들렸다.

소형차 크기의 주먹을 보며, 은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정식으로 하는 사과를 받아주겠는가!!

“…….”

트루 오크식 사과법이란, 상대 주먹에 맞아주는 걸 뜻한다.

인간 상식에서는 말도 안 되는 사과법이다.

사과를 받는 쪽이 맞아줘야 한다니.

하지만.

“물론입니다!”

투쾅!!

오키니움의 주먹이 은혁을 향해 날아왔다.

은혁은 방어했다.

‘퓨전 스킬 [플라즈마 뉴트럴라이저]!!!’

왼손에 장착한 미디엄 링의 [매질 요격]과 무투가 특유의 주먹을 일반 무기 판정하는 패시브 특성, 전사의 [패링] 스킬, 마법사의 [화염 방패]의 힘이 모조리 응축된 퓨전 스킬.

-히든 이펙트 발동!

파앗!

쿠궁……!!!

그 이후의 소리는 듣지 못했다.

은혁의 고막이 다 터졌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악……!!’

소리 없이 입만 벌린 채, 비명을 목구멍 안쪽으로 억지로 삼켰다.

‘겨, 견뎠다.’

고막이 터지고 온몸의 뼈가 저렸지만, 오키니움 본체의 진심이 담긴 사과의 주먹을 정면으로 맞은 것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가볍게 막아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51.

-무투가 숙련도가 15% 증가했습니다!

-현재 무투가 숙련도 : 31%+.

-마법사 숙련도가 21% 증가했습니다!

-현재 마법사 숙련도 : 50%+.

-마법사 스킬 [딜레이드 익스플로전]을 획득하셨습니다!

-전사 숙련도가 21% 증가했습니다!

-현재 전사 숙련도 : 57%+.

-전사 스킬 [멀티 패링]을 획득하셨습니다!

‘미친! 견디기만 했는데도 레벨이 오르고 숙련도가 급상승한다고?!’

오른팔뿐이긴 하지만 오크의 신의 오른팔이었다.

애초에 히든 미션용 [평화의 공기]와 대화의 방석이 있었는데도, 주먹이 날아오는 순간 모조리 싹 다 증발해 버렸다.

신의 본체의 위력은, 한쪽 주먹일 뿐이라 해도, 아직 은혁이 감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으음! 참으로 고맙도다!!

성좌의 목소리는 육성과 시스템 메시지의 중간쯤 되는 형태였기에 고막이 상한 은혁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은혁은 초고속 재생의 목걸이의 힘을 일부 사용해서 고막만 일단 회복시켰다.

그 순간.

파앗!

은혁의 눈앞에 차원의 문이 열리더니.

털커덩!

투박한 금속 상자가 떨어졌다.

“앗, 이것은?!”

은혁은 다 알면서도 놀라는 척했다.

-열어 보거라!

은혁은 열어봤다.

끼익.

오른손잡이용 건틀릿이 한 짝 들어 있었다.

-오키니움의 건틀릿을 획득하셨습니다!

-오키니움의 건틀릿 :

6성급 아이템.

양손이 한 쌍인 일반적인 건틀릿과 달리, 오른손 전용의 방어구다.

오키니움의 권위가 담긴 6성급 방어구 이므로, 무투가의 일반 주먹 공격의 위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다른 직업의 플레이어가 착용 시, 공격 속도+10%. 방어 속도+10%. 공격 명중률+10%의 효과가 있다.

또한, 하루에 1회 [필중의 일격] 스킬을 사용 가능하다.

“이걸 제게 주신다는 건……!”

-그대의 조언을 한낱 예언가 나부랭이의 헛소리로 치부하지 않겠다. 용감한 자의 경고이자 조언으로 받아들이겠노라!

‘해냈다……!’

행복 길드의 길드장 해피 견제.

오키니움의 건틀릿 획득.

두 가지 목적을 세 치 혀로 달성했다.

‘둘 중 하나만 해도 어려운데 둘 다 해내다니!’

은혁은 자기 자신을 마구 칭찬하고 싶어졌다.

오키니움의 건틀릿은 단순히 좋은 건틀릿이 아니었다.

‘확률을 무시하는 [필중의 일격]을 하루에 한 번 쓸 수 있다는 점이 엄청 크지!’

[필중의 일격]을 기존의 [강타] 스킬과 융합시키면 [필중의 강타]가 된다.

‘행복 길드의 부길드장 시리우스는 이걸로 끝낸다.’

행복 길드의 부길드장 시리우스는 확률을 조작하는 스킬의 소유자다.

그의 확률 조작을 한 번은 확실히 씹고 치명타를 먹일 수단이 확보됐다.

지금은 회귀 전 역사대로 행복 길드와 자유시장 길드의 부길드장끼리 사이가 안 좋은 덕분에 은혁은 자유롭다.

정의 길드의 워잭이 쓰러졌던 덕분에 생긴 나비효과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시리우스가 진지하게 은혁에게 덤비면 일단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지.’

은혁은 그 사실이 만족스러웠기에 오키니움에게 감사 인사를 늘어놓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쿨한 오키니움은 어느새 이곳을 떠나 있었다.

“으으…… 무슨 일이…….”

오크 대사제가 머리를 문지르며 뒤늦게 일어났다.

오키니움을 경배하던 은혁은 표정을 싹 바꿨다.

“회담을 하자고 한 주제에 기절이나 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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