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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모든 직업-218화 (218/434)

218화 : 환몽증 (1)

퍼억!

시리우스의 몸에 꽂힌 단검의 일격은 시리우스에게 절반, 암살팀장에게 나머지 절반이 가해졌다.

“큭……!”

“미안하다.”

시리우스가 말했다.

“쾌락도 추구하지 못하고 잘난 척도 못 하는 존재가 되어서. 그리고 거기에 대해 죄의식을 전혀 못 느끼고 귀찮음만 느껴서 미안하다.”

시리우스의 말을 들은 암살팀장은 결국,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쿠데타도, 거액의 수표 뺏기도, 암살도 전부 실패해 버렸기에, 마음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그렇게 쿠데타 시도를 빙자한 수표 탈취 시도는 싱겁게 끝이 났다.

또한, 시리우스가 감옥에 들어가도, 넘버투를 자칭하는 자의 쿠데타 같은 것을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어졌다.

* * *

행복 길드의 암살팀은 모조리 체포되어 끌려갔다.

워잭, 페넬레시아, 시리우스, 은혁은 도박장의 VIP룸에 앉아 약식 회의를 가졌다.

도박을 위해 마련된 장소였지만, 임시 회의실로 쓰기 딱 좋았다.

“그렇군. 정리하자면, 강은혁 당신은 다차원 교차로에서 시리우스를 낚았고, [정신 묶기]로 굴복시켰으며, 테일러 또한 패배시켰다 이거요?”

“요약 잘하시는군요, 워잭 부길드장님.”

은혁은 멋대로 VIP룸의 다양한 술을 인원수만큼 따른 뒤, 한 잔씩 건넸다.

“자아, 워잭은 브랜디. 페넬레시아는 맥주. 시리우스는 보드카였죠?”

“감사하오.”

워잭은 특유의 굵은 손가락으로 간신히 받았다.

반면에 페넬레시아는 맥주잔을 받으며 물었다.

“각자의 술 취향은 어떻게 알았죠? 아직 같이 술 마신 적은 없는데.”

“다 정보를 모으는 법이 있죠.”

그리고 시리우스는 말없이 잔을 받고, 마시진 않았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워잭 부길드장님. 꼭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정확히는 제가 할 말이 있어요.”

페넬레시아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정의 길드에 신고했는데 페넬레시아 부길드장님이 같이 와서 의아하다 싶었습니다.”

“평화의 감옥 내에서 일어난 문제 때문에 워잭 님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죠. 그런데 당신의 분신이 나타나서 신고를 한 겁니다.”

“아하…….”

은혁은 빠르게 회귀 전 기억을 더듬었다.

‘시기는 다르지만, 순서상으로는 이 무렵이군.’

7대 길드의 부길드장들이 하나둘 죽거나 쓰러질 무렵, 평화의 감옥 속에 있는 트윈스 원이 문제를 일으킨다.

‘환몽구원교였지?’

트윈스 원의 본래 계획은 감옥 속에서 절망한 이들을 포섭하여 병력으로 삼는 것이었으리라.

실제로, 탈옥을 미끼로 꽤 많은 이들을 포섭했다.

문제는 그다음인데…….

‘막상 포섭을 하고 보니까 컨트롤하기가 어려웠던 거지.’

죄수들은 탈옥시켜준다고 무작정 달라붙는 머저리들이 아니었다.

평화의 감옥에 갇힌 이들 중에는, 길드연합국 상위권 랭커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평화의 감옥에 갇힌 랭킹 11위의 아벨은 3군주 중 하나인 카인의 동생이고, 랭킹 16위의 그린 주스는 길드연합국 건국 이전의 괴걸이니까.’

그밖에도 랭킹 20위의 묵검제, 랭킹 21위의 지그하르트 같은 존재도 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들은 트윈스 원에게 협조를 해주더니, 언제부턴가 더 빠른 탈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트윈스 원으로서는 이들에게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태.

그래서 트윈스 원은 본래 계획을 조금 수정하여, 더욱 과격한 길을 간다.

‘모든 죄수들을 환몽구원교의 병력으로 삼는 대신, 일부를 제물로 바쳐서 강력한 성좌를 소환한다.’

그러기 위한 ‘환몽구원교’였다.

지금은 아마도 그 중간 과정, 즉 ‘환몽증’을 퍼뜨리고 있는 시점일 것이다.

페넬레시아가 설명했다.

“환몽구원교의 진정한 원리나 목적은 모르지만, 현재 기묘한 병을 퍼뜨리고 있다고 합니다.”

‘환몽증 말이군. 딱 내 예상대로 흘러가네.’

은혁은 그게 얼마나 극악한 건지 잘 알고 있었는데, 페넬레시아는 그 병의 구체적인 증상을 미리 알려주고 싶진 않아 보였다.

“그 결과 힘이 트윈스 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겁니다.”

일단은 평화의 감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굵은 줄기만 은혁에게 알려줬고, 은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이어서 워잭이 덧붙였다.

“간수들조차도 통제를 포기했소. 간수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환몽구원교가 1등급 구역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는 것뿐.”

“와, 벌써요?”

“음? 벌써라니. 무슨 뜻이오?”

“아니, 환몽구원교가 생긴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는데요. 게다가 평화의 감옥에는 상당히 강력한 랭커도 있다고 들었는데, 벌써 그렇게 환몽구원교가 커졌단 말인가요?”

“그렇소. 길드연합국 랭킹 16위의 그린 주스, 랭킹 20위의 묵검제, 21위의 지그하르트가 모두 트윈스 원에게 협력하기로 충성을 맹세했다고 하니까.”

“허어.”

은혁의 예상과 다른 부분이 둘 있었다.

첫째. 은혁의 예상보다 환몽구원교가 빠르게 컸다는 것.

둘째. 평화의 감옥 속 상위 랭커들이 트윈스 원에게 ‘충성 맹세’까지 했다는 것.

‘흠…… 이것도 어느 정도는 내 탓이겠지?’

트윈스 원은 감옥 속에 있으면서도 바깥소식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부길드장들이 패배하거나 약해진 지금이 최적기라고 판단했을 터.

회귀 전에는 부길드장들이 죽거나 다치는 이유가 제2차 길드대전과 연관이 있지만, 지금은 은혁이 그 이유였다.

‘어느 정도는 내 책임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개입해 볼까.’

마냥 방치했다가 감옥 바깥으로까지 환몽구원교가 흘러나오거나, 통째로 감옥에서 반란이 일어나는 경우, 은혁의 길드연합국 장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듣고 있나요?”

페넬레시아가 설명 도중에 은혁에게 물었다.

대충 다 아는 내용이었기에, 은혁은 상황 파악을 끝내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염려 마십시오. 환몽구원교와 평화의 감옥 집단 폭동 사태를 막을 방법이 있으니까요.”

“그게 뭐죠?”

“바로 여기 있는 시리우스 님이죠.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귀찮아…….”

시리우스가 중얼거렸다.

그걸 본 워잭과 페넬레시아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욕망의 화신, 행복 포션을 만들어 팔고, 각종 특수팀으로 방해자들을 죽이거나 괴롭혀 온 존재인 시리우스.

그런 그가 허망한 표정으로 있으니, 워잭과 페넬레시아로서는 복잡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워잭이 일단 그 부분을 문제 삼기로 했다.

“[정신 묶기]를 썼다고 들었소.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니오? 부길드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엄밀히 말하자면 [정신 묶기]는 제가 직접 한 건 아닙니다. 제 제자인 김경철이 한 일이죠.”

은혁은 이번에도 자기 손을 직접 더럽히진 않았다.

“또한, 시리우스 부길드장님은 가택연금 상태에서 스스로 탈출한 상태였고, 3군주 측에 의탁하려 한 상태. 서툴게 제압했다가 놓치면 더욱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특수성을 고려해 주셔야죠.”

“하지만……!”

“만약 정의 길드와 경비대가 정말로 시리우스를 잘 감시했다면, 애초에 제가 상대할 일이 없었겠죠?”

‘너네가 놓친 게 우선 잘못 아니냐. 과잉 진압했다고 뭐라 탓할 자격 있냐?’라는 말투였다.

책임감이 높은 워잭은 잠시 말문이 막혔고.

“이놈 말이 다 맞아…….”

시리우스가 우울한 어조로 자인했다.

당사자가 그렇게 말하니 더는 뭐라 하기 어려웠다.

페넬레시아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저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평화의 감옥 문제가 더 시급하니 그 부분부터 이야기하죠. 시리우스가 도움이 된다는 게 무슨 의미죠?”

“예, 페넬레시아 부길드장님. 말 그대로입니다. 이들을 평화의 감옥에 죄수로서 미리 잠입시켜두는 겁니다. 그리고 트윈스 원이 감옥 내 폭동과 탈주를 주도할 때, 시리우스 님을 시켜서 막는 것이지요.”

거기에 더해서, 박병철을 미리 심어두기도 했다.

“일단 시리우스 님을 심어 두면, 그것만으로도 트윈스 원을 주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째서죠?”

“환몽구원교 같은 미심쩍은 것을 그린 주스나 묵검제, 지그하르트가 믿은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들 눈에는 트윈스 원이 유일한 탈출 티켓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트윈스 원과 같은 부길드장인 시리우스가, 공식적으로 트윈스 원을 막기 위해 들어간다면? 탈출 티켓이 상당히 모호하게 보일 것이고, 그들도 고민을 하겠죠.”

“그 고민만으로도 트윈스 원의 계획이 늦춰진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세력이 분할되면 그때…….”

“바로 내가 개입하는 거로군.”

워잭이 말을 받았다.

사실 워잭은 당장이라도 감옥 내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평화의 감옥 속 1등급 구역은 그야말로 복마전 같은 곳이기에, 혼자 들어가면 모든 죄수들의 표적이 될 뿐.

그렇기에 은혁의 제안이 솔깃했다.

페넬레시아는 조금 불안했다.

“잘 될까요?”

“마침 제 부하인 박병철이 이미 잠입해 들어가 있습니다.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 * *

평화의 감옥 5등급 감금 구역.

한국 교도소의 혼거실 형태의 방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작지 않은 잘못을 1회 저지른 자, 또는 작고 잡다한 범죄를 수차례 반복해서 저지른 자들이 10인씩 한방에서 모여 잔다.

이런 방이 총 50개.

박병철은 이곳의 죄수들을 거느린 대장이나 다름없었지만.

‘돌겠군.’

박병철의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흐히힉, 으힉, 끼훅! 흐끅!”

“그오아에에에에에……!!”

50개의 방 중 절반이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바이러스와는 좀 달랐다.

‘환몽증.’

환몽증은, 잠이 들면 환몽 증세를 일으키는 병을 말한다.

환몽 증세는 악몽과 비슷한데 그 현실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고통, 공포, 절망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재생됐으며, 일반적인 악몽과 달리, 아침에 눈을 떠도 끊임없이 그 여파가 이어졌다.

가령, 환몽 속에서 구더기를 토하는 경험을 한 자는 식사를 못 하고, 환몽 속에서 저체온증으로 죽는 체험을 한 자는 불을 피우려고 발버둥을 치는 식이다.

간수들은 발광하는 죄수들을 급한 대로 의료실로 보내서 진정제를 투여했으나, 그건 더 큰 문제를 일으켰다.

환몽증의 진짜 공포는, ‘전염’ 현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가령 혼거실 1호에서 증상이 나타나고 사흘 정도가 지나면, 혼거실 10호까지 환몽 증세가 퍼진다.

의료실에서 강제로 죄수들을 재우면?

의료실 옆 숙직실에서 자는 간수들까지 환몽증에 감염되는 것이다.

이 환몽증은 치료법이 없었고, 환몽증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환몽증 환자로부터 먼 곳에서 잠을 자거나, 아예 밤중에 잠을 자서는 안 된다.

그런 이유로 간수의 숫자가 줄었고, 야간 근무자의 숫자는 더욱 줄었다.

비상사태인데 오히려 간수가 줄어든, 평화의 감옥 최대의 위기 사태.

“아이~ X팔!!”

박병철은 화를 냈다.

“괜찮습니까, 대장.”

“도와드릴 방도가 없을까요.”

박병철이 있는 1호 혼거실 주위에는, 박병철이 만든 늑대인간 부하들이 있었다.

박병철은 은혁의, 세력을 만들어 두라는 지령에 따라, 같은 방 놈들에게 자기 피를 먹여서 늑대인간으로 만들어뒀다.

“우리가 악몽 안 꾸는 건 전부 대장 덕분입니다.”

“맞아요. 설마 늑대인간은 환몽증에 저항력이 있을 줄이야.”

놀랍게도, 늑대인간 변신 상태로 잠이 들면, 환몽증 증세가 아주 약하게 오거나, 오히려 꿈속에서 맞서 싸우는 게 가능했다.

부작용은 딱 하나인데…….

“젠장. 네놈들은 잘 자는데 왜 나는 못 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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