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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48화 (148/434)

148화 : 불패불굴 길드 본부 탄생 (3)

워잭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염훈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는 은혁이랑 친해서 그런지, 이제 슬슬 강은혁 방식의 논리가 이해가 갑니다.”

“설명 부탁하오.”

“설명 전에 꼭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제가 친구라서 그 녀석 편드는 게 아니라, 녀석은 거짓말은 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은혁이는 농사를 목적으로 28층을 장악하겠다 나섰고, 여러분도 동의했습니다. 실제로 은혁이는 콩나무를 농사지었을 뿐이죠. 그 콩나무가 비상식적으로 크긴 하지만.”

“큭……!”

“둘째. 아까 말씀드렸듯이 28층과 28.5층은 다릅니다. 28층의 논밭에 감시인을 상주시키는 거라면 문제없겠지만, 거대한 콩나무는 28.5층이지요? 콩나무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는 감시인들이 오히려 규칙 위반한 거죠. 은혁이는 28층에만 감시인을 허용했으니까.”

“그, 그건 그렇지만……!”

“셋째. 이 부분이 중요한데요, 음, 말해도 되려나…….”

“말해보시오. 어차피 이미 화가 나서, 더 화가 날 것 같지도 않으니까.”

“그게 아니라, 이 부분을 말하면 왜 기밀을 누설하느냐고 은혁이가 화를 낼까 걱정인데.”

“……부디 말해주시오. 부탁드리오.”

“그럼 말하죠. 아마 은혁이는 7대 길드가 시비를 걸어오길 내심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콩나무가 어떤 구조인지 아직 제가 눈으로 보지 못해서, 이 부분은 제 상상인데요. 그…….”

“그?”

“그…… 쿠키 더 없어요?”

“…….”

염훈은 홍차와 쿠키를 싹 다 먹고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워잭 부길드장님을 놀리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제가 정말로 아침도 못 먹고 호텔에서 나와서 배가 좀 고픈데…….”

워잭은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염훈은, 어떤 의미로는 은혁보다 더 대화하기 까다로운 상대였다.

냠냠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염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쿠키를 먹었다.

입에 쿠키를 잔뜩 넣은 염훈은, 입을 오물거리면서 워잭에게 말하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아니, 당신이 말하던 중이었잖소.”

“우음? 제가요? 쩝쩝…….”

“하아, 그럼 그 부분은 넘어가고, 어쨌거나 계약상의 문제는 없다고 칩시다. 하지만 도의적인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는 거 아니오?”

“도의적……?”

“즉, 강은혁 부길드장은 처음부터 우리 7대 길드의 황금 궁전 회의를 속이려고 했다는 것 아니오?”

“글쎄요.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얼버무리는 거요?”

“아뇨. 그 녀석,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는 친구인 저도 모릅니다.”

이 또한 거짓말이 아니었다.

28.5층의 탄생은 염훈이 5층의 호텔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또한 은혁은 염훈과 합의를 미리 본 적도 없고, 염훈이 휴가를 떠난 동안은 부길드장인 자신이 권한을 위임받아 일하겠다는 식으로만 말했을 뿐.

“역시, 저도 직접 가서 물어보고 싶군요.”

염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으시다면 같이 가시죠. 은혁이 녀석이 뭔 생각으로 큰일을 저질렀는지, 대놓고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워잭은 염훈이 상황을 주도하는 게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이게 기회라는 생각도 했다.

‘길드장인 염훈이 나를 초대한 거다. 즉, 28.5층 내부로 직접 들어가 볼 기회다.’

다른 부길드장, 길드장들은 바빴기에, 어차피 워잭 말고는 직접 가볼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하여 염훈과 워잭은 28층으로 올라갔다.

* * *

“우와아, 대단하다아…….”

스팀펑크 대장장이, 제인은 불패불굴의 콩나무 내부를 관찰하며 연신 감탄했다.

콩나무는 겉으로 볼 때는 나무지만, 내부 구조는 여러 층으로 이뤄진 건물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이런 구조로 성장시켰다는 거잖아?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제인이 묻자, 은혁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주로 오리가 다 한 겁니다.”

황금 사과의 절반을 콩나무에, 나머지 절반을 오리에게 먹임으로써, 기존의 오리가 알고 있던 콩나무의 내부 구조가 반영되도록 했다.

“정말 대단한 건 이 부분입니다.”

콩나무 내부에는, 수도관 기능을 하는 굵은 나무줄기들이 있었다.

“이 안으로 강물이 흐릅니다.”

잊힌 강의 마정석이 각성하여, 그 액체가 콩나무의 속을 흘러 위로 뻗어 오른다.

콩나무의 꼭대기에는 콩나무 궁전과 비슷한 형태의 길드 본부가 있었는데, 그 앞에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즉, 콩나무 내부에 상하수도 시스템을 완벽히 갖춘 것으로 모자라, 꼭대기에 호수를 만들 정도였다.

“식수 공급용이야?”

“그건 지금도 가능합니다.”

뿌리에서 솟구쳐 올라온 물은, 꼭대기 나뭇가지에서 분수처럼 샘솟고 있다.

추가로, 일반 고무호스와 연결해서 28층 아래로 뿌리면, 비가 내리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농업용수처럼 쓸 수도 있다.

‘항의하는 감시인들 머리에 뿌려볼까도 했지만.’

그건 너무 과도한 도발이므로 참았다.

은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끌어 올린 강물은 방어용 병기로도 쓸 겁니다.”

“방어용 병기?”

“하이드로 블래스터 같은 건데요.”

콩나무의 내부관을 통해 끝없이 뿜어져 올라오는 강물의 힘을 이용한 길드 방위용 병기였다.

“고압 액체가 강철도 절단한다는 거 들어보셨죠? 아, 제인은 실제로 만들어본 적 있죠?”

“응! 스태프 형태로 만들었었지.”

일부는 분해되어, 세븐 칼리버의 부품으로 활용 중이기도 하다.

“그런 걸 아주 크게 만들어서 콩나무 꼭대기 나뭇가지 곳곳에 설치해 두는 겁니다.”

“와…….”

“물론, 수압 조절이 가능하도록 특수 노즐도 설치해야겠죠. 불이 났을 때는 노즐을 넓혀서 소방수를 뿌리게 하고, 어설픈 무단침입자가 나타나면 노즐을 중간 정도로 하여 물대포로 쓰고, 정말 위험한 놈이 나타나면 노즐을 좁혀서 물의 칼날을 쏟아내야겠죠.”

“헤에…….”

“일단 다목적 워터 캐논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최종 목표는 초고압 분사형 워터 실드를 만들어서, 아예 장막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침입자들을 죽이지 않되, 침입하려는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굉장하네. 그걸 어떻게 만들어?”

“제인이 만들 겁니다.”

“와, 나랑 이름이 같은 사람이네?”

“하하하! 알면서 모른 척하시긴.”

“……설마?”

“네. 여기에 제인이 한 명 말고 더 있나요?”

“맙소사! 나? 그건 무리야!”

제인은 왜 무리인지 설명했다.

금속으로 된 기계와 마정석, 유압장치 등을 다루는 건 자신 있어도, 콩나무를 개조해서 액체 병기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또 다른 일이었으므로.

하지만 은혁은 믿었다.

마정석을 이용한 마도 기관의 소형화를 해낸 제인이었으므로.

“자세한 건 오리가 도와줄 겁니다! 어이, 오리!”

푸드득, 푸드득.

콩나무 내부 통로를 오리가 날아왔다.

“지배인이라고 불러주기로 했잖아!”

“아차, 그랬지.”

오리는 불패불굴 길드 본부의 총지배인으로 승격했다.

하나의 거대한 콩나무였기에 유지보수를 전담해야 할 존재가 필요했는데, 오리가 적격자였다.

오리는 총지배인이 되는 대가로 불패불굴 길드에 충성을 맹세했다.

“여기 있는 오리와 의견을 조율해서 해보세요.”

그리고 은혁은 착수금으로 금화를 한 움큼 지불하고, 완공 시 대금에 대해서 설명했다.

제인은 불안해하면서도 새로운 일에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잠시 생각 좀 해보겠다고 몇 번 반복해서 말하더니, 벌써 해결책을 하나 꺼냈다.

“아주 커다란 마정석이면 해결될 것 같기도 한데.”

사실, 물은 콩나무 뿌리에서부터 수도관과 같은 줄기를 타고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잊힌 강의 마정석의 힘이다.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지금도 수도관 파열 같은 현상이 일어날까 걱정이 될 정도.

“기존의 잊힌 강의 마정석을 안정화시키고 더 효율적으로 쓰려면, 추가로 강력한 마정석이 필요하다는 거죠?”

“응! 지금 보니 유량 통제가 전혀 안 되고 있는 거 같은데, 이래서는 무기로 만들기로 해봤자 그냥 단순 물대포 정도만 될 것 같아.”

확실히 지금은 송수관, 배수관, 가압 장치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적으로 오리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중일 뿐.

제인이 스팀 펑크 관련 지식으로 그걸 체계적으로 만들어내겠다니 걱정은 없다.

하지만.

“실은 커다란 마정석이 하나 있긴 한데.”

피에로 마스터를 죽이고 얻은 네임드 마정석이다.

은혁은 이걸 세븐 칼리버 강화 용도로 쓰려고 했다.

은혁이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말하자 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세븐 칼리버의 다음 단계, 제5형태를 만들고 싶은 거지?”

“네. 당장은 아니지만, 그때를 대비해 미리미리 최대 출력을 키우고 싶어서요.”

“음…… 방법이 있긴 한데.”

“뭔데요?”

“사실, 지금 세븐 칼리버의 메인 프레임에 최대 출력을 줄이는 안정화 장치가 달린 거 알지?”

“물론입니다.”

사실 첫 개선 작업은 은혁이 자기 손으로 직접 했다.

“그걸 해제하면?”

“엥?”

그럼 안정성이 떨어져서 폭주하게 된다.

“실은 내가 나름 연구해 봤는데 말이야. 폭주 현상은 세븐 칼리버가 제1형태만 있을 때 즉, 헤비 체인 소드 형태만 있었을 때만 발생하는 거라고 생각해.”

“아, 그러고 보니….”

지금 은혁은 출력 저하를 고민하고 있다.

왜냐하면 세븐 칼리버에 제4형태까지 갖춰졌으니, 기존의 왕토끼의 마정석 하나만으로는 출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안정 장치를 그냥 떼어내서 최대 출력을 높인다?”

“응!”

“음…….”

은혁은 조금 불안했다.

‘망가지면 어쩐다?’

돈 쓰고 투자하는 일이나, 위험한 히든 루트에 뛰어드는 일에는 대범한 은혁이었지만, 세븐 칼리버가 고장 나느냐 마느냐 상황에서는 조심스러워졌다.

“헤비 체인 소드가 갑자기 폭주해서 칼날이 튕겨 나갈까 봐 걱정인 거지?”

“네.”

“그것도 다른 방법이 있어.”

“다른 방법……?”

“출력을 칼날 하나가 못 이겨낸다면, 칼날 두 개를 다는 거야!”

“…….”

은혁은 간만에 자기보다 더 미친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파이늄 주철 합금의 칼날을 하나 더 장착해서 과도한 출력을 통제한다?’

그럼 헤비 체인 소드의 칼날이 두 개가 된다.

“그럼 메인 프레임도 얼마간 확장해야 할 텐데요.”

“어차피 제5형태를 만들 때를 대비해서 해야 할 거잖아? 겸사겸사하지, 뭐.”

은혁은 3초쯤 고민하고 동의했다.

“좋습니다. 맡기죠.”

은혁은 세븐 칼리버 제1형태, 헤비 체인 소드를 제인에게 통째로 맡겼다.

제인은, 은혁이 믿고 칼을 맡길 수 있는 유일한 NPC였다.

“그리고 피에로의 마정석도 맡깁니다.”

오리가 곁에서 입맛을 다시고 있어서, 은혁은 얼른 제인의 손에 쥐여줬다.

“한데, 워터 캐논 프로젝트랑 세븐 칼리버 업그레이드. 이렇게 두 개를 동시에 하셔야 하는데, 가능하세요?”

“응! 오히려 아이디어가 막 샘솟는 거 같아!”

확실히 제인이 천재는 천재였다.

어려운 일 하나를 맡겼을 때는 손사래를 치더니, 막상 두 개를 맡기니 눈이 반짝거렸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5층에 내려갈 때는 절대 혼자 가지 마시고, 경호원을 대동해서 데리고 가시길. 두 경호원의 이름은 정철과 화륜입니다.”

은혁은 이미 정철과 화륜, 두 사람에게 말을 해뒀다.

두 사람은 당분간 제인의 전속 경호원으로 일할 것이다.

“그리고 오리 지배인! 너는 제인과 함께 일하되, 무슨 일이 있어도 28.5층 너머로 나가면 안 된다.”

“알았어.”

지시를 마친 은혁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이동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오리 지배인의 권능과 길드원 중 손재주가 좋은 이들이 합심하여 만든 나무 발판 에스컬레이터였다.

콩나무 외부에는 콩나무 줄기와 도르래를 이용해서 만든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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