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 피에로의 놀이공원 (3)
“아앗!”
“우리 물감이!”
화가 피에로들은 물감을 잃고 발을 동동 굴렀다.
“캬악!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의 피로 분장을 시켜주자!”
“그래! 그러자!!”
화가 피에로들이 몬스터의 본성을 드러낸 순간.
콰콰쾅!!!
은혁의 [딜레이드 익스플로전] 스킬이 폭발을 일으켰다.
“캬악! 캬아악!”
“아아악!!”
화가 피에로들은 전멸했다.
‘오른다! 숙련도가 마구 오른다!’
급박한 전투 중이라 숙련도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진 않았지만 은혁은 느낄 수 있었다.
뒤이어 파티 피에로들이 등장했다.
다양한 무기, 다양한 복장을 한 피에로들이 800마리에 달했다.
숫자가 무척 많았기에 방어 거점을 미리 만들어두지 않았다면 머릿수에서 밀렸을 것이다.
“으윽, 너무 많아!”
“잔소리 말고 활이나 쏴!”
“소환수들은 뭐 하냐! 소환수를 요새 바깥에 미리 깔아 두라고!”
“드루이드는 정령술로 보강 작업 들어가! 저 영악한 새끼들이 덧댄 문짝을 부수려고 한다!”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캬캬캭!!”
파티 피에로들은 손톱이 부러져라 요새의 문을 긁어댔다.
퍼버벅!
플레이어들이 가차 없이 죽이고, 피에로들의 피가 문 틈새 밑으로 줄줄 흘러들어 왔다.
빠직, 빠지직!
수백 마리의 파티 피에로들이 자기 몸을 부숴가며 비집고 들어오려 했다.
“히익!”
“나, 난 역시 무리야!”
“무서워! 놀이 공원 무서워엇……!”
공황에 빠진 이들이 일부 생겨났다.
그 순간.
“지금이다!”
염훈은 은혁 같은 말투로 외치더니, 다자카우스의 파이크를 바닥에 찍었다.
“[홀리 웨이브]! 웃음 벨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신성한 파동과 광기의 웃음이 퍼져 나가는가 싶더니, 정순한 광기의 즐거움으로 변하여 미쳐가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아…… 하하……?”
“이, 이 기분은 뭐지?!”
공포, 절망, 광기에 잠식되어 가던 이들에게 긍정적인 광기의 웃음이 덧씌워졌다.
“하, 하하?”
“아하하! 아하하하!”
“와하하하하하!!!”
겁에 질렸던 플레이어들이 정반대로 돌변했다.
콰직!
뻐억!
스태프를 든 마법사가 해피 피에로의 머리통을 부수고, 무투가는 해피 피에로의 목 줄기를 물어뜯었다.
“캬캭?!”
해피 피에로들은 광기 대결에서 밀리자 놀랄 정도로 허무하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좋아! 놈들이 도망친다!”
“쫓지 마! 문을 다시 보강해!”
그때였다.
쿵……! 쿵……! 쿵……!
이번에는 띄엄띄엄 걷는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 맙소사!”
“거인인가?! 엄청 큰 놈들이 온다!!”
경계를 맡은 궁술사들이 외쳤다.
“키다리 피에로들이군.”
“키다리?”
염훈은 튜토리얼 미션 3층에서 겪었던 키다리 귀신을 떠올리며 잠시 몸을 떨었다.
“그때 그 키다리 귀신보다 강한가?”
“뭐, 비슷하지.”
“그럼 좀 힘들겠는데?”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데 그런 소리냐.”
은혁은 염훈의 어깨를 툭 쳤다.
“15초 뒤 나가서 요격한다. 따라와.”
내부에서 버티면 요새만 망가진다.
그렇다고 여럿이 나가서 요격하면 부상자가 나온다.
그래서 은혁과 염훈은 성직자들에게서 각종 버프를 받은 뒤 단둘이 나가서 키다리 피에로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단둘이서는 위험하지 않을까요?”
불패불굴 길드원들이 걱정했다.
은혁은 씨익 웃어줬다.
“구경이나 하고 있어.”
은혁과 염훈이 키다리 피에로들을 요격하러 나갔다.
* * *
10분 뒤.
28층에 머무르고 있는 피에로 마스터는 지도를 보고 있었다.
늘 오호호 웃던 모습과 달리,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식은땀도 무척 많이 흘려서 피에로 분장이 지워질 지경이었다.
“행복하게, 더 행복하게 만들어야 해.”
27층 스테이지의 목적이 그것이다.
놀이 기구로 진을 빼게 만들고, 퍼레이드에 휩쓸리게 해서 강제로 피에로 화장을 시킨다.
그렇게 피에로로 만들어 정신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것.
하지만 문제가 두 개나 발생했다.
하나는, 강은혁 일행이 쉬운 놀이 기구만 골라서 클리어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퍼레이드를 정면으로 견뎌낸다고?’
지금까지의 플레이어들은 둘 중 하나였다.
퍼레이드에 휩쓸리거나, 숨어서 퍼레이드 시간을 피하거나.
요새를 구축하고 정면으로 방어해내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키다리 피에로까지 살해하다니!’
은혁과 염훈 둘이서 죽인 키다리 피에로는 50 마리가 넘었다.
성기사 염훈은 유난히 악에 받친 듯이 비행하며 파이크로 공격했고, 은혁은 특유의 전기톱을 연상시키는 무기로 키다리 피에로들의 다리부터 차근차근 썰어댔다.
피에로들이 포위망을 만들면?
염훈은 [무적 돌진] 스킬로 오히려 한 방향으로 뛰어들었고, 은혁은 [그림자 도약]으로 피한 뒤 [돌 부수기]로 키다리 피에로들의 발밑을 무너뜨려서 넘어뜨렸다.
키다리 피에로들이 아주 잠깐이라도 서로 엉키면?
“크와아아아악!!!”
은혁과 염훈은 포효하며 미친 듯이 도륙했다.
그 투지와 전투 한복판의 광기가 담긴 외침은 27층은 물론, 통합층인 28층 구역에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그것이 피에로 마스터가 식은땀을 흘리는 이유였다.
‘이건 곤란해!’
피에로 마스터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벌컥벌컥 마셨다.
“……푸하아!”
행복이 감돌았다.
“요호호! 재밌어지는군요!”
텅 빈 유리병을 휙 아무 데나 던졌다.
데구르르…….
한쪽 벽면에 빈 유리병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유리병에는 ‘행복 포션’이라고 적혀 있었다.
* * *
“좋아, 거의 다 죽여 간다.”
은혁은 피투성이였다.
물론, 키다리 피에로의 피였다.
거대한 적을 죽이다 보니, 피가 높은 곳에서 쏟아진 탓에 푹 젖은 것이다.
“이게 다냐?!”
염훈은 [신성한 날개]로 비행하며 패주하는 페스티벌 잔당들을 처치했다.
튜토리얼 3층에서 키다리 귀신에게 쫓겼던 공포에 대한 극복이라 여기는지, 그 어느 때보다 호전적이었다.
그걸 본 은혁은 씨익 웃었다.
‘뭐랄까, 광기와 살육의 페스티벌을 더한 광기와 살육으로 덮은 것 같군.’
딱 은혁 취향이라서 웃음이 자연스러웠다.
그걸 본 다른 플레이어들은 소름이 쫙 끼쳤다.
은혁이 무서운 대신, 피에로에 대한 공포는 많이 줄어들었다.
“마지막!”
콰직!!
은혁은 마지막 페스티벌 피에로까지 처치했다.
따르르릉!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페스티벌 조기 종료!
-페스티벌 피에로들의 전멸로 인해 페스티벌이 강제 중단되었습니다!
-27층 메인 미션을 클리어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압도적인 업적에 대한 추가 보상을 책정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페스티벌을 통째로 중단시킨 건 한 번도 있었던 적이 없는 사태였기에, 시스템 메시지가 느렸다.
그동안 은혁의 레벨과 숙련도가 미친 듯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3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54.
-드루이드 숙련도가 44% 증가했습니다!
-현재 드루이드 숙련도 : 86%.
-전사 숙련도가 34% 증가했습니다!
-현재 전사 숙련도 : 1%++.
-전사 패시브 스킬 [학살 숙련]을 획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전사 숙련도가 100%+를 초과했습니다!
-3차 각성 선택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A. 직업의 등급을 올린다.
-B. 직업을 승급한다.
“A. 등급을 올린다.”
-축하드립니다! 3차 각성하셨습니다!
-3차 각성 선택지로, 등급을 올리셨습니다!
-E+급 직업 노력하는 전사 → D-급 직업 노력하는 전사
-모든 스탯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모든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근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근력 : B+ → A-
-축하드립니다! 체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체력 : A- → A
은혁의 숙련도 상승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었다.
-마법사 숙련도가 46% 증가했습니다!
-현재 마법사 숙련도 : 96%+.
-마법사 스킬 [헤비 익스플로전]을 습득하셨습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30% 증가했습니다!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75%.
-소환술사 스킬 [메탈 바이크 소환]을 습득하셨습니다!
-무투가 숙련도가 15% 증가했습니다!
-현재 무투가 숙련도 : 46%+.
-무투가 스킬 [암기 투척술]을 습득하셨습니다!
-도적 숙련도가 30% 증가했습니다!
-현재 도적 숙련도 : 69%+.
-도적 스킬 [연쇄 암습]을 습득하셨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숙련도 상승 메시지가 이제야 끝이 났다.
‘와, 너무 막 오르니까 좀 무섭네.’
은혁은 새삼 놀랐다.
모든 직업의 다양성과 시너지 효과는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밀렸던 게 확 오르니까 내심 놀랄 정도였다.
뒤이어 퍼레이드 극복에 대한 보상이 또 이어졌는데, 이는 은혁뿐만 아니라, 퍼레이드와 맞서 싸운 모든 플레이어에게 내려졌다.
-최초로 퍼레이드를 즐기며 극복하였습니다!
-‘퍼레이드 파괴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공포 저항력이 영구적으로 25%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레벨이 상승합니다!
-현재 레벨 : 55.
-조이 포인트를 3점 획득하셨습니다!
‘공포 저항은 꽤 높아졌군.’
최상급 공포 저항의 룬을 갑옷에 이식하기도 했고, 지금 추가로 공포 저항력을 획득했다.
‘게다가 조이 포인트 3점이라.’
1인당 3점이므로, 지금까지 모은 것과 다른 플레이어들의 것을 다 합치면 300점을 우습게 넘는다.
‘순조롭군…….’
“허억, 허억, 허억……!”
염훈은 잔뜩 지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은혁은 힐링 포션 하나를 던져주며 물었다.
“많이 힘드냐?”
염훈은 대답도 하지 못하고 포션을 꿀꺽꿀꺽 마셨다.
그리고 푸하, 소리를 냈다.
“너처럼 날뛰었더니, 왠지 속이 후련하네.”
은혁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생존자들에게 가서 조이 포인트를 받았다.
플레이어들은 별 이견 없이 조이 포인트를 모두 넘겨줬다.
‘어? 생각보다 더 많네?’
무려 340점이었다.
며칠째 갇힌 생존자들이 이전에 모았던 조이 포인트까지 전부 은혁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은혁은 물론 염훈에게도 연신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 덕분에 전투에 미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됐습니다!”
염훈의 [홀리 웨이브]와 웃음 벨이 이룩해 낸 효과에다가, 승리의 여운 덕분에 이전보다 크게 성장했다.
이들의 불패불굴 길드에 대한 충성도는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염훈 또한 흐뭇해했고, 은혁은 잠시 계획을 재점검했다.
‘우리가 강해졌다는 걸 지금쯤 피에로 마스터가 알아챘겠지.’
피에로 마스터는 해피 팜랜드의 ‘서커스 천막’에 머물고 있다.
28층에 위치해 있지만, 연결된 29층보다 더 어려운, 애초에 공략 불가능한 특수 던전이다.
‘어떻게 할까? 피에로의 서커스 천막 빼고 나머지를 전부 클리어하는 게 본래 계획이었는데…….’
그 순간.
콰콰쾅!!
콰콰쾅!!
어디선가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더니 피에로 마스터의 목소리가, 시스템 메시지 형태로 울려 퍼졌다.
-오효효! 여러분. 잘도 페스티벌을 망쳐주셨더군요?
불길한 목소리였다.
-놀이 공원의 주인으로서, 페스티벌을 망친 플레이어들에게 페널티를 부과합니다!
뒤이어 추가로 시스템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스테이지 난이도 변경!
-변경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28층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파괴되었습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은 다른 방식으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둘째. 플레이어 여러분은, 제한 시간 전까지 1인당 조이 포인트를 150점 이상 모아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 경우, 재도전 권한이 주어지지 않으며, 영원히 피에로 마스터의 노예가 됩니다!
“뭣?!”
“뭐야! 그런 게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