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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08화 (208/434)

208화 : 다차원 은행에서의 결전 (3)

은혁이 부하들에게 외쳤다.

“승리! 오직 승리만을 위해 싸울지니!!”

“오오오!!!”

불패불굴 길드원들이 함성으로 화답했다.

시리우스와 김경철의 공격에 허둥대던 자유시장 길드원들은, 갑자기 나타나 함성을 내지르는 이들의 투지에 놀랐다.

불패불굴 길드원들은 모두 독기가 오른 눈으로 정면을 노려봤다.

“가라! 가서 죽지 않을 정도로만 손 봐줘라!!”

“와아아아!!”

“불패불굴 길드 만세!!”

불패불굴 길드의 첫 공식 집단전이었다.

전방에 선 불패불굴 길드원들이 달려들자, 테일러는 위엄을 담아 외쳤다.

“맞서 싸워라! [황금의 시간]!! 아군의 근접 공격 속도는 두 배로!! 적들의 근접 공격 속도를 절반으로 낮춘다!!”

파앗!!

테일러는 아군의 근접 공격 속도는 높이고, 앞줄에서 달려드는 불패불굴 길드원들의 근접 공격 속도는 늦췄다.

그걸 본 은혁과 염훈은 모두 피식 웃었다.

‘늦출 거면 돈을 팍팍 써서 전부 늦췄어야지.’

전방에서 돌진하는 불패불굴 길드원들은, 사실 근접 직업이 아니었다.

“[파이어볼]!”

“[흑곰 소환]!!”

“[디버프 반사]!!”

근접 공격 속도가 느려진 불패불굴 길드원들은, 근접 공격 속도와는 무관한 스킬들을 뿜어냈다.

“어?!”

“아니, 이건!”

자유시장 길드원들이 당혹스러워했다.

오히려 뒤에 있던 불패불굴 길드원들이 시간차로 달려들었다.

“가자!”

“훈련받은 것 그대로다!!”

“직업이고 뭐고 밀어붙여!!”

직업과 무관하게, 전력을 다해 기동 공격을 퍼붓는 것이 불패불굴 길드원의 집단전 방식.

전사처럼 보이던 놈이 갑자기 칼과 방패를 내던지더니.

“[전투 무용]!”

갑자기 춤을 추며 아군에게 [전투 집중] 버프를 부여해주기 시작했다.

자유시장 길드원들이 그놈부터 죽이려 들자, 갑자기 사령술사처럼 보이던 비쩍 마른 여자 플레이어가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하앗!”

무식하게 주먹싸움을 벌였다.

물론, 사령술사의 주먹 공격은 무투가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젠장! 이 년이!”

“이 년부터 봐주지 말고 죽여!”

그 순간, 사령술사 플레이어는 스킬을 썼다.

“[피해 반사]!”

후방에서 사령술을 쓰는 일반 사령술사와 달리, 아예 어그로를 끌고 피해를 나눠준 것이다.

퍼억!

푸욱!

“으악!”

“아악!”

물론, 이 사령술사도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황색 두건을 쓴 이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기우제]를 쓰겠다! 너네는 회복 스킬을!”

“알겠습니다, 형님!”

농사에 특화된 농사팀이 나서더니, 합체기, [회복의 비] 스킬을 썼다.

쏴아아아아……!

식물 생장에 도움이 되는 비를 내리게 하는 스킬과 성직자의 회복 스킬을 융합시켜서, 아군의 치료를 빠르게 도왔다.

즉, 불패불굴 길드원들은 아무런 규격 없이 싸우는 것 같았지만 유기적으로 서로가 서로의 스킬에 시너지를 주면서 싸우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저, 저 빈티 나게 생긴 농사꾼 같은 것들이 저렇게 세련된 스킬을……!”

“에이잇! 뭘 주춤대는 거냐! 시간은 우리 편이다!”

자유시장 길드원들의 말이 맞았다.

이 순간에도 테일러는 불패불굴 길드원들의 속도를 늦추고, 자유시장 길드원들의 속도를 높여주고 있었다.

막대한 돈이 소모되는 일이었지만, 테일러로서도 필사적이었다.

-자유시장 길드원들의 체력 재생 속도가 23% 증가합니다!

-불패불굴 길드원들의 이동 속력이 15% 감소합니다!

-자유시장 길드원들의 돌격 속도가 19% 증가합니다!

-불패불굴 길드원들의 마력 회복 속도가 13% 감소합니다!

테일러가 지닌 [황금의 시간]은, 광범위하게도 효과를 발휘했다.

재생 속도, 이동 속도, 스킬 발동 속도 등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디버프를 받은 불패불굴 길드원들.

‘좋아,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우리가 이긴다!’

테일러는 확신했다.

일단 지형에서 유리했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방어 전략을 수립해 둔 자유시장 길드 측과 긴급하게 전투에 투입된 불패불굴 길드.

첫 돌격에서는 밀렸지만, 버프가 중첩되자 다시 자유시장 길드 쪽으로 유리함이 기울었다.

그 순간, 시리우스가 나섰다.

“[믹싱 이펙트]!”

파앗!

그러자, 자유시장 길드원들과 불패불굴 길드원들에게 걸린 버프의 퍼센티지가 마구 뒤섞여서 재분배됐다.

-자유시장 길드원들의 체력 재생 속도가 31% 감소합니다!

-불패불굴 길드원들의 이동 속력이 63% 증가합니다!

-자유시장 길드원들의 돌격 속도가 59% 감소합니다!

-불패불굴 길드원들의 마력 회복 속도가 39% 증가합니다!

“오오!”

“갑자기 힘이 넘친다!!”

불패불굴 길드원들은 갑자기 강해졌고.

“윽!”

“갑자기 몸이 무거워졌어……?!”

자유시장 길드원들은 갑자기 약해졌다.

“전원 돌격!”

“와아아아!!”

또다시 불패불굴 길드원들이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시리우스!! 네놈이 정말!!”

테일러가 이를 갈며 외쳤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쓴웃음만 지었다.

“정말 얄궂군, 테일러.”

“말 놓지 마, 이 새끼야! 평소에 점잔빼던 존댓말은 어따 팔아먹었냐!!”

“모든 게 다 허무해졌다. 어쩌면 나는 잘못 살아왔는지도…….”

“뭐, 뭐라고?!”

테일러는 경악했다.

잘난 척하며, 자신만 옳고, 자기만 기분 좋으면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던 자가 바로 시리우스다.

그런 그가 자기 삶을 반추하듯 말하니 기가 막혔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서로 경쟁도 오래 해왔군. 너도 내 삶의 방식에 대해서는 잘 알겠지…….”

시리우스가 회한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길드 대전 때는 정면으로 싸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우리들이 해 온 다툼도, 다크 마켓을 만들고 버린 것도, 심지어는 살아온 삶의 방식도 다 허황되게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 드는군.”

“네놈! 강은혁에게 무슨 세뇌라도 당했나?!”

만약 그렇다면 은혁은 팻말 미션에 관한 중재 및 합의 내용 위반한 것이다.

하지만 화를 내던 테일러는 뒤늦게, 시리우스가 [정신 묶기]를 당했다는 걸 떠올렸다.

문제는 그 [정신 묶기]의 대상이 다차원 은행 소속의 존재가 아니라는 점.

결정적으로, 그 [정신 묶기]를 한 이는 강은혁이 아니라…….

“내 스승님은 세뇌를 한 적이 없소.”

김경철이 끼어들었다.

“그저, 내가 그 비슷한 걸 대신해 주긴 했지만.”

“제기랄……!”

테일러가 분통을 터뜨리자, 시리우스의 쓴웃음이 짙어졌다.

집단 전투의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 시리우스는 한숨 쉬듯 조용히 말했다.

“포기하자, 테일러.”

“뭐?!”

“너나 나나 태양 앞에 선 촛불일 뿐이야. 태양 앞에서 누가 더 밝은지 경쟁해왔던 거야, 우리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못 이겨, 테일러. 내가 강은혁 편으로 붙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애초에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나약해졌군! 그러고도 7대 길드의 부길드장이냐!”

“거봐. 너도 브라이언이나 나와 마찬가지로, 그 지위에 목을 매고 있어.”

“……!!”

시리우스의 지적에 멈칫한 테일러는 부하들에게 추가 버프를 걸어줄 타이밍마저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딱히 심리전을 걸려는 생각은 없는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강은혁의 머릿속에는, 누가 부길드장인가 따위는 애초에 들어 있지도 않아. 우리는 놈이 추구하는 목표의 도구일 뿐이야. 운명에 휘둘리는 노예조차 아니야. 이해가 가?”

“네놈이 우울증 걸렸다는 건 이해했다!! [황금의 시간]!!”

파앗!

테일러는 자기 자신을 극단적으로 가속시켰다.

시리우스의 [확률 지배] 스킬을 뚫으려면, 확률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극단적인 시간 가속을 쓰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실제로 예전에는 가끔 테일러의 속도가 시리우스의 확률 조작을 뛰어넘기도 했다.

하지만 시리우스도 테일러의 스킬 발동에 맞춰 대항 스킬을 썼다.

“[원상 복귀의 광선].”

번쩍!!

변화한 현실을 강제로 되돌려 놓는 방벽을 넓게 펼치는 스킬.

정확히 단 하나의 타깃에게만 쓸 수 있는 스킬이고 쿨타임이 길어 잘 쓰지 않지만, 테일러가 [황금의 시간]으로 자신을 가속시키려는 타이밍에 맞춰 쓰는 훈련을 해뒀다.

즉, 극단적으로 빨라진 테일러의 속도가 다시 되돌려진 것이다.

“크윽……!”

테일러는 이래서 시리우스와 전면전을 벌이기 싫었다.

‘황금으로 시간을 조작하는 능력’과 ‘확률을 조작하는 능력’은 서로가 서로를 상쇄시키는 경향이 강했다.

‘이제부턴 비장의 연금술을 써야겠군.’

연금술사로 승급한 마법사답게, 비장의 연금술 포션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그 유명한 ‘행운의 포션’도 있다.

한번 마시면 원하는 대로의 행운이 일어나는 사기급 포션.

그걸 꺼내려는 순간, 시리우스가 음울한 어조로 말했다.

“기억 나냐, 테일러? 강은혁이 28층을 클리어하고, 내게 행복 포션 제작 및 유통 혐의를 씌워서 쫓아냈던 날 말이야.”

예전에 황금 궁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때는 시리우스가 콧수염을 완벽히 다듬고, 표면적으로나마 존댓말을 쓰던 시절이다.

“그때 이야기를 해서 뭐 어쩌겠다는 건가!”

“떠올려 봐. 그때, 나는 특히 너에게 이렇게 말했지.”

‘테일러! 당신은 내가 우습겠지? 강은혁은 이런 식으로 우릴 분열시키는 거요!’

그랬다.

시리우스는 화를 내며 그렇게 말했었다.

시리우스는 은혁의 목적이 부길드장들을 분열시키려는 거라고, 더 나아가 자신이 실각되면, 그다음 차례는 테일러 당신이 될 거라는 식으로 소리쳤었다.

“그때 내가 했던 경고가 바로 지금 현실이 된 거야. 아무리 돈으로 시간을 사는 능력이 있으면 뭐 하나? 지금 같은 미래를 예측해내지도 못하면서.”

테일러가 쓰는 [전투 예지]에는 한계가 있었다.

전투 장소가 좁은 방이나 작은 전투 구역이어야 하며, 대상의 레벨이 낮아야 하고 머릿수가 많지 않아야 한다.

전투에 쓰기에는 애매하고, 대국적인 미래를 예측하기에는 모자란 스킬.

시리우스는 그런 테일러의 한계에 대해 너무나 잘 알았다.

‘이놈이랑 이대로 싸우면 천일지투를 각오해야 한다.’

서로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 채 시간을 끌면, 그동안 은혁은 하고 싶은 대로 할 터.

‘안쪽으로 피해야 하나?’

부하들의 전투 상황도 좋지 않았다.

테일러가 시리우스와 상대하는 동안, 은혁과 염훈은 불패불굴 길드원들을 전력 지원했다.

“[회전 베기]!!”

“[홀리 썬더]!!”

서걱!!

콰쾅!!

은혁과 염훈이 선두에 서서 밀어붙이니, 자유시장 길드원들은 추풍낙엽보다 더 나을 게 없었다.

‘제길! 제길!’

테일러는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남았군!’

앞으로 10분만 더, 놈들이 금고 속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버티면 이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니! 이런 식의 생각은 위험해!’

테일러는 냉철하게 판단했다.

‘놈이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끌다가 15분 남았을 때 온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놈은 일부러 시간이 아슬아슬할 때 온 거야!’

그리고 테일러는 그 이유를 모른다.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만 더 버티자!’라는 식으로 생각이 굳어지는 것은, 강은혁이 유도한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내부로 가서 버티는 대신 여기서 더 버텨보자!’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은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차원의 낚싯대를 꺼냈다.

‘저격 모드로 테일러를 내 앞으로 끌고 온다!’

사실 은혁에게는 오키니움의 건틀릿에 내장된 [필중의 일격] 스킬이 있었지만, 그것은 시리우스와 싸우면서 써버렸다.

대신, 궁술사의 [저격] 스킬을 융합시켰다.

“차원의 낚싯대 + [저격] 융합!”

-히든 이펙트 발동!

“[절대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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