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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46화 (146/434)

146화 : 불패불굴 길드 본부 탄생 (1)

오리는 이야기에 빠져든 새끼 오리들을 흘깃 보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이야기를 마저 진행했다.

“그렇게, 나는 강은혁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거지.”

인질로 잡혔던 사실이 전략적 제휴로 변했다.

이야기 각색 수준이 아니라 재창조에 가까웠다.

“와…….”

“어떻게요?”

새끼 오리들은 의심도 못 하고 질문했다.

“놈이 주먹을 쓰면, 나는 머리를 쓰는 위치였달까? 뭐, 내가 바람의 권능을 진심으로 쓰면 내가 이겼겠지만.”

오리가 으스대자 새끼 오리들은 연신 감탄했다.

“강은혁이라는 인간, 엄청 무섭다던데.”

“그런 강은혁보다 대단한 게 우리 오리 님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새끼 오리들의 찬탄을 들으며 오리는 기고만장해졌다.

오리의 자랑질은 14층에 있던 콩나무 궁전이 무너지는 순간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궁전은 무너지고 사악한 클라우드 자이언트들은 모조리 깔려서…….”

스윽.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르는데 머리 위에 그림자가 졌다.

‘어떤 무례한 녀석이 날 내려다보는 거지?’

오리가 뒤돌아본 순간.

“오랜만이군.”

차원의 낚싯대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넌……!”

오리가 굳어서 꼼짝도 못 하자, 새끼 오리들이 나서서 화를 냈다.

“이 무례한 사람!”

“이야기하는 오리 님 위에서 뭐 하는 짓인가요!”

“어서 비켜요!”

새끼 오리들이 조잘대며 사내를 포위했다.

물러서지 않으면 발길질로 사내를 걷어찰 기세였다.

하지만 오리는 겨우 목소리를 냈다.

“가, 가, 강……!”

“그래. 내가 강은혁이다.”

은혁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11층부터 14층을 클리어한 자로서, 그리고 변화시킨 자로서의 압도적인 자신감.

그것을 들은 순간 새끼 오리들은 깨달았다.

“강은혁……!”

“이것이 진짜……!”

“으아! 도망치자!”

새끼 오리들은 우르르 도망쳤다.

오리는 굳어서 꼼짝도 못 했다.

“여긴 왜……!”

“부탁……이라기보다는 명령할 게 있어서 왔다.”

“뭐, 뭣?!”

깜짝 놀란 오리는 마비에서 풀려나 날개를 퍼덕거렸다.

“갑자기 명령이라니?! 너에게 마정석을 많이 얻어먹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네 명령을 따를 의무는 없을 텐데!”

오리가 똑 부러지게 선언했다.

실제로, 오리를 지배할 권한은 오리 왕에게만 있다.

“옛다.”

툭.

은혁은 증서 하나를 내밀었다.

은혁은 사실 오리 왕을 보고 오는 길이었다.

“이, 이건?!”

“너를 빌려 가도 좋다는 증서지.”

은혁은 일전에 오리 왕에게 발효주를 진상한 적이 있다.

은혁은 일부러 ‘나중에’ 마시도록 강조했다.

그래야만 즉시 감탄하지 않고, 나중에 즉, 현재 시점에 감탄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그때는 주로 [바람 지배] 스킬을 전수받으려는 목적에서 한 일이었지만, 은혁은 [바람 지배] 스킬이 당장 급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전수받는 대신 오리를 빌려 가기로 했다.

이 오리는 겉보기에는 다른 오리와 이름조차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해 보이지만, 튜토리얼 1층을 맡을 정도로 관록이 있는 오리였다.

게다가 은혁은 이 오리를 인질로 잡았다가 풀어줄 때, 퇴직금(?) 대용으로 마정석을 먹여줬던 적이 있다.

별거 아닌 행위지만, 100층탑의 시스템에는 그런 작은 은혜와 인연이 세밀히 기록되어 있었다.

은혁은 그 모든 것을 협상 재료로 하여, 오리 왕을 만나고 오는 것이었다.

오리는 은혁이 받아 온 증서를 읽고 부들거렸다.

“아아, 맙소사. 나는 발효주의 제조법 대신 불패불굴 길드에 팔려 가는 신세가 되었단 말인가!”

오리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기에 그만 실신하고 말았다.

콩!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졌지만.

“기절하여 의식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해서,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는 없다.”

은혁은 묘하게 냉혹한 철학자처럼 선언한 뒤, 악어의 마정석 하나를 먹였다.

꼴깍!

오리는 기절한 채 삼키고 즉시 깨어났다.

깨어나자마자 외쳤다.

“오리 살려! 납치당한다!”

“저항하지 마. 이미 오리 왕은 널 팔았어.”

“읍읍.”

은혁은 오리를 집어 들더니, 마치 망태 할아범이 나쁜 아이를 납치하듯 인벤토리창에 넣어 버렸다.

“헉!”

“세상에……!”

“저게 돼?!”

수많은 목격자들이 경악했다.

은혁은 오리 왕과 계약을 통해, 이 오리를 대여할 권리를 얻은 것이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은혁은 악명이 늘건 말건 무시한 채 게이트로 향했다.

“28층으로.”

게이트에 선언하는 순간, 은혁의 심장이 뛰었다.

‘준비물은 다 모았다. 과연 계획대로 잘 될까?’

기대와 불안을 품고 한 발 내디뎠다.

* * *

28층의 중심부에는 [농경지 LV 5]가 매우 넓게 펼쳐졌다.

불패불굴 길드원은 물론, 호기심으로 바뀐 미션에 도전하러 온 30층 이상의 돌파자들.

그리고 불패불굴 길드에 가입하고자 하는 여러 크고 작은 독립 길드들이 모여서 농경지 레벨을 올렸기 때문이다.

“헉헉…….”

“아무리 100층탑이라지만 이건 말이 안 돼.”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농경지 레벨이 올라가다니. 현실이었으면 지력이 빠져서 황폐해지는데.”

“으으, 그래도 수확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은혁이 심는 버섯 포자는 자체적인 증식 능력을 갖고 있었다.

가령, 다크 초콜릿 향이 나며 뼈를 강화시키는 코코아 버섯 포자를 심을 경우, 겨우 수십 분 만에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물론, 증식 과정에서 쓸 만한 부분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이식과 증식이 빠른 편이고, 농경지 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못 쓰는 부분이 점차 줄었다.

“도대체 불패불굴 길드는 이런 귀한 버섯 포자를 어디서 얻는 거지?”

“연구 길드가 유전자 조작해서 만든 식물이랑 비슷하면서도 다르네.”

사실, 연구 길드의 빌은 순수하게 기술력만 동원해서 자가 증식 하는 연금 재료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건 7대 길드의 길드장 수준이니까 가능한 거고, 자가 증식 하는 포자 버섯 형태의 농작물은 극히 희귀했다.

“자자, 잠시 비켜주시죠.”

어느새 28층으로 돌아온 은혁이 말했다.

“앗, 당신은?!”

“강은혁!!”

쪼그려 앉아 일하던 이들은 엉거주춤 일어났다.

하지만 은혁이 만류했다.

“아아, 일어나실 거 없습니다.”

그 태도가 마치, 마저 앉아서 일하라는 것 같았다.

여러 독립 길드의 길드장들, 뜻 있는 소규모 파티의 파티장들이 은혁 곁으로 모였다.

은혁은 무시하고 지나치고 싶었지만.

“잠시만! 우린 오래 기다렸소!”

“부디 우리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강은혁 플레이어! 당신은 60층 공략 영상을 봤소?!”

멈칫.

28층의 중앙으로 걷던 은혁이 멈칫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크게 실패했나 보군요. 자세히 들려주시겠습니까?”

“여기, 이걸 보시오.”

플레이어 중에 ‘눈으로 본 걸 전부 기록하는 마법사’가 있었다.

자잘한 마법사 스킬에, [영상 녹화]와 [영상 재생] 스킬을 지닌 자였다.

그가 [영상 재생] 스킬을 쓰자, 5층 광장에서 본 기억이 허공에 재생되었다.

“음…….”

은혁은 회귀 전 역사와 비교해봤다.

‘사실상 전멸이라는 결과는 동일하지만, 그래도 회귀 전에는 레나와 브라이언이 있었지.’

회귀 전과 지금의 탐사대는 멤버가 대동소이하나, 회귀 전에는 브라이언과 레나가 탐사대에 포함됐었다.

그리고 탐사대가 전멸하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60층 게이트를 찾아내어 기어코 61층까지 뚫은 뒤, 다시 5층으로 귀환한다.

그때도 시청하던 플레이어들은 극도로 좌절했지만, 브라이언과 레나가 생환했기에, ‘역시 7대 길드는 달라! 7대 길드만 믿고 가자!’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이 없었지.’

그래서인지, 7대 길드에 희망을 거는 대신, 은혁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이 생겨났다.

‘운명이 꼭 고무줄 같군. ……설마?’

설마 은혁이 레나와 브라이언을 꺾었기 때문에, 회귀 전 그들이 받았어야 할 영광이 뒤바뀐 역사의 반동으로 은혁에게 쏠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보셨습니까, 강은혁 부길드장!”

“묻습니다. 당신은 정녕 100층탑을 끝까지 공략할 생각입니까?”

“그러하다면 우리를 받아주시오!”

“우린 죽음도 각오했소!”

플레이어들은 은혁의 반응을 촉구했다.

“……죄송하지만 여러분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건 염훈 길드장의 역할입니다.”

“우린 당신 밑에 들어가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상관있는데.’

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진정하라는 손짓을 했다.

“실은, 저희 불패불굴 길드가 급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일단 물러나신 뒤, 잠시 구경이라도 해보시면 어떨까요?”

“흠…….”

몇몇은 크게 불쾌해했지만, 대부분은 ‘견학하는 셈 치자’ 하는 식으로 선선히 물러났다.

“감사합니다.”

은혁은 그렇게 말한 뒤, 부길드장의 권능으로 불패불굴 길드원들을 모두 모았다.

“전원 집합!!!”

타탓!

성큼성큼……!

곳곳에서 불패불굴 길드원들이 모였다.

“부르셨습니까, 부길드장님!”

“명령을 주십시오!”

다들 의욕이 넘쳐 보였다.

내심 농사만 하고 있느라 심심했던 탓이기도 하고, 길드원이 아닌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던 터라 더욱 의욕이 넘친 것이다.

은혁이 내린 명령은…….

“사령술사, 드루이드, 혼돈술사들은 남고, 나머지는 전부 경계를 서도록.”

주로 구경꾼 통제 역할이었다.

남게 된 사령술사와 드루이드 30여 명은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남았고, 나머지 불패불굴 길드원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경계 임무를 서러 갔다.

“다들 중심부에서 물러나 주십쇼!”

“위험하오니 물러나세요!”

웅성웅성…….

일하던 비길드원들도 물러나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농경지 중앙을 바라봤다.

“그리고.”

은혁은 인벤토리창에 담아뒀던 오리를 꺼냈다.

“으으, 여긴……?”

“28층이다.”

오리는 어리둥절해했고, 구경꾼들도 어리둥절해했다.

“저거 콩나무의 오리 아니냐?”

“갑자기 저게 왜 나와?”

“뭘 하려는 건지 감이 안 오네.”

그때, 7대 길드의 감시인들이 다가왔다.

“잠시만요. 지금 뭐 하는 겁니까?”

7대 길드가 선발한 감시인들이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려는 걸 느낀 것이다.

은혁은 헛기침을 했고, 불패불굴 길드원들은 눈치 빠르게 몸으로 장벽을 만들었다.

“비켜주시죠.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가서 볼 권리가 있습니다.”

감시인 한 명이 요구하자, 돌진하는 도적 케넬로스가 나서서 막아섰다.

그는 불패불굴 길드의 조장 중 한 명으로, 과감하면서도 나름 머리가 돌아가는 이였다.

“우리네 부길드장이 뭔가를 심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좀 기다리지?”

“비켜주십시오. 가서 대화를 해봐야겠습니다.”

“어허! 감시자로 왔으면 감시만 하시지? 뭘 막거나 말릴 권한이 있던가?”

“허참, 그럼 황금 궁전으로 돌아가서 보고하는 수가 있습니다!”

“일단 우리 부길드장이 뭘 하는지 다 본 다음에 가는 게 어때? 솔직히 우리도 궁금한데.”

케넬로스는 감시자로 하여금, 정말로 눈으로 감시만 할 수 있게 배려하고, 더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7대 길드에서 파견 온 감시인들은 화가 났지만, 분노보다 호기심이 더 컸다.

“하는 수 없지. 나머지는 여기서 감시하고, 한 명만 5층으로 귀환하여 보고하도록.”

그렇게 구경꾼들 통제가 끝났다.

‘그럼 본격적으로 저질러 볼까!’

은혁은 인벤토리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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