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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00화 (200/434)

200화 : 김경철과의 대결 (1)

무작위로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이 인연의 길인데, 억지로 확률을 조작하려 드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파지직……!

반발력이 은혁과 시리우스를 향해 다가왔다.

“크윽, 멀었냐……!”

시리우스가 질문했고, 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쉽게는 안 낚이는군요.”

“뭐?!”

뚜드드득……!

낚싯대를 쥔 은혁의 손아귀는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그쪽에서 역으로 이쪽을 당기고 있습니다.”

“그게 말이 돼? 인연의 길이 지닌 시스템의 힘이 우선인데? 반대편에서 이쪽을 당긴다는 건 듣지도 못했어!”

“정신력이 시스템을 일부 초월하는 경지라는 거죠.”

은혁은 끌려가지 않기 위해 [그림자 분신 3.0]과 [메탈 워리어 소환] 스킬을 발동했다.

파앗!

파앗!

그리고 소환수들과 함께 낚싯대를 쥐고 버텼다.

뜨드드드드드……!

얼마 전 세븐 칼리버를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힘겨루기 과정 중에 차원의 낚싯대가 부서졌을지도 몰랐다.

“진짜 강하네. 역시 사이오닉 블레이더 김경철답습니다.”

은혁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맺혔다.

“사이오닉 블레이더 김경철이라면……!”

시리우스의 얼굴에도 경악이 스쳤다.

부길드장답게, 3군주 측 강자의 명성은 들어본 모양이다.

“사이오닉 블레이더로 승급할 때, 직업 수식어 따윈 필요 없다면서 스스로 버린 그놈 말인가?”

“오, 잘 아시네요.”

김경철이 본래 갖고 있던 직업 수식어는 ‘최강을 추구하는’이었다.

초능력자로 시작한 그가 사이오닉 블레이더로 승급할 때, ‘최강을 추구하는’이라는 직업 수식어를 버렸다.

사이오닉 블레이더로 승급한 자 중에서는 자신이 이미 최강이니, 너절한 직업 수식어는 거추장스럽다며 버린 것이다.

“미쳤군! 그런 자를 불러들여서 뭐 하자는 건가!”

“그건 알 필요 없고, 스킬에만 집중하시죠.”

“미친! 아무리 그래도……!”

그때였다.

-경고! 인연의 길에 적대적 감정을 품은 존재가 곧 다가옵니다!

“큭, 성공입니다.”

줄다리기를 하던 김경철이 마침내 호기심을 보이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씨유우웅……!

차원 저편에서 날아오는 소리는, 마치 먼 곳에서 포탄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콰콰쾅!!!

인연의 길 한복판에 무언가가 떨어지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스걱!

연기 중심에서 검기가 날아들었다.

“피해!”

은혁과 시리우스가 좌우로 피한 순간.

콰콰콰……!!

초능력의 검기가 휩쓸고 지나갔다.

저벅저벅…….

마치 방금 날린 검기는 인사 대신이라는 듯이,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한국인 남성이 걸어왔다.

흔히 ‘추리닝’이라고 부르는 짙은 녹색의 트레이닝복 옷차림이었는데, 그나마도 오래 입었는지 허름해 보였다.

“누가 날 불렀나?”

목소리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

“네놈이군.”

남자가 은혁을 노려보더니, 은혁의 차원의 낚싯대를 가리켰다.

“네놈의 낚싯바늘이 내 소중한 옷에 구멍을 냈다.”

“음…….”

아무리 봐도 싸구려 트레이닝복이었음에도, 남자는 크게 화를 냈다.

“당장 변상해라.”

“얼만가요?”

“네놈 목숨으로도 안 된다. 그러니 옆에 있는 놈의 목숨도 같이 내놔라.”

타앗!

김경철이 [사이오닉 부스트]를 걸고 달려들었다.

“아니, 나까지 왜!”

시리우스가 경악하며 [확률의 갑옷] 스킬을 썼다.

적의 공격을 반드시 일정 확률로 빗나가게 만드는 스킬이었지만.

“그딴 확률 장난은 안 통한다.”

푸확!

김경철이 사이오닉 블레이더로 승급한 직후 얻은 스킬이 바로 [필중]이었다.

“크악!”

시리우스의 한쪽 팔이 너덜너덜해졌고.

“청염백광태도!”

은혁은 세븐 칼리버를 제2형태로 바꾸어, 그 틈에 김경철을 공격했다.

하지만.

“[마인드 블래스트].”

투쾅!

은혁의 정신 자체에 충격파를 갈겼다.

하지만 은혁은 예상하고 [초월 명상]으로 정신을 급속 회복시키고 검을 휘둘렀다.

카강!

카가각……!

검을 맞대게 된 김경철의 표정에 호기심이 어렸다.

“호오?”

김경철은 은혁의 전투 방식에 흥미가 동했다.

“나랑 칼 잡는 법이 비슷하군.”

“하지만 실력은 제가 더 위일 겁니다.”

은혁은 김경철의 성격을 알기에 도발했다.

예상대로 김경철은 활짝 웃었다.

“시험해 볼까? [염체 분신].”

우우우웅……!

김경철이 넷으로 분화됐다.

본체 하나에 분신 셋이 아니라, 넷 다 본체다.

타앗!

김경철 C와 D는 시리우스를 상대하러 갔고, A와 B는 은혁에게 공격을 가했다.

파칭!

카캉!

2대1은 무리였다.

“큭, [메탈 워리어 소환]! [그림자 분신 3.0]!”

“[환수금침].”

파앗!

김경철이 스킬로 소환수들의 접근을 원천 봉쇄 했다.

그리고 김경철 A와 B는 씨익 웃으며 공격을 가해왔다.

채채채채챙!

칼에서 불꽃이 튀었다.

사실, 칼의 성능은 은혁의 청염백광태도가 훨씬 강했다.

김경철의 검은 싸구려 철검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은혁은 무기에서 밀리는 기분을 느꼈다.

‘[사이오닉 인핸스].’

염력으로 무기를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카캉!!

은혁의 청염백광태도가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김경철 A와 B는 튕겨 나간 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은혁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사이오닉 슬라이서].”

염력의 칼날 공격을 날림과 동시에.

“[스퀴즈].”

염력의 손아귀로 은혁의 목을 쥐어짜려 했다.

하지만 은혁은 두 공격을 예상했다.

청염백광태도를 허공에 튕긴 직후, 이미 그의 왼손에는 청염백광단검이, 오른손에는 장전된 선 리볼버가 있었다.

짧은 단검으로 반격을 시도하고, 기이한 권총을 꺼내 든 은혁의 의도는 김경철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해했다.

“승화! [강타]!”

화악!

길어진 칼날이 김경철 A의 심장을 쑤셨다.

은혁의 공격이 먼저 닿았기에 [사이오닉 슬라이서]는 빗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영거리 사격]!”

투쾅!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화염탄이 김경철 B의 명치에 꽂혔다.

김경철의 몸이 꺾이고 내부에서부터 불길이 치밀어 올랐기에, 은혁의 목을 쥐어짜려던 스킬은 무효화됐다.

“컥.”

“큭.”

한 방 한 방이 일격 필살의 공격이었기에 김경철 A와 B는 즉각 소멸했다.

김경철 A와 B는 소멸하면서 패배 요인을 김경철 C와 D에게 전송했다.

‘방심했다. 강하다. 다양하다. 경계해라.’

이것이 [염체 분신]의 무서움이다.

자신이 죽을 때, 자신이 왜 죽었는지를 나머지 본체들에게 전송한다.

단순 정보가 아니라 경험 그 자체였기 때문에, 김경철 C와 D의 강은혁을 상대로 한 전투 경험 자체가 상승했다.

파앗!

김경철 C와 D는 시리우스와의 싸움을 중단하고 크게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스킬을 발동했다.

“[염상 연결 소환]! 와라, 삼라참검! 만상참도!”

투쾅!

차원이 찢기는가 싶더니, 김경철 C와 D의 손에는 각각 8성급 아이템 삼라참검과 만상참도가 날아와 붙들렸다.

“큭.”

시리우스는 그걸 보며 패배를 직감했다.

“틀렸어. 무기까지……!”

“아니, 할 수 있습니다.”

은혁은 확신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이긴다.’

김경철 C와 D를 은혁과 시리우스가 따로 하나씩 맡아서 싸운다면 진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힘을 합친다면 이기고도 남는다.

“시리우스 님. [확률 지배]를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어떤 식이지?”

“제가 저 둘을 상대하는 동안, [가능성의 소용돌이]를, 하여간 최대한 키워두시길. 그럼!”

타앗!

은혁이 혼자서 [질주]를 발동, 김경철 C와 D를 향해 달려들었다.

“호오?”

김경철은 호기심이 일었다.

“삼라만상의 쌍병기를 모두 쥔 상태의 나에게 덤비다니, 흥미롭군.”

“[그림자 터널].”

우우웅……!

은혁은 [그림자 터널] 속으로 숨었다.

“흠?”

김경철은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건지 궁금해하며, 자신의 그림자를 경계했다.

“수상쩍은 기술이군.”

“방심하지 마라.”

김경철 C와 D는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자세를 취한 채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아함이 고조된 순간.

파앗!

은혁은 한참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일어난 일입니다!”

한참 떨어진 곳에서 은혁이 얄밉게 소리쳤다.

“……허.”

김경철은 살면서 이렇게 열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김경철 C와 D는 한마음으로 말했다.

“호기심 때문에 어떻게 싸우려나 보려고 했는데, 관둔다. 네놈은 즉각 찢어 죽여주마.”

“싫음.”

“크와아아!!”

타앗!

김경철 C와 D가 좌우에서 은혁을 덮쳐왔다.

“회피용 [광풍돌진권].”

쿠콰콰콰콰!!

은혁은 돌풍을 일으키며 회피했다.

“얄팍한 수작이다!”

김경철 C와 D가 공격을 가했다.

콰콰콰쾅!!!

삼라참검과 만상참도의 힘은 허명이 아니었다.

초능력 위력과 차원 감응성을 대폭 상승시켜주며, 위력 자체도 우수하기로 유명한, 엄청난 명검과 명도.

두 검의 공격은 은혁이 도망치던 곳 자체를 찢어발겼고, 스테이지의 일부인 인연의 길 자체를 파괴하며 사방에 충격파를 일으켰다.

“으악!”

“꺄악!”

곳곳에서 비명이 일어났지만.

“제길, 쥐새끼처럼 잘도 피하는군.”

은혁은 [그림자 도약]으로 아슬아슬하게 또 피했다.

“휴, 정말 위력 하나는 끝내주는군요!”

검에 염력을 싣고 휘두르는 것일 뿐인데도, 차원을 찢어발길 정도의 위력이다.

“단순 위력이 뛰어나니 기교고 뭐고 없네요. 리스펙트!”

은혁이 감탄했다.

그 꼴이 더더욱 김경철을 열받게 했다.

“네놈……!”

스르륵.

김경철은 [염체 분신]을 해제했다.

필살기를 쓰기 위해서는 하나일 필요가 있다.

“삼라만상! 내 검 앞에 모조리 끊어질지니……!!”

우우우우웅……!

김경철이 쥔 두 무기가 하나의 염(念)으로 묶였다.

필살기 준비 과정만으로도 공간이 떨렸다.

‘저건 막기도 어렵고 피하기도 어려운데.’

[그림자 도약]을 해도, 그림자가 있는 공간을 통째로 썰어 버리는 기술이다.

타앗!

은혁은 인연의 길 바깥으로 뛰어서 적당한 장소까지 연속 [질주]와 [도약]을 썼다.

“우왓!”

“뭐, 뭐야!”

다차원 교차로의 NPC들은 난데없이 싸움에 휘말리게 되었다.

“자자, 피하세요.”

은혁은 [그림자 터널]로 다른 이들을 도망치게 도왔다.

그 직후, 김경철의 필살기가 준비됐다.

“[무상무극참]!!!”

번쩍!!

은혁은 회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회피할 수도 없었다.

정면으로 맞았으니 몸은 죽고, 영혼과 기억마저 소멸해야 정상이었지만…….

-관리국의 권한으로 위력을 제한합니다!

“뭣?!”

김경철이 화를 내며 어이없어하자, 은혁은 식은땀을 흘리며 웃었다.

‘진짜 죽을 뻔했다.’

은혁은 아무 곳으로나 회피한 게 아니었다.

그가 선 곳의 바로 등 뒤에는 아이리스의 관리국 사무실이 있었다.

‘[무상무극참]은 관리국이 막아줄 줄 알았다.’

물론, 이건 ‘감’이었을 뿐, 여차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끼익.

은혁의 등 뒤로, 겨우 5미터 떨어진 사무실에서 아이리스가 나왔다.

“경고입니다! 본 건물은 관리국 소유의 건물입니다! 관리국 건물을 향해 8성급 무기로 필살기를 해방하는 것은 금지입니다!”

“크윽……!”

제아무리 날고 기는 김경철이라 해도, 관리국이 시스템적으로 간섭하면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강은혁 플레이어! 그쪽도 주의입니다!”

“저도요?”

“김경철을 당신이 불러냈으니, 그를 통제할 책임도 당신에게 있습니다!”

아이리스는 당차게 외치고 있지만, 사실 그녀도 지친 상태다.

[무상무극참]이 발동되기 이전에 막는 것은 그녀에게 어렵지 않지만, 실제로 발동이 되어서 날아오는 [무상무극참]을 무효화시키는 건 그녀로서도 힘든 일이다.

“그리고 이 근처에서 싸우지 말 것! 이상!”

쾅!

아이리스는 더 보고 싶지도 않다는 듯이 자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음.”

은혁은 ‘야단맞았네’ 하는 표정으로 머쓱하게 목덜미를 쓸었다.

힐끔.

시리우스는 다행히 은혁이 시키는 대로 [가능성의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다.

은혁은 김경철에게 제안했다.

“저쪽에서 싸우죠.”

“또 쥐새끼처럼 도망치지 않는다면.”

“설마요. 작전상 후퇴는 할 수도 있지만.”

“…….”

두 사람은 인연의 길 한켠의, 조금 넓은 장소로 갔다.

작은 학교의 운동장 넓이였다.

“1분이다.”

“네?”

“1분 안에 내가 널 죽이지 못하면, 네가 이긴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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