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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42화 (142/434)

142화 : 악어의 강 (2)

“정말 튼튼한 거 맞아?”

염훈이 손가락으로 뗏목을 툭툭 건드려 봤다.

몇몇 뗏목은 대나무 재질이어서 건드릴 때마다 통통 소리가 났다.

“아무거나 고르셔도 돼요. 성능은 대동소이하니까. 대여료는 하루에 단돈 30 골드!”

“대여료가 30 골드? 거, 비싸네.”

염훈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은혁은 밀짚모자 소녀 NPC에게 40 골드를 냈다.

“어머? 손님. 10 골드 더 내셨어요.”

“대신에, 저기 보이는 제일 튼튼한 뗏목으로 부탁해.”

은혁이 뗏목을 하나 가리켜 보였다.

“좋은 선택이세요.”

“그리고 출발 위치도 우리가 정한다.”

“음, 글쎄요. 앞서서 출발하게 해드리거나 할 수는 없는데요.”

“그런 거 아냐. 남들이랑 같은 곳에서 갈 거야. 단, 가장 우측 가장자리에서 출발하게 해줘.”

“아니, 중앙 물살이 좀 완만하고, 양쪽 가장자리는 물살이 무척 강해요.”

“그래야 빨리 출발하지.”

“으음, 안 되는데…….”

밀짚모자 소녀 NPC는 걱정스러워했다.

그러자 은혁이 손을 내밀었다.

“그럼 돈 돌려주든가.”

“모시겠습니다, 손님.”

결국, 자본주의가 승리했다.

* * *

콰르르르르르……!!

물소리 때문에 서로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였다.

하필 강물의 좌우로 경치 좋은 산이 있었는데, 강이 높은 산 사이로 흐르는 탓에 물소리가 메아리치듯 서로 증폭됐다.

특히, 가장자리는 묘하게 산 밑 턱으로 움푹 들어가는 자리라서 유속이 매우 빨랐다.

뗏목이 놓인 곳도 그곳이었다.

“설명을 한 번 더 해드릴까요?”

소녀 NPC가 물었다.

은혁은 고개를 젓고, 턱짓으로 다른 뗏목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도 하는 건가?”

다른 뗏목이 은혁의 뒤를 따르듯 준비 중이었다.

염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음? 저 사람들은 아까 전까지 수공예품 만들던 사람들인데?”

미션 실패자들이 이제 막 며칠간의 강제 노동을 마치고 미션에 재도전하는 모양이었다.

“그런가 보네요. 되게 일찍 일을 마치셨나 봐요.”

소녀 NPC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저들의 정체가 행복 길드 쪽이라는 걸 아는 은혁은 속으로 웃었다.

‘일부러 우리들 출발 타이밍에 맞췄구만.’

저들의 목적은 예상 가능했다.

하지만 은혁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밀짚모자 소녀 NPC에게 되물었다.

“수공예품을 빨리 만들면 페널티가 빨리 끝나는 거였지?”

“네. 저분들, 지금까지는 천천히 만드셨는데. 오늘 아니, 조금 전부터 갑자기 빨리 만드시더라고요.”

“그렇군.”

은혁은 더 캐묻지 않았다.

염훈도 그쪽에는 흥미를 잃고 뗏목 위에 올라가 발로 꾹꾹 눌러봤다.

“구, 구명조끼는 안 파나?”

염훈이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염려 마. 내가 있잖아.”

은혁이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은혁아. 너 수영 잘하냐?”

“아, 걱정 마. 나도 수영은 못 하지만 이 근방은 유속이 특히 빨라서, 수영을 잘하건 못하건 다 공평하게 죽어.”

“전혀 안심이 안 되잖아!”

“덧붙이자면 구명조끼가 있어도 악어가 다 씹어 먹어서.”

“으악, 그만! 잠깐 마음의 준비 좀.”

염훈은 뗏목에서 내리려 했지만.

“자, 그럼 출발!”

밀짚모자 소녀가 외쳤다.

“으악!”

염훈의 비명과 함께 뗏목이 출발했다.

퐈악!!

“으아아아!!”

염훈의 비명과 함께 뗏목이 맹렬하게 이동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악어 사냥을 하던 이들이 깜짝 놀랐다.

“웃! 저 사람들 좀 봐!”

“엄청 빠른데?”

“일부러 위험을 무릅쓰고 유속이 빠른 구석에서 출발하는 거구나!”

“특히 저 성기사 기합이 엄청난데?”

“크으, 역시 성기사가 내지르는 기합은 다르구만!!”

구경하는 이들은 염훈의 속마음도 모르고 감탄했다.

“자세를 낮춰!”

노를 잡은 은혁이 외쳤다.

방향키를 겸하는 노는 은혁의 의지대로 잘 움직였다.

“우으, 은혁아. 악어 보여?”

“안 보여. 네가 좀 감지해라.”

은혁은 좌우의 산을 살피며 뗏목을 운전했다.

그리고.

“[메탈 서전트 소환].”

파앗!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드론 모드로 변환하여 상공을 정찰하라. 산속에 매복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넷!”

메탈 서전트는 빠르게 날아갔다.

뗏목은 연신 덜그럭거렸다.

덜컥덜컥……!

“으악! 은혁아, 물 밑에서 악어가 치나 봐!”

“그냥 물살이 센 거야. 악어도 마을 근처 급류에서는 안 놀아.”

그렇게 은혁은 메탈 서전트의 시야를 공유하며, 주위를 정찰했다.

‘추가 매복은 없군. 하지만.’

등 뒤에서 다른 뗏목 하나가 따라오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은혁에 비하면 많이 서툴렀다.

‘회귀 전에는 여기서만 3트를 넘게 했었지.’

하지만 지금의 은혁은 가볍게 뗏목을 몰았다.

* * *

촤아악……!

은혁의 뗏목 뒤를 쫓던 한 뗏목.

처음에는 잘 운행하는가 싶었지만.

“으왓!”

“젠장, 너무 급류가 세잖아!”

곧 예상을 웃도는 급류에 허둥지둥했다.

그들의 정체는 행복 길드의 특수 부대 중 하나인 추적팀 6인조였다.

“젠장, 그러게 아까 수상 도시에서 기습하자니깐.”

“미쳤어?! 이제 강은혁이랑 염훈은 그냥 플레이어가 아니라 부길드장과 길드장이다! 대놓고 죽이면 7대 길드의 나머지 인원들이 가만히 있겠냐!”

추적팀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의 강은혁은 대놓고 7대 길드의 부길드장들과 대화를 하는 위치다.

그래서 일부러 이곳을 암살 장소로 정했다.

급류가 빠른 강물.

자갈돌을 씹어 먹는 악어.

비교적 적은 플레이어들.

이상적인 암살 장소였다.

사고사로 위장하기도 좋고, 시체도 떠오르지 않을 터.

하지만 계산이 어긋난 부분은 딱 하나다.

“저 새끼들은 왜 저리 뗏목을 잘 타?!”

“그러게! 일부러 한 번 실패한 우리보다 더 능숙한데!!”

은혁은 실수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급류의 방향과 몇몇 난코스를 전부 외우고 있는 사람처럼 뗏목을 운행했다.

“침착해, 팀장.”

독이 든 칼을 품고 있는 플레이어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사정없이 뗏목이 흔들리자 멀미가 도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생각이 있는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조금 지나면 급류가 약해지고, 악어 서식지가 나와.”

“아, 그랬지! 거기서 덮치면 되겠군!”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닌 게 아니라 은혁이 몰고 가는 뗏목이 갑자기 느려졌다.

“크크크. 다들 준비해라.”

점차 거리가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한 그들은 독화살과 독단검 따위를 꺼냈다.

물론, 보통의 독이라면 성기사 염훈이나 그린 링의 보유자인 은혁에게 아무 피해도 못 주겠지만…….

‘엑토플라즘 포이즌.’

영체를 중독시키는 극독 중의 극독.

이것이라면 단숨에 둘을 무력화하는 것도 가능했다.

효력이 강한 만큼이나 다루기 힘든 독이지만 행복 길드의 추적팀보다 이걸 잘 다루는 자들은 구원 길드의 고수 일부를 빼면 없다고 봐도 될 정도.

그러니 행복 길드의 추적팀은 반드시 암살에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추적팀장은 작전을 지시했다.

“놈들이 범위 안에 들어오면 바로 공격한다.”

그런데 그 순간.

첨벙!

뭔가가 이쪽 뗏목 주위에 떨어졌다.

“응?”

“폭탄?”

“아뇨. 무슨 고기 같은데요?”

“어?”

첨벙!

첨벙첨벙……!

주먹만 한 고기 조각이 몇 개씩 떨어졌다.

은혁이 지난 층에서 [재료 적출] 스킬로 준비한, 토막 난 백마의 고기였다.

“에?”

추적팀 팀장이 은혁 쪽을 보니, 은혁은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특식이야! 맛있게 먹어라!!”

“……저 새끼가 우리한테 먹을 거 준 거?”

추적팀원들이 어리둥절해했지만, 추적팀장은 깨달았다.

“우리한테 하는 소리가 아냐! 악어한테 하는 소리다!!”

“앗?!”

그랬다.

은혁이 던진 건 그냥 고기가 아니라, 무려 백마 탄 왕자가 직접 타고 다니던 백마의 고기였다.

강의 악어로서는 평소에 맛보기 힘든 진귀한 고기다.

촤르르르……!

강물 밑에서 숨어 있던 악어 떼가, 마치 상어처럼 등의 돌기를 드러내며 몰려들었다.

“이런! 당했다!!”

“탈출해요!”

“이미 늦었……!”

쾅!

콰쾅!

몸길이가 수 미터에 달하는 악어들이 몸통으로 들이받았다.

그때마다 6명이 탄 뗏목이 들썩였다.

“제길! 이 악어 새끼들 능숙해!!”

“다 죽여 버려!!”

결국, 그들은 귀중한 엑토플라즘 독을 낭비해가며 악어들과 싸웠다.

* * *

“하하하! 저 바보들 좀 봐! 하하하!”

염훈은 뒤를 가리키며 웃었다.

은혁에게 설명을 듣고 나니 상황이 무척 웃겼다.

웃다 보니 뗏목 공포증도 많이 극복됐다.

은혁도 피식피식 웃었지만 방심하진 않았다.

“놈들이 또 따라붙으면 귀찮으니까 부지런히 나아가자고.”

은혁은 태연히 말했지만, 내심 잔뜩 경계했다.

‘행복 길드 추적팀은 따로따로 보면 나보다 훨씬 약하지만, 뭉치면 꽤 위험하니까.’

촤아악, 촤아악…….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갈림길이 나오더니 선택지가 나타났다.

-A. 악어 왕의 옛 터전으로 가는 길.

-B. 칼 계곡으로 가는 길.

“A를 고른다.”

* * *

“허억, 허억…….”

“겨우 다 죽였다.”

행복 길드의 추적팀은 수많은 악어들의 사체 속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뗏목은 반파된 상태.

다행히 운행은 가능했다.

“팀장님. 어떻게 할까요?”

“뭘 물어? 네가 사령술사잖아. 네 차례다.”

“악어 부활 말이죠?”

추적팀 중에는 ‘야수를 부활시키는 사령술사’가 있었다.

100층탑의 시스템에 따르면 악어 등의 파충류도 야수에 포함되기에, 사령술사는 스킬을 썼다.

“[야수 부활]!!”

파앗!

배를 까뒤집고 죽은 악어들의 사체 수십 마리가 부활했다.

“크우우우……!”

좀비 악어가 되어서 느려졌지만 헤엄치고 싸우던 습성은 그대로였다.

“그럼 내 차례군.”

‘쇠사슬을 휘두르는 전사’가 나서더니, 능숙하게 악어들과 뗏목을 쇠사슬로 엮었다.

철그럭, 철그럭!

수십 마리의 악어들과 뗏목이 단단히 연결됐다.

“좋아, 출발!”

추적팀장이 외치자마자, 악어가 이끄는 뗏목은 2배의 속도로 운항을 시작했다.

“크큭. 강은혁 놈은 실수한 거다.”

추적팀장은 독기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그 개새끼. 죽인 다음 강물에 빠뜨려 악어 먹이로 주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추적팀 모두가 사악하게 웃었다.

“팔다리를 자른 채 산 채로 악어 먹이로 주도록 하지!”

그렇게 2분 정도 운항하니, 멀찍이서 은혁과 염훈이 보였다.

그들은 선택지 A를 고르고 악어 왕의 옛 터전으로 가는 중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들을 놓쳤을 뻔했다.

‘우릴 따돌리려고 일부러 A를 고른 모양이지?’

대다수 플레이어들은 B를 골라서 칼 계곡 방면으로 간다.

B 루트는 난이도가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평범한 계곡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A 루트인 ‘악어 왕의 옛 터전’은, 안전할 때는 무척 안전하지만 위험할 때는 엄청나게 위험한 곳이다.

추적팀장에게도 선택지가 떴다.

“우리도 선택지 A를 고른다!”

추적팀장이 외쳤다.

“크우우……!”

그러자 좀비 악어들이 빠르게 그쪽으로 뗏목을 몰았다.

“저, 추적팀장님. 괜찮을까요? A 루트는 소문대로라면…….”

“괜찮아! 오늘은 날씨가 맑다!”

추적팀장이 하늘을 가리켜 보였다.

“악어 왕은 지난 수십 년간 깊은 잠에 빠진 상태! 평소에도 어두컴컴한 장소긴 해도 의외로 안전한 루트다!”

추적팀장이 조사한 것은 사실이었다.

악어 왕의 옛 영역에는 오히려 잡스러운 몬스터가 전혀 없었다.

단, 구름이 낀 날이거나, 어두운 밤이 되면 조금 다르다.

그때는 악어 왕을 섬기는 어인들이 나타나 습격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인원수가 많은 뗏목은 놈들도 알아서 피한다.

“가자! 놈들을 쫓아라!”

좀비 악어 떼가 더 빠르게 헤엄쳤다.

촤아악, 촤아악……!

“하핫! 놈들이 당황하는 게 보인다!”

추적팀장이 외쳤다.

실제로 은혁과 염훈은 뗏목을 몰면서 자꾸만 뒤를 흘깃거렸다.

“전원 공격 준비!”

“아직 거리가 멉니다.”

“상관없다! 놈들을 위축시키는 거다!! 공격!!”

부웅!

슈슈슉!

휭휭휭……! 철썩!

엑토플라즘 독이 묻은 단검이 날아가고, 작살 화살이 날아가고, 쇠사슬이 위협적으로 휘둘러지며 수면을 갈랐다.

“하하! 내 목소리가 들리는가! 강은혁!! 염훈!!”

추적팀장이 희열 속에서 외쳤다.

은혁은 이제야 왔냐는 듯이 무심한 얼굴로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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