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만 모든 직업-117화 (117/434)

117화 : 피에로의 놀이공원 (2)

은혁은 회귀 전, 눈앞의 요리장 피에로에게서 ‘차원의 낚싯대’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사슬낫을 다루는 전사 세콜리.’

회귀 전 강적이었다.

그녀는 플레이어였으나 피에로에게 도전했다가 패배했다.

그 뒤로 페널티로 강제로 피에로 분장을 당하고 반쯤 중간 보스급 몬스터가 되어서 요리장이 되었다.

은혁은 중간 보스급 몬스터가 된 세콜리와 싸우게 되었는데, 그때 싸우면서 느낀 건, 사슬낫 같은 무기가 보기보다 매우 위협적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순수 전사였던 은혁은, 그것을 보고 훗날 세븐 칼리버를 제작할 때 차원의 낚싯대 형태를 넣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재밌네요. 비슷한 무기 소유자라서 절 아시나 보군요?”

요리장 피에로가 웃으며 한마디 더 하려 했다.

은혁은 그 틈을 노렸다.

‘[블레이징 러시].’

화르르르르르륵!!

콰콰콰쾅!!!

냉동고의 온도계가 오작동을 일으킬 정도의 화염을 머금은 돌진이 냅다 가해졌다.

“앗?!”

웃으며 여유 부리던 요리장 피에로는 완전히 허를 찔렸다.

몸을 틀어 피하려 했지만.

콰드드득!!!

“……!!!”

갈비뼈가 모조리 박살 나고 불에 탔다.

“흡!”

뻐억!

은혁은 어퍼컷을 추가로 갈겨서 요리장 피에로를 쓰러뜨렸다.

요리장 피에로는 반쯤 기절한 상태였다.

‘회귀 전에는 구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지금의 은혁은 피에로 분장을 지우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물과 비누로는 지울 수 없지만…….

‘콩나무 열매 용액으로 문지르면 지워지거든.’

은혁은 13층에서 콩나무가 잔뜩 든 열매 주머니를 여러 개 챙겨둔 바 있었다.

일부는 오리 왕에게 바칠 술을 만드는 데 썼지만, 인벤토리창 안에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콰직.

콩나무 열매 하나를 손으로 으깼다.

주르륵.

콩나무 열매가 진액과 함께 질척해지며 흘러내렸다.

은혁은 그것을 세콜리의 얼굴에 치댔다.

슥슥.

얼굴을 닦자 피에로 분장이 사라지고 플레이어로 되돌아왔다.

“으……!”

“입 벌려. 포션 들어간다.”

은혁은 자기가 박살 낸 세콜리에게 힐링 포션을 먹였다.

그렇게 식당 구역의 피에로들을 모두 처치한 게 확인된 순간.

-축하합니다! 식당 구역의 모든 피에로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식당의 구원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27층 메인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이용 권한을 획득하셨습니다!

“됐다. 중간 거점 확보.”

피에로의 놀이 공원이 워낙 미쳐 돌아가는 곳이다 보니, 식사와 휴식을 취할 장소가 없다.

지금 은혁이 마련한 곳 말고는.

잠시 뒤.

염훈의 부하들이 하나둘씩 식당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으으, 무서웠어.”

“뭔 회전목마가 그렇게 빨리 도냐.”

“범퍼카 타다가 목뼈 부러져 봤냐.”

“제기랄, 물총 게임에서는 산성 용액을 쏜다고!”

조이 포인트 1점짜리 놀이 기구조차도, 일반인이라면 최소한 전치 2주 이상 확정될 정도의 놀이 기구였다.

그래도 은혁이 배정을 잘해준 덕분에 다들 어렵지 않게 클리어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리얼 범퍼카’ 놀이 기구에는 재생하는 성기사를 투입시켜서 클리어시킨다.

‘사육사 없는 동물원 투어’에는 흑곰을 지배하는 소환술사를 투입시켜서 클리어시킨다.

‘산성 물총 게임’에는 레이저를 쏘는 마법사를 투입시켜서 클리어시킨다.

……대충 이런 식으로 적재적소에 부하 플레이어들을 투입시켜 조이 포인트를 1점씩 벌게 했다.

잠시 뒤 염훈이 왔다.

“으이구, 피곤하다.”

염훈은 VR 관련 놀이 기구를 혼자 다 클리어하고 오는 길이었다.

[2초 무적]과, 3차 각성 때 얻은 [시스템 저항] 스킬의 힘으로 사람을 미치게 하는 미션들을 다 깨고 온 것이다.

“염훈. 조이 포인트 얼마 벌었냐?”

“다 깨도 얼마 안 되던데? 5점?”

“자, 불패불굴 길드원 여러분? 조이 포인트 번 사람들은 전부 염훈에게 넘겨요.”

조이 포인트는 개인 귀속이지만, 전원이 같은 길드 소속이고 파티를 맺은 상태이므로, 한 명이 클리어하면 전원이 페널티 없이 클리어다.

그래서 별말 없이 조이 포인트를 모두 염훈에게 모았다.

“그럼 지금부터 1시간 이내에 여기를 저항 거점으로 만듭니다. 문과 창문, 환풍구를 보강할 것. 필요한 자재는 이미 클리어한 놀이 기구를 부숴서 마련해도 됩니다.”

“은혁아. 저항 거점은 왜 만들어? 평소처럼 속전속결로 놀이 기구 다 깨면 되는 거 아냐?”

염훈이 물었고, 은혁은 팸플릿을 들어 보였다.

“여기 작은 글씨 보여?”

“음…… ‘개장 후 1시간 뒤, 해피 퍼레이드가 시작됩니다. 해피한 피에로 분장도 해드립니다. 다 함께 해피!’라고 적힌 거?”

“맞아.”

“엄청 위험한 퍼레이드인가 보군.”

“음, 퍼레이드 자체도 위험하고…….”

은혁은 말을 아꼈다.

염훈은 메인 미션창을 보고 팸플릿을 번갈아 본 뒤 확신했다.

“음, 팸플릿 보니까 28층 가는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간은 1시간 30분 뒤라고 적혀 있네.”

“맞아.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없지.”

“즉, 1시간 뒤 시작되는 페스티벌에 반드시 휘말리도록 미션이 설계된 거였구만?”

염훈은 이제 화도 안 난다는 듯이 납득했다.

“뭐, 그렇지. 하여간 저항 거점 만드는 일, 지휘 부탁해.”

“오, 그래. 근데 저 사람은?”

염훈이 세콜리를 가리켰다.

세콜리는 조금 전까지 요리장 피에로였다가 사람이 된 터라, 많이 어색해했다.

“아, 이 사람? 당분간 우리 요리사야. 문제없죠, 세콜리?”

“아, 그래요.”

세콜리는 요리장 피에로의 지식과 플레이어의 정신이 뒤섞인 상태라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요리 지식은 충분했다.

남들이 일하는 동안 요리를 맡기면 될 터였다.

“난 다른 놀이 기구 몇 개 더 깨고, 생존자 플레이어들을 여기로 모을게.”

은혁은 즉시 밖으로 나갔다.

* * *

약 1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은혁은 바쁘게 놀이 기구를 여러 개 클리어했다.

우선 ‘즐거움의 기프트샵’으로 갔다.

상인 피에로를 상대로, 은혁은 황금알을 이용해 흥정했고, 가볍게 클리어했다.

그리고 보상으로 조이 포인트 2점, 상점 이용 권한, 그리고 ‘웃음 벨’을 획득했다.

-웃음 벨 :

3성급 아이템.

1회용.

살짝 흔들면 특정 집단으로 하여금 광기에 찬 웃음을 1분간 짓게 만든다.

이미 미쳐 있는 경우, 또는 정신 저항력이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저항 시도 자체가 불가.

그다음 ‘호러 워크 스루 파크’에 갔다.

유령 피에로들과 숲속 공동묘지 테마의 장소로, 한 번이라도 ‘깜놀’하게 되면 패배하게 되는 위험한 장소.

하지만 은혁은 입구에서부터 냅다 [화염 방사]로 불부터 질렀다.

불길에 놀란 유령 피에로들이 튀어나오면 가차 없이 청염백광태도로 베어 죽였다.

클리어 보상으로 조이 포인트 3점과 ‘최상급 공포 저항의 룬’을 얻고 그 자리에서 갑옷에 장착시켰다.

-최상급 공포 저항의 룬 :

5성급 아이템.

공포 저항력을 50% 증가시킨다.

몸에 이식할 경우 공포 저항력이 75%로 증가하나, 이식 수술 중 부작용으로 사망할 수도 있으니, 방어구에 장착하길 권한다.

그다음 ‘꼬마 광차 땅굴 탐험’을 돌 부수기 꼼수로 클리어하고, 조이 포인트 3점과 ‘적외선 투시 렌즈’를 얻었다.

-적외선 투시 렌즈 :

4성급 아이템.

[적외선 시야] 스킬과 시력 보정 효과를 얻게 된다.

눈에 한번 장착하면 안전하게 기존의 홍채와 합성된다.

“27층 구역에서 깰 만한 놀이 기구는 다 깬 것 같군.”

‘정말 위험한 롤러코스터’ 같은 건 28층 구역, 해피 팜랜드로 나가야 있다.

“읏차.”

은혁은 기프트샵에서 구매한 물감을 사방에 뿌렸다.

묽은 유성 물감으로, 매우 미끄러웠다.

“폭죽은 좀 오번가?”

입으로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위험한 폭죽도 잔뜩 설치해뒀다.

“[딜레이드 익스플로전].”

은혁은 폭죽 밑에 시한 폭발 스킬을 살짝살짝 걸어뒀다.

퍼레이드 시작 시각에 화염 폭발이 터질 것이다.

그 순간.

빠빠빠암……!

앙칼진 트럼펫 소리.

“이크, 벌써?”

은혁은 얼른 식당 구역으로 달려갔다.

랭커가 포함된 일행이어서 그런지 제법 방어 거점을 잘 만들어뒀다.

문제는.

“야, 이 사람들아. 내가 들어갈 입구까지 막으면 어쩌자는 거야?”

은혁이 어이가 없어서 묻자, 안쪽에서 아차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미안, 은혁아! 어쩌지? 벽 하나 부술까?”

“됐다, 녀석아.”

은혁은 드릴 랜스와 [돌 부수기]의 융합 스킬을 발동했다.

“[택티컬 디깅]!!”

푸콰콰콰콰……!!

바닥을 뚫고 들어간 뒤, 거점 내부로 올라갔다.

“우와!”

“완전 드릴 같네?”

“드릴 같은 게 아니라 실제 드릴인 것 같은데?”

감탄하는 이들을 무시하고, 은혁은 추가로 스킬을 썼다.

“[돌 합치기].”

쩌저적!

가볍게 구멍을 막았다.

“염훈. 방어 거점 준비는 어때?”

“거의 요새급으로 만들었어.”

천장 부근에는 마법사와 궁술사를 위한 활 구멍과 이동을 위한 보랑을 설치해 뒀다.

전사와 무투가는 취약한 입구 근처에 포진했고, 바로 뒤에 소환술사와 사령술사, 성기사가 교차식으로 지원을 준비 중이었다.

중심에는 성직자들이 각종 합동 버프 스킬을 준비 중이었고, 드루이드와 기타 직업을 지닌 이들은 예비대로 편성해뒀다.

“흠? 인원도 꽤 늘었네?”

“음. 생존자들이 구석구석 많이 숨어 있더라고.”

“좋아. 할 만하겠다.”

“근데 생존자들이 워낙 겁에 질린 상태라서.”

지금의 놀이 공원도 광기가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밤이 되면 폐장이 되는데, 그때는 감당 못 할 광기와 공포 콘셉트의 스테이지로 전환된다.

생존자들은 5층으로 탈출하지도, 클리어하지도 못한 채 갇혀서 몇 날 며칠을 공포 속에서 버텨 왔다.

“염훈. 저 인간들 치유해주고, 길드에 가입시키고 부하로 받아줘.”

“지금?”

“응. 왠지 다들 발목 잡을 것처럼 생기긴 했지만 쓸모가 있으니까.”

“음, 맡겨둬.”

염훈은 생존자 플레이어들에게 가서, 자신이 현재 군주이며, 통합 길드인 불패불굴 길드의 길드장임을 알렸다.

“긴말 안 하겠습니다. 살고 싶으면 저희 길드 밑으로 정식으로 가입하시길.”

생존자들은 구원의 동아줄을 발견한 사람들처럼 얼른 염훈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 직후.

빠바밤……!

이번에는 색소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려 했다.

“히익……!”

“우리,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숨어 있던 생존자들은 겁에 질려 광기에 빠지기 직전이었다.

염훈이 다독여줬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은혁은 염훈에게 다가갔다.

“좀 있다가 네 [홀리 웨이브]랑 같이 이걸 써.”

“이건?”

“웃음 벨이라는 건데. 그냥 쓰면 광기에 미친 웃음에 빠지게 하지. 하지만.”

“[홀리 웨이브]로 신성력을 덧씌워서 쓰면 긍정적인 효과만 남는다?”

“훗. 잘 아는군.”

-퍼레이드가 시작됩니다!

-피에로 페이스 페인팅은 완전 무료!

-모두 나와서 함께하세요! 해피 해피!

우르르르……!

무수히 많은 피에로들이 퍼레이드를 위해 등장했다.

발소리 때문에 27층 구역 전체가 떨릴 정도.

“아하하하하!”

“다 함께 피에로가 되는 거예여!”

“해피 페이스! 피에로 분장해드릴 게여!”

“별로 아프지 않아여!”

선발대 역할인 화가 피에로들이었다.

말투는 어린이 같았지만, 하나하나가 오크 군주급으로 덩치가 컸다.

이들에게 일단 붙잡히면 강제로 피에로 분장을 당하게 된다.

‘지금 우리 수준에서 접근전을 펼치면 절대 못 이기지.’

놈들의 맷집이 워낙 튼튼한 탓에, 맞으면서도 얼굴을 강제로 화장시킨다.

“얘들아! 저기 인간들이 숨어 있나 봐!”

“그러네여!”

“식당 구역으로 돌격!”

그 순간.

쿠당탕!

선발대 역할을 맡은 화가 피에로들이 모조리 넘어졌다.

“아앗!”

은혁이 바닥에 뿌려 둔 물감을 밟은 탓이었다.

쿠당탕!

넘어진 피에로들은 자기들의 물감을 떨어뜨렸다.

촤르륵!

물감이 뒤섞여 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