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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03화 (203/434)

203화 : 시리우스와의 대결 (1)

도망치는 시리우스를 본 은혁은, ‘또 차원의 낚싯대를 써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곧 도망치는 걸 멈추더니, 자신의 마검을 움켜쥐었다.

“하앗!!”

푸욱!!

그러고는 자신의 복부를 깊게 찔렀다.

“으음……!”

그걸 본 은혁은 침음성을 흘렸고.

“하긴 나 같아도 자살하겠다.”

김경철은 묘하게 납득하는 소리를 했다.

그동안 시리우스는 고개를 쳐들며 처절하게 외쳤다.

“[불확정성의 구름]!!”

부우우웅……!

몸 전체가 붉은 구름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부글부글부글……!

이내 끓어오르는 듯 기포를 내뿜으며, 거품처럼 변했다.

일시적이지만 인간을 초월한, 가능성의 화신이 된 것이다.

시리우스가 직접 제작한 자신만의 마검과 [확률 지배] 고유 스킬을 융합하여 발동하는 궁극 스킬.

‘저런 식으로 발동이 되는 거였나?’

회귀 전 지식을 가진 은혁이었지만, [불확정성의 구름]이 발동된 이후의 형태를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다.

‘대충 어떤 건지는 알지만 실제로 싸워보는 건 처음이다!’

휙!

은혁은 시험 삼아 차원의 낚싯대를 휘둘렀다.

틱.

거품과도 같은 [불확정성의 구름]에 닿는가 싶더니.

타악!

한참 멀리 튕겨 나갔다.

-강은혁! 너는 내게서 선택의 여지를 모조리 빼앗았다! 행복 길드의 부길드장으로서의 모든 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흠?”

은혁은 억울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왜 제 탓하면서 급발진입니까?”

-뭐라고! 날 이렇게 궁지로 몰은 주제에 무슨!

“웃기지 마시죠. 일부러 아까는 언급을 안 했는데, 지금까지 날 죽이려고 철거반, 추적팀, 소각팀까지 보냈잖습니까?”

그랬다.

은혁은 시리우스가 부하들을 시켜 자신을 처리하려 했다는 사실을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은혁을 죽이려고 노력한 쪽은 시리우스다.

은혁이 노련하게 대처했기에 별 위협이 되지 않았을 뿐, 심각한 살의를 먼저 보인 쪽은 시리우스인 셈이다.

“저는 평소에 절 암살하려고 하는 놈을 살려두는 성격이 아닌데도, 당신과는 장기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일부러 그 사건들을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한데 이런 식으로 나오신다면…….”

-닥쳐! 닥쳐! 장기적이고 협력적?! 오랫동안 날 노예로 부려 먹겠다는 거잖나!

“뭐, 정확히는 노예로 부려 먹는 게 아니라 노예처럼 부려 먹는 거고, 애초에 NPC를 대놓고 노예로 만들어서 불에 달군 낙인찍고 하던 당신에게는 합당한 결말이라고 봅니다만. 다 아까 했던 말 아닌가요?”

-닥쳐! 닥쳐!! 아아악!!!

시리우스는 정말로 발광하기 직전이었다.

우우우웅……!

끓어오르는 분노와 함께, [불확정성의 구름] 스킬이 강해졌다.

-그러므로! 난 널 죽이고 이곳에서 도망치겠다!!

“뭐가 그러므로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으면 해보시죠. 아, 제자야. 넌 끼어들지 마라. 그리고 이 쥐 떼 두목도 부탁해.”

휙!

은혁은 쥐 떼 두목을 김경철에게 던져줬다.

“존명!”

김경철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

은혁은 듀얼 체인 소드를 꺼냈고, 확률의 거품 상태인 시리우스 또한 그의 마검을 꺼냈다.

은혁의 눈에는, 부글거리는 거품의 구름이, 수십 자루의 칼을 동시에 꺼내는 것으로 보였다.

평범한 장검으로 보이지만, 칼 한 자루 한 자루가 확률의 마검이 되어 있는 상태.

‘지금의 시리우스는 마치 몰락한 지고의 위상과 같군.’

은혁은 회귀 전의 기억 속 정보를 더듬으며 전략을 짰다.

‘큰 거 한 방을 먹이려는 욕심은 버려야 이긴다.’

시리우스가 먼저 공격해왔다.

-[다중 확률의 칼날]!!

명중과 빗나감의 중첩 상태의 칼날을 마구 날려댔다.

실초와 허초가 중첩된 상태이므로 일반적인 방어구를 쓴 방어는 불가능했다.

절묘한 [패링]을 한다고 해도 성공률은 50% 남짓.

크게 피하거나 아니면 공격 자체를 받지 않아야 했다.

“[메탈 벙커 소환]!”

그래서 은혁은 아예 벙커 속에 들어가서 버티기로 했다.

터터터텅!!!

수십 개의 검격이 은혁이 만든 메탈 벙커에 명중했다.

시리우스는 그 직후, 자신의 검에 추가 마법을 썼다.

-[플레이밍 엣지]!

화르륵!

검에 불을 붙이는, 가장 기본적인 히든 이펙트.

은혁도 자주 쓰던 기술이었다.

마검사로 승급한 시리우스는 어지간한 원소 계열의 공격 스킬을 모두 익히고 있었다.

-[아이스 코팅]!

-[라이트닝 파워]!

-[윈드 포스]!

-[어스 인챈팅]!

냉기, 전기, 바람, 대지의 힘까지 검에 깃들게 했다.

검에 깃든 힘이 거품에 비치면서, 거품이 알록달록하게 빛났다.

슈욱……!

칼날을 품은 거품들은 말 그대로 구름 같은 움직임으로 메탈 벙커에 접근해 왔다.

-죽어라!!

콰콰콰콰콰콰……!!

수십 개의, 다양한 속성의 칼날을 수십 번씩, 도합 수천 회의 칼질을 날려서 메탈 벙커를 짓이겼다.

콰드득!!

콰쾅!!!

물론, 은혁은 그 안에 없었다.

한참 떨어진 곳으로 [그림자 도약]을 썼다.

그리고 특별히 힘을 집중시켜가며 [그림자 분신 3.0]을 발동시켰다.

스르륵.

스르륵.

스르륵.

[그림자 분신 3.0]을 3회 발동하여, 총 A, B, C의 3체를 소환해 냈다.

듀얼 체인 소드를 든 그림자 분신 A.

청염백광단검을 든 그림자 분신 B.

선즈 리볼버를 든 그림자 분신 C.

그리고 맨손의 본체까지.

“시리우스 님. 시간이 없으니 봐주지 않고 빨리 끝내겠습니다.”

그러자 [불확정성의 구름] 상태가 된 시리우스는 비웃었다.

-웃기는군! 어중간한 중거리 전투는 마검사에게 가장 유리한 간격! 게다가 지금의 나는 [불확정성의 구름] 상태이므로 네 물리 공격은 안 통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덜’ 통하는 거겠죠.”

은혁의 본체는 주먹에서 우드득 소리를 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김경철을 봤다.

“잘 봐라, 제자야. 네 스승이 제대로 분신 쓰는 법을 보여 줄 테니까.”

타앗!

은혁은 분신들과 돌진했다.

“전원! 시간차로 [광풍돌진권]을 쓴다!”

투쾅!!

투쾅!!

투쾅!!

투쾅!!

명중을 위한 [광풍돌진권]이 아니라, 포위 진형을 짜기 위한 이동기로서의 스킬 발동이었다.

[광풍돌진권]을 쓰면 몸 주변에 회오리 같은 광풍이 생겨나므로, 이동 중 공격당할 확률이 낮아진다.

하지만.

-확률의 거품은 돌풍을 무효화할지니!

부요옹……!

우스꽝스러운 소리와 함께 확률의 거품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고, [광풍돌진권]의 바람과 닿았다.

화악!

[광풍돌진권]의 돌풍이 산들바람 수준으로 약해졌다.

돌진력 자체도 급격히 약해졌다.

-내 앞에서 정상적인 스킬 발동을 기대하지 말지어다!

그렇게 외치며 다시 확률의 검을 마구 휘둘러댔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검은 은혁과 그 분신들의 몸 근처에도 닿지 못했지만.

서걱!

파각!

퍼버버버벅!

확률의 검은 은혁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정강이를 때리고, 갑주를 마구 두들겼다.

그걸 조금 멀리서 지켜본 김경철은 침음성을 흘렸다.

“과연 확률의 검이란 거군. 꽤 성가시겠는데…….”

어쩌면 은혁이 패배하고, 자신은 자유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건 성급한 생각이었다.

“계획대로다! 전원 돌격!”

은혁은 확률의 검의 공격 범위를 예측할 수 없었다.

명중률이 제멋대로이므로, 시리우스 본인조차도 대략적으로만 알 뿐.

그래서 은혁은 직접 맞으면서 그 범위의 한계를 추론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 은혁은 [광풍돌진권]을 썼고, 시리우스는 [광풍돌진권]을 무효화하느라 은혁에게 더 치명적인 스킬을 재차 쓰는 대신 일반적인 칼질을 해댄 것이다.

그렇게 한 수씩 교환하는 것은 은혁의 계획.

‘시간차 사방공격!’

부웅!

듀얼 체인 소드를 든 분신 A는 상당히 정직한 [강타]를 먹였다.

투퉁!

두 개의 회전 칼날이 튕겨 나가는 듯했지만.

파카카카칵!

아주 조금씩 거품을 찢으며 피해를 줬다.

‘뭐?!’

당황한 시리우스는 분신 A가 행한 공격의 정체를 깨달았다.

‘칼날의 회전 방향이 다르다고?!’

별것 아닌 꼼수다.

듀얼 체인 소드에는 두 자루의 전기톱 같은 칼날이 있는데, 각 칼날의 회전 방향을 반대로 하는 것도 가능했다.

원래는 거대한 적의 비늘을 상하의 반대 회전으로 찢어 벌리는 역할이지만.

콰드드드득!

확률적으로 공격의 성패를 결정하는 거품에도 어느 정도 통했다.

-이깟 잔재주로 뚫을 줄 알았나!

시리우스는 분신 A를 향해 무수히 많은 확률의 검을 휘둘렀다.

전부 피하기엔 너무 깊숙이 들어온 상태였지만, 분신 A는 침착하게 스킬을 썼다.

“[쾌속보] + [멀티 패링] 융합.”

[쾌속보]를 뒷걸음질 방식으로 쓰며 [멀티 패링]을 연속 발동했다.

일반적인 [패링] 계열 스킬로는 확률의 검을 전부 튕겨내는 게 불가능했지만…….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쾌속 멀티 패링].”

[쾌속 멀티 패링]은 스텝에 집중을 둔 [멀티 패링]으로서, 빠른 스텝에 맞춰가며 튕겨내는 퓨전 스킬.

히든 이펙트의 힘을 머금은 퓨전 스킬이기에, 확률의 검에 어느 정도 대항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이조차도 확률의 검을 전부 튕겨내는 건 불가능했지만, 뒷걸음질 방식의 [쾌속 멀티 패링] 자체가 회피기이기도 하므로 실제로 은혁이 입는 피해는 극히 적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분신 B가 공격을 가했다.

분신 B는 청염백광단검을 들고 있었다.

“승화!”

칼날이 하얀빛과 파란 불꽃의 칼날로 변화하며 길게 뿜어져 나왔다.

분신 B는 그 칼날에 [화염 방사]를 썼다.

-히든 이펙트 발동!

“[바이올렛 블레이드]!”

청염백광단검의 칼날이 초고열의 보라색 칼날로 변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김경철마저도 손으로 눈을 가릴 정도의 흉악한 파괴력을 방사해내는 빛.

그 위력은 은혁이 청염백광태도로 처음 이 스킬을 썼을 때보다도 상승해 있었다.

은혁이 그때로부터 상당히 성장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문제는 위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었다.

청염백광단검이 스킬을 버티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게 좋은 거야.’

은혁의 본체는 생각했고, 분신 B는 그 칼날을 휘두르는 대신, 추가로 스킬을 융합했다.

“[바이올렛 블레이드] + [파동의 그림자].”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바이올렛 디스차지]!!”

극도로 불안정하고 강력한 화염의 칼날에, 상극인 그림자의 힘이 담긴 파동이 닿는 순간.

콰쾅!!

화르르르륵!!

칼날이 깨지고 융해의 화염이 방출됐다.

극도로 불안정한 빛과 화염의 격류는 일부만 무효화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시리우스로서도 전력을 다해 통째로 무효화시켜야 했다.

-큭! [확률 지배]!!

확률의 구름 상태인 시리우스가 전력을 다해 [확률 지배]를 쓰자, 몸체의 확률 구름이 소멸하면서 [바이올렛 디스차지]도 소멸했다.

‘좋아. 많이 약해졌군.’

분신 B의 마력 대부분과 쳥염백광단검의 내구도를 상당 부분 소모해가면서 쓰는 기술이므로 두 번 연속은 절대 불가능했다.

하지만 어차피 분신 C가 그 뒤를 이어 공격할 차례였다.

철컥!

분신 C는 이미 장전된 선즈 리볼버를 디코킹시키더니, 실린더를 옆으로 빼냈다.

그리고.

“[화염 지배].”

화염 지배 스킬로 이미 실린더에 삽입된 화염탄 5발을 강제로 빼냈다.

그러고는 러시안룰렛을 하듯, 실린더를 회전시켰다.

띠리리리리리릭……!

그리고 다시 실린더를 삽입, 장전했다.

철컥!

이제, 6연발 실린더에는 1발만 들어 있고 나머지 5발은 빈 실린더.

6분의 1 확률로만 발사되고 6분의 5 확률로 발사 실패되는 상태.

은혁은 화염탄이 장전된 실린더와 그렇지 않은 실린더 양쪽 모두에게 진심을 담았다.

‘실패 확률의 묘리를 역이용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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