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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13화 (213/434)

213화 : 다차원 은행에서의 결전 (8)

파앗!

화아악……!

황금의 분신이 막대한 광채를 내뿜었다.

“읏……!”

분신을 완전히 쳐서 마무리하려고 한 은혁마저도 주춤할 정도의 눈부신 황금빛.

스르륵……!

다차원 은행 1층의 시간이 통째로 되감기기 시작했다.

실내의 시간을 통째로 되감는 스킬인 [시간 되감기].

하지만 실내의 규모가 클수록 쉽게 쓰기 어려운 스킬이다.

하지만 그 부담을, 최고 전성기의 자신을 모델로 한 황금의 분신과 함께하는 것으로, 절반으로 줄였다.

-이 방 안의 시간이 되감겨집니다!

물론, 한정 없이 되감을 수는 없다.

되감기는 시간 속에서 테일러는 침착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또 금화를 쓰다니 아깝군.’

황금의 분신을 소모했으니 원래 비용의 절반만 잃겠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아쉬웠다.

모처럼 금고를 개조해서 타임머신을 제작했더니만, 본격적으로 과거로 가진 못하고, 은혁을 상대하면서 금화를 꾸준히 소모해야 했으므로.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되감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되감아야 해.’

테일러는 되감을 수 있는 한계 지점을 대략 계산해봤다.

‘최대한 시간을 감아도 놈이 드릴로 뚫고 들어온 시점까지겠지.’

그 이상 되감을 수는 없으니, 현재의 시점부터 은혁이 드릴로 뚫고 들어온 과거의 시점 사이의 시간 내를 노려야 한다.

‘일단, 이겼다.’

테일러는 생각했다.

‘왜 패배했는지 알고, 그걸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이긴 거나 다름없다.’

그러니 필사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자신이 어떻게 패배했는지를.

신중한 바둑 기사가 돌을 하나씩 거두며 복기를 하듯, 테일러는 시간을 되감으며 자기 자신을 돌아봤다.

‘그래…… 분하지만 그때부터 진 거야.’

테일러는 확신했다.

‘놈이 초능력자 스킬을 공개한 시점부터 전세는 확 기울었다.’

예상치 못했기에 허를 크게 찔렸다.

‘내가 귀신들을 소환하고, 놈에게 어떠냐! 하고 소리칠 때, 그때도 놈은 초능력자 계열 직업을 얻은 걸 숨기고 있었지…….’

그때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때 방심하지 말고, 귀신과 함께 나 자신도 공격을 가한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식.

그렇게 시간은 되감겨졌다.

* * *

은혁이 다차원 은행의 바닥을 뚫고 들어온 직후.

은혁과 테일러가 일대일 대결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시점.

“일대일 대결 신청은 당연히 거짓말이지. 자넨 압도적인 머릿수에 밀려 죽을 것이다.”

테일러가 품속에서, ‘강은혁 대항용 귀신특무대’ 스크롤을 하나 꺼내며 말했다.

그러자 은혁은 귀신의 숫자가 예상보다 적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여기까진 원래대로다.’

귀신을 소환한 다음, 강은혁을 비웃는 대신 바로 귀신들과 함께 돌격하는 것.

‘그래서 은혁이 [스킬 트랜스미션]으로 염훈의 성기사 스킬을 빌리지 못하도록 한다!’

테일러는 그걸로 한 수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하며 스크롤을 뜯었지만.

파앗!

어느새 은혁은 테일러의 뒤편으로 와 있었다.

테일러의 신경이 스크롤 뜯는 것에 집중되는 순간 [그림자 도약]으로 이동한 것이다.

휙!

청염백광단검을 테일러의 좌측 신장 뒤편을 겨누고.

철컥!

선즈 리볼버를 테일러의 뒤통수에 댔다.

완벽한 체크메이트 상태.

“헉……?”

“안 통합니다.”

“뭐, 뭐가……!”

“[시간 되감기] 쓸 때, 저도 같이 왔거든요. [스킬 커넥션]으로.”

“말도 안 돼. 또 했다고?! 그건 불가능해! 그림자가 닿지 않게 주의했는데!”

“당신 말고, 황금의 분신이 만들어낸 그림자 있잖습니까. 그쪽은 특유의 황금빛을 넓게 흩뿌리는 분신이라, 그림자가 꽤 넓게 퍼졌거든요.”

“……그런 실수를 했다고? 이 내가 말인가?”

“실전에서 분신 쓰는 건 말이죠. 평소에 쓰던 사람이 잘 쓰는 거지, 결정적인 순간에 분신 만들고 그러면 오히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기 어렵습니다.”

은혁은, 필살기는 평소 실전에서 미리미리 써봐야 한다는 훈계도 덧붙였다.

테일러는 부들부들 떨었다.

“감히 자유시장 길드의 부길드장인 나를 훈계하려는……!”

“훈계하지 말라는 훈계는 안 들어요~ 조용히 하세요~.”

“이……!!”

“일단 귀신들부터 해방하시죠. 3초 이내에 하지 않으면 바로 쑤시고 쏘겠습니다.”

은혁은 그렇게 쑤시고 쏘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아, 알았다.”

테일러는 [황금의 시간]을 발동해서 초가속으로 피해 볼까 했지만, 너무 근거리였다.

[황금의 시간] 발생 특유의 황금빛이 보이기만 해도 은혁은 지체 없이 테일러를 죽이려 들 터.

“해방.”

파앗!

테일러가 소환한 귀신들이 평화롭게 해방됐다.

은혁은 겸사겸사 억울한 영혼들을 풀어주는 한편, 시간이 되감기기 이전의 방식대로, [그림자 분신 4.0] 스킬 콤보를 이용해 미션 제한 시간을 연장시켰다.

그리고 느긋하게 테일러에게 요구했다.

“이제, 밑천도 다 거덜 난 것 같죠?”

“…….”

사실, 테일러에게는 이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각종 스킬이 있긴 있었다.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자유시장 길드의 부길드장에게 어울리는 일이기도 했으므로.

하지만 테일러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은혁의 요구 사항을 기다렸다.

“제가 뭘 요구할지 짐작 가시죠?”

“짐작이 간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또 아닐 것 같아서 겁이 나는군.”

부길드장급 중에서도 책략에 능한 테일러였지만, 위축된 자기 정신을 솔직히 드러내기로 했다.

“짐작하신 거 그대로입니다. 다차원 은행 금고 열쇠랑 비밀번호 주시죠?”

“역시 그건가.”

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열쇠와 비밀번호가 모두 필요했다.

테일러는 침을 꿀꺽 삼킨 뒤 입을 열었다.

“하, 한 가지만 묻자.”

“시간 끌려는 거라면 몇 번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탈리스만이 하나가 아니란 걸 아니까.”

[시간 되감기] 스킬과는 별개로, 그 스킬을 쓸 틈도 없이 죽으면 자신의 시간을 강제로 되감아 부활시키는 것이 [셀프 리와인드]의 탈리스만이다.

테일러에게는 총 3개가 있었고, 그중 1개를 밖에서 썼으니 2개가 남았다.

“시, 시간 끌려는 게 아니다.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다.”

“흠, 그럼 빨리 물어보시죠.”

“어떻게 한 거냐?”

“아, 어떻게 [시간 되감기]를 했는데도 따라서 과거로 왔냐고요? 아까 말하지 않았나요?”

“정확한 스킬 명칭과 방법을 알려다오.”

은혁은 피식 웃었다.

‘포기를 모르는군.’

은혁은 테일러의 계획을 알았기에, 일단 선선히 알려주기로 했다.

“[그림자 결속] + [뇌파 연동]을 융합한 퓨전 스킬 [스킬 커넥션]입니다. 그 속성과 한계는…….”

은혁은 친절히 설명해줬다.

[스킬 커넥션] 스킬은 [스킬 트랜스미션]과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었다.

[스킬 트랜스미션]은 [그림자 터널] + [뇌파 연동]의 힘을 써야 했고, 같은 편의 스킬을 빌려다 쓰는 개념이다.

반면에 [스킬 커넥션]은, 상대가 이득을 보는 스킬을 표적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그 이득에 ‘무임승차’하게 해준다.

그 반대 또한 가능한데, 상대가 은혁에게 디버프 계열의 저주를 걸 때, 은혁이 [스킬 커넥션]을 쓰면, 은혁이 겪는 디버프를 상대방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간이나 공간을 갖고 노는 적을 상대로도 쓸 수 있고, 저주를 거는 적을 상대로도 매우 유용한 스킬이지.’

사실, 은혁이 테일러를 상대로 쓴 퓨전 스킬 중에는 완전히 독창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일부는 회귀 전에 3군주 세력의 강자들과 싸우며 썼기에 기억해둔 것들이다.

은혁이 퓨전 스킬을 태연하게, 무궁무진하게 쓸 수 있는 것도, 전부 과거의 강자들에 대한 부러웠던 기억과 현재의 역량이 합쳐진 덕분이다.

은혁은 자신이 [스킬 커넥션]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설명만 제외하고, 잘 설명해줬다.

“답이 되었습니까?”

“한 가지만 더 묻자.”

“아, 어떻게 그 스킬을 썼냐고요? 그야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는 여러 번 등급을 올리고 승급한 초능력자로서, 스킬의 위력과 다재다능함이 SS-급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고…….”

“그게 아니라! 어떻게 그런 스킬이 내 [시간 되감기]의 약점인 줄! 어떻게 미리 알고 있었느냔 말이다!! 그게 납득이 안 간다고!!!”

그랬다.

테일러조차도 [전투 예지]를 쓸 수 있었지만, 그나마도 빠르게 변화하는 실시간 전투에 쓰긴 어렵다.

격렬한 투쟁 본능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전투 예지]의 주체가 하는 행위가 미래에 큰 영향을 주므로.

그래서 은혁과의 결정적인 싸움 도중에는 오히려 [전투 예지]를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은혁은 그런 차원이 아니라 마치…….

‘앞날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내 성격, 내 스킬, 내 패턴 등등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테일러는 어떻게 은혁이 그렇게 잘 아는 건지 알고 싶었다.

이걸 알 수 없다면, 테일러가 시간을 깔짝깔짝 되감는 것으로는 절대 은혁을 이길 수 없으므로.

“그건 비밀입니다.”

“크윽.”

“분개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자, 내놓으시지요.”

“후후후…….”

“뭐가 웃깁니까?”

“그래도 네가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

테일러는 눈을 감더니.

푸확!!

통째로 폭발했다.

피와 살점이 터진 게 아니라, 금화와 수표, 보석 따위로 변하면서 터졌다.

그 파편이 은혁의 몸에도 박혔다.

“윽?!”

-황금의 사신으로 변화했습니다!

-최종 안식처로 자동 이동합니다!

폭발한 금화와 보석의 껍데기 속에서 황금빛 기체로 변한 테일러는 크게 웃으며 도망쳤다.

-강은혁! 오늘 싸움은 네가 이겼다! 그러나 승부는 내가 이겼다!

파앗!

테일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허.”

이 결과를 예상한 은혁이지만, 정말로 그렇게 흘러가자, 오히려 은혁도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정말 독하네. 뭐,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놔줄 수밖에 없지만.’

은혁은 테일러의 [황금의 사신] 스킬을 알고 있었다.

테일러가 은혁에게 이것저것 질문한 것도, 정보를 모은 뒤 [황금의 사신] 스킬로 도망치기 위함이란 것도 알았다.

‘정신을 완전히 꺾는 건 다음 기회로 해야겠지.’

“집요하기로만 따지면 부길드장 중에서 최강이군.”

투덜거린 은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제한 시간은 5분도 되지 않았다.

5분 이내에 금고를 뚫고, 은혁의 팻말 미션 참가자들을 금고 내부에 들어가게 해야 미션 클리어다.

‘금고가 뚫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는 거겠지.’

4분하고도 50초 정도 남았으니 촉박하긴 하다.

단숨에 [질주] 스킬을 써서 금고로 달려가려는 순간, 막대한 양의 숙련도 상승 메시지와 레벨업 메시지가 떠올랐다.

-전사 숙련도가 16% 증가했습니다!

-현재 전사 숙련도 : 32%++.

-전사 패시브 스킬 [혼돈 저항]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법사 숙련도가 14% 증가했습니다!

-현재 마법사 숙련도 : 50%++.

-마법사 스킬 [플레이밍 소울]을 획득하셨습니다!

-무투가 숙련도가 10% 증가했습니다!

-현재 무투가 숙련도 : 105%+.

-축하드립니다! 무투가 숙련도가 100%+를 초과했습니다!

-3차 각성 선택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A. 직업의 등급을 올린다.

-B. 직업을 승급한다.

은혁은 무투가 직업의 등급을 올릴지, 승급할지 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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