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 시리우스와의 대결 (2)
“발사.”
철컥, 철컥, 철컥!
은혁의 선즈 리볼버 발사는 연속으로 실패했다.
그 순간.
퍼버벙!
얄궂게도, 발사가 실패했는데도, 시리우스의 몸체를 이루고 있는 확률의 거품이 터졌다.
확률에 반응하는 특성상, 실패 확률에 오히려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따위 꼼수로는 내 본질에 피해를 주지 못한다!
시리우스의 말도 맞았다.
하지만 분신 C의 사격은 거품의 양 자체를 줄이는 일일 뿐이다.
투쾅!!
드디어 실탄이 격발됐다.
하지만 시리우스의 [불확정성의 구름] 스킬의 특성상 역설적이게도, 실제로 선즈 리볼버에서 발사가 이루어진 공격이건 빗나간 공격이건 비슷한 수준의 거품만 터져 나갔다.
-이놈……!
시리우스가 칼날을 휘두르려 하니, 분신 C는 다른 두 분신들과 다르게 멀찍이 뒤로 피했다.
그리고 또다시 실린더에 방금 빼 둔 화염탄을 재장전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일부러 빗나가게 쏘는 대신, 바로 달려들어 스킬을 썼다.
“[영거리 사격].”
철컥!
시리우스가 흠칫했지만, 이번에도 빈 실린더였다.
“[저격]. [관통 사격].”
철컥! 철컥! 철컥!
전부 발사되지 않았다.
스킬은 마력을 소모해 가며 정상 발동되지만, 정작 그 스킬을 실현해야 할 무기는 확률적으로 발사되지 않는 상황.
이 불합리하게 펼쳐지는 확률은 꾸준히 시리우스가 두르고 있는 확률의 구름을 깎아냈다.
철컥! 철컥!
5회 방아쇠를 당겼는데 전부 실패했다.
그러자 분신 C는 침착하게 선 리볼버의 실린더를 옆으로 뽑아낸 뒤 다시 실린더를 회전시켰다.
-일부러 실패하는 거냐!
일부러는 아니다.
정말로 일부러 실패하는 거라면 시리우스의 확률의 구름이 터지지 않는다.
6분의 1이라는 확률을 만들고, 진심을 담아서 방아쇠를 5회 당기는 것일 뿐.
은혁은 방아쇠를 당길 때, 분명히 제대로 격발될 거라는 믿음을 담아서 쐈다.
물론, 6개의 실린더 중 5개를 비워놨으니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도록 유도한 건 맞다.
그럼에도 은혁은 자신의 모든 방아쇠 당기기가 의미를 지니기를 진심으로 믿었다.
바로 그렇기에 확률의 구름이 반응한 것이다.
퍼버벙!
-성가신 놈 같으니!! 아악!!
시리우스가 [불확정성의 구름] 상태이기에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은혁의 분신 C가 하는 일의 결과는 얄궂기 그지없었다.
-죽어! 전부 죽어 버려라!
시리우스는 그림자 분신 셋에 의해 3면이 포위된 상태로 싸웠다.
콰드드드!
화르르륵!
철컥! 철컥! 철컥!
그 광경을, 은혁은 [초월 명상] 상태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시리우스를 끝장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은 은혁으로서도 부담이 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은혁은 방금 그 각오를 마쳤다.
‘내 차례군.’
강은혁의 본체가 한 걸음 내디뎠다.
타앗!
맨손의 강은혁 본체가 달려드는 걸 본 시리우스는 [다중 확률의 칼날]을 휘둘렀다.
하지만.
“[강화형 플라즈마 뉴트럴라이저].”
반지 형태를 한 방어구, 강화된 미디엄 링에서 퓨전 스킬이 발동했다.
화르르르륵……!!
콰콰콰콰콰……!!
공격의 대부분이 막혔다.
-겨우 그걸로 막는다고?!
시리우스는 납득하지 못했지만, 은혁은 막을 자신이 있었다.
단지 [강화형 플라즈마 뉴트럴라이저]가 강해졌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분신 A B C가 끊임없이 공격과 견제를 가해 준 덕분에 확률의 구름이 많이 터졌으므로 위력이 준 탓이다.
‘[불확정성의 구름]은 거의 60% 수준으로 깎였다!’
-네놈 노림수를 모를 줄 알았냐!
부글부글부글부글……!
비누 거품이 불어나듯, [불확정성의 구름]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꼼수로 구름의 숫자를 줄여 봤자다! 확률의 구름이 소멸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 크기대로 회복된다!
확실히 그 정도는 되어야 부길드장의 궁극기라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은혁도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림자 터널]! [파동의 그림자]!”
화악!
[그림자 터널]의 힘을 시리우스의 밑에 발동시켰다.
시리우스 자체가 아닌, ‘바닥’을 향한 스킬이었기에 별다른 실패율 적용 없이 성공했다.
그리고 그 그림자에서 [파동의 그림자] 스킬이 밑에서 위로 솟아올랐다.
꿀렁꿀렁……!
우우우우웅……!
물결치는 듯한 충격의 파동을 지닌 그림자는, [불확정성의 구름]이 지닌 가능성의 파동과 끈적하게 얽혔고, 구름이 회복되는 것을 막았다.
-크윽, 윽……!
회복의 길이 막힌 시리우스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당황했다.
그리고 은혁의 본체가 어떤 흉악한 스킬을 쓸 건지 상상이 안 갔기에 공포를 느꼈다.
“[무아연환격].”
타앗!
투두두두두두두두두……!!
자기 자신을 잊을 정도의 공격일변도 무투가에게 어울리는 스킬.
늑대인간의 근육을 곤죽으로 만들고도 남을 정도의 강력한 연타였지만, 이 경우에는 정답이라 보기 어려웠다.
-공격이 실패했습니다!
-공격이 실패했습니다!
……
……
-공격이 실패했습니다!
-공격이 실패했습니다!
은혁의 눈에 메시지가 연달아 떴다.
성공한 공격에는 달리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지만, [불확실성의 구름] 때문에 실패한 공격에는 하나하나 메시지가 떴다.
문제는 실패가 그냥 빗나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뻐억!
퍼억! 퍼버벅!
실패한 공격은 전부 은혁의 몸에 꽂혔다.
주먹을 100방 날리면 50방은 빗나가고, 25방은 시리우스에게 명중하는 대신, 역으로 은혁의 몸에도 25방 정도는 꽂히는 식이다.
퍼버버벅!
주먹 몇 방이 은혁의 코에 명중했다.
은혁은 자기 주먹에 맞고 코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그걸 본 시리우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멍청한 놈! 자기 주먹에 자기가 비틀거리다니!
시리우스는 비웃느라 반격도 잊었다.
눈에 보이는 장면이 너무 웃겨서 비웃지 않고 견딜 수가 없었다.
-겨우 그거였나, 강은혁? 일단 어떻게든 내 [불확정성의 구름]의 크기를 줄여놓고, 연타를 날리면 결국 내가 굴복할 거라고 판단한 건가? 참으로 유치한 판단이다!
“크윽……!”
은혁은 화를 냈다.
하지만 시리우스에 대한 화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화였다.
“왜 이렇게……!”
은혁은 자기 주먹에 대고 화를 냈다.
“왜 이리 약한 거냐!!”
피를 흩뿌리며 외쳤다.
“한 방 한 방이 대가리를 터뜨려서 죽일 정도의 위력이어야지!! 이래서는 그냥 아플 뿐이야!!!”
은혁은 자기 주먹에 코피가 나서 화가 난 게 아니라, 딱 그 정도 위력이라 화가 났다.
실제로 주먹 한 방에 머리통을 터뜨릴 정도로 강했다면, 이 상황에서는 오히려 은혁 자신이 죽었을 터.
하지만 은혁은 진심으로, 자신의 나약한 주먹에 분노하며, 시리우스에게 주먹을 날렸다.
“[무아연환격]!!”
뻐억! 뻐억!!
퍼버버벅!!!
실제로 주먹의 위력이 강해졌다.
퍼퍼퍼퍼펑……!
[불확정성의 구름]도 마구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대신, 은혁의 몸에 꽂히는 주먹도 강해졌다.
주먹이 인슈어런스 아머에 꽂힐 때마다, 충격파는 방어력을 뚫고 내장이며 갈비뼈에 충격을 줬다.
비틀거리던 은혁은 당연히 분노했다.
“왜 이리 약한 거냐, 이 몸뚱이는!!!”
자기 주먹이 강해졌으니 몸이 못 견디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은혁은 그 당연함을 용납하지 않고 분노했다.
“이깟 연타에 맞는다고 비틀거려서! 어떻게 100층을 공략하겠냐, 강은혁!! 이 나약한 새끼야!!!”
그걸 본 쥐 떼 두목과 김경철은 기가 막혔다.
“미, 미친놈.”
“저런 미친놈의 제자가 되어야 하는 건가……!”
그 와중에도 은혁은 무작정 주먹을 갈겼다.
시리우스 또한 이대로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모든 체력과 마력을 [불확정성의 구름]에 쏟아부었다.
‘여기서부턴 근성 싸움이다!’
은혁은 무아지경 속에서도 사납게 웃으며 외쳤다.
“계획대로다! 분신들이여!!”
타앗!
시리우스를 포위하고 있던 [그림자 분신 3.0]이 은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르륵.
그들은 다시 은혁에게 합쳐지는가 싶더니, 은혁은 그림자를 그대로 거대한 [섀도 암]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본체의 주먹과 그림자의 주먹이 합쳐졌다.
“[섀도 암] + [무아연환격]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퓨전 스킬 [무아연환섬영격]!!!”
실체를 지닌 본체의 주먹과 그림자의 주먹.
그것들이 한데 뒤엉키고, 합쳐지고, 분리되면서 무수히 많은 주먹을 낳았다.
퍼버버버버벅!!
물리적인 주먹인가 싶으면.
촤자자자자자작!!
그림자가 채찍처럼 후려 갈겨댔다.
시리우스는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고 처맞았다.
‘휘두르는 순간 결정된다고?’
그랬다.
[무아연환섬영격]은 물리적인 주먹과 그림자의 주먹 중 하나가, 적에게 적중되기 직전에 타격의 여부가 결정된다.
더 무서운 건, 휘두르는 은혁 자신도 어떤 주먹이 본체의 주먹이고 어떤 주먹이 그림자의 주먹인지 모른다는 것.
본체의 주먹과 그림자의 주먹을, 2중의 무아 상태로 한없이 날리는 것.
그것이 [무아연환섬영격].
퍼버버버버벅……!!
투두두두두두두두……!!
은혁 또한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마침내 시리우스의 [불확정성의 구름] 스킬을 뚫었다.
-[불확정성의 구름]이 해제됩니다!
터텅!
“커헉!”
스킬이 취소되며 시리우스가 튕겨 나갔다.
물론, 은혁도 만신창이 상태.
손가락만 겨우 까딱할 수 있는 상태였다.
포션이라도 한 병 마시면 빠르게 회복되겠지만, 시리우스는 은혁이 뭔가를 먹는 순간에 맞춰 [확률 지배]를 쓸 터였다.
“이 지독한 새끼……!”
시리우스가 부들부들 떨면서 화를 냈다.
“어떻게 파훼한 거지?”
“똑똑한 두뇌와 치열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닥쳐! 넌 내 스킬을 전부 다 알고 있었던 거 아니냐!!”
“상상은 자유입니다.”
“더는 내 운명을 갖고 놀지 마!!”
시리우스는 미칠 것 같았다.
그는 자유시장 길드의 테일러보다, 자신이 더욱 자유로운 존재라 생각했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다.
거기에, 행복 포션을 팔아서 돈을 벌고, 많은 중독자를 양산하면 길드연합국을 집어삼키는 것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져버리면?’
그럼 은혁에게 부려 먹히게 된다.
“도대체 왜냐.”
시리우스는 이를 갈았다.
“그렇게 날 쓰러뜨리고 노예처럼 부려 먹어야겠냐?”
“네.”
“왜냐고!!”
“일종의 상징이죠. 내가 7대 길드의 부길드장들을 모두 꺾거나 포섭했다는 상징.”
“그러니까! 아까 패배를 인정했었잖아!! 무릎까지 털썩 꿇으면서!!”
“하지만 제 명령을 듣는 것은 거부했죠. 패배를 인정하고 깔끔하게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건 용납 못 합니다.”
은혁은 손을 들어 시리우스를 가리키려 했으나, 그럴 힘도 없었다.
그래서 시선에 분명한 의지를 담아 말했다.
“길드연합국은 내 겁니다. 그리고 7대 길드의 부길드장들은 귀한 인적 자원이죠.”
은혁은 이미 길드연합국을 장악한 사람마냥 말했다.
“그러므로 멋대로 떠나게 둘 수 없습니다.”
“브라이언은! 그놈은 떠나게 했잖아!!”
그 말에 은혁은 히죽 웃었다.
“그 인간은 귀엽게도 다시 저한테 복수하러 오겠다고 맹세했거든요. 그러니 상관없지만, 당신은 아닙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