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 은행 금고 부수기
“아직은 A지.”
한번 승급을 하면, 추가로 등급 올리기가 아주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4차 각성 이후에 고민해 볼 일이었다.
숙련도창이 빼곡해서, 은혁은 얼른 골랐다.
-축하드립니다! 3차 각성하셨습니다!
-3차 각성 선택지로, 등급을 올리셨습니다!
-B-급 직업 돌진하는 무투가 → B급 직업 돌진하는 무투가
-모든 스탯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모든 스킬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체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체력 : A+ → S-
-축하드립니다! 의지력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의지력 : SS → SS+.
현재 무투가 숙련도 : 5%++.
-무투가 패시브 스킬 [영체 타격]을 획득하셨습니다!
-무투가 스킬 [회풍각]을 획득하셨습니다!
-무투가 스킬 [질룡신보]를 획득하셨습니다!
-도적 숙련도가 23% 증가했습니다!
-현재 도적 숙련도 : 57%++.
-도적 패시브 스킬 [기습 감지]를 획득하셨습니다!
-도적 패시브 스킬 [침투 본능]을 획득하셨습니다!
-드루이드 숙련도가 30% 증가했습니다!
-현재 드루이드 숙련도 : 38%+.
-드루이드 스킬 [돌 생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소환술사 숙련도가 16% 증가했습니다!
-현재 소환술사 숙련도 : 26%+.
-소환술사 스킬 [무작위 금속 자원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소환술사 스킬 [금속 흡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현재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숙련도 : 22%+++.
-축하드립니다! 레벨이 3만큼 상승하셨습니다!
-현재 레벨 : 71.
그렇게 숙련도 상승 및 레벨업 메시지의 폭풍은 일단락됐다.
‘스킬들은 다들 자잘하게 좋군!’
이미 좋은 스킬들이 너무 많아서, 새로 얻은 스킬들에 대한 감상은 딱 그 정도였다.
‘그나저나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숙련도는 엄청 조금 오르네.’
4차 각성인데다가, 그중 한 번은 승급이니 어쩔 수 없었다.
‘숙련도 확인하느라 시간 잡아먹었네. 얼른 가자!’
“[질주].”
타앗!
은혁은 금고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도중에 사소한 방해들이 있었다.
“쿠오오오!!”
오우거들이었다.
평상시 테일러의 경호원을 맡는 이들은, 테일러의 명령에 따라 금고로 가는 길목에 숨어 있다가 기습했다.
“[광풍돌진권]! 이연격!”
콰콰쾅!!!
콰콰쾅!!!
은혁은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 직업을 얻는 것만으로도, 각종 스킬의 통제력이 향상된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강력한 스킬을 양손으로 빠르게 번갈아 쓰는 실험을 해보았다.
“커어어억?!”
“아아악!!”
짧게 2연격으로 끊어서 쓴 [광풍돌진권]에 모두 튕겨 나갔다.
뒤이어 비전투원들도 은혁을 막고 나섰다.
“침입자다!”
“얏!”
안드로이드 은행 상담 직원들이었다.
그중에는 쥐 떼 두목을 햄스터라며 귀여워하던 안드로이드, 아비프도 있었다.
“허어, 당신이 테일러의 부관이었군요, 아비프.”
은혁이 아는 척하자, 아비프는 배신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믿을 수 없군요! 햄스터를 좋아하는 착한 사람이 은행 강도가 되다니!”
“둘 다, 아니, 셋 다 아니라고 해두죠.”
실제로 은혁은 햄스터를 딱히 좋아하지도 않고, 쥐 떼 두목은 햄스터도 아니다.
또한, 은행 ‘강도’를 할 생각은 없다.
타탓!
안드로이드 직원들을 죽일 것까진 없어서, 은혁은 그들을 가볍게 제압했다.
그리고 은혁은 금고의 문 앞에 섰다.
“확실히 특이한 디자인이야.”
도넛 형태의 다차원 은행.
그 중심부에 바로 금고가 있었다.
이 거대한 금고는 대부분이 엘더니움-파이늄 합금이고, 외벽의 두께가 1미터에 달한다.
하지만 은혁에게는 마지막 꼼수가 있었다.
“소환술사 스킬 [금속 역소환]! [금속 흡수]!”
파앗! 파앗!
둘 다 효과는 비슷했지만 차이점도 컸다.
[금속 역소환]은 소환된 금속을 되돌리는 스킬이고, [금속 흡수]는 기존의 금속을 몸에 흡수하여 재생하는 스킬.
어느 스킬이 통할지는 금속으로 된 금고의 제작 방식에 따라 다르기에, 두 스킬을 모두 써봤다.
-소환된 금속이 아니기에, [금속 역소환] 스킬에 저항합니다!
-매우 거대한 금속이기에, [금속 흡수] 스킬에 저항합니다!
“과연.”
의외로 정석적으로 만들어진 금고라는 게 확인됐다.
“드릴 랜스!”
콰카카카카칵……!
-물리적 침입 시도 감지!
-금고의 물리 방어력를 강화시킵니다!
-금고의 재생 속도를 강화시킵니다!
“흠. 역시 이런 기술이 내장되어 있었나.”
회귀자인 은혁도 몰랐지만, 그래도 대처가 불가능한 수준의 문제는 아니었다.
‘사실 대처는 끝났지.’
테일러가 여기 남아 있었다면, 금고의 훼손된 부분의 시간만 되감아서 회복시키면서 더 방해했을 터.
하지만 은혁은 테일러를 이곳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일에 성공했다.
테일러가 없는 지금도 금고에는 방어력과 재생력이 계속 부여되고 있긴 했지만…….
‘더 확실히 부수지 않으면 안 되겠군.’
“[돌 생성]!!”
파앗!
콰드드득……!
금속이 깎이고 남은 아주 작은 틈새에 돌이 생성됐다.
“[돌 생장]!”
투두두두두두……!
금고의 틈새에 생긴 돌이 강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은혁은 기존의 [팽창 생장] 스킬까지 썼다.
빠칵!
파카카칵……!
돌이 생장할 때마다 금속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금고의 틈새를 뚫고 심어 둔 돌 자체를 생장시키는 것이기에, 금고의 물리 방어력 효과가 반감됐다.
금고의 보안 시스템도 그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위험! 금고의 물리적 위협 증가!
-금고의 물리 방어력 강화를 중단하고, 재생 속도를 2배로 증가시킵니다!
파앗!
투두두두둑……!
금속의 피로 한계에 도달했으면서도, 금고에 내장된 보안 시스템은 최선을 다해 금고를 강화시키고 보호했다.
‘진짜 돈을 처발랐구만.’
은혁은 히죽 웃었다.
은혁의 목적은 금고의 수준을 파악하고, 보안 시스템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것.
‘같은 방법으로 금고를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한다!’
은혁은 [돌 생성], [돌 생장], [팽창 생장], [암석 변환], [금속 흡수]를 연달아 썼다.
즉, 금고의 깨진 부분에 돌을 심고, 돌을 키우고, 그 암석의 금속 함량이 증가하도록 변환시킨 뒤, 통째로 흡수하는 것.
파칵!
후두두둑……!
이쯤 되자 재생력도 빛이 바랬다.
[금속 흡수] 스킬에 저항하는 금고라고 해도, 은혁이 인위적으로 돌을 심고, 그 돌의 금속을 흡수하는 것이니 손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금고는 이 상황에서도 저항했다.
-최종 금고 수복 프로토콜 발동!
-테일러 은행장님이 심어 둔, 금고 수복용 [시간 되감기]의 힘을 사용합니다!
기이이잉……!
금고에서는, 테일러가 필사적으로 심어 둔 [시간 되감기] 방식의 금속 재생이 일어났다.
즉, 금고가 부서지는 상황 자체를 되감기 시작한 것.
물론, 은혁도 가만히 두고 보진 않았다.
“[사이오닉 필드] + [급속 팽창] 융합.”
사이오닉 듀얼 블레이더의 스킬과 드루이드의 스킬을 한 곳에 섞어서 썼다.
-히든 이펙트 발동!
“[사이오닉 익스펜션].”
뚜두드드드드득……!!
힘의 균형이 팽팽했다.
금고에 내장된 힘은, 이미 금고를 수복하느라 많이 소진된 상태.
“후후. 여기까지가 딱 힘의 평형 상태군.”
이미 뚫린 구멍이 더 넓어지진 않지만, 어떤 식으로도 더 좁혀지지는 않는 상태.
‘이거면 됐어. 마무리를 해볼까? [텔레파시]!’
은혁은 시리우스에게 명령했다.
‘시리우스! 접니다. 안쪽에서 은행 문을 열 테니, 염훈과 퍼플을 찾아서 데리고 오십시오.’
은혁이 [텔레파시] 스킬을 양방향으로 설정했기에, 시리우스도 자연스럽게 텔레파시로 답했다.
‘염훈은 알겠는데…… 퍼플은 누구지……?’
모르는 게 당연했다.
불패불굴 길드원인 퍼플은 ‘겉과 속을 뒤집는 마법사’다.
‘일단 찾아서 데리고 오십시오. 당장.’
그리고 은혁은 염훈에게도 [텔레파시] 스킬을 썼다.
‘염훈! 나다! 잠시 뒤 내가 신호하면, 다차원 은행의 게이트를 열어줘. 안쪽에서라면 쉽게 열 수 있을 거다.’
‘게이트를 열면 안드로이드 용병들이 쳐들어올 텐데?’
‘걱정 마. 내가 금고를 까뒤집는 순간에 맞춰서 열면 돼. 그럼 미션이 클리어되니까 놈들도 더 싸울 이유가 없어진다.’
‘에? 금고를 까뒤집어? 이해가 잘……?’
‘나중에 설명할게. 그리고 부하들에게는 이렇게 명령을 내려줘.’
은혁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금화가 팝콘처럼 튀어 나갈 예정이니, 남들이 줍기 전에 전부 주우라고.’
* * *
-미션 제한 시간이 1분 남았습니다!
안드로이드 용병들에게 생포되어 무릎 꿇은 플레이어 300명은 울상을 지었다.
염훈의 팻말 미션을 통과하고, 은혁의 팻말 미션에 참가한 자들이다.
초반에 활약하는가 싶더니, 어이없이 무장 해제 되고 생포 당했다.
염훈이 있을 때는 질 것 같지 않았지만, 정작 염훈은 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갔기에, 지휘관을 잃은 이들은 싹 다 생포당하는 굴욕을 당하게 된 것이다.
“흑흑.”
“이렇게 쓸모없게 버림받다니.”
“우리, 죽는 거야……?”
안드로이드 용병 부대가 이들을 즉시 죽이지 않은 이유는, 교전 윤리 때문이기도 하고, 테일러의 지시 때문이기도 했다.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다면, 죽이지 말아주시오. 죄다 채무자로 만들어서 노예로 삼을 테니까.’
테일러가 이번 싸움에서 완승하게 될 경우, 용병대장 에르고는 성공 보수와 더불어, 이들의 몸값까지 두둑이 챙길 수 있을 터.
그래서 은혁의 팻말 미션에 참가한 이들은 무장 해제 당한 채 모두 꿇어앉아 있었다.
“아, 어떡해. 제한 시간 1분도 안 남았다고 떴어…….”
“하아, 겁나 허무하네.”
“강은혁이랑 염훈 이름만 믿고 왔다가 이게 무슨 꼴이람.”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실망감 때문인지 포로들의 말이 많아졌다.
그러자 안드로이드 용병들이 개머리판으로 플레이어들을 때렸다.
“조용히!”
“미션 종료까지 기다리시오!”
안드로이드 용병들은 매우 민감하게 굴었다.
지휘관인 에르고가 불안해했기 때문이다.
“오래 걸리는군. 너무 오래 걸려.”
에르고는, 굳게 닫힌 다차원 은행의 게이트를 노려보며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포로가 된 플레이어 한 명을 향해 물었다.
“남은 제한 시간은?”
“30초요.”
“틀림없겠지?”
“거, 몇 번을 물어봅니까…….”
“물어볼 수밖에. 제한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었다가 줄었으니까.”
“그건 그렇군요.”
“더 이상, 제한 시간은 변동 없이 그대로겠지?”
에르고가 끊임없이 묻는 이유는, 미션 제한 시간이 멋대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분명 15분 남았다, 1분 남았다 싶었는데, 갑자기 미션 시간이 늘어나곤 했다.
시간을 조작하는 능력자인 테일러가 무슨 수를 썼기 때문이라고 추측했으나, 그건 말이 안 된다고 포로들이 말했다.
“용병대장님아. 이 팻말 미션 제한 시간은 테일러와 무관합니다. 우리들의 제한 시간이니까요.”
“그럼 그 제한 시간이 왜 자꾸 왔다 갔다 바뀌는 건지?”
“그걸 저희가 어떻게 압니까. 그나마 추측을 하자면 팻말 미션을 만든 자, 강은혁 플레이어가 모종의 수를 썼다는 건데…….”
포로는 말끝을 흐렸다.
에르고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더 있었다.
“미션 참가자는 너희들이지?”
“그런데요.”
“그게 이상하다는 거다. 팻말 미션 참가자인 너희는 그대로 있는데, 왜 미션 제한 시간이 늘어나느냔 말이다.”
“이미 말했잖습니까. 팻말 미션 제작자 즉, 강은혁 플레이어가 뭔 수를 쓴 거겠죠. 그게 무슨 수인지는 물어봐도 몰라요.”
“미션 제한 시간은 관리국이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 아닌가?”
에르고의 의문에는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은혁이 꼼수로 일으킨 히든 이펙트가 시스템을 일부 우회할 수 있다는 점과 테일러가 스스로 시간을 되감았다는 점 등의 사실을 이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꾸궁……!
다차원 은행 쪽에서 둔탁한 파열음이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축하합니다! ‘플레이어 강은혁이 주는 메인 미션 : 다차원 은행 금고 보안 테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