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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177화 (177/434)

177화 : 그린 드래곤 처치

“이건, 말도 안…… 된다……!”

살라키오스가 경악성을 냈다.

“한낱 인간이 어찌…… 이 정도의 폭력을……!”

“그보다 물을 게 하나 있다.”

도망치려는 살라키오스의 뒤로 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혁은 성직자 스킬 [하급 치유]를 얼른 자신에게 걸어 쓰러지는 것만 겨우 면한 상태였다.

“아프냐?”

은혁은 단순한 질문을 했다.

사실 은혁도 숨이 차서 추가 막타를 치려면 조금은 시간이 필요했다.

“드래곤은 지혜롭지만, 너무 강해서 약자들이 학살당하는 걸 이해 못 한다지.”

인간이, 개미가 홍수로 쓸려 죽는 걸 안타까워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네가 과거에 죽인 하이 엘프들은 너보다 더 아팠어.”

기이이잉……!

은혁이 지닌 용사의 증표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희생자들의 영령이 힘을 보내옵니다!

은혁의 체력이 빠르게 회복됐다.

“살라키오스. 네 학살은 무슨 의미가 있었냐.”

은혁 또한 많은 생명을 죽여 왔다.

하지만 그것은 플레이어의 숙업이었다.

죽이지 않으면, 탑을 오르지 않으면 영원히 100층탑에 갇혀 살아야 하므로.

“나는, 네 학살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폴링스트 왕국의 용사가 내린 결정이다. 죽음을 각오해라.”

“이익……!”

살라키오스는 다시 눈을 부릅떴다.

“이대로 죽을 바에는!!”

살라키오스가 브레스 공격을 준비했다.

쿠구구구구구……!

살라키오스의 가슴팍에서 산성 액체가 들끓었다.

은혁은 물론, 산 전체, 그리고 38층 전역과 37층까지 오염시키는 산성의 브레스를, 전력으로 뿜을 계획이었다.

“크롸라라라라라!”

고개를 높이 쳐들고 입을 벌렸다.

그 순간.

“계획대로다, 개자식아.”

타앗!

은혁은 [도약]으로 드래곤의 입 위에 착지했다.

기이이이이잉……!

그리고 청염백광단검으로 충전시킨 선즈 크로스보우를 꺼내더니.

콱!

드래곤의 입 안에 처넣었다.

“최대 출력! [영거리 사격]!!”

투쾅!!!

응축된 화염의 탄이, 드래곤의 벌려진 입 안쪽으로 뚫고 들어갔다.

화아아아악……!!

기화하며 뿜어져 나갈 준비 중이던 강산성의 브레스를 파고들더니.

콰콰콰쾅!!!

드래곤의 위장에서 지연 폭발했다.

* * *

쿠르릉!

산이 흔들렸다.

“히익.”

“아까보다 더 심상치 않은데…….”

“정말 괜찮은 걸까요?”

플레이어들과 하이 엘프들은 퇴각 중이었고, 땅의 흔들림을 느꼈다.

그 순간, 플레이어들과 NPC들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용사, 강은혁이 그린 드래곤 살라키오스를 처치했습니다!!

* * *

은혁은 기절한 채 드래곤의 사체 밑에 깔려 있었다.

‘이겼나?’

자기 몸뚱이보다 승패 여부가 우선이었다.

‘아직 살아 있으니 이긴 모양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내 몸이 어딨지?’

겁이 덜컥 났다.

그제야 몸이 사라진 게 아니라 앞이 안 잘 보이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산성액 때문에 홍채가 다 녹았군.’

은혁은 최대 위력의 공격을 가하기 위해, 브레스 공격을 발동하려는 그 순간에 드래곤의 목구멍 안으로 선즈 크로스보우를 날렸다.

그리고 터졌다.

드래곤의 배가 터지면서 내부에 있던 응축된 산성 물질도 사방에 튀었을 터.

‘그게 눈에 잔뜩 튄 모양이구만.’

인벤토리창을 불렀다.

하지만 자기 목소리가 안 들렸다.

‘망할. 귀도 먹었구만.’

폭발을 워낙 많이 겪은 탓인지 고막도 당한 모양이다.

그때, 뭔가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아! ……혁아!”

염훈이 와서 치료를 하며 외치고 있었다.

“으으.”

염훈이 [상급 치유]를 해주니 좀 살 것 같았다.

“야, 은혁아, 이놈아! 괜찮냐!”

“살라키오스는 확실히 죽었지?”

“그래! 시스템 메시지도 떴어!”

“그래, 그렇구나.”

은혁은 그제야 안도했다.

[계약 대결] 도중에 염훈이 도와준 거라면 규칙 위반이니까.

‘와, 진짜 죽을 뻔했네.’

그러면서도 또 드는 생각은.

‘역시 세븐 칼리버가 사기구나.’

세븐 칼리버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사투였다.

은혁은 조금 전 전투를 복기하면서, 세븐 칼리버가 있었다면 더 쉽게 끝낼 수 있던 지점이 몇 군데 있었다고 확신했다.

그럼에도 은혁이 세븐 칼리버 없이 이런 싸움에 임한 것에는 의미가 있었다.

‘배신자 처리를 위한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고…… 무엇보다 새로운 가능성을 많이 얻었으니까.’

특히 직업을 얻은 게 만족스러웠다.

그 순간, 밀렸던 직업 숙련도 메시지가 밀려왔다.

-전사 숙련도가 3% 증가했습니다!

-현재 전사 숙련도 : 7%++.

-마법사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현재 마법사 숙련도 : 31%++.

-도적 숙련도가 6% 증가했습니다!

-현재 도적 숙련도 : 101%+.

“오오.”

도적은 3차 각성에 돌입했다.

“등급 올리기.”

은혁은 지체 없이 선택했다.

-축하드립니다! 3차 각성하셨습니다!

-3차 각성 선택지로, 등급을 올리셨습니다!

-S+급 직업 그림자를 지배하는 도적 → SS-급 직업 그림자를 지배하는 도적

-모든 스탯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모든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속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속력 : S-.

-축하드립니다! 매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매력 : B+.

-현재 도적 숙련도 : 1%++.

‘좋았어!’

이제, 은혁의 핵심 직업인 전사, 마법사, 도적의 3개 직업은 모두 3차 각성에 도달했다.

‘지금이라면 1분 안에 살라키오스를 이긴다.’

갑자기 자신감이 급발진하는 것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유가 있었다.

은혁은 직업 보너스가 중첩되기에, 직업이 늘어날수록 강해진다.

그리고 추가 각성으로 등급 올리기를 하면 그 보너스는 보다 뚜렷해진다.

‘도적 직업이 3차 각성했으니, 적어도 [드래곤 로어] 한 방에 그림자가 쓸려나가진 않아. 이것만 해도 내 승률은 확 올라간다.’

즉, 그림자를 이용한 이동 견제 반격 효율이 확 올라가므로 드래곤 처치 시간이 확 줄어드는 것이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란 거지. 게다가…….’

게다가 숙련도 상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투가 숙련도가 10% 증가했습니다!

-현재 무투가 숙련도 : 60%+.

-무투가 패시브 스킬 [대형 몬스터 타격 숙련]을 획득하셨습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9% 증가했습니다!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104%.

-축하드립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100%를 초과했습니다!

-2차 각성 선택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A. 직업의 등급을 올린다.

-B. 직업을 승급한다.

“음. 소환술사도 2차 각성인가.”

별로 고민은 없었다.

“A. 등급을 올린다.”

-축하드립니다! 2차 각성하셨습니다!

-2차 각성 선택지로, 등급을 올리셨습니다!

-B급 직업 금속 차원의 소환술사 → B+급 직업 금속 차원의 소환술사

-모든 스탯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모든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의지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의지력 : SS- → SS

-축하드립니다! 매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매력 : B+ → A-

-소환술사 스킬 [금속 차원의 거신 면담 요청]을 획득하셨습니다!

-소환술사 스킬 [메탈 트랜스포터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소환술사 스킬 [금속 역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4%+.

“좋아!”

정말 좋은 스킬을 모조리 얻었다.

‘특히 [금속 차원의 거신 면담 요청]은 생각보다 엄청 빨리 얻었네.’

금속 차원의 거신은 금속 차원의 지배자다.

금속 차원의 거신을 소환하는 스킬이 아니라, ‘면담’만, 그나마도 ‘요청’하는 스킬이긴 하지만, 이 스킬의 존재는 꽤 크다.

은혁이 만족하는 동안, 마지막으로 궁술사 숙련도가 올랐다.

-궁술사 숙련도가 10% 증가했습니다!

-현재 궁술사 숙련도 : 99%.

-궁술사 스킬 [독수리의 눈]을 획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3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65.

“휴우, 이제야 다 끝났나.”

직업이 많다 보니, 밀렸던 숙련도 상승도 길어졌다.

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살라키오스의 사체를 노려봤다.

“정말 강적이었어.”

“음. 나도 봤어.”

염훈은 천장의 균열을 통해 은혁이 싸우는 것을 바라봤다.

보통 인간이라면 드래곤의 혈투를 보고 공포 상태에 빠지거나 했겠지만, 염훈은 물론 성기사였기에 그런 일이 없었다.

염훈은 몇 번이고 뛰어 내려가서 은혁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계약 대결]이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럼 이제 돌아갈까?”

염훈이 은혁에게 물었지만.

“후후. 잠시만.”

은혁은 살라키오스의 사체로 다가갔다.

그리고.

“[재료 적출].”

푸확!!

100층탑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들을 싹 다 적출했다.

-대형급 드래곤 하트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린 드래곤의 뼈를 획득하셨습니다!

드래곤의 비늘은 전부 불에 타버렸기에 적출해도 쓸 수가 없었다.

‘크크크. 이제 이걸 이용해서 또….’

은혁은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히죽 웃었고.

털썩.

결국, 탈진하고 다시 기절했다.

* * *

3일이 지났다.

그로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100층탑 관리국은 36층~37층을 일시 폐쇄시켰다.

살라키오스를 실제로 처치한 자가 나왔다는 것은 관리국으로서도 충격적인 일이었으므로.

36층~37층 구간에 도전하려던 플레이어들은 5층 광장에서, ‘일시 폐쇄’ 게시물을 보고 어이가 없었으리라.

폴링스트 왕국 또한 충격에 빠졌다.

살라키오스의 죽음이 분명 기쁜 일임에도, 실제로 일어났다는 걸 믿을 수 없었기에 왕국 전체가 충격을 받아 굳어 버린 것이다.

플레이어들과 하이 엘프 군단병들이, 살라키오스의 처참한 사체를 직접 끌고 나온 뒤에야 폴링스트 국왕이 외쳤다.

“오오, 위대한 용사의 예언이 사실이었구나! 우린 구원 받았다!!”

“와아아아아아!!!”

그리고 3일간 축제가 이어졌다.

은혁은 3일 내내 침대에 누워 있었다.

* * *

“거, 되게 걱정스럽네.”

염훈은 침대에 누워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은혁을 보며 말했다.

염훈 자신이 [상급 치유] 스킬을 썼고, 하이 엘프 세이지들이 치유도 해줬다.

그럼에도 은혁은 3일째 못 깨어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은혁이 눈을 번쩍 떴다.

“어! 은혁아, 정신 드냐?”

“으음.”

은혁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내가 얼마나 기절했었지? 1시간? 3시간?”

“3일 정도?”

“야. 사람이 그렇게 오래 자면, 도중에라도 좀 깨우지 그랬냐.”

은혁은 염훈에게 상식이 없다는 식으로 힐난을 했고, 염훈은 기막혀했다.

“야, 몸은 정말 괜찮아? 너 그렇게 오래 기절한 거 처음 아니냐?”

“무슨 소리야? 꽤 여러 번…….”

말하던 은혁은 아차 싶었다.

‘아, 맞다. 회귀하고 나서는 처음이지!’

은혁치고는 쉽게 하지 않는 말실수가 나왔다.

“여러 번? 너 기절한 적 많았어?”

염훈이 미심쩍어하자 은혁은 둘러댔다.

“흠, 내가 착각했군. 내가 오래 기절한 건 처음이고, 남들 오래 기절시킨 게 여러 번이었지, 참.”

“녀석. 잠이 덜 깼나 보구만.”

“그보다 네리콘과 블루종은?”

“두 놈 다 갇혀 있지. 아예 자백을 술술 하더만?”

블루종과 네리콘은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몸과 마음이 모두 약해진 상태인데다가, 그 둘에게 있어 은혁은 일종의 은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죄를 엘프 병사들에게 밝히고 지하실에 갇혀 있다.

“내가 볼 때는 너한테 목숨을 구걸하려고 하는 눈치던데.”

“목숨 구걸까진 아니고. 나한테 지은 죄가 좀 있는 놈들이긴 하지.”

그때, 폴링스트 국왕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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