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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75화 (175/434)

175화 : 그린 드래곤 살라키오스 (3)

뒤이어 숙련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마법사 숙련도가 4% 증가했습니다!

-마법사 숙련도가 4% 증가했습니다!

-마법사 숙련도가 4% 증가했습니다!

-마법사 숙련도가 4% 증가했습니다!

-현재 마법사 숙련도 : 26%++.

-도적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도적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도적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도적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현재 도적 숙련도 : 95%+.

‘좋아, 엄청나군.’

마법사와 도적 직업이 각각 3차, 2차 각성한 것을 감안하면 숙련도가 엄청나게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청염백광단검이 보다 깊은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옳지! 잘한다!”

은혁은 격려하듯 외쳤다.

-청염백광단검 속에 담긴, 30%의 에센스가 활성화됩니다!

청염백광단검에는, 미카엘이 쓰던 청염백광검의 에센스가 30%만 담겨 있다.

그 에센스가, 이번에 아브러스 플레임에게 건 [화염 귀속]과 반응하여 자라나는 중이었다.

-크아아악!!!

아브러스 플레임이 절규하는 순간.

콰콰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아브러스 플레임과 은혁은 어디론가 튕겨 나갔다.

“으음!”

살라키오스마저 침음성을 흘릴 정도의 사태.

하지만 폭연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였다.

잠시 뒤.

“우, 으으으…….”

블루종이 등에 상처를 입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신기하군. 이건 참으로 신기해.”

살라키오스가 감탄했다.

블루종은 아브러스 플레임에게, 완전히 몸과 의식까지 다 뺏긴 상태였고, 전부 타서 소멸해야 정상인 몸이었다.

하지만 은혁이 [화염 귀속]으로 강제로, 화염의 차원의 힘을 뽑아내기 시작하자, 아브러스 플레임은 자폭에 가까운 반발력을 터뜨리며 자기 차원으로 도망쳐야 했다.

그 덕분에 블루종의 몸이 복원되며 살 수 있었다.

“휴우, 위험했나.”

은혁도 머리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방금의 폭발이 워낙 거대했던 터라, 은혁도 까딱 잘못하면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그때, 천장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은혁아! 거기 있냐?!”

천장의 균열이 넓어지면서 사람 얼굴 하나 통과할 정도의 구멍도 생겼다.

그 구멍으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오! 염훈, 거기 있었나!”

은혁은 손을 흔들어 줬다.

“젠장, 위험한 거 아냐? 도와줄까?”

구멍은 작았지만, 그린 드래곤의 거대한 몸집 일부는 충분히 보였다.

“아냐, 거기 구속 장치 있는 방이지? 일단 거기서 대기해 줘!”

그렇게 말한 은혁은 청염백광단검을 내려다봤다.

-축하드립니다! 청염백광단검에 고유 스킬이 각인되었습니다!

“흠.”

겉으로 봐서는 전혀 바뀐 게 없다.

하지만.

‘힘이 느껴진다.’

여전히 크기가 작은 청염백광단검이지만, 이제 ‘한 방’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터였다.

-화염의 성좌, 아브러스 플레임이 격노의 뜻을 전해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날아왔다.

겁을 먹어야 정상이지만, 은혁은 피식 웃었다.

‘네가 멍청한 걸 나보고 어쩌라고?’

냉혹한 평가지만 사실이었다.

화염의 신치고는 상당히 옹졸한 편이었고, ‘제물’을 유난히 많이 요구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의외로 화염의 차원의 신이라는 네임 벨류에 비해 실제로 그를 섬기는 성직자는 적었다.

그나마 제대로 된 강력한 성직자가 블루종이었지만.

‘욕심에 눈이 멀어서 자기 신도의 몸까지 뺏으려다 본전도 못 챙겼지. 그건 네가 멍청해서 그런 거 아니냐?’

은혁은 속마음으로 아브러스 플레임을 비판했다.

‘그러고 보니 블루종이나 아브러스 플레임이나, 사상이 서로 비슷하군.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성좌, 아브러스 플레임이 한 가지 제안을 보내옵니다!

보아하니, 아브러스 플레임도 은혁과 비슷한 생각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당장 쓸모 있는 부하가 없다.’

성좌 입장에서는 100층탑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족이 사라진 셈이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미리 말해 두는데, 성좌 계약은 안 합니다.”

은혁이 선수 치듯 말했다.

-성좌, 아브러스 플레임이 진노합니다!

-성좌, 아브러스 플레임은 플레이어 강은혁을 영원지겁의 원수로 규정했습니다!

“얼씨구.”

은혁은 이번에도 비웃음만 보였다.

화염의 성좌와 척을 지게 되면 누구라도 긴장하게 될 일이건만.

‘어차피 내 직업은 화염을 지배하는 마법사니까.’

만약 은혁의 직업이 ‘화염 차원의 소환술사’ 같은 직업이었다면, 소환술을 못 쓰게 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은혁의 직업은 마법사였다.

화염의 차원에서 힘을 끌어다 쓰는 게 아니므로, 화염의 성좌로부터의 갑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나저나 성좌치곤 진짜 격 떨어지는 짓 하네. 무려 불의 차원을 지배하면서 왜 이러냐.’

땅, 불, 공기, 물의 4대 원소 차원은 그 격이 다른 차원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런 불의 차원의 주인이면서도 욕망과 질투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확 뺏어 버릴까.’

일개 플레이어가 성좌의 차원을 뺏는다는 발상은 쉽게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론상 가능하긴 했다.

지금의 은혁이 쥔 청염백광단검에는 화염의 차원의 지분이 상당히 빨려 들어가 있는 상태.

사실상 열쇠 겸 지분 증명서로 쓸 수도 있다.

“화염의 차원은 나중에 뺏든가 말든가 할 테니까 관심 끄시길.”

은혁이 선언하자 더 이상 시스템 메시지조차 나오지 않았다.

“읏차.”

은혁은 그제야 살라키오스를 제대로 대면했다.

“반갑습니다, 그린 드래곤 살라키오스 님.”

“허허. 이제야 정식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오? 나도 반갑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은혁은 용사의 증표를 꺼냈다.

“나, 폴링스트 왕국의 용사 강은혁은, 사악한 그린 드래곤 살라키오스에게 도전하겠다.”

<37층 히든 미션 : 용사의 드래곤 사냥>

-목표 : 그린 드래곤 살라키오스를 처치할 것.

-성공 시 보너스 : 없음.

-실패 시 페널티 : 없음.

-제한 시간 1시간.

-관리국의 진심 어린 조언 : 성공 시 보너스는 물론, 실패 시 페널티도 없는 히든 미션입니다. 지금이라도 모든 걸 포기하고 도주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미션창을 본 은혁은 피식 웃었다.

‘관리국의 진심 어린 조언’이 터무니없을 정도였으므로.

‘물론, 도망 따윈 치지 않는다.’

각오한 순간.

-히든 미션 전용 버프 [용사의 용기]가 제공됩니다!

히든 미션용 추가 아이템 제공은 없었다.

‘좋아. 여기까진 계획대로다.’

두근두근두근……!

쿵쿵쿵쿵……!

심장이 마구 뛰었다.

하지만 살라키오스는 어이없어했다.

“종잡을 수가 없군. 날 죽이겠다고?”

“그렇다.”

“어째서?”

“세계를 멸하려 하는 용을 처치하는 것. 그것이 용사의 본분이므로.”

“아, 옛날에 내가 했던 일 때문이로군. 엘프가 의뢰한 모양이지.”

살라키오스는 대수롭잖다는 듯이 넘기려 했다.

“그때 내가 하이 엘프들을 학살한 것은 사실이오.”

“그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적은 있나?”

“있을 리가 없지. 난 드래곤이니까.”

“그런 설명으로는 누구도 만족 못 할 텐데.”

“흐음. 드래곤이 새로운 세계에 자리를 잡기 위해, 원주민을 죽이는 일은 흔한 일이오. 사실, 인간들끼리도 일어나는 일로 알고 있소만.”

살라키오스의 지적 자체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사죄라고 해도, 죽은 자에게 무슨 사죄를 하겠소? 그때 내가 죽인 이들의 자손들이야 있겠지만, 내 공격에 죽은 자와 그들의 자손은 완전히 다른 개체인데.”

엘프의 수명이 길다지만, 그린 드래곤의 수명은 더 길었다.

그런 드래곤의 관점에서 보면 후손에 대한 사과라는 건 오히려 드문 일이었다.

“후우,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이군.”

오만함과 뻔뻔함은 상당해서, 은혁조차 조금 질릴 정도였다.

살라키오스는 입가로 웃었다.

“그보다, 어쩔 거요? 난 그대의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인데.”

살라키오스는 자신을 보호하는 구속구 아래에 숨어 싸우지 않을 생각이었다.

“성좌의 제안과 협박조차 가볍게 넘긴 나요. 그대가 용사의 자격을 내세워 덤벼도 내가 상대하지 않으면 그만 아니오?”

느물거리는 말투로 은혁을 능멸하려 했다.

하지만.

“구원 길드장이 내게 준 도전권을 추가로 걸겠다.”

“으음?”

은혁은 5층 길드연합국에서 열렸던 무술 대회에서, 구원 길드장 올마스크가 준 도전권을 설명했다.

그 도전권은 무술 대회 우승 트로피에 각인되어 있으므로, 만약 은혁이 그 트로피를 타인에게 양도한다면, 도전권 또한 함께 양도될 터.

“이 도전권에는 구원 길드장의 위치 정보도 포함되어 있지.”

“으음.”

“살라키오스 당신도, 당신을 이렇게 만든 구원 길드장에게 도전하고 싶을 텐데?”

이 제안은 통했다.

살라키오스의 눈빛에 투지가 깃들었다.

살라키오스 자신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올마스크에 대한 도전권이 드래곤의 욕망을 자극한 것이다.

“좋다. 도전을 받아들이지.”

살라키오스도 싸울 마음이 들었다.

“내 몸에 있는 구속구를 제거하라. 그 순간부터 싸우는 걸로 하지.”

“좋다. 그럼 [계약 대결]을 하도록 하지.”

“그건 뭔가?”

“원래는 플레이어들끼리만 가능한 거지만, 드래곤 컬트 소속의 드래곤이라면 쌍방의 동의하에 할 수 있겠지.”

은혁은 조건을 걸었다.

<계약 대결>

-목표 :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운다. 한쪽이 죽으면 승리.

-조건 : 대결 장소는 살라키오스의 방으로 한정하며, 제삼자로부터의, 또는 제삼자에 대한 상호작용은 허용하지 않는다.

대결의 시작 시각은 살라키오스의 몸과 연결된 구속구가 해제된 순간으로부터 5초 뒤로 한다.

-강은혁이 이기는 경우 : 살라키오스의 사체 전체에 대한 소유권 획득.

-살라키오스가 이기는 경우 : 구원 길드장에 대한 도전권 획득.

“흠, 그렇게 조건도 만드는 건가.”

“이렇게까지는 안 하고 싶지만, 구속구를 해제했더니 갑자기 엘프를 학살하러 떠날 가능성도 있으니.”

“후, 그래서 제삼자 배제 관련 조건을 붙인 건가. 좋다.”

살라키오스 입장에서도 손해는 없었다.

은혁 또한 동료인 염훈의 조력을 받지는 못한다는 뜻이므로.

두 사람은 동의했다.

은혁은 천장에 대고 외쳤다.

“염훈! 구속구를 해제해!”

“미쳤어?! 그럼 드래곤이 풀려나잖아!”

“걱정 마.”

[계약 대결] 조건에 살라키오스의 방 밖으로는 피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정해 두었다.

하지만.

“강은혁이여. 내가 그대를 죽이면 더 이상 나는 계약 대결 규칙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 그건 틀림없겠지?”

“물론.”

“내가 그대를 죽이면 가장 먼저 엘프 왕국부터 멸망시키도록 하지.”

살라키오스는 한창 시절의 잔혹한 욕망을 드러냈다.

그걸 본 은혁은 피식 웃었다.

“역시 드래곤은 위험해. 오늘은 온화하다가도 내일은 대량 학살을 저지를 수 있는 종족이라.”

“욕망에 충실하다고 해두지.”

잡담의 시간은 끝이 났다.

은혁이 천장에 있는 염훈에게 신호했고, 염훈은 혀를 차면서도 구속 장치를 해제했다.

철그럭! 철그럭!

구속 장치와 연결된 사슬이 전부 떨어져 나갔다.

-[계약 대결]이 발동되었습니다!

-대결 시작 5초 전.

“아아……!”

그린 드래곤의 잔혹함은 매우 빠르게 되살아났다.

만약 지금의 살라키오스에게 아브러스 플레임이 제안을 했다면,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4초 전.

살라키오스는 생각했다.

‘올마스크를 죽여야 한다.’

-3초 전.

살라키오스는 올마스크에게 패배하고, 스스로 얌전히 있기로 결정했다고 믿었지만 아니었다.

-2초 전.

구속 장치에는 살라키오스의 독기와 욕망을 억제하는 힘이 담겨 있었다.

즉, 자유의지가 상당히 억눌린 상태였던 것이다.

‘올마스크를 죽이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돌아갈 것이다.’

-1초 전.

물론, 폴링스트 엘프 왕국부터 모조리 몰살시킨 뒤 갈 예정이었다.

그래야 올마스크가 ‘가면의 용사’로서 소중히 하던 것을 완전히 파괴하는 게 되므로.

-계약 대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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