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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01화 (201/434)

201화 : 김경철과의 대결 (2)

1분 안에 은혁을 죽이겠다는 김경철의 호언장담.

하지만 은혁은 비웃었다.

“허, 자신만만하시군요. 무기 사용이 막힌 상태에서 이기시겠다고요?”

“네가 날 모르는구나?”

김경철이 노려보며 말했지만, 은혁은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알지. 너무 잘 알아서 탈이지.’

은혁은 회귀 전, 김경철에게 받은 가르침과 수모를 모두 갚아주기 위해 판을 짰다.

김경철은 스승이었지만, 제자의 이를 바득바득 갈게 만드는 스승이었다.

‘회귀자 방식의 청출어람을 보여주지.’

물론, 피와 살이 흩뿌려지는, 붉은색 청출어람이 될 예정이었다.

“그럼 아예 [계약 대결]로 판을 짤까요?”

“상관없으니 빨리해라.”

“아, 참고로 저는 무기 쓸 겁니다.”

“좋을 대로 해라.”

“그리고 시리우스의 도움도 받을 겁니다.”

“짜증 나는군. 일일이 조건 붙이고 묻고 반복하는데, 또 그러면 관리국이고 뭐고 다 쓸어 버리겠다.”

“……좋습니다.”

은혁은 얼른 [계약 대결] 규칙을 만들었다.

-[계약 대결]의 조건이 정해졌습니다!

-강은혁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경우, 김경철 플레이어는 강은혁 플레이어의 부탁을 세 가지 들어줘야 합니다!

-김경철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경우, 강은혁 플레이어는 김경철 플레이어에 의해 죽습니다!

-대결의 시간은 1분 이내로 합니다!

-대결의 장소는 현재 두 사람이 선 곳의 반경 15미터 이내로 합니다!

“이 정도면 되겠죠?”

“…….”

김경철은, ‘왜 내가 지면 너에게 세 가지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거냐’라고 묻고 싶었지만 곧 그 생각을 지웠다.

만약 물으면 은혁은, ‘막상 조건이 걸리니까 쫄았습니까?’라는 식으로 이죽거릴 테니까.

“조건은 상관없다. 그저, 내가 널 죽이는 건 대결의 결과가 아니라 대결의 과정일 뿐이겠지만.”

‘정말 지독한 성격이군.’

은혁은 속으로 웃었다.

회귀 전의 자신이 어떻게 이 인간의 제자가 되었는지, 그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때는 인연으로 묶인 상태였고, 김경철이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시절이라 가능했던 거였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때 당시의 나는 엄청 약했으니까.’

노력하는 재주만 있고 약했던 은혁을, 김경철은 반쯤 갖고 놀면서 제자로 키웠었다.

감사와 모멸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 은인 비슷한 존재.

‘그 김경철을 지금 꺾는다.’

-[계약 대결]이 발동되었습니다!

-대결 시작까지 3초.

-2초.

-1초.

-시작!

파앗!

두 사람은 동시에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최강의 스킬을 날려 끝내기로 했다.

스킬을 먼저 발동한 이는 김경철이었다.

‘[무극파혼참].’

적의 육신과 영혼을 갈기갈기 찢고 부수는 스킬.

적을 부정하고 소멸시키겠다는 일대일념을 모조리 검에 싣고 쏟아내는 사이오닉 블레이더의 절초.

한번 발동하면 김경철 자신도 공격을 멈추기 어렵다.

뿌드드드드드……!

은혁을 포함한 주변의 차원이 부서지는 소리. 그 소리는 마치 한 숲의 나무들이 일거에 부러지는 소리를 연상시켰다.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물질, 차원, 영체를 파쇄하는 소리.

은혁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도리어 자기 판단이 옳았다는 확신을 느꼈다.

‘예상대로다!’

은혁은 회귀자로서 날아올 기술을 미리 파악했고, 스팀펑크 메카닉 스킬인 [무기 간파]의 힘으로 김경철의 무기에서 스킬이 발동되는 타이밍을 완벽하게 읽어냈다.

덕분에 퓨전 스킬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휙!

은혁은 세븐 칼리버를 허공을 향해 높이 내던졌다.

‘눈속임인가?’

김경철은 찰나의 시간 속에서 의아해했다.

하지만 눈속임 목적은 아니었다.

은혁이 무기를 손에서 놓은 것은, 스킬 발동을 위함이었다.

‘[패링] + [무아연환격]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그와 동시에 김경철의 [무극파혼참]의 힘을 실은 일검일도가 은혁의 몸에 날아왔다.

“[무아연환의 공권 패링]!!”

뚜드드드드드득……!!

파괴되어 가는 세상을, 압착기로 다시 눌러서 끼워 맞추는 듯한 소리.

은혁이 모든 공격을 튕겨내는 소리였다.

‘이 기술만은 맨손으로 써야 한다!’

은혁은 맨손 [패링]에 성공했던 그날부터 이와 비슷한 상황을 상정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 해냈다.

“뭣……!”

뚜드드드드드드……!!

[무극파혼참]이 서서히 밀렸다.

‘말도 안 돼. 도대체 이 무슨……!’

김경철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놈은 내 필살기가 [무극파혼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쓰도록 일부러 상황을 유도했다!’

그걸 위한 도발과 회피였다.

[무극파혼참]은 적 1체를 완전히 끝장내는 필살 스킬.

단점은 2가지.

첫째. 범위가 좁은 편이라는 것.

둘째. 한번 발동하면 스스로 멈추기 어렵다는 것.

‘큭.’

조금 떨어진 곳의 시리우스는 [가능성의 소용돌이]를 거의 완성시킨 상태.

‘지금이라도 스킬을 강제로 끊고 저 시리우스라는 놈부터 죽여야 하나?’

뚜득……!

뚜드드드득……!!

집중력이 아주 조금 흐트러졌을 뿐인데도 은혁의 스킬이 더 우세해졌다.

‘아니, 집중하자! 지금 이 판단 또한 놈의 계산하에 들어가 있겠지.’

김경철은 이를 악물고 [무극파혼참]에 모든 의지력과 염력을 퍼부었다.

‘망설이면 오히려 진다! 네놈의 계산과 내 저력! 승부다!!’

쿠구구구구구……!!

은혁의 손이 찢겨나가기 시작했다.

“큭……!”

은혁이 다시 밀리기 시작했다.

‘역시 똑똑하네.’

은혁은 내심 쓰게 웃었다.

공격을 가하는 쪽보다 튕겨내는 쪽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은혁의 양손에 부상이 누적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

하지만 은혁은 이 순간 속에서도 강한 확신을 품었다.

‘괜찮아! 통한다!’

은혁의 눈에는 숙련도 상승 메시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전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전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전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전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전사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전사 숙련도 : 12%++.

-전사 패시브 스킬 [초능력 저항]을 획득하셨습니다!

-무투가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무투가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무투가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무투가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무투가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현재 무투가 숙련도 : 75%+.

-무투가 스킬 [공허충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은혁은 초능력을 쓰는 강자와의 싸움을 통해, 그에 적합한 스킬을 얻었다.

우우우웅……!

은혁의 몸을, 패시브 스킬인 [초능력 저항]이 감쌌다.

파바바바바바박……!!

어느새 [무극파혼참]은 중화되었다.

멈칫……!

은혁과 김경철의 양팔 모두 크게 벌어진 채 멈칫한 상태.

두 사람의 거리는 겨우 1미터.

둘 중 누가 먼저 반격하느냐에 따라 싸움의 향방이 정해진다.

“[사이오닉 블래스트]!”

김경철은 즉시 은혁의 정신을 노려서 공격을 가했지만.

“[공허충장]!”

예상한 은혁이 손등을 자기 이마 위에 얹으면서, 손바닥으로 스킬을 발동했다.

투확!

김경철의 정신 타격 스킬이 흩어짐과 동시에, 은혁은 선즈 리볼버를 허리 높이로 들었다.

철컥!

“읏!!”

갑자기 권총을 꺼내 든 은혁을 보고 놀란 김경철은 [사이오닉 실드]를 전력으로 전개했다.

은혁은 방아쇠를 당기면서 스킬을 썼다.

“[거대화]!!”

투쾅!!

발사 순간의 화염탄이 몇 배로 커졌다.

쿠콰콰콰쾅!!!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화염탄은, 초능력의 힘으로 생성된 방패막을, 강한 관통력으로 뚫으며 폭발했다.

“크악!”

김경철이 비틀거리며 뒤로 크게 물러났고, 그 직후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 일어났다.

꾸웅!!

김경철의 머리 위로 묵직한 듀얼 체인 소드가 떨어진 것이다.

“으윽?!”

“절묘!!”

은혁이 아까 허공에 높이 던진 듀얼 체인 소드가 높이 떴다가 떨어지는 중이었다.

마침 김경철이 물러난 그 지점으로 떨어지다가 타이밍 좋게 머리에 명중한 것이다.

김경철은 슬랩스틱 코미디 속 연기자처럼 비틀거렸고, 은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블레이징 러시]!!”

콰콰콰쾅!!

화르르르륵!!

화염과 광풍의 돌진이 제대로 김경철의 몸에 꽂혔다.

“크악……!”

갑옷 덕분에 치명상까진 아니었지만, 완전히 무방비하게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혁은 김경철이 비틀거리는 틈을 타서 재차 스킬을 발동했다.

“[메탈 워리어 소환]! [메탈 레인저 소환]!!”

수십 체의 금속 병사들이 나타났다.

부웅! 부웅!

콰콰콰콰……!

근거리 금속 무기와 원거리용 볼트가, 또다시 지근거리에서 김경철을 마구 공격해댔다.

머리에 충격을 받은 직후, 사방에서 날아드는 약한 공격은 김경철을 더 크게 비틀거리게 했다.

“이깟 놈들이!”

파악!

콰쾅!!

김경철은 분노를 쏟아부으며 소환수들을 처치했다.

분노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마력을 뿜어냈지만, 김경철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다.

‘놈은 어딨지?!’

그동안 은혁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양손으로 퓨전 스킬을 발동하고 있었다.

“[광풍흡성기류장] + [화염 방사]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인페르노 볼텍스]……!”

화륵, 화르륵……!

하지만 이전처럼 크게 터지진 않았다.

은혁이 억지로 스킬의 발동을 억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그그극.”

은혁은 완성된 퓨전 스킬을 왼손으로 옮기고, 오른손으로는 [그림자 터널]을 발동했다.

“[가능성의 소용돌이]는 준비됐습니까, 시리우스!!”

“됐다!!”

“[그림자 터널]로 던져요!!”

콰아아아아……!

[그림자 터널]로 전송된 [가능성의 소용돌이].

은혁은 [그림자 터널]을 미끄럼틀처럼 조작하여 김경철을 향해 미끄러지도록 했다.

쿠오오오오……!

“가라! [인페르노 볼텍스]!!”

은혁은 억눌렀던 스킬을 해방했다.

그러자 [가능성의 소용돌이]와 [인페르노 볼텍스]가 한데 합쳐지더니.

휘오오오오오오오……!!!

너무나도 거대한 화염과 가능성의 소용돌이가 그곳에 나타났다.

그 크기가 너무나 거대해서, 40층~42층 구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콰두두두두두……!!!

화르르르르르……!!!

가능성을 찢어발기고 모든 걸 불태우는 거대한 소용돌이는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는 춤처럼 휘몰아쳤다.

“이 미친 새끼야!!”

김경철이 피하면서 외쳤다.

“네놈이 뭔 짓을 한 줄 아냐!”

“모릅니다. 저도 처음 해보는 거라.”

“큭, 봉인하겠다!!”

“아, 봉인 좋죠.”

은혁은 팔짱을 낀 채 김경철이 뒤쪽으로 걸어가더니.

퍽.

갑자기 성의 없는 로우킥을 김경철의 다리에 날렸다.

“욱?!”

약한 로우킥이라도 무릎 뒤에 꽂힌 탓에, 김경철의 무릎이 살짝 굽혀졌다.

“뭐, 뭐냐!”

“막타요.”

“뭐?!”

-제한 시간 종료!

-제한 시간까지 김경철 님은 강은혁 님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규칙에 따라 승자는 강은혁 님이 됩니다!

“승리.”

은혁이 선언했고, 김경철은 분함 때문에 죽을 지경이 되었다.

김경철은 이를 빠드득 갈았지만 당장은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거, 빨리 봉인 하시죠? 안 그러면 우리 다 죽는데?”

“크윽……!”

김경철은 분노를 억누르며, 삼라참검과 만상참도를 꺼냈다.

하루에 최대 2회까지만 시행할 수 있는 스킬을 썼다.

“[삼라만상의 봉인]!!”

파앗!

화염의 힘을 머금은 [가능성의 소용돌이]를 일단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허억, 허억…….”

기진맥진한 김경철 앞에 은혁이 섰다.

“세 가지 부탁을 들어주실 때까진 저와 함께하셔야 합니다.”

“…….”

김경철은 고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계약 대결]의 결과는 그조차도 어쩔 수 없었다.

“좋아. 원하는 걸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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