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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40화 (140/434)

140화 : 잠든 공주와 일곱 난쟁이 (3)

구조물을 부수는 일에 소극적이던 탐사대원들도, 막상 탐사대장이 결단을 내리자 힘껏 구조물을 부쉈다.

콰두두두……!!

구조물은 무척 단단했지만, 그래도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최소한 2차 각성, 아주 드물게 4차 각성까지 마친 플레이어였다.

콰콰쾅!!!

의외로 구조물은 쉽게 파괴됐다.

“됐다! 조금만 더!”

하지만.

-파괴 활동 감지.

-자동 수복에 들어갑니다.

스르륵.

구조물은 다시 원상복구 되었다.

“큭!”

“귀찮네!”

“한 3초 지나면 자동 재수복된다!”

“에이이! 다시 부수면 그만이야!”

재수복 되더라도, 게이트가 드러날 때까지만 부수면 어찌어찌 게이트를 타고 61층으로 진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자동 수복 감지.

-지고의 위상 유인용 미끼가 살포됩니다.

“뭐?”

슈르륵…….

구조물 표면 일부가 가루처럼 흩어지더니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가루는 지고의 위상을 끌어모으는 미끼였다.

-지고의 위상, 식탐의 군주가 나타났습니다!

-지고의 위상, 태양을 노려보는 자가 나타났습니다!

지고의 위상이 2체나 나타났다.

그것도 몰락한 지고의 위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본체였다.

“말도 안 돼!!”

-고기고기고기고기고기……!!

-아, 안 보여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지고의 위상의 목소리가 시스템 메시지 형태로 뒤섞여 흘러나왔다.

“도망쳐!”

“어, 어디로요?!”

지고의 위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꾸물텅…….

고기를 외치는 존재는 거대하고 붉은 고깃덩어리였다.

매우 먼 곳에서부터 꾸물거리며 날아드는 그 존재의 크기는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무수히 많은 입이 달려 있었다.

입 하나하나의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이었으나,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히익……!”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정신이 붕괴했다.

5층 광장에서 시청 중인 이들 중 일부가 실신하기 시작했다.

“당장 방송을 끊어!”

광장의 누군가가 광장 하늘에 대고 외쳤지만, 5층 방송국은 고민 끝에 방송을 유지하기로 했다.

탑 등반에 꼭 필요한 정보가 있으므로 공익적 목적이 앞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60층의 탐사대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일단 반대편으로!”

하지만 반대편에는 다른 지고의 위상, 태양을 노려보는 자가 있었다.

스르륵…….

태양을 노려보는 자는 중성적인 외모의 엘프 청년이었다.

마찬가지로 매우 먼 곳에서 날아오는 중이었기에 정확한 크기는 알기 어려웠으나 매우 클 것으로 추정됐다.

-아, 여러분. 거기 계셨군요.

태양을 노려보는 자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앞을 보지 못했다.

두 눈구멍이 텅 비어 있었다.

-자, 다 함께 태양을 직시합시다.

텅 빈 눈구멍 안쪽에서부터, 태양 여러 개를 합친 것 같은 강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번쩍!!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5층 시청자들에게 행운이 있다면, 카메라가 터졌다는 점이다.

치지지지지직…….

카메라 렌즈가 터졌지만 고성능 집음 마이크는 멀쩡했다.

“끄아아아!!”

“아아악!!!”

“엄마!! 살려줘!!!”

60층 탐사대원 중 절규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송출 중단.

결국, 5층 광장의 스크린에 그 메시지가 떴고, 방송은 끝이 났다.

“세……상에.”

“이게 뭐야.”

“60층 너머는 지옥이란 말인가?”

“아, 아니겠지? 60층만 저런 곳일 거야.”

절망.

의문.

경악.

합리화.

그리고 그 모든 게 뒤섞였다.

다른 층을 공략하러 광장 주위에 모여 일일 파티원을 구하는 플레이어 중 상당수가 전의를 잃었다.

고블린을 처치하고, 오크를 사냥하고.

그렇게 차곡차곡 경험치와 골드를 모으는 수준의 플레이어들은, 60층의 광경을 보고 절망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저 기가 막혔을 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약소 길드는 5층 광장의 실황 영상을 보고 많은 걸 깨달았다.

“우린…… 탑 오르는 거 포기하자.”

“그러는 게 낫겠죠…….”

“뭐, NPC들처럼 살아도 먹고 살 수는 있고…… 요즘은 플레이어도 경비대원으로 받아준다고 하니까 경비대에 취직할까.”

“그게 낫겠죠. 정의 길드에 가입하는 게 더 대우가 좋다곤 해도, 직속 길드원이 되었다가 탐사대에 선발되어 죽을 바에는 뭐…….”

마음이 무너져 버린 플레이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7대 길드의 책임 있는 자들은 황금 궁전에 모여 즉시 회의를 시작했다.

친 7대 길드에 속하는 중소 길드도 각자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7대 길드와 거리를 두고 있는 독립 길드들, 가령 황건 길드의 경우…….

“불패불굴 길드로 가자.”

“정말입니까, 형님?”

“그쪽 염훈과 강은혁이 미친놈들이라 하더라. 놈들이라면 60층을 뚫을 거다.”

“하지만 놈들은 이제 겨우 30층 초반대입니다.”

“우리도 겨우 30층대 후반 아니냐. 그들이라면 빠르게 클리어할 거다.”

“으음. 하지만 저희 길드도 체면이 있지, 이제 와서 신생 길드 밑으로 들어가기는 좀…….”

황건 길드는 일종의 콘셉트 길드로, 삼국지 마니아들로서, 황건적 콘셉트로 활동 중이었다.

그래도 7대 길드와 무관한 독립 길드 중에서는 실력이 있는 길드였다.

길드장 장각이 부길드장 장보를 흘겨봤다.

“지금이 체면 따질 때냐? 7대 길드 연합 탐사대도 전멸했어.”

“에이, 7대 길드 연합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4개 길드만 참가했잖아요.”

“마! 그래도 그게 무시할 만한 전력이냐? 그리고 그 상승 길드의 브라이언을 관광 보낸 장본인들이 차린 길드가 불패불굴 길드거든?”

“어? 그건 그러네요.”

“그래! 놈들이 태풍의 진원지야. 태풍의 눈이 오히려 안전한 거 알지? 지금 놈들 밑에 들어가는 게 앞으로 우리가 살아남는 길이야.”

“굳이 탑 등반에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가는 길도 있잖습니까?”

“그래서야 언제 황건 깃발 날릴래? 우리도 염훈과 강은혁처럼 7대 길드를 상대로 큰소리 떵떵 치면서 살고 싶지 않냐?”

“쩝…….”

이런 생각을 하는 건 황건 길드만이 아니었다.

“우리도 노력하자. 노력해서 괴물이 되자. 그래서 60층 너머의 신세계로 가보자.”

“그래요. 3군주도 플레이어고 우리도 플레이어인데, 노력해서 안 될 거 뭐 있겠습니까? 해봅시다!”

7대 길드의 하청 길드가 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막상 독립 길드로서 당당히 나서기엔 실력이 없는 이들은 죄다 28층으로 향했다.

어느새 28층의 염훈과 강은혁은, ‘7대 길드 밑에 들어가긴 싫지만 60층 너머까지 올라가 보고 싶어’라는 묘한 자존심을 가진 이들의 구심점이 되어 있었다.

“염훈 길드장과 강은혁 부길드장을 뵈러 왔소이다!”

“불패불굴 길드와 회담을 요청합니다!”

“길드장 대 길드장으로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

염훈과 은혁을 찾는 목소리가 28층 곳곳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자 불패불굴 길드 소속 길드원들은 빙긋 웃으며 호미를 내밀었다.

“그분들은 출타 중이십니다.”

“근데 이 호미는 왜 내미는 거요?”

“농경지 레벨을 5로 만든 분 먼저 길드장을 뵐 수 있습니다. 28층의 규칙이기도 하니 이해해 주시길.”

“허참.”

그렇게 의욕에 넘치는 이들은 밭을 개간하거나, 신기한 포자 따위를 심어야 했다.

“끙끙……!”

“쪼그려 앉아 일하려니 힘드네.”

“거, 드루이드이신 거 같은데, 좀 도와주시죠.”

“어허! 자기 할당 구역만 맡아 하시길. 괜히 같이하자고 하지 말아요!”

“쩝.”

30층 이상 정복한 플레이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익숙지 않은 밭일을 하려니 힘이 들었다.

“하하하. 흙을 만져야 사람 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잠시 뒤 레몬에이드 가져다드릴 테니 쉬지 말고 일하세요.”

염훈이 선발한 부하들은 구김살 없이 웃으며 일을 지도했다.

* * *

한편, 33층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치러지고 있었다.

빅 자이언트 공주와 마녀, 백마 탄 왕자 세력 간의 삼파전이 벌어진 것이다.

“아아! 아름다운 공주여! 그대는 진실을 알아 버렸구나!”

백마 탄 왕자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애통해했다.

“아아, 진실을 알아 버렸구나!”

오페라 극단의 코러스처럼, 백마 탄 왕자의 부하들도 애통해했다.

“사랑에서 거짓을 빼면 그것은 단맛을 잃은 설탕과 같으니! 이제 우리의 달콤함은 영원히 사라지고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구료!”

“오오, 애통하게 되었구료!”

백마 탄 왕자와 부하들이 바리톤 음성으로 외쳐댔다.

“거, 짜증 나네! 아 왜 이리 멍청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가 화를 냈다.

“진실을 말하라고 추궁하면 모른다고 끝까지 잡아떼야지! 이 멍청한 왕자 새끼야!”

마녀가 표독스럽게 외친 순간.

짜악!!

킹 자이언트 공주가 파리를 잡듯 양 손바닥으로 짝 소리 나게 쳤다.

하지만 마녀는 아슬아슬하게 양손 밖으로 도망쳤다.

“꺅! 이 멍청한 공주 년은 또 왜 갑자기 공격이야?!”

“공격 안 하게 생겼어?”

빅 자이언트 공주는 졸린 걸 참으며 화를 냈다.

그녀의 발치에선 은혁이 목소리를 돋우어 외쳤다.

“공주님!! 복수의 권리를 저희에게 양도해 주시면, 저희가 저들을 모두 처치하겠습니다!!”

“으음, 그래. 그렇게 해…….”

공주는 다시 잠에 빠져 쓰러졌다.

“으악!”

“피해!”

쿠쿵!!

하마터면 은혁의 파티원들이 깔릴 뻔했다.

-공주가 잠이 들었습니다!

-잠이 든 공주가 죽기 전에, 백마 탄 왕자와 마녀를 처치하십시오!

“좋아, 전투 시작!”

그리고 전투는 1분도 안 되어 끝이 났다.

염훈이 나머지 파티원의 엄호를 받으며 [신성한 날개]를 발동해서 마녀에게 날아간 뒤.

퍼벅!!

“윽……!”

빅 썬더 한 방으로 마녀를 처치했다.

-독사과의 마녀를 처치하셨습니다!

그걸 본 백마 탄 왕자와 부하들은 웃었다.

“아하하! 꼴좋구나, 마녀여! 지옥에서 불타거라!”

“하하하! 불타시오! 불타시오! 지옥에서 불타시오!”

백마 탄 왕자와 그 부하들이 웃으며 방심한 순간.

“[블레이징 러시].”

콰콰쾅!!

화르르륵!!!

백마 탄 왕자의 경호원들은 [블레이징 러시] 한 방에 다 뚫렸다.

“으윽?! 나의 부하들이여! 부활하라!”

백마 탄 왕자가 권능을 사용하니, 죽은 부하들이 비틀비틀 일어났다.

하지만 은혁이 노린 건 그 짧은 틈이었다.

“[암습].”

“음? 이 어리석은 자! 다 내 눈에 보이는데 무슨 [암습]이란 말이오!”

푸욱!

“컥?!”

어느새 백마 탄 왕자의 목덜미에는 청염백광단검이 꽂혀 있었다.

“[암습]을 한 건 [그림자 분신 3.0]이다.”

은혁은 정면에서 일부러 [블레이징 러시]를 갈긴 뒤, [그림자 분신 3.0]에게 청염백광단검을 들려주고선 [그림자 도약]으로 백마 탄 왕자 뒤편으로 보냈다.

그런 뒤 [암습]을 지시했다.

‘이건 엄청난 메리트다. 내 도적 스킬을 이젠 그림자 분신도 쓸 수 있다는 뜻이니까.’

“으윽. 분하다……!”

털썩!

백마 탄 왕자가 말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백마 탄 왕자를 처치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1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59.

그러자 백마 탄 왕자의 부하들이 주군의 시체를 보며 외쳤다.

“헹, 꼴좋다!”

“언제까지고 우리를 부려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자, 도망치자!”

부하들은 별 신의도 없이 냅다 도망쳐 버렸다.

-축하드립니다! 33층 메인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선택지 C의 보상이 제공됩니다!

팡!

파파팡!

클리어 보상으로 랜덤 상자 7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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