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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05화 (205/434)

205화 : 시리우스와의 대결 (3)

“당신의 [확률 지배]는 솔직히 엄청 좋은 능력이라서요. 잠시 뒤 테일러랑 싸워야 하는데, 당신 같은 인재를 떠나게 두긴 아깝군요. 당신은 내가 지배할 길드연합국에서는 물론이고, 지금 당장도 노예처럼 부려져야겠습니다.”

“이 미친 개새끼……! 네놈은 나보다 훨씬 더 사악한 개새끼다!!”

시리우스가 외쳤다.

“나는 잡것들의 몸뚱이를 착취하고 괴롭혔지만! 네놈은 아니야! 운명 그 자체를 틀어쥐려 하다니! 내 운명, 그리고 길드연합국의 운명을 위해서라도 네놈 밑에 들어갈 순 없다!!”

모처럼 7대 길드의 부길드장다운 책임감 있는 외침이었다.

그래서 은혁도 진지하게 반박했다.

“아니! 당신에게는 운명에의 저항을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자신을 위해 타인을 착취하며 행복을 추구한 당신에게! 오롯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을 리가 없죠!”

두 사람은 자신들의 운명과 그 운명에 대한 신념을 걸고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였지만.

“…….”

“…….”

둘 다 너무 지친 상태라 먼저 일어날 힘도 없었다.

“크윽.”

시리우스는 확률의 검을 지팡이처럼 짚고 일어났다.

“여기서는 도망치는 게 이기는 것 같군.”

“하하…….”

‘차라리 잘됐어.’

은혁은 이 순간을 기회로 삼기로 했다.

‘내가 못 움직이면 적을 움직인다!!’

은혁은 양손에 마력을 터질 듯이 집중시켰다.

“[광풍흡성기류장]!!”

퀴오오오오오오……!!!

시리우스가 은혁을 향해 서서히 끌려오기 시작했다.

“크윽, 웃기지 마라!!”

시리우스는 기류를 향해 확률의 검을 휘둘렀다.

투쾅!!

그러자 은혁이 불러 모으던 바람이 터지면서 은혁과 시리우스 양쪽을 후려쳤다.

“큭!”

“크악!”

둘 다 상당히 지친 상태였기에 스킬이 파훼되는 순간의 돌풍에도 비틀거렸다.

‘이 정도 거리면 된다!’

“부길드장 시리우스! 이것이 진짜 운명의 길을 걷는 자의 힘입니다!!”

은혁은 손을 뻗었다.

“[그림자 감옥]!”

화악!

시리우스를 단숨에 제압하려 했지만, [그림자 감옥]은 체력과 의지력이 높은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시리우스는 아슬아슬하게 [그림자 감옥]에 붙잡히는 걸 회피했다.

물론, 은혁도 예상했다.

은혁이 [그림자 감옥]을 대뜸 날린 것은, [그림자 도약]을 위한 셋업이었다.

“[그림자 도약]!”

파앗!

시리우스가 회피한 [그림자 감옥]의 그림자를 통해 은혁은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냈고, 맨주먹으로 막타를 치기로 했다.

“[필중의 일격] + [암습] 융합!!”

[필중의 일격]은 오키니움의 건틀릿에 내장된, 하루에 1회만 사용 가능한 스킬.

처음 얻었을 때부터 시리우스를 치기 위해 마지막까지 아껴 둔 스킬이다.

그리고 [암습]은 기습용 도적 스킬이다.

은혁은 그 두 스킬을 합쳤다.

-히든 이펙트 발동!

“[필중의 암습]!!”

뻐억!!

기술명을 외치면서 쓰는 암습이니, 부길드장급에서 당하는 게 말이 안 되지만, 그 말이 안 되는 걸 가능케 하는 것이 퓨전 스킬로 유발한 히든 이펙트의 힘이다.

“커윽……!”

맨주먹을 이용한 [필중의 암습]에 가격당한 시리우스는 비틀거렸다.

평소였다면, 하다못해 전투용 갑주 하나라도 입고 있었다면 이 정도는 견뎠겠지만.

털썩!

결국, 완전히 쓰러졌다.

누적된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결국 그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

“이것이 운명의 주먹이란 겁니다.”

“……크윽, 결국에는 무식하게 주먹에 맞아 쓰러지다니.”

시리우스는 이제 몸과 마음이 모두 탈진해 버렸다.

그건 은혁도 마찬가지.

하지만 은혁에게는 마지막까지 아껴 둔 성직자 스킬이 있었다.

“[하급 치유].”

파앗!

아주 조금씩이긴 하지만 은혁의 몸은 회복되었다.

그리고 힐링 포션도 함께 마시니 회복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김경철.”

은혁이 제자를 불렀다.

“네?”

“시리우스에게 [정신 묶기]를 써라.”

“그건……!”

[정신 묶기]는 김경철의 궁극 스킬 중 하나다.

가장 잔혹한 공격이 무엇일까 연구하던 김경철은, 상대를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는 계열의 스킬이 가장 잔혹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깨달음 속에서 숙련도를 올리다 얻은, 평생에 단 3회밖에 못 쓰는 스킬이 [정신 묶기]다.

누군가의 삶의 목적, 이상, 가치관 욕구 등을 모조리 묶어서 약화시킴과 동시에 지배하는 스킬.

[정신 묶기]에 걸리면 자살조차 못 하게 된다.

“진심이십니까? 어떻게 [정신 묶기]를 알고 계신 건지는 모르지만…….”

“훗. 잘 알지.”

회귀 전에 은혁은 김경철의 입으로 들은 적이 있다.

‘너에게는 [정신 묶기]를 쓸 가치도 없다.’

과격하고 폭력적인 스승이었던 김경철은, 은혁을 다그치다가 그렇게 한 마디씩 툭툭 내뱉곤 했었는데, 그렇게 들은 정보로, 은혁은 [정신 묶기]의 본질을 유추할 수 있었다.

“나는 각오가 됐다. 시리우스를 그냥 두면 다시 싸우려 들 거다.”

“음…….”

“내가 밀린 숙련도 메시지를 처리하는 동안에 해라.”

실제로 숙련도 상승 메시지가 꽤 쌓여 있었다.

-성직자 숙련도가 10% 증가했습니다!

-현재 성직자 숙련도 : 27%.

-성직자 패시브 스킬 [설득의 태도]를 습득하셨습니다!

-도적 숙련도가 7% 증가했습니다!

-현재 도적 숙련도 : 34%++.

-도적 스킬 [그림자 흡수]를 습득하셨습니다!

-마법사 숙련도가 5% 증가했습니다!

-현재 마법사 숙련도 : 36%++.

-마법사 스킬 [화염 흡수]를 습득하셨습니다!

-전사 숙련도가 4% 증가했습니다!

-현재 전사 숙련도 : 16%++.

-전사 패시브 스킬 [전투 근성]을 획득하셨습니다!

-무투가 숙련도가 20% 증가했습니다!

-현재 무투가 숙련도 : 95%+.

-무투가 스킬 [강기 질주]를 획득하셨습니다!

-궁술사 숙련도가 2% 증가했습니다!

-현재 궁술사 숙련도 : 4%+.

‘대충 이 정도인가.’

새로 얻은 스킬들은 강한 스킬이라기보다는 무난히 좋은 스킬들이었다.

차라리 이 스킬들을 초반에 얻었다면 더 좋았겠다 싶을 정도.

‘숙련도가 올라간다고 해서 반드시 순차적으로 강한 스킬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어서.’

극단적인 경우, 4차 각성한 성직자가 [하급 치유] 스킬을 뒤늦게 얻는 경우도 있다.

은혁은 어차피 직업이 넘쳐나는 데다가, 지금까지 스킬 획득 운도 좋은 편인지라 심드렁한 마음으로 숙련도창을 치웠다.

“야, [정신 묶기]는 다 끝났냐?”

“네…….”

김경철이 물러나자, 허무한 표정의 시리우스가 있었다.

“우웩, 웨엑!”

갑자기 김경철이 구토를 해댔다.

타인의 욕망과 이상을, 초능력으로 강제로 묶어 버리는 일은, 사람 목 따는 걸 우습게 아는 김경철로 하여금 공포감과 후회를 느끼게 했다.

“너무합니다, 스승님.”

“뭐가?”

“차라리 목을 쳐서 죽이는 거라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이런 일은…….”

김경철은 멍하게 앉아 있는 시리우스를 보기가 괴롭다는 듯이 말했다.

“…….”

이제, 시리우스는 어떤 일에도 쾌락과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은혁은 시리우스가 행복 길드의 부길드장으로서 저질러 온 악행의 수준을 알고, 또 제2차 길드 대전 직전일 때 더욱 위험한 존재가 된다는 걸 알기에, 몸과 마음을 모조리 부수는 작업을 했다.

그 결정타가 바로 김경철을 이용한 [정신 묶기].

“시리우스 님? 앞으로 잘 지내 봅시다.”

“그러지…….”

쾌락을 좇던 자는 사라지고, 이제는 허무에 취한 확률의 마검사만 남았다.

“앞으로는 절 도와주시고, 일 끝나면 일단 5층의 특수 감옥인 평화의 감옥으로 자진해서 들어가십시오.”

“알겠다…….”

그렇게 은혁은 시리우스를, 불패불굴 길드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부하로 만들었다.

‘이 사실은 테일러에게 전달되겠지.’

은혁은 주변에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테일러의 부하들을 느낄 수 있었다.

‘시리우스를 부하로 삼았다는 건 들켜도 상관없는 정보야.’

오히려 이 사실은 전달되는 게 더 낫다.

‘지금부터 하려는 일에 대한 연막이 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은혁은 김경철에게 말했다.

“제자야. 한 가지 더 해줘야 할 게 있다.”

* * *

테일러는 은혁의 침공에 대비하여 준비 중이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40층에 있는 다른 인원들을 다른 곳으로 떠나게 하는 일이었다.

테일러 측과 강은혁 측이 전면전을 벌이게 될 때, 혹시 휘말리는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되므로.

애초에 테일러가 지시를 하지 않아도, 40층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는 NPC와 플레이어들은 재빨리 다른 층으로 이동했다.

‘사실은 방패막이로 쓰고 싶지만.’

은혁은 이번 미션에서, 은행원이나 경비에 대한 고문이나 세뇌를 하지 않겠다고, 중재 과정에서 약속했다.

그래서 테일러는 40층에 거주하는 이들을 오히려 은행원과 은행 경비로 고용해서, 싸움에 휘말리게 한 다음, 은혁에게 중재 사항 위반의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고려했었지만…….

‘거기에 드는 돈과 시간을 고려하면 좀 애매하군. 게다가 관리국의 아이리스가 직접 미션 판정을 본다니까.’

중재를 맡았던 아이리스는 테일러에게 약간 불만을 품은 상태다.

테일러도 그건 느끼고 있었다.

그러므로, 테일러가 40층의 NPC들을 무분별하게 희생시키는 꼼수를 실제로 쓰려고 하면, 아이리스가 싫어할 터였다.

NPC를 고의로 싸움에 휘말리게 하는 일이므로.

그래서 테일러는 40층에 존재하는 불필요한 인원들을 모두 멀리 내보낸 뒤, 은혁에 대한 첩보를 시행하고 있었다.

‘부하들의 머릿수가 많아서 참 다행이야.’

테일러가 불러들인 길드 소속 부하들을 통해서 다차원 은행 바깥의 소식과 은혁에 대한 첩보 소식을 모두 듣고 있었다.

그리고 믿기 어려운 소식을 들었다.

“시리우스가 강은혁의 부하가 됐다고?”

“그렇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게 설명하자면 조금 깁니다…….”

작은 햄스터를 닮은 쥐 떼 두목을 이용해 시리우스를 낚고, 그 시리우스로 어떤 초능력자를 낚아서 싸워 이기고 제자로 삼았다.

“허, 그리고?”

“그리고 갑자기 시리우스와 강은혁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강은혁이 시리우스를 이용해 어떤 초능력자를 낚은 다음, 다시 또 시리우스와 싸웠다고?”

“정확합니다.”

“일대일로 싸웠다고 했나?”

“네.”

“그래서 강은혁이 이겼나?”

“네. 엄청난 혈투 끝에 강은혁이 승리했고, 강은혁은 제자로 삼은 그 초능력자의 [정신 묶기] 스킬을 이용해서 시리우스를 복속시켰습니다.”

시리우스가 흠칫했다.

테일러가 알기로, 길드연합국 소속 중에 [정신 묶기] 스킬을 쓸 줄 아는 자는 없었다.

난이도와 비윤리성 모두 극악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정말로 [정신 묶기] 스킬을 썼다고?”

“첩보원들이 본 바로는 그렇다고 합니다.”

“그건 승급한 초능력자도 쉽게 쓸 수 없는 스킬인데? 3군주의 직속 부하도 그건 쉽게 못 써!”

“그게, 은혁의 새로운 제자가 된 그 초능력자가, 알고 보니 3군주 모두의 용병으로 활약 중인 놈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김경철이라고 합니다.”

“으음…….”

테일러는 침음성을 흘렸다.

김경철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았다.

3군주들이 지배하고 있는 영역에는 소위 말하는 숨은 고수들이 많으므로.

길드연합국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 그런 고수들은 ‘길드연합국 랭킹 게시판’에도 표시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해 알아보려면 관리국에 따로 거액을 내고 ‘전체 랭킹 열람 신청’을 해야만 했다.

테일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김경철과 시리우스 때문에, 자신이 준비하던 작전이 틀어진 게 아닌가 걱정되었다.

‘틀어박혀 방어에 전념한다는 내 전략이 설마 오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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