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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43화 (143/434)

143화 : 악어의 강 (3)

“……잘 들린다. 시끄럽게 굴 필요는 없는데.”

은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유속이 잔잔한 편이어서인지 잘 전달됐다.

하지만 추적팀장은 희열을 주체 못 하는지 목소리를 있는 대로 크게 했다.

“크하하! 우리 정체를 꽤 빨리 간파한 모양이더군?”

“언젠가는 행복 길드가 우리 뒤를 칠 줄 알았지.”

거기에 더불어, 은혁이 회귀자였기에 추적팀장의 얼굴을 기억한 것이었다.

그걸 모르는 추적팀원들은 사악한 웃음을 숨기지 않고 한마디씩 내뱉었다.

“크크크! 네놈의 강운도 끝이다!”

“들리냐? 너희 뗏목과 우리 뗏목이 가까워지는 소리가?”

“이젠 도망도 제대로 못 치는군?”

아닌 게 아니라 뗏목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염훈. 그럼 방어 부탁한다.”

은혁은 그렇게 말하더니.

“[그림자 분신 3.0].”

은혁은 자신과 닮고, 튼튼하고, 스킬까지 쓸 수 있는 [그림자 분신 3.0]에게 드릴 랜스를 쥐여줬다.

“어?”

“뭘 하려는 거지?”

추적팀이 의아해하는 순간.

“[메탈 서전트 소환].”

파앗!

메탈 서전트는 드론 모드로 변하더니, 과거에 얻은 [메탈 서전트 강화] 스킬의 힘으로 강화된 새로운 모드를 선보였다.

“합체기! [부스터 모드]!!”

철컹!!

드론 형태의 메탈 서전트가 완전히 변신하여, 작은 날개와 제트 엔진 형태로 전환, [그림자 분신 3.0]의 등 뒤에 장착됐다.

“엇?!”

“합체해서 비행 공격을 하려고 한다!!”

“우리 뗏목을 부수려는 거다!!”

추적팀이 눈치 빠르게 방어 태세를 갖추려 했지만.

투쾅!!

제트 엔진은 위에서 아래로 향했고.

풍덩!!

[그림자 분신 3.0]은 깊은 강물 밑으로 들어갔다.

“……어?”

“우리 뗏목을 드릴로 부수려는 거 아니었나?”

부그르르르……!

은혁의 분신은 자꾸 물속 깊이 파고들었다.

“미, 밑에서 위로 올라오면서 치려는 건가?”

추적팀은 다시 튀어나올 경우를 대비해서 잠시 기다렸지만.

“완전히 가라앉은 거 같은데?”

“밑에서 팍 위로 안 튀어 올라오나?”

“젠장! 쓸데없이 긴장하게……!”

꾸궁……!

드릴 랜스를 든 그림자 분신이 수면 밑바닥에 완전히 도달했다.

드드드드드……!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강물이 떨렸다.

“어?!”

“지진인가?!”

촤악…….

뗏목도 출렁였다.

“우왓!”

염훈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그걸 본 추적팀장은 씨익 웃었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지만, 지진이 나면 우리가 유리하다! 우린 좀비 악어들이 뗏목을 잡아주고 있으니까!”

추적팀은 이것을 A 루트에서 가끔 발생하는 자연적인 지진으로 착각하고 그렇게 외쳤다.

정말로 자연적인 지진이었다면 추적팀장의 외침도 일리가 있었겠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은혁은 드릴 랜스를 [그림자 분신 3.0]에게 쥐여준 뒤, 메탈 서전트의 부스터를 연계해서 강의 바닥까지 내려보냈다.

부엽토가 그득 깔린 강의 바닥에서 드릴 랜스로 밑바닥까지 파고들게 했다.

지금의 진동은 그 여파였다.

쿠구구구구궁……!

심상치 않은 진동을 느낀 추적팀은, 그제야 이것이 자연적인 지진이 아니라 은혁이 인위적으로 일으킨 것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놀란 속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었기에, 추적팀장은 허세를 부렸다.

“드릴로 지진을 일으켜서 우릴 빠뜨릴 수작이었다면! 네 꾀에 네가 넘어간 거다!”

“거, 말 더럽게 많네.”

은혁은 투덜거렸다.

은혁의 기억 속에서 봤던 추적팀은 사실 2차 길드 대전 당시의 추적 부대여서, 이렇게 말이 많지 않았었다.

‘아닌가? 일종의 추억 보정인가?’

그 당시 추적팀은 은혁보다 강자였기에 무서운 존재로 기억되는 거고, 지금의 은혁은 그들보다 강하기에 말 많은 놈들로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객관적으로 봐도 너네는 말 겁나 많아. 그러고도 추적팀이냐?”

은혁은 기왕 지적하는 거 확실히 지적해주기로 했다.

“이 새끼가 진짜……!”

연달아 지적당한 추적팀장은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가 내렸다.

“놈을 죽여라!!”

그 순간.

뜨드드드드드드……!!

진동이 갑자기 더 심해지며, 강물과 뗏목이 허공에 붕 떴다.

촤아아악!

강물이 솟구치며, 은혁이 소환했던 [그림자 분신 3.0]과 메탈 서전트, 드릴 랜스도 튕겨 올라왔다.

은혁은 스킬을 해제하고 드릴 랜스만 얼른 회수했다.

“뗏목 꽉 잡아라, 염훈. 더 크게 위로 튀어 오를 거다.”

두 사람은 대비했고, 추적팀은 당황했다.

“어, 어쩌죠?”

“일단 여기서 탈출이다!”

“좀비 악어들이여! 돌아 나가자!!”

추적팀은 수십 마리의 좀비 악어만 믿었지만.

처덕처덕……!

좀비 악어는 갑자기 사체로 되돌아갔다.

-잠들어 있던 악어 왕이 깨어났습니다!

보스 몬스터인 악어 왕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좀비 악어에게 걸려 있던 사령술은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

“으악!”

출렁……!

와지끈!

추적팀의 뗏목과 은혁의 뗏목 모두 반파됐다.

쏴아아아……!

악어 왕이 상반신을 드러냈다.

마치 사람처럼 뒷다리로 똑바로 선 채, 허리만 약간 구부정했다.

‘여기까진 예상대로다.’

은혁이 염훈을 데리고 일단 빠르게 뗏목을 몰기만 한 것.

일부러 추적팀을 유인한 것.

모두 지금 이 상황을 위해서였다.

“쿠르투즈트먼, 미수어드?”

악어 왕이 걸걸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도 그 말을 이해 못 했지만.

‘만능 사전!’

은혁은 물에 젖지 않게 주의하며 만능 사전을 왼손에 쥐었다.

그 권능을 발동하여 입을 열었다.

“우리는 침입자가 아닙니다, 악어 왕이시여!”

은혁이 고대어를 능숙하게 말하자 악어 왕이 은혁을 내려다봤다.

“네놈이 날 깨운 건가.”

악어 왕은 인간의 언어로 말해줬다.

고대어를 쓸 줄 아는 은혁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었다.

“그렇습니다.”

“왜 깨웠는지 말해봐라.”

“두 가지 용건이 있습니다만.”

“순서대로 말해봐라.”

악어 왕은 무척 졸린 표정이었지만, 다짜고짜 상대를 잡아먹을 정도의 괴물은 아니었다.

“일단 저놈들을 고발합니다!”

은혁은 추적팀을 가리켰다.

“고발? 무슨 이유로?”

“저 나쁜 놈들이 악어 죽였습니다!”

은혁이 몰고 갔다.

“어?!”

추적팀은 그제야 수십 마리의 악어 사체가 주위에 있음을 깨달았다.

전부 그들이 죽여서 좀비로 부린 것이었다.

“보시다시피, 놈들은 악어들을 고의로 학살하고, 사특한 사령술을 써서 종마로 부려왔습니다!”

“아, 아냐! 그게 아니라!”

“거짓말 마시오, 추적팀장! 여긴 악어 왕의 영역이므로, 거짓은 안 통할 테니!”

“아니, 거짓말하려는 게 아니라 설명을……!”

그 순간, 악어 왕이 거대한 손을 들더니.

첨벙!!

추적팀 쪽의 수면을 후려쳤다.

“크악?!”

“아악!!”

태풍 바람 맞은 소금쟁이가 호수에서 튕겨 나가듯, 추적팀은 저 멀리 튕겨 나갔다.

휘잉……!

갈림길 입구보다 먼 곳으로 튕겨 나가더니.

으아아아……!

메아리 같은 비명과 함께 가파른 산 곳곳에 처박혔다.

빠악!

퍼버벅!

후두둑…….

죽은 자는 없어 보였지만, 아마 미션 실패 판정과 함께 며칠간 꼼짝도 못 할 터였다.

“와…… 겁나 강하네.”

염훈이 중얼거렸다.

“그동안 상대한 몰락한 지고의 위상들보다, 단순 스테이지 보스가 더 강하다니.”

사실, 스테이지 보스와 몰락한 지고의 위상 간의 절대적인 우열은 없었다.

각자 지닌 힘과 권능이 천차만별일 뿐.

“내가 너희들도 날려 버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나?”

“네. 두 번째 용건이 있습니다.”

“얼른 말해봐라.”

“예, 그건.”

콰쾅!!

말하려는데 수면을 갑자기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윽?!”

은혁과 염훈이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아무리 은혁이라고 해도 말하는 도중에 이런 식으로 튕겨 나면 대처가 어려웠지만.

“큭, [2초 무적]! [신성한 날개]!”

파앗!

불패불굴의 성기사인 염훈이 가장 자신 있는 스킬 2개를 연속 발동했다.

탓!

그리고 재빨리 은혁을 붙잡아 줬다.

두 사람은 허공에 떠서 겨우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이게 무슨 짓인가!! 말해보라고 했으면서!!!”

은혁은 화가 나서 경칭을 버리고 소리쳤다.

그러자 악어 왕은 턱을 울리며 껄껄 웃었다.

“침입자가 하는 소리를 진정으로 들어줄 거라 생각했는가? 너희를 직접 치지 않고 수면만 쳐서 날린 건, 나름 네 계략을 귀엽게 봐줬기 때문일 뿐이다. 그러니 꺼져라.”

은혁은 화가 났다.

어떤 경우건 계획을 층층이 몇 단계나 쌓아두는 은혁이었기에 악어 왕이 대화를 거부한 경우를 위한 다른 작전이 있었다.

가령 막대한 금화로 진심임을 알린다든가, 악어 왕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미끼로 대화를 이어 간다든가 등등…….

하지만.

‘내 계략을 귀엽다고 하니까 왜 이리 화가 나지?’

물을 흠뻑 뒤집어쓴 채 튕겨 나간 은혁은 자존심을 불태웠다.

“껄껄……! 덤벼 보겠는가? 작은 인간이여.”

악어 왕은 웃으며 도발했다.

오랜 세월 잠들어 있는 동안 심심했는지도 모른다.

‘죽자 살자 싸울 필요는 없겠군.’

서로 대등한 대화 상대임을 보여 줄 정도로만 싸우면 된다.

“괜찮겠냐, 은혁아?”

[신성한 날개]를 발동한 채 은혁을 끌어안고 있는 염훈이 말했다.

“평지에서 싸운다면 십중팔구 우리가 이기겠지만, 강물 위에서 싸우긴 좀.”

“음. 확실히 바닥이 불안정하긴 하지.”

반파된 뗏목은 강 위에 둥둥 떠다녔다.

은혁이라면 그것만 밟고도 싸울 수 있지만, 크게 불안정한 것도 사실이다.

“잠깐 시선 좀 끌어줘.”

탓!

은혁은 홀로 떨어져 내렸다.

풍덩!

그리고 물 위로 떨어진 뒤 헤엄쳤다.

악어 왕은 그런 은혁을 튕겨 내려 했지만.

“하앗!”

염훈이 악어 왕의 머리 주위를 비행하며 빅 썬더로 위협했다.

“야! 너 악어지?!”

염훈이 소리쳤다.

악어 왕은 자기 시선을 끌려고 하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염훈을 되돌아봤다.

“그래서?”

“너는 악어면서 악어의 눈물도 모르냐!”

“……?”

갑자기 악어의 눈물 이야기가 왜 나오냐고 되물으려는데, 염훈이 빅 썬더로 위협하며 외쳤다.

“우린 악어들을 떼죽음으로 몰아간 놈을 유인해서 너한테 바쳤는데, 고맙지도 않냐! 보통 악어였으면 고마워서 감동 먹고 울었어!”

염훈이 억지 악다구니를 써댔다.

사실 악어 눈물이란, 악어가 사냥감을 먹고 흘리는 눈물을 말하는데, 일종의 가증스러운 위선을 표현할 때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일 뿐이다.

염훈이 악어 눈물을 멋대로 왜곡해서 떠드는 순간.

“준비 끝! 하앗!!”

은혁은 뗏목의 잔해들을 향해 스킬을 연속으로 썼다.

“대장장이 스킬 [긴급 수리] + 소환술사 스킬 [메탈 워커 소환]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이머전시 보트]!”

파앗!

부서진 뗏목의 잔해들과 원래는 물 위에 뜨지 못하는 메탈 워커들이 하나로 융합되더니, 수상 보트로 재구성됐다.

“읏차.”

은혁은 [이머전시 보트] 중 하나 위에 올라가더니.

“[이머전시 보트] 연속 발동!!”

파앗!

파앗!

파앗!

연속으로 [이머전시 보트]를 생성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

……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대장장이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숙련도 : 80%.

-대장장이 스킬 [분해 학습]을 획득하셨습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

……

-소환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95%.

-소환술사 스킬 [금속 도구 복제]을 습득하셨습니다!

‘새로 얻은 스킬은 좀 직관성이 떨어지네. 쓸모가 있으려나.’

[분해 학습]은 복잡한 뭔가를 분해한 다음 그 요소를 학습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금속 도구 복제] 스킬은, 작은 금속제 아이템을 복제해서 소환하는 스킬 같았다.

‘이것들은 나중에 연구해보자.’

스킬은 일단 치워두고, [이머전시 보트]를 돌아봤다.

이렇게 만든 [이머전시 보트]는 징검다리로 쓸 수도 있고, 이동 수단으로 쓸 수도 있었다.

“흠. 발판을 마련한 모양이군.”

악어 왕은 감탄했다.

사실, 자신에게 도전한 당돌한 플레이어는 이들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뗏목이 부서지면, 대부분 어이없이 항복하고 용서를 구했다.

“확실히 그대는 다르군.”

말 그대로 반격의 발판을 만드는 그 행위가 악어 왕의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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