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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47화 (147/434)

147화 : 불패불굴 길드 본부 탄생 (2)

“읏차.”

은혁은 인벤토리창에서 콩나무의 가지를 꺼냈다.

예전에 은혁은 13층 미션을 클리어할 때, 콩나무의 나뭇가지와 열매를 잔뜩 주운 적이 있었다.

‘[메탈 워커 소환] 스킬을 얻은 직후였던가?’

은혁은 기억을 더듬었다.

‘콩나무의 나뭇가지와 열매, 이파리까지 싹 다 모아!’

은혁은 메탈 워커들에게 분명히 그렇게 소리쳤었다.

‘박병철을 처바른 다음, 놈의 몸이 부수고 떨어진 콩나무의 나뭇가지와 열매를 모았었지. 그러고 보니 박병철 이놈, 감옥 생활 잘하고 있으려나?’

까마득한 옛날의 추억 같았다.

은혁은 레벨 5 농경지의 중심에 섰다.

철컹.

그리고 세븐 칼리버의 제3형태를 만들었다.

“드릴 랜스.”

투두두두……!

지름 2미터 크기의 구멍을 뚫었다.

은혁은 그 속에 콩나무 열매를 심었다.

후두둑.

“그리고.”

은혁은 황금 사과를 꺼냈다.

33층에서 얻은 독사과를 [정화] 시켜서 만들어낸 진귀한 아이템이다.

또독!

손으로 반을 쪼갰다.

“오리. 너 먹어라.”

“진짜로? 이 귀한걸?”

오리는 사양하지 않고 황금 사과의 절반을 먹었다.

와삭와삭!

“그리고…….”

은혁은 남은 황금 사과 절반을 쥐어짜서 과즙이 흘러나오게 했다.

황금 사과즙을 콩나무 열매 심어 둔 곳에 흘렸다.

후두둑…….

황금 사과즙에 닿은 콩나무 열매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추가로 거대한 엑토플라즘을 넣는다.”

32층에서 거대한 원령 거미를 처치하고 얻은 엑토플라즘이었다.

스르륵…….

황금 사과즙과 반응하던 콩나무 열매가 일시적으로 멈칫하며 엑토플라즘과 엉켰다.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즉시라도 터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조심……!’

은혁은 숨까지 멈춘 채, 잊힌 강의 마정석을 넣었다.

거대한 강줄기를 능히 생성하는 힘이 담긴 강의 마정석이 엑토플라즘에 섞여 들어가자, 뭐라 부르기 힘든 융합체로 변했다.

1분 이내에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날 터였다.

“서둘러야겠군.”

후두둑.

은혁은 [농경지 LV 5]에 도달한 흙을 얼른 덮었다.

그리고 그 위에 콩나무의 나뭇가지를 깊이 꽂았다.

말라 버린 나뭇가지였지만, 그 끝이 융합체와 닿는 순간.

쿠르르르…….

콩나무, 황금 사과, 엑토플라즘의 융합체와 연결되어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왠지 땅이 흔들리는 것 같지 않아?”

다들 수군거렸지만 은혁은 무시하고 드루이드와 사령술사, 혼돈술사에게 소곤소곤 명령을 하달했다.

“이제부터 1분 이내에 콩나무가 폭발적으로 생장할 거다.”

그제야 드루이드, 사령술사, 혼돈술사는 은혁이 왜 자신들을 불렀는지 깨달았다.

‘안정화시키려고 부른 거구나.’

아니었다.

“그럼 나는 [초고속 생장] 스킬을 쓸 거다. 폭발적인 생장이 아니라, 초슈퍼울트라대폭발적인 생장이 되겠지.”

“……!!”

“너희들의 역할은 엑토플라즘 융합체의 폭발이 제대로 ‘위쪽’으로 향하도록 하는 거야. 잘 안 돼서 ‘옆으로’ 향하면 우리 다 죽는다.”

“자, 잠시만요.”

“오, 시작됐다! 전부 준비!!”

투두두두……!!

콰아아아아아!!!

콩나무가 미친 듯이 솟아올랐다.

“부탁한다, 오리!”

은혁은 오리를 콩나무에 던졌다.

“꽥?!”

오리는 경악하면서 콩나무에 올라탔다.

황금 사과를 반쪽 먹었기에, 나머지 절반을 흡수한 콩나무와 상성이 잘 맞았다.

슈우우우……!

대대로 콩나무를 관리해 온 오리 일족이었기에, 콩나무는 오리를 태운 채 위쪽으로 순조롭게 솟았다.

-콩나무가 비정상적인 속도로 생장합니다!

-콩나무 생장 23% 완료…….

-콩나무 생장 25% 완료…….

-콩나무 생장 27% 완료…….

‘벌써? 27%라고?’

은혁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였다.

“너희 차례다!”

은혁이 서둘러 부하들에게 외쳤다.

‘믿는다!!’

부하들은 그동안 농경지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직접 흙을 만지고 농경지 레벨을 높인 장본인들이기에 은혁은 그들을 믿었다.

“큿! 해봅시다!”

“[식물 안정화]!”

“[엑토플라즘 정순화]!”

“[거대화]!”

“[중력 지배]!”

쿠오오오오……!!!

콩나무는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혀야 겨우 끝이 보일 정도로 계속 성장했다.

-콩나무 생장 92% 완료…….

-콩나무 생장 96% 완료…….

-콩나무 생장 99% 완료…….

100%에 도달하기 직전의 순간.

“간다! [초고속 생장]!!!”

파앗!!

은혁은 새로 얻은 드루이드 스킬을 발동했다.

드드드드드드……!!

콩나무가 한계 성장률을 초월하여 솟아올랐다.

-드루이드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드루이드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드루이드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드루이드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현재 드루이드 숙련도 : 94%.

-콩나무가 과도한 높이로 생장합니다!

-초과 생장률 5%!

-초과 생장률 15%!

-초과 생장률 26%!

“맙소사.”

“도대체 얼마나 크기를 키우려고?!”

부글부글부글……!!

뿌리 부근에서 물이 부글거렸다.

엑토플라즘과 섞인 잊힌 강의 마정석이 깨어나며, 2차 폭발하려 했다.

-잊힌 강의 마정석에 담긴 진정한 힘이 개방됩니다!

은혁은 씨익 웃었다.

무소유의 경지에 도달한 신적 존재가 남긴 마정석이다.

거기에 길드원들의 뜨거운 마음이 담긴 스킬과 은혁의 광기 어린 열망이 담긴 [초고속 생장]에 감응하여, 그 안에 깃든, 잊고 있던 의지가 깨어난 것이다.

투콰앙!!!

뿌리 부분에서 큰 소리가 나더니, 콩나무는 한 번 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차원의 계면을 뚫고 솟아라!! 불패불굴의 거목이여!!!”

은혁이 외쳤다.

그리고.

쩌적……!

콩나무와 닿은 하늘이 깨졌다.

“뭣?!”

“뭐야, 저게!”

경악한 플레이어들이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다시 보니 하늘은 멀쩡했다.

사실, 하늘은 무한히 펼쳐진 것 같지만, 일정 높이로 올라가면 관리국이 설정해 둔 차원의 계면에 충돌하게 된다.

이 차원의 계면은 의외로 순수 마법으로는 뚫기 어렵지만, 강력한 힘과 질량이 있다면 뚫는 게 가능하다.

실제로 3군주 중 하나인 인치는 일반적인 대나무밭을 조작해서 차원의 계면을 일시적으로 뚫은 적이 있었다.

회귀자인 은혁은 그것을 감명 깊게 기억해 뒀다가, 더 효율적이고 항구적으로 뚫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콩나무로 층계의 천장을 뚫는다.’

실제 콩나무는 11층~14층에 걸친 통합층에 설치된 거대한 나무이며, 스테이지 그 자체다.

은혁은 그 콩나무 묘목(?)을 각종 꼼수로 만들어내고, 강제로 성장시켰다.

콩나무의 외형과 내부 구조를 11층~14층의 것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그곳에서 일했던 오리를 끌고 와서, 황금 사과 절반을 이용해 오리의 사상과 연동시켰다.

‘아마 콩나무의 모양은 11층~14층의 그것을 좀 축소한 모형이겠지.’

3분의 1 크기 정도 될 것으로 보였다.

-불패불굴의 콩나무가 성장을 완료했습니다!

-28층에 부여된 차원 계면을 뚫고 자랐습니다!

-28.5층이 개척되었습니다!

“됐다. 해냈다.”

은혁은 히죽 웃었다.

그리고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부하들을 돌아봤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28층은 기존의 농지로 그대로 쓴다! 단, 불패불굴 길드는 이사한다!”

척!

은혁은 새롭게 생긴 ‘콩나무 본부’를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28.5층! 저기가 우리들! 불패불굴 길드의 거점이다!!”

* * *

다음날 아침.

“우으음…….”

불패불굴 길드의 유일한 길드장이자, 강력한 성기사인 염훈은 기분 좋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후아암, 잘 잤다.”

그가 묵은 곳은 5층 길드연합국의 가장 좋은 호텔인 ‘백년 호텔’에서도 스위트룸이었다.

어제 은혁과 헤어지자마자 방을 잡고, 혼자서 미니바의 술을 홀짝이다 일찍 잠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깨우지 말라는 팻말을 객실 문고리 앞에 걸어두고서.

“진짜 세상모르고 잤네…….”

창밖은 어느새 환했다.

호텔 조식 시간이 아직 남은 걸 보고 다시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후, 제대로 호캉스했네.’

이제 다시 28층으로 올라가서 은혁을 돕고, 길드원들의 거점을 확보해야 했다.

‘솔직히 28층은 농경지뿐이라 길드원들 숙식 공간이 없어.’

물론, 다들 돈과 실력을 갖춘 자들이기에, 5층에 각자 잘 곳은 마련해둔 상태다.

하지만 길드원들이 한곳에 모여서 업무, 정비, 식사, 수면을 취할 곳이 없다는 건 좀 아쉬웠다.

‘오늘은 은혁이한테 그 얘기를 해야겠어. 우리가 돈도 없는 게 아닌데, 길드 거점용 건물을 하나 지어야 하지 않겠냐고.’

인연이 없던 길드장이 되고 나니, 부하들 생각이 났다.

혼자 너무 푹 쉰 거 같아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얼른 일어나자!”

염훈은 대충 세수하고 지크리엘의 갑옷을 착용했다.

그리고 식사는 생략하고 호텔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앗! 나왔다!”

“염훈 길드장!!”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에?”

염훈은 자기도 모르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기자들로 만들어진 사람의 띠 뒤편에는 다른 열성 팬들이 있었다.

“나도! 나도 불패불굴 길드에 받아주십쇼!!”

“염훈 님!! 저도요!!!”

“시발, 이 못생긴 떨거지들아! 길드장님 불편해하신다!!”

“네가 생긴 게 더 불편해!!”

염훈을 추종하려는 자들은 자기들끼리 싸웠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야?’

과거의 염훈과 달리, 지금의 염훈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에고, 은혁이 녀석이 나 없는 동안 뭔 짓을 또 해냈구나.’

그때였다.

콰쾅!!!

하늘에서 뭔가 쇳덩어리가 떨어진다 싶었는데, 워잭이었다.

염훈에게 달려들던 기자들은 그 기세에 눌려 주춤거렸다.

워잭은 염훈에게 한마디 했다.

“잠시 따라오시오.”

심상치 않아 보였다.

“…….”

염훈은 생각했다.

‘내가 은혁이었다면, 왜요? 하고 되물었을 텐데.’

하지만 염훈은 염훈이었다.

“급한 일 같군요. 어디로 갑니까?”

* * *

워잭의 자택.

응접실에는 염훈과 워잭이 마주 앉았다.

염훈은, 워잭이 자신을 황금 궁전 회의실이 아니라 자신의 거처에 데리고 온 이유를 생각해봤다.

‘일단 비공식적인 대화를 먼저 나눠 보려는 거겠지.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염훈의 희망 사항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

염훈을 대뜸 황금 궁전으로 끌고 가서 힐문하는 건 워잭의 성품이 아니기도 했다.

달칵.

하녀들이 홍차와 쿠키를 세팅한 뒤 나갔다.

쪼르륵…….

워잭이 손님을 위한 홍차를 따라서 건넸다.

“드시오.”

염훈은 홍차를 마셨다.

그는 홍차의 맛과 향을 칭찬했고, 워잭도 예의 바르게 겸양을 표했다.

그렇게 한 잔이 비워진 순간.

“왜 불렀는지는 아실 거요.”

“아뇨. 정말 모르는데요.”

염훈의 답변을 들은 워잭은 염훈을 노려봤다.

하지만 염훈의 표정을 보고 곧 분노를 거뒀다.

“……진짜 모르시나 보군.”

“어제 일찍 잠이 들어서요.”

염훈은 사실대로 말했다.

워잭은 어이없어하면서도 납득했다.

“그렇군. 그럼 어제 28층에서 일어난 일을 간략히 설명해 주겠소.”

워잭은 요약해서 설명했고, 염훈은 감탄했다.

“어쩐지. 30층부터 34층까지 쉬지 않고 클리어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염훈은 오히려 납득이 간다는 표정이었지만, 워잭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납득하고 넘어갈 일이오? 강은혁 부길드장은 농사만 짓겠다고 해놓고, 거대한 길드 거점을, 28.5층을 새로이 만들었소.”

“음.”

“게다가 감시인들이 그곳에 올라가 확인해 보겠다는 제안을 모조리 거부했소!”

“감시인이라면…… 불패불굴 길드가 28층에서 뭘 하는지 샅샅이 감시하라고 여러분이 보낸 거잖아요?”

“그렇소!”

“하지만 은혁이가 만든 건 28층이 아니라 28.5층 아닌가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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